“돈 줄테니 기름 가져가라?”…국제유가 사상 첫 마이너스

입력 2020.04.21 (21:17) 수정 2020.04.22 (08: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오늘(21일) 새벽엔 또 하나 황당한 소식 있었습니다.

폭락하던 국제유가, 아예 마이너스가 됐다는 겁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마이너스 37달러 대에 거래를 마쳤다는 건데요,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유가 남아돌고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과 우리 증시에도 일부 영향을 줬습니다.

돈 줄테니 내 기름 가져가라, 이렇게 된 셈인데 어떻게 봐야할까요?

박대기 기자가 설명드립니다.

[리포트]

금융시장에서 국제 유가란 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선물 가격을 뜻합니다.

여기서 '선물', 영어로 '미래'라는 뜻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실제로 원유를 사고 파는 게 아니라 미래에 정해진 값에 살 권리를 사고 파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실제로 원유를 가져가야겠죠?

그 날이 '만기일'인데 한 달에 한 번, 오늘(21일)입니다.

오늘(21일) 선물을 보유하고 있으면 실제 원유를 가져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비행기가 날지 않으니 항공유도 안 나가고, 전 세계 원유 소비, 뚝 떨어졌죠.

그림 하나 보실까요?

우리 여수 앞바다 상황인데요,

빨간 색으로 표시된 점, 다 유조선입니다.

수요도 없고 팔자니 너무 싸서 이렇게 아예 싣고 돌아다니는 건데, 그러다보니 원유를 보관하는 비용도 치솟았습니다.

수요는 없고, 보관료는 올라가고, 그래서 만기일 직전인 어제 차라리 돈을 줄테니 가져가라는 기현상이 벌어진 겁니다.

그런데 일단 만기일이 됐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다음 만기일 전까진 실제로 원유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 국제유가가 다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관건은 코로나19로 꽉 막힌 경제활동 재개 여붑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떨어진 국제유가, 우리 주유소 기름값에는 왜 바로 반영이 안될까.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서부텍사스산 원유, 우리가 수입하는 건 중동 두바이유입니다.

또 소매 가격에 반영되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여기엔 국내 세금정책도 맞물려 있습니다.

국제유가의 사상 첫 마이너스, 지극히 예외적인 현상이지만, 세계 경제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습니다.

KBS 뉴스 박대기입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돈 줄테니 기름 가져가라?”…국제유가 사상 첫 마이너스
    • 입력 2020-04-21 21:18:53
    • 수정2020-04-22 08:40:16
    뉴스 9
[앵커] 오늘(21일) 새벽엔 또 하나 황당한 소식 있었습니다. 폭락하던 국제유가, 아예 마이너스가 됐다는 겁니다.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마이너스 37달러 대에 거래를 마쳤다는 건데요,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사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유가 남아돌고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과 우리 증시에도 일부 영향을 줬습니다. 돈 줄테니 내 기름 가져가라, 이렇게 된 셈인데 어떻게 봐야할까요? 박대기 기자가 설명드립니다. [리포트] 금융시장에서 국제 유가란 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의 선물 가격을 뜻합니다. 여기서 '선물', 영어로 '미래'라는 뜻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실제로 원유를 사고 파는 게 아니라 미래에 정해진 값에 살 권리를 사고 파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실제로 원유를 가져가야겠죠? 그 날이 '만기일'인데 한 달에 한 번, 오늘(21일)입니다. 오늘(21일) 선물을 보유하고 있으면 실제 원유를 가져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비행기가 날지 않으니 항공유도 안 나가고, 전 세계 원유 소비, 뚝 떨어졌죠. 그림 하나 보실까요? 우리 여수 앞바다 상황인데요, 빨간 색으로 표시된 점, 다 유조선입니다. 수요도 없고 팔자니 너무 싸서 이렇게 아예 싣고 돌아다니는 건데, 그러다보니 원유를 보관하는 비용도 치솟았습니다. 수요는 없고, 보관료는 올라가고, 그래서 만기일 직전인 어제 차라리 돈을 줄테니 가져가라는 기현상이 벌어진 겁니다. 그런데 일단 만기일이 됐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다음 만기일 전까진 실제로 원유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 국제유가가 다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관건은 코로나19로 꽉 막힌 경제활동 재개 여붑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떨어진 국제유가, 우리 주유소 기름값에는 왜 바로 반영이 안될까.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서부텍사스산 원유, 우리가 수입하는 건 중동 두바이유입니다. 또 소매 가격에 반영되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여기엔 국내 세금정책도 맞물려 있습니다. 국제유가의 사상 첫 마이너스, 지극히 예외적인 현상이지만, 세계 경제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습니다. KBS 뉴스 박대기입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