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사전투표 조작됐다? 전수조사 해 보니…

입력 2020.04.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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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선거의 결과가 보여주는 모습은 극과 극입니다. 팝송 가사처럼 "승자는 모든 것을 갖고 패자는 그 옆에서 초라하게 서 있죠."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음모론을 제기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서울과 경기, 인천 사전투표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일정하게 배분됐다는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민주당과 통합당이 얻은 사전투표 득표수가 63대 36 정도의 일정한 비율을 보인다.
2. 더 나아가 이런 결과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고,
3. 해킹 등을 통해 사전조작됐다는 겁니다.

이는 SNS를 통해 제기되고 보수 유튜브 방송에서 퍼뜨리고 일부 보수 언론과 낙선한 정치인들이 중심이 돼 키우고 있습니다.

1. '63대 36'의 비밀은? 계산법에 따라 수치 달라져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사전득표수만을 선택해 계산했습니다. 이 경우 서울, 인천과 경기 등에 63대 36 수준의 일정한 비율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팩트체크K팀이 선관위의 선거통계시스템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정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을 계산한 결과, 수치는 달라졌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모든 정당의 사전 득표를 포함해 계산하면 각각 수치가 다르다고 의혹을 반박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는 63대 36이라는 수치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2.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 개별 지역구 득표와 달라

그럼, 63대 36의 수치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4월 15일에 치른 선거는 제21대 지역 국회의원과 비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입니다. 서울시장이나 인천시장, 경기도지사를 선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지역별 총합 투표 결과는 개별 선거구의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63대 36의 수치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당락을 가른 개별 선거구의 실제 득표율을 어땠을까요? 팩트체크K팀은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계산 방식과 동일하게 검증했습니다. 계산법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관위 통계 시스템에 공개된 관외와 관내 사전투표수와 득표수를 취합해 계산했습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사전득표수를 합친 뒤 각자의 득표수를 나눴습니다.


서울지역 49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얻은 사전 투표 득표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표에서 볼 수 있듯, 63대 36과 다른 다양한 수치를 볼 수 있습니다.


사전 득표율이 극과 극인 곳은 강남병과 관악갑이었습니다. 강남병 김한규 후보의 사전득표율은 44%로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같은 곳에 출마한 통합당 유경준 후보는 56%로 가장 높았습니다. 관악갑 민주당 유기홍 후보는 97%였습니다. 통합당 후보가 제명당한 탓입니다. 경기와 인천 역시 63대 36의 지역 득표와는 달리, 다양한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3. 선거결과 일부 특이수치...'조작' 근거로는 부족

전국 단위로 치러진 선거 결과를 보면, 일부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치들이 보입니다. 유권자가 투표한 결과임에도 '-'(음수)로 나타나거나, 동시에 이뤄진 비례대표 투표수와 지역구 투표수가 다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국외 부재자 투표함을 국내로 이송해 개표해왔다"면서 "이번에는 코로나 19로 항공편이 막힌 현지 재외공관서 개표한 것을 따로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산서구의 경우, 국외부재자 투표수 367에 현지 해외 공관에서 개표한 9가 이미 포함돼있습니다. 이를 따로 표시하면서 중복 계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9'를 표기한 겁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18개 해외공관에서 현지 개표가 진행됐습니다.


또 비례와 지역구 투표수의 차이는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기념으로 가져가거나, 회송용 봉투에 일부 용지를 넣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선관위 측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4.투·개표 과정, 각 정당 참관인이 감시...투표용지도 엄격히 관리

헌법 제41조 1항은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습니다. 당연히 한 사람이 1표씩만 행사하며 내용은 비밀입니다. 나의 투표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법령에 따라 투표용지 역시 인쇄 수량과 관리가 엄격하게 진행됩니다. 투표과정은 참관인 등 선거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고, 투표함은 폐쇄회로TV가 설치된 곳에서 보관됐습니다.

개표 과정 역시 공무원과 여야 정당 추천인 등 참관인들이 지켜봤으며, 수작업과 검증 절차를 거쳐 공표됐습니다. 선거 투개표와 관련된 정보통신망은 외부와 단절돼있습니다. 이는 정부와 각 정당추천인이 검증합니다. 공직선거법 제186조에 따라, 투표지와 투표함 등 선거 관련 자료는 원칙적으로 당선인의 임기 동안 보관됩니다.


이런 조건들을 고려할 때,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본 투표와 다른 지역구 투표 결과 등을 예상하거나 조작하고 같은 정당의 참관인들까지 속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선거에 대한 불신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것과 같습니다. 선거는 승자에게 꽃을 주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패자에게도 기회를 줍니다.

