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안 사고 싶은데요?…물건 사면 따라오는 포장재 쓰레기

입력 2020.04.22 (16:46) 수정 2020.04.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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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포장 뜯을 때마다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배우 류준열 씨가 과일 포장을 뜯다 탄식을 쏟아냅니다. 과일 먹으려다 보면 종종 비닐에다 플라스틱, 스티로폼까지... 포장재 뜯는 데에만 시간이 한참이 걸리곤 하죠.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옵니다. 과일만 그럴까요? 채소나 생선, 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생산된 공산품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판매를 위해 포장이 불가피하다지만, 사과나 오렌지 등은 굳이 포장이 필요할까요?

최근에는 개인 장바구니 지참은 물론,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개인 용기까지 가져가서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도 줄이고, 장 본 물건을 따로 정리하는 데 드는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도전해 봤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장보기!

대형마트, SSM, 전통시장에서 똑같은 10가지 품목을 구매한 뒤 포장을 풀어 쓰레기를 세어봤다.대형마트, SSM, 전통시장에서 똑같은 10가지 품목을 구매한 뒤 포장을 풀어 쓰레기를 세어봤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SSM, 전통시장에서 같은 품목을 사봤습니다. 백미 쌀 1kg, 사과 2개, 당근 1개, 감자 1개, 고등어 1마리, 상추 100g, 삼겹살 300g, 콩나물 100g, 대파 100g, 두부 한 모 이렇게 10개 품목입니다. 딱 맞는 양이나 크기가 없다면 가장 근접한 거로 고르기로 했습니다.

대형마트에서는 10개 품목 중 당근과 감자, 두 가지만 포장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품목은 이미 비닐과 플라스틱 등으로 포장이 된 상태였습니다. 육류 판매대에서는 따로 고기를 썰어 개인 용기에 담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미 포장된 제품만 판매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사 온 물건들을 모두 풀고 보니 비닐 7개, 스티로폼 2개, 플라스틱 3개, 습기 제거제 2개, 띠 등 모두 15개의 포장재가 나왔습니다.

SSM에서는 10개 품목 모두 포장이 된 상태였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비닐 10개, 플라스틱 4개, 스티로폼 3개, 습기 제거제 2개 등 19개의 포장재가 나왔습니다.

반면, 전통시장에서는 대파를 묶은 띠를 제외하고는 포장재 없이 모두 물건을 살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가져간 다회용 용기에 삼겹살과 고등어, 두부를 담고 집에 모아뒀던 자루와 비닐봉지를 가져가 채소와 과일, 콩나물을 담았습니다. 단, 가게 사장님이 까만 비닐봉지에 습관적으로 물건을 담기 전에 미리 말씀드려야 합니다.

"비닐봉지 말고 여기에 담아주세요!"

■ "대부분 포장된 상태로 판매"...선택권이 없다


여러 환경단체 소속 회원 100여 명이 대형마트와 SSM, 슈퍼마켓, 전통시장 등에서 40가지 품목을 사면서 포장 비율을 조사해본 결과도 비슷합니다. 조사대상 40종 가운데 포장된 것보다 무포장이 많은 품목은 '오렌지, 감자, 당근, 무' 4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36종은 포장된 제품이 더 많았습니다.


판매처 별로 보면, 무포장 비율은 전통시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다음이 슈퍼마켓, 대형마트, SSM, 생협 순이었습니다. 많은 소비자가 찾는 대형마트와 SSM에서는 포장이 안 된 물건을 사기가 어려웠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생협에서도 포장재만큼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소비자가 아무리 장바구니와 용기를 챙겨간다고 해도 쓰레기 없는 장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환경단체들은 대형마트 등이 유통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환경단체들은 대형마트 등이 유통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먼저 포장재 쓰레기 감축 나서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달 국내 대형마트의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5개 대형마트에 설문지를 보내 매장 내 플라스틱 감축 노력과 PB상품 등 협력사와의 협업 과정, 사내에서는 물론 소비자 참여 유도를 위해 각각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묻고 그 답변을 분석했는데 5곳 중 4곳이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대형마트들은 환경부와 맺은 플라스틱 감축 업무 협약 외에는 별도의 감축 조치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포장재로, 상품 유통과 제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마트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내에서도 플라스틱을 없앤 소규모 매장이 최근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다수의 소비자가 플라스틱 없는 유통 시스템에 접근하려면 대형마트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파악하고 감축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또 공급업체와 협력해 지속 가능한 포장법을 개발하고, 소비자가 용기를 가져오면 곡류, 채소, 세제 등을 담아가게 하는 리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작은 시도부터 해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금숙 활동가는 "우선 소비자 선택권을 주기 위해 '플라스틱 프리' 매대를 만들어서 물기가 없는 채소나 과일을 포장재 없이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지금까지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편의와 위생, 상품 훼손 방지 등을 위해 포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그린피스와 녹색소비자연대의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7.4%는 '제품 구매 시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낀다'고 답했고, 68.6%는 '대안 모델로 운영하는 마트가 있다면 구매처를 바꿀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구의 날(4월 22일) 50주년을 맞아 환경부는 기후변화주간(4월 22일~28일)을 운영한다.지구의 날(4월 22일) 50주년을 맞아 환경부는 기후변화주간(4월 22일~28일)을 운영한다.

