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썰렁한 대학서 주민들 시위 팻말 치켜든 이유는?
화창한 봄 날씨에도 코로나19로 썰렁한 제주대학교 캠퍼스 앞. 마스크를 낀 주민들이 시위 팻말을 잔뜩 들고 찾아왔습니다.
제주대 인근 산천단의 원룸 임대업주들로 구성된 제주대 기숙사 증설 사업 저지 투쟁위원회로, 지난 20일 대학 측에 항의하는 첫 집회를 한 겁니다.
이날 투쟁위는 '건설업자 배를 불리는 BTL 사업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제주대학교의 기숙사 증설 사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제주대학교가 2023년 준공을 목표로 428억 원을 투자받아 건설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기숙사'가 문을 열면, 대학가 인근 원룸촌은 완전히 고사한다고 투쟁위는 주장하는데요.
기숙사 증설 문제를 두고 수도권 일부 대학에서 불거진 학교 측과 임대사업 주민 간 갈등이 제주까지 번진 걸까요? 투쟁에 들어간 주민들과 학교 측, 학생 측 입장을 좀 더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투쟁위 "기숙사 과잉공급으로 원룸촌 슬럼화 가속"
제주대 기숙사 증설 사업 저지 투쟁위는 급속한 학령인구 감소가 예견된 상황에서 제주대학교가 기숙사를 무리하게 증설해 세금을 낭비하고, 인근 원룸촌을 슬럼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제주대가 2, 3차에 걸쳐 BTL 사업 기숙사를 지어 4년 전 1,700명 수준이던 기숙사 수용인원을 지난해 2,900명까지 늘렸는데, 곧바로 4차 BTL 사업을 추진해 공급과잉을 불러온다는 게 투쟁위 주장입니다.
이번 4차 BTL 사업으로 9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축 기숙사가 또 생기면, 현재 1,500여 명이 수용 가능한 제주대 정∙후문 원룸들은 완전히 고사하게 된다는 건데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하반기 제주대 정∙후문 원룸들의 공실률이 35%까지 치솟았다고 투쟁위는 설명합니다.
결국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원룸 가격은 폭락할 것이고, 지금도 제주시 내 일원에서 가장 임대료가 싼 대학 정∙후문 원룸촌은 이미 슬럼화가 진행 중이라고 투쟁위는 주장합니다.
투쟁위는 제주대에서 추진 중인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BTL 사업은 민간이 자금을 투자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뒤 정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관리운영권을 획득하고, 정부는 약정기간 해당 시설을 임차해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민간투자사업을 말하는데요.
제주대의 경우 제주도 외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과거 기숙사 증설 사업이 추진됐다며, 건설사업자의 사업비와 수익금을 충당할 학생들의 기숙사비가 도 외로 유출되면 제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영세 원룸 사업자들만 퇴출당할 뿐이라고 투쟁위는 주장합니다.
투쟁위는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교육부에 이와 관련해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사진 출처: 제주대 홈페이지
1년간 학생 8백 명 가까이 기숙사 탈락 "학생 수요는 학교가 감당해야!"
제주대학교는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기숙사를 더 지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에만 기숙사를 신청한 학생 중에서 8백 명 가까이 탈락했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는데요. 또 제주대 기숙사 수용률은 현재 27%로, 교육부가 2025년까지 목표로 정한 국립대 기숙사 수용률 30%에 맞추려면 기숙사 추가 건립은 필요하다는 게 학교 측 입장입니다.
대책위가 제기하는 BTL 방식 문제에 대해 제주대 측은, 민간 투자 방식의 이번 기숙사 증설 사업계획 관련 타당성과 적격성을 교육부로부터 인정받았고, 국회가 지난해 말 사업 한도액까지 결정 내렸다고 피력했습니다.
또, 대학가 원룸 임대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대학 측은 강조했습니다.
제주대 BTL 신형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 한 학기(121일)에 76만 원, 하루 6천3백 원꼴입니다. 구형 기숙사비는 이보다도 낮은 51만 원으로, 시중 원룸 임대료보다 낮다는 게 학교 측 설명입니다.

통학만 '2시간' 서울-경기권 출퇴근 뺨쳐…'연세' 부담도
기숙사에 대한 제주대 학생들의 생각도 들어봤습니다.
