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25시] 잇따른 장애인 인권침해 그 후

입력 2020.04.22 (20:27) 수정 2020.04.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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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에 모두 담지 못한 사건사고 이면을 심층적으로 추적하는 사건 25시 시간입니다.

KBS는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속적인 학대와 착취 등의 피해를 당한 장애인들의 현주소를 점검해봤는데요.

이 문제를 연속 보도하고 있는 취재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 기자, 가장 먼저 점검한 곳이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이었죠.

그곳 얘기부터 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해 제주시 한 장애인 거주시설 사무국장 A씨가 지적장애 여성을 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당시 A씨의 모친인 원장은 20대 입소자가 외부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는데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입소자들에게 부당한 노동을 시키고, 수급비를 착취한 정황도 확인됐는데요.

현재 A씨는 재판에 넘겨진 상태며, 모친인 원장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건데, 그러면 피해를 당한 장애인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건가요?

[기자]

제주시는 형사처벌 전까지 해당 시설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릴 수 없다보니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데요.

직위해제와 직무정지 명령이 내려진 사무국장은 사표를 내고 그만뒀지만, 원장은 여전히 시설을 정상 운영 중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소자 10여 명은 여전히 해당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원장이 입소자들에게 세뇌 교육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입소자 지인의 증언 들어보시죠.

[입소자 지인/음성변조 : "인권인가 어느 단체에서 와서 조사받을 때에도 원장이 '이렇게 말해라' '그런말 하지 마라' 며칠 내내 교육시키고, 잘못 말하면 엄청 혼나고. '밥 먹을 자격 없다' 또 소리 지르고."]

시설 측에서 입소 장애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수사기관이 피해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진술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입소자들이 시설을 떠나있을 순 없는 상황인가요?

[기자]

제주도는 임시보호시설인 '쉼터'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정원이 4명에 불과한데다 남녀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다보니 이용이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나마 입소자 가운데 장애 정도가 비교적 약한 일부 장애인은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해 제주시와 인권기관의 도움으로 시설 밖으로 나오게 됐는데요.

다른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을 택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지적장애인이다 보니 시설 밖의 삶도 걱정이 되는데요.

자립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습니까?

[기자]

네, 저도 그 부분이 걱정됐는데요.

그동안에는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각 기관별로 부분적인 서비스만 제공되다 보니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자립한 해당 시설 장애인들의 경우 주거와 이동 지원은 물론, 세세한 의식주 문제까지 제주시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었습니다.

정부 국정과제인 '탈시설 정책' 선도사업 지자체로 제주시가 선정되면서 지역사회 내 돌봄체계 서비스를 받게 된건데요.

밤 시간에는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홈케어 시스템으로 위급 상황을 대처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자립을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군요.

그런데 자립조차 쉽지 않은 아동 피해자인 경우도 있지 않았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해 12월, 7살 자폐아동이 폭행 피해로 뇌진탕 증상을 보였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서귀포시 한 장애인생활시설 원장에 대한 보도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현재 원장은 방임, 시설 종사자인 사회복지사는 입소자 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서귀포시는 해당 시설에 인권침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는 명령과 함께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는데요.

7살 피해자 아버지는 아들을 방치한 시설을 더는 믿을 수 없다며 아들을 시설에서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도내에는 장애 영유아 전담 시설이 없다보니, 3개월 단기거주 쉼터 밖에는 아이를 보낼 곳이 없었습니다.

홀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집으로 데려올 수도 없는 7살 아이의 아버지를 직접 만나봤는데요.

아버지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죠.

[피해 자폐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거기서도 언젠가는 또 다른 시설로 가야되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인 거죠. 간다고 해도 같은 또래 아이들이 있을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다 보니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고."]

[앵커]

시설로 돌아갈 수도, 그렇다고 마땅히 옮겨갈 곳도 없는 상황이군요.

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선 고령의 중증 장애 피해자들도 있었죠,

이곳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지난해 10월 제주시 한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서 원장이 입소자들의 수급비를 착복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제주시는 경제적 착취 정황이 확연히 드러난 만큼, 복지부에 자문을 얻어 형사처벌 전 입소자 모두를 다른 시설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입소자들은 6~70대 고령이거나 중증 지적장애인이었는데요.

어렵사리 전원 결정이 났는데도 문제는 보낼 시설이 없다는 겁니다.

겨우 접촉한 한 시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사태가 진정된 다음에야 이들이 입소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일각에선 방역을 핑계로 문제 시설의 입소자들이 오는 걸 차일피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시설뿐 아니라 재가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착취도 드러났는데, 이건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기자]

네, 지난달 지적장애 동생 부부와 조카의 복지 급여를 무려 16년간 착취한 70대 친형을 취재해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경찰 수사 결과, 착취한 금액이 2억 원을 넘고 댓가 없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시킨 혐의도 드러났습니다.

결국 친형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됐는데요.

형이 구속되기 전까지 동생 가족은 보복이 우려돼 집을 떠나 시설에 몸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제주도는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이달 말까지 한 달 간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사회의 그늘인 장애인의 인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날이 여전히 멀어만 보이는데요.