■50주년 맞은 '지구의 날'...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

오늘은 50주년을 맞는 '지구의 날'입니다. 환경부는 이를 기념해 오늘부터 28일까지 제12회 기후변화주간을 운영하면서 생활 속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을 소개합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조명 끄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쓰레기 분리배출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작은 실천법 모두, 지구를 살리는 큰 행동입니다. 여기에 오늘은 '불필요한 포장 없이 물건 사보기'를 한 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 유통·생산업체의 변화도 빨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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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는 안 사고 싶은데요?…물건 사면 따라오는 포장재 쓰레기
    • 입력 2020-04-22 16:46:15
    • 수정2020-04-22 16:48:49
    취재K
■"아, 이거 포장 뜯을 때마다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배우 류준열 씨가 과일 포장을 뜯다 탄식을 쏟아냅니다. 과일 먹으려다 보면 종종 비닐에다 플라스틱, 스티로폼까지... 포장재 뜯는 데에만 시간이 한참이 걸리곤 하죠.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옵니다. 과일만 그럴까요? 채소나 생선, 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생산된 공산품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판매를 위해 포장이 불가피하다지만, 사과나 오렌지 등은 굳이 포장이 필요할까요?

최근에는 개인 장바구니 지참은 물론,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개인 용기까지 가져가서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도 줄이고, 장 본 물건을 따로 정리하는 데 드는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도전해 봤습니다. 요즘 '핫'하다는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장보기!

대형마트, SSM, 전통시장에서 똑같은 10가지 품목을 구매한 뒤 포장을 풀어 쓰레기를 세어봤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SSM, 전통시장에서 같은 품목을 사봤습니다. 백미 쌀 1kg, 사과 2개, 당근 1개, 감자 1개, 고등어 1마리, 상추 100g, 삼겹살 300g, 콩나물 100g, 대파 100g, 두부 한 모 이렇게 10개 품목입니다. 딱 맞는 양이나 크기가 없다면 가장 근접한 거로 고르기로 했습니다.

대형마트에서는 10개 품목 중 당근과 감자, 두 가지만 포장 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품목은 이미 비닐과 플라스틱 등으로 포장이 된 상태였습니다. 육류 판매대에서는 따로 고기를 썰어 개인 용기에 담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미 포장된 제품만 판매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사 온 물건들을 모두 풀고 보니 비닐 7개, 스티로폼 2개, 플라스틱 3개, 습기 제거제 2개, 띠 등 모두 15개의 포장재가 나왔습니다.

SSM에서는 10개 품목 모두 포장이 된 상태였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비닐 10개, 플라스틱 4개, 스티로폼 3개, 습기 제거제 2개 등 19개의 포장재가 나왔습니다.

반면, 전통시장에서는 대파를 묶은 띠를 제외하고는 포장재 없이 모두 물건을 살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가져간 다회용 용기에 삼겹살과 고등어, 두부를 담고 집에 모아뒀던 자루와 비닐봉지를 가져가 채소와 과일, 콩나물을 담았습니다. 단, 가게 사장님이 까만 비닐봉지에 습관적으로 물건을 담기 전에 미리 말씀드려야 합니다.

"비닐봉지 말고 여기에 담아주세요!"

■ "대부분 포장된 상태로 판매"...선택권이 없다


여러 환경단체 소속 회원 100여 명이 대형마트와 SSM, 슈퍼마켓, 전통시장 등에서 40가지 품목을 사면서 포장 비율을 조사해본 결과도 비슷합니다. 조사대상 40종 가운데 포장된 것보다 무포장이 많은 품목은 '오렌지, 감자, 당근, 무' 4종뿐이었습니다. 나머지 36종은 포장된 제품이 더 많았습니다.


판매처 별로 보면, 무포장 비율은 전통시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다음이 슈퍼마켓, 대형마트, SSM, 생협 순이었습니다. 많은 소비자가 찾는 대형마트와 SSM에서는 포장이 안 된 물건을 사기가 어려웠습니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생협에서도 포장재만큼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소비자가 아무리 장바구니와 용기를 챙겨간다고 해도 쓰레기 없는 장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환경단체들은 대형마트 등이 유통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먼저 포장재 쓰레기 감축 나서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달 국내 대형마트의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5개 대형마트에 설문지를 보내 매장 내 플라스틱 감축 노력과 PB상품 등 협력사와의 협업 과정, 사내에서는 물론 소비자 참여 유도를 위해 각각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묻고 그 답변을 분석했는데 5곳 중 4곳이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대형마트들은 환경부와 맺은 플라스틱 감축 업무 협약 외에는 별도의 감축 조치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포장재로, 상품 유통과 제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마트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내에서도 플라스틱을 없앤 소규모 매장이 최근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다수의 소비자가 플라스틱 없는 유통 시스템에 접근하려면 대형마트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파악하고 감축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또 공급업체와 협력해 지속 가능한 포장법을 개발하고, 소비자가 용기를 가져오면 곡류, 채소, 세제 등을 담아가게 하는 리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작은 시도부터 해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금숙 활동가는 "우선 소비자 선택권을 주기 위해 '플라스틱 프리' 매대를 만들어서 물기가 없는 채소나 과일을 포장재 없이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지금까지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편의와 위생, 상품 훼손 방지 등을 위해 포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그린피스와 녹색소비자연대의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7.4%는 '제품 구매 시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낀다'고 답했고, 68.6%는 '대안 모델로 운영하는 마트가 있다면 구매처를 바꿀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구의 날(4월 22일) 50주년을 맞아 환경부는 기후변화주간(4월 22일~28일)을 운영한다.
■50주년 맞은 '지구의 날'...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

오늘은 50주년을 맞는 '지구의 날'입니다. 환경부는 이를 기념해 오늘부터 28일까지 제12회 기후변화주간을 운영하면서 생활 속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을 소개합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오르기, 조명 끄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쓰레기 분리배출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작은 실천법 모두, 지구를 살리는 큰 행동입니다. 여기에 오늘은 '불필요한 포장 없이 물건 사보기'를 한 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 유통·생산업체의 변화도 빨라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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