먼저, 신입생 때부터 2년간 학교 기숙사에 살았지만 지난해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진 제주대 재학생 A 씨 이야기인데요. 제주시 한림읍에 사는 A 씨는 기숙사 신청 탈락 후 한 학기를 집에서 통학했습니다. 집에서 대학 캠퍼스까지 버스를 갈아타면 편도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통학만 해도 진이 빠져 학교생활이 힘들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기숙사 탈락 이유를 묻자 A 씨는, 제주도 외 재학생들에게 기숙사 입소 우선 순위가 주어져 상대적으로 제주가 고향인 학생들은 기숙사 탈락률이 높다고 하소연했는데요. 같은 제주시권으로 묶여도 통학 시간은 천차만별인데, 기숙사를 선호하는 제주지역 학생들이 신청에서 떨어져 아쉽다는 겁니다.
지난해 기숙사 신청에서 A 씨와 함께 떨어진 B 씨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B 씨는 집이 서귀포시 중문동이라 버스를 타고 제주시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편도 기준 2시간 가까이 걸려, 결국 한 학기 동안 부모님 차를 타고 통학했다고 합니다.
학교 기숙사에서 4년을 지낸 졸업생 C 씨는 통학 불편 해소 외에도 제주만의 독특한 '연세' 문화가 기숙사 선호에 한몫했다고 말합니다.
기숙사는 방학 기간 방을 비울 수 있어 따로 돈이 들지 않지만, 제주지역 원룸은 보통 1년 치 임대료를 한 번에 내는 '연세'로 계약해 학생이 손해를 본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원룸에 사는 대학 친구들은 방학 때마다 '원룸 승계'로 애를 먹는다고 C 씨는 말했습니다. 기숙사 1학기 신청률 대비 2학기 신청률은 떨어지는 추세라며, 기숙사에 살던 학생들이 개인 일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원룸 등으로 독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C 씨는 말했습니다.
이밖에 기숙사를 선호하는 여대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룸보다 여자 기숙사가 안전하다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이로 인해 남자 기숙사보다 여자 기숙사의 경쟁률이 높다고도 했습니다.
'학생-학교-주민' 상생 방안 제주서도 가능할까?
이달 중순 제주대학교와 투쟁위는 기숙사 증설 관련 첫 면담을 가졌지만, 각자 입장만 확인하고 끝났습니다.
면담 이후 투쟁위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기숙사 증설 반대 활동을 지속할 계획인데요.
학교 측은 이미 사업 계획 단계가 마무리돼 고시만 앞둔 상황이라 사업 전면 무효화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결국, 양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갈등 해결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되는데요.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학생 대 주민' 갈등으로까지 불거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드물지만 행정이 중재 역할에 나서면서 타협안이 만들어져 갈등이 봉합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대와 지자체가 다른 지역 사례를 참고해 학생과 지역 주민 모두 만족하는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화창한 봄 날씨에도 코로나19로 썰렁한 제주대학교 캠퍼스 앞. 마스크를 낀 주민들이 시위 팻말을 잔뜩 들고 찾아왔습니다.
제주대 인근 산천단의 원룸 임대업주들로 구성된 제주대 기숙사 증설 사업 저지 투쟁위원회로, 지난 20일 대학 측에 항의하는 첫 집회를 한 겁니다.
이날 투쟁위는 '건설업자 배를 불리는 BTL 사업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제주대학교의 기숙사 증설 사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제주대학교가 2023년 준공을 목표로 428억 원을 투자받아 건설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기숙사'가 문을 열면, 대학가 인근 원룸촌은 완전히 고사한다고 투쟁위는 주장하는데요.
기숙사 증설 문제를 두고 수도권 일부 대학에서 불거진 학교 측과 임대사업 주민 간 갈등이 제주까지 번진 걸까요? 투쟁에 들어간 주민들과 학교 측, 학생 측 입장을 좀 더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투쟁위 "기숙사 과잉공급으로 원룸촌 슬럼화 가속"
제주대 기숙사 증설 사업 저지 투쟁위는 급속한 학령인구 감소가 예견된 상황에서 제주대학교가 기숙사를 무리하게 증설해 세금을 낭비하고, 인근 원룸촌을 슬럼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제주대가 2, 3차에 걸쳐 BTL 사업 기숙사를 지어 4년 전 1,700명 수준이던 기숙사 수용인원을 지난해 2,900명까지 늘렸는데, 곧바로 4차 BTL 사업을 추진해 공급과잉을 불러온다는 게 투쟁위 주장입니다.