제대로 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안서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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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25시] 잇따른 장애인 인권침해 그 후
    • 입력 2020-04-22 20:27:07
    • 수정2020-04-22 20:27:08
    뉴스7(제주)
[앵커] 뉴스에 모두 담지 못한 사건사고 이면을 심층적으로 추적하는 사건 25시 시간입니다. KBS는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속적인 학대와 착취 등의 피해를 당한 장애인들의 현주소를 점검해봤는데요. 이 문제를 연속 보도하고 있는 취재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 기자, 가장 먼저 점검한 곳이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이었죠. 그곳 얘기부터 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해 제주시 한 장애인 거주시설 사무국장 A씨가 지적장애 여성을 때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당시 A씨의 모친인 원장은 20대 입소자가 외부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는데도,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입소자들에게 부당한 노동을 시키고, 수급비를 착취한 정황도 확인됐는데요. 현재 A씨는 재판에 넘겨진 상태며, 모친인 원장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건데, 그러면 피해를 당한 장애인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건가요? [기자] 제주시는 형사처벌 전까지 해당 시설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릴 수 없다보니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데요. 직위해제와 직무정지 명령이 내려진 사무국장은 사표를 내고 그만뒀지만, 원장은 여전히 시설을 정상 운영 중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소자 10여 명은 여전히 해당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취재 과정에서 원장이 입소자들에게 세뇌 교육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입소자 지인의 증언 들어보시죠. [입소자 지인/음성변조 : "인권인가 어느 단체에서 와서 조사받을 때에도 원장이 '이렇게 말해라' '그런말 하지 마라' 며칠 내내 교육시키고, 잘못 말하면 엄청 혼나고. '밥 먹을 자격 없다' 또 소리 지르고."] 시설 측에서 입소 장애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수사기관이 피해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진술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입소자들이 시설을 떠나있을 순 없는 상황인가요? [기자] 제주도는 임시보호시설인 '쉼터'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정원이 4명에 불과한데다 남녀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다보니 이용이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나마 입소자 가운데 장애 정도가 비교적 약한 일부 장애인은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해 제주시와 인권기관의 도움으로 시설 밖으로 나오게 됐는데요. 다른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을 택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지적장애인이다 보니 시설 밖의 삶도 걱정이 되는데요. 자립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습니까? [기자] 네, 저도 그 부분이 걱정됐는데요. 그동안에는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각 기관별로 부분적인 서비스만 제공되다 보니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자립한 해당 시설 장애인들의 경우 주거와 이동 지원은 물론, 세세한 의식주 문제까지 제주시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었습니다. 정부 국정과제인 '탈시설 정책' 선도사업 지자체로 제주시가 선정되면서 지역사회 내 돌봄체계 서비스를 받게 된건데요. 밤 시간에는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홈케어 시스템으로 위급 상황을 대처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자립을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군요. 그런데 자립조차 쉽지 않은 아동 피해자인 경우도 있지 않았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해 12월, 7살 자폐아동이 폭행 피해로 뇌진탕 증상을 보였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서귀포시 한 장애인생활시설 원장에 대한 보도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현재 원장은 방임, 시설 종사자인 사회복지사는 입소자 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서귀포시는 해당 시설에 인권침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는 명령과 함께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는데요. 7살 피해자 아버지는 아들을 방치한 시설을 더는 믿을 수 없다며 아들을 시설에서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도내에는 장애 영유아 전담 시설이 없다보니, 3개월 단기거주 쉼터 밖에는 아이를 보낼 곳이 없었습니다. 홀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집으로 데려올 수도 없는 7살 아이의 아버지를 직접 만나봤는데요. 아버지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죠. [피해 자폐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거기서도 언젠가는 또 다른 시설로 가야되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인 거죠. 간다고 해도 같은 또래 아이들이 있을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다 보니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고."] [앵커] 시설로 돌아갈 수도, 그렇다고 마땅히 옮겨갈 곳도 없는 상황이군요. 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선 고령의 중증 장애 피해자들도 있었죠, 이곳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지난해 10월 제주시 한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서 원장이 입소자들의 수급비를 착복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제주시는 경제적 착취 정황이 확연히 드러난 만큼, 복지부에 자문을 얻어 형사처벌 전 입소자 모두를 다른 시설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입소자들은 6~70대 고령이거나 중증 지적장애인이었는데요. 어렵사리 전원 결정이 났는데도 문제는 보낼 시설이 없다는 겁니다. 겨우 접촉한 한 시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사태가 진정된 다음에야 이들이 입소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일각에선 방역을 핑계로 문제 시설의 입소자들이 오는 걸 차일피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시설뿐 아니라 재가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착취도 드러났는데, 이건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기자] 네, 지난달 지적장애 동생 부부와 조카의 복지 급여를 무려 16년간 착취한 70대 친형을 취재해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경찰 수사 결과, 착취한 금액이 2억 원을 넘고 댓가 없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시킨 혐의도 드러났습니다. 결국 친형은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됐는데요. 형이 구속되기 전까지 동생 가족은 보복이 우려돼 집을 떠나 시설에 몸을 숨기기도 했습니다. 제주도는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자 이달 말까지 한 달 간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 사회의 그늘인 장애인의 인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날이 여전히 멀어만 보이는데요. 제대로 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안서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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