[첨부자료] 사전투표 잠정 취합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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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사전투표 조작됐다? 전수조사 해 보니…
    • 입력 2020-04-22 15:56:43
    팩트체크K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선거의 결과가 보여주는 모습은 극과 극입니다. 팝송 가사처럼 "승자는 모든 것을 갖고 패자는 그 옆에서 초라하게 서 있죠."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음모론을 제기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서울과 경기, 인천 사전투표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 일정하게 배분됐다는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민주당과 통합당이 얻은 사전투표 득표수가 63대 36 정도의 일정한 비율을 보인다.
2. 더 나아가 이런 결과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고,
3. 해킹 등을 통해 사전조작됐다는 겁니다.

이는 SNS를 통해 제기되고 보수 유튜브 방송에서 퍼뜨리고 일부 보수 언론과 낙선한 정치인들이 중심이 돼 키우고 있습니다.

1. '63대 36'의 비밀은? 계산법에 따라 수치 달라져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사전득표수만을 선택해 계산했습니다. 이 경우 서울, 인천과 경기 등에 63대 36 수준의 일정한 비율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팩트체크K팀이 선관위의 선거통계시스템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정당의 사전투표 득표율을 계산한 결과, 수치는 달라졌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모든 정당의 사전 득표를 포함해 계산하면 각각 수치가 다르다고 의혹을 반박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는 63대 36이라는 수치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2.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 개별 지역구 득표와 달라

그럼, 63대 36의 수치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4월 15일에 치른 선거는 제21대 지역 국회의원과 비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입니다. 서울시장이나 인천시장, 경기도지사를 선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지역별 총합 투표 결과는 개별 선거구의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63대 36의 수치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당락을 가른 개별 선거구의 실제 득표율을 어땠을까요? 팩트체크K팀은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계산 방식과 동일하게 검증했습니다. 계산법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선관위 통계 시스템에 공개된 관외와 관내 사전투표수와 득표수를 취합해 계산했습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사전득표수를 합친 뒤 각자의 득표수를 나눴습니다.


서울지역 49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얻은 사전 투표 득표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표에서 볼 수 있듯, 63대 36과 다른 다양한 수치를 볼 수 있습니다.


사전 득표율이 극과 극인 곳은 강남병과 관악갑이었습니다. 강남병 김한규 후보의 사전득표율은 44%로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상대적으로 같은 곳에 출마한 통합당 유경준 후보는 56%로 가장 높았습니다. 관악갑 민주당 유기홍 후보는 97%였습니다. 통합당 후보가 제명당한 탓입니다. 경기와 인천 역시 63대 36의 지역 득표와는 달리, 다양한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3. 선거결과 일부 특이수치...'조작' 근거로는 부족

전국 단위로 치러진 선거 결과를 보면, 일부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치들이 보입니다. 유권자가 투표한 결과임에도 '-'(음수)로 나타나거나, 동시에 이뤄진 비례대표 투표수와 지역구 투표수가 다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국외 부재자 투표함을 국내로 이송해 개표해왔다"면서 "이번에는 코로나 19로 항공편이 막힌 현지 재외공관서 개표한 것을 따로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산서구의 경우, 국외부재자 투표수 367에 현지 해외 공관에서 개표한 9가 이미 포함돼있습니다. 이를 따로 표시하면서 중복 계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9'를 표기한 겁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18개 해외공관에서 현지 개표가 진행됐습니다.


또 비례와 지역구 투표수의 차이는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기념으로 가져가거나, 회송용 봉투에 일부 용지를 넣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선관위 측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4.투·개표 과정, 각 정당 참관인이 감시...투표용지도 엄격히 관리

헌법 제41조 1항은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습니다. 당연히 한 사람이 1표씩만 행사하며 내용은 비밀입니다. 나의 투표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법령에 따라 투표용지 역시 인쇄 수량과 관리가 엄격하게 진행됩니다. 투표과정은 참관인 등 선거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고, 투표함은 폐쇄회로TV가 설치된 곳에서 보관됐습니다.

개표 과정 역시 공무원과 여야 정당 추천인 등 참관인들이 지켜봤으며, 수작업과 검증 절차를 거쳐 공표됐습니다. 선거 투개표와 관련된 정보통신망은 외부와 단절돼있습니다. 이는 정부와 각 정당추천인이 검증합니다. 공직선거법 제186조에 따라, 투표지와 투표함 등 선거 관련 자료는 원칙적으로 당선인의 임기 동안 보관됩니다.


이런 조건들을 고려할 때,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본 투표와 다른 지역구 투표 결과 등을 예상하거나 조작하고 같은 정당의 참관인들까지 속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선 선거에 대한 불신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것과 같습니다. 선거는 승자에게 꽃을 주지만, 결과에 승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패자에게도 기회를 줍니다.

[첨부자료] 사전투표 잠정 취합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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