이번 4차 BTL 사업으로 9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축 기숙사가 또 생기면, 현재 1,500여 명이 수용 가능한 제주대 정∙후문 원룸들은 완전히 고사하게 된다는 건데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하반기 제주대 정∙후문 원룸들의 공실률이 35%까지 치솟았다고 투쟁위는 설명합니다.
결국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원룸 가격은 폭락할 것이고, 지금도 제주시 내 일원에서 가장 임대료가 싼 대학 정∙후문 원룸촌은 이미 슬럼화가 진행 중이라고 투쟁위는 주장합니다.
투쟁위는 제주대에서 추진 중인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BTL 사업은 민간이 자금을 투자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뒤 정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관리운영권을 획득하고, 정부는 약정기간 해당 시설을 임차해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민간투자사업을 말하는데요.
제주대의 경우 제주도 외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과거 기숙사 증설 사업이 추진됐다며, 건설사업자의 사업비와 수익금을 충당할 학생들의 기숙사비가 도 외로 유출되면 제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영세 원룸 사업자들만 퇴출당할 뿐이라고 투쟁위는 주장합니다.
투쟁위는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교육부에 이와 관련해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1년간 학생 8백 명 가까이 기숙사 탈락 "학생 수요는 학교가 감당해야!"
제주대학교는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기숙사를 더 지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에만 기숙사를 신청한 학생 중에서 8백 명 가까이 탈락했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는데요. 또 제주대 기숙사 수용률은 현재 27%로, 교육부가 2025년까지 목표로 정한 국립대 기숙사 수용률 30%에 맞추려면 기숙사 추가 건립은 필요하다는 게 학교 측 입장입니다.
대책위가 제기하는 BTL 방식 문제에 대해 제주대 측은, 민간 투자 방식의 이번 기숙사 증설 사업계획 관련 타당성과 적격성을 교육부로부터 인정받았고, 국회가 지난해 말 사업 한도액까지 결정 내렸다고 피력했습니다.
또, 대학가 원룸 임대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대학 측은 강조했습니다.
제주대 BTL 신형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 한 학기(121일)에 76만 원, 하루 6천3백 원꼴입니다. 구형 기숙사비는 이보다도 낮은 51만 원으로, 시중 원룸 임대료보다 낮다는 게 학교 측 설명입니다.

통학만 '2시간' 서울-경기권 출퇴근 뺨쳐…'연세' 부담도
기숙사에 대한 제주대 학생들의 생각도 들어봤습니다.
먼저, 신입생 때부터 2년간 학교 기숙사에 살았지만 지난해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진 제주대 재학생 A 씨 이야기인데요. 제주시 한림읍에 사는 A 씨는 기숙사 신청 탈락 후 한 학기를 집에서 통학했습니다. 집에서 대학 캠퍼스까지 버스를 갈아타면 편도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통학만 해도 진이 빠져 학교생활이 힘들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기숙사 탈락 이유를 묻자 A 씨는, 제주도 외 재학생들에게 기숙사 입소 우선 순위가 주어져 상대적으로 제주가 고향인 학생들은 기숙사 탈락률이 높다고 하소연했는데요. 같은 제주시권으로 묶여도 통학 시간은 천차만별인데, 기숙사를 선호하는 제주지역 학생들이 신청에서 떨어져 아쉽다는 겁니다.
지난해 기숙사 신청에서 A 씨와 함께 떨어진 B 씨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B 씨는 집이 서귀포시 중문동이라 버스를 타고 제주시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편도 기준 2시간 가까이 걸려, 결국 한 학기 동안 부모님 차를 타고 통학했다고 합니다.
학교 기숙사에서 4년을 지낸 졸업생 C 씨는 통학 불편 해소 외에도 제주만의 독특한 '연세' 문화가 기숙사 선호에 한몫했다고 말합니다.
