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포스트 코로나…‘中 책임론’ 요동치는 국제질서

입력 2020.04.23 (07:00) 수정 2020.04.2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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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코로나19 전염병이 환자 300만 명, 사망자 2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16개 나라에서 발생해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다. 중국과 한국이 진정세에 접어들자 유럽과 미국이 들끓고 있다. 폭발기에 접어들고 있는 러시아와 남미, 인도, 터키, 일본은 끝이 가늠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은 일을 동시에 겪고 있는 세계. 이 사태가 누구 탓인지를 두고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줄 잇는 소송…"중국이 책임져라"

미국 미주리주가 중국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주 정부 가운데 처음이다. 에릭 슈미트 미주리주 법무장관은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위험성과 전염력에 대해 전 세계에 거짓말을 했고, 내부 고발자를 침묵하게 했다"며 "중국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의 한 법률회사도 민간 피해자를 대리해 중국 정부에 소송을 냈다. 4명으로 시작한 소송이 40개 나라 1만여 명으로 늘었다고 이 법률회사는 밝혔다. 배상 청구 규모가 6조 달러, 우리 돈 7천400조 원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기업과 이스라엘 인권변호사 협회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크리스 스미스(공화, 뉴저지) 美 하원의원. 스미스 의원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미국 시민들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법안을 발의했다.크리스 스미스(공화, 뉴저지) 美 하원의원. 스미스 의원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미국 시민들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에 소송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도 미국에서 발의됐다. 크리스 스미스 의원 등은 법안을 제출하며 "중국 정부의 거짓말로 많은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고, 사업에 피해를 보았다"면서 "이 법안은 미국인들이 중국 때문에 잃어버린 것 중 일부를 되찾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를 법정에 세워 고의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은폐했다는 증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중국을 비난하기 위한 상징적인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솽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중국도 바이러스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고 밝혔다.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솽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중국도 바이러스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中 "방역에나 신경 쓰라"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겅솽 대변인은 "2009년 신종플루(H1N1)가 미국에서 발생해 214개 나라에서 20만 명이 사망했을 때 미국에 배상을 요구한 나라가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때도 미국에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을 중단하고, 방역에나 신경 쓰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바이러스 발원지는 과학자가 연구할 일이지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각국 외교장관들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보다 분열과 원한을 조장하는 '정치 바이러스'가 더 파괴적"이라며 미국을 성토하고 있다.


'중국 책임론'으로 압박하는 서방 사회

무역전쟁에 합의하며 휴전에 들어갔던 미·중 양국이 코로나 사태로 다시 한 번 격돌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에서 막을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며 "그것 때문에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고 중국 책임을 분명히 했다. "고의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여론도 트럼프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시 주석이 세계 문제에 대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1%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방 사회도 점점 중국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20일 "중국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과 초기 확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국을 지적했다. 영국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졌는지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미국을 거드는 등 중국 비판을 자제해왔던 유럽사회도 중국 압박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마스크 외교'로 우군 넓혀 가는 중국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인식은 한 마디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이라는 거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사평에서 중국만이 전장이었던 사태 초기, 각국이 면밀한 검역조치를 취했다면 유럽이 차례로 바이러스에 타격을 입고, 미국에서 매일 수천 명이 숨지는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른바 '마스크 외교'로 우군도 확보해 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코로나 사태 이후 시진핑 주석이 32개 나라 정상과 40차례, 리커창 총리는 12차례, 왕이 외교부장은 46개 나라 외교장관과 통화했다고 공개했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중국의 국제사회 공헌과 중국 책임론을 반박하는 내용이었을 게 뻔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는 "중국이 바이러스 출현을 제때 국제사회에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은 비생산적"이라는 답도 얻어냈다.

중국과 한국을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도 코로나19 의료·방역 장비를 수출할 수 없는 탓에 중국의 이른바 '마스크 외교'는 실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뒷마당'으로 여겨지는 중남미에는 매일같이 중국에서 의료장비를 가득 실은 비행기가 도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는 곧 세 번째 비행기가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할 예정이고, 멕시코, 페루,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경제 사정이 열악한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에는 무상으로 제공했다. 멕시코 외교장관과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그라시아스 중국!!(Gracias, '감사합니다'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이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에도 '불량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산 장비가 연일 도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탈리아 여론조사에서 중국은 '친구', 독일은 '적'으로 규정한 응답이 나왔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바이러스가 확산할 때 마스크 등의 수출을 막았던 EU의 주축 독일과 프랑스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서운함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탈리아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세계는 이전과 다른 전혀 다른 곳이 될 것"이라면서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라질 세계의 모습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진 우리나라도 코로나19를 슬기롭게 대처한 몇 나라 중의 하나다. 이전과 전혀 다른 국제질서에서 한국은 어느 위치,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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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3 07:00:21
    • 수정2020-04-23 07:20:15
    특파원 리포트
전 세계 코로나19 전염병이 환자 300만 명, 사망자 2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16개 나라에서 발생해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다. 중국과 한국이 진정세에 접어들자 유럽과 미국이 들끓고 있다. 폭발기에 접어들고 있는 러시아와 남미, 인도, 터키, 일본은 끝이 가늠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은 일을 동시에 겪고 있는 세계. 이 사태가 누구 탓인지를 두고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줄 잇는 소송…"중국이 책임져라"

미국 미주리주가 중국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주 정부 가운데 처음이다. 에릭 슈미트 미주리주 법무장관은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위험성과 전염력에 대해 전 세계에 거짓말을 했고, 내부 고발자를 침묵하게 했다"며 "중국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의 한 법률회사도 민간 피해자를 대리해 중국 정부에 소송을 냈다. 4명으로 시작한 소송이 40개 나라 1만여 명으로 늘었다고 이 법률회사는 밝혔다. 배상 청구 규모가 6조 달러, 우리 돈 7천400조 원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기업과 이스라엘 인권변호사 협회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크리스 스미스(공화, 뉴저지) 美 하원의원. 스미스 의원은 코로나19 피해를 본 미국 시민들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고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에 소송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도 미국에서 발의됐다. 크리스 스미스 의원 등은 법안을 제출하며 "중국 정부의 거짓말로 많은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고, 사업에 피해를 보았다"면서 "이 법안은 미국인들이 중국 때문에 잃어버린 것 중 일부를 되찾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를 법정에 세워 고의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은폐했다는 증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중국을 비난하기 위한 상징적인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솽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중국도 바이러스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中 "방역에나 신경 쓰라"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겅솽 대변인은 "2009년 신종플루(H1N1)가 미국에서 발생해 214개 나라에서 20만 명이 사망했을 때 미국에 배상을 요구한 나라가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때도 미국에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을 중단하고, 방역에나 신경 쓰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바이러스 발원지는 과학자가 연구할 일이지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각국 외교장관들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보다 분열과 원한을 조장하는 '정치 바이러스'가 더 파괴적"이라며 미국을 성토하고 있다.


'중국 책임론'으로 압박하는 서방 사회

무역전쟁에 합의하며 휴전에 들어갔던 미·중 양국이 코로나 사태로 다시 한 번 격돌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에서 막을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며 "그것 때문에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고 중국 책임을 분명히 했다. "고의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여론도 트럼프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시 주석이 세계 문제에 대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71%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방 사회도 점점 중국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20일 "중국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과 초기 확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국을 지적했다. 영국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졌는지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미국을 거드는 등 중국 비판을 자제해왔던 유럽사회도 중국 압박에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마스크 외교'로 우군 넓혀 가는 중국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인식은 한 마디로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이라는 거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사평에서 중국만이 전장이었던 사태 초기, 각국이 면밀한 검역조치를 취했다면 유럽이 차례로 바이러스에 타격을 입고, 미국에서 매일 수천 명이 숨지는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른바 '마스크 외교'로 우군도 확보해 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코로나 사태 이후 시진핑 주석이 32개 나라 정상과 40차례, 리커창 총리는 12차례, 왕이 외교부장은 46개 나라 외교장관과 통화했다고 공개했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중국의 국제사회 공헌과 중국 책임론을 반박하는 내용이었을 게 뻔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는 "중국이 바이러스 출현을 제때 국제사회에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은 비생산적"이라는 답도 얻어냈다.

중국과 한국을 제외하고 세계 어느 나라도 코로나19 의료·방역 장비를 수출할 수 없는 탓에 중국의 이른바 '마스크 외교'는 실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 뒷마당'으로 여겨지는 중남미에는 매일같이 중국에서 의료장비를 가득 실은 비행기가 도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는 곧 세 번째 비행기가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할 예정이고, 멕시코, 페루,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경제 사정이 열악한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에는 무상으로 제공했다. 멕시코 외교장관과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그라시아스 중국!!(Gracias, '감사합니다'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이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에도 '불량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산 장비가 연일 도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탈리아 여론조사에서 중국은 '친구', 독일은 '적'으로 규정한 응답이 나왔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바이러스가 확산할 때 마스크 등의 수출을 막았던 EU의 주축 독일과 프랑스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서운함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탈리아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세계는 이전과 다른 전혀 다른 곳이 될 것"이라면서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달라질 세계의 모습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진 우리나라도 코로나19를 슬기롭게 대처한 몇 나라 중의 하나다. 이전과 전혀 다른 국제질서에서 한국은 어느 위치,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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