기숙사는 방학 기간 방을 비울 수 있어 따로 돈이 들지 않지만, 제주지역 원룸은 보통 1년 치 임대료를 한 번에 내는 '연세'로 계약해 학생이 손해를 본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원룸에 사는 대학 친구들은 방학 때마다 '원룸 승계'로 애를 먹는다고 C 씨는 말했습니다. 기숙사 1학기 신청률 대비 2학기 신청률은 떨어지는 추세라며, 기숙사에 살던 학생들이 개인 일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원룸 등으로 독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C 씨는 말했습니다.
이밖에 기숙사를 선호하는 여대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룸보다 여자 기숙사가 안전하다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이로 인해 남자 기숙사보다 여자 기숙사의 경쟁률이 높다고도 했습니다.
'학생-학교-주민' 상생 방안 제주서도 가능할까?
이달 중순 제주대학교와 투쟁위는 기숙사 증설 관련 첫 면담을 가졌지만, 각자 입장만 확인하고 끝났습니다.
면담 이후 투쟁위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기숙사 증설 반대 활동을 지속할 계획인데요.
학교 측은 이미 사업 계획 단계가 마무리돼 고시만 앞둔 상황이라 사업 전면 무효화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결국, 양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갈등 해결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되는데요.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학생 대 주민' 갈등으로까지 불거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드물지만 행정이 중재 역할에 나서면서 타협안이 만들어져 갈등이 봉합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대와 지자체가 다른 지역 사례를 참고해 학생과 지역 주민 모두 만족하는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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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숙사 증설에 주민들 “원룸 고사” 피켓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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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4-23 17:08:22

썰렁한 대학서 주민들 시위 팻말 치켜든 이유는?
화창한 봄 날씨에도 코로나19로 썰렁한 제주대학교 캠퍼스 앞. 마스크를 낀 주민들이 시위 팻말을 잔뜩 들고 찾아왔습니다.
제주대 인근 산천단의 원룸 임대업주들로 구성된 제주대 기숙사 증설 사업 저지 투쟁위원회로, 지난 20일 대학 측에 항의하는 첫 집회를 한 겁니다.
이날 투쟁위는 '건설업자 배를 불리는 BTL 사업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제주대학교의 기숙사 증설 사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제주대학교가 2023년 준공을 목표로 428억 원을 투자받아 건설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기숙사'가 문을 열면, 대학가 인근 원룸촌은 완전히 고사한다고 투쟁위는 주장하는데요.
기숙사 증설 문제를 두고 수도권 일부 대학에서 불거진 학교 측과 임대사업 주민 간 갈등이 제주까지 번진 걸까요? 투쟁에 들어간 주민들과 학교 측, 학생 측 입장을 좀 더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투쟁위 "기숙사 과잉공급으로 원룸촌 슬럼화 가속"
제주대 기숙사 증설 사업 저지 투쟁위는 급속한 학령인구 감소가 예견된 상황에서 제주대학교가 기숙사를 무리하게 증설해 세금을 낭비하고, 인근 원룸촌을 슬럼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제주대가 2, 3차에 걸쳐 BTL 사업 기숙사를 지어 4년 전 1,700명 수준이던 기숙사 수용인원을 지난해 2,900명까지 늘렸는데, 곧바로 4차 BTL 사업을 추진해 공급과잉을 불러온다는 게 투쟁위 주장입니다.
이번 4차 BTL 사업으로 9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축 기숙사가 또 생기면, 현재 1,500여 명이 수용 가능한 제주대 정∙후문 원룸들은 완전히 고사하게 된다는 건데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하반기 제주대 정∙후문 원룸들의 공실률이 35%까지 치솟았다고 투쟁위는 설명합니다.
결국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원룸 가격은 폭락할 것이고, 지금도 제주시 내 일원에서 가장 임대료가 싼 대학 정∙후문 원룸촌은 이미 슬럼화가 진행 중이라고 투쟁위는 주장합니다.
투쟁위는 제주대에서 추진 중인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BTL 사업은 민간이 자금을 투자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뒤 정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관리운영권을 획득하고, 정부는 약정기간 해당 시설을 임차해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민간투자사업을 말하는데요.
제주대의 경우 제주도 외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과거 기숙사 증설 사업이 추진됐다며, 건설사업자의 사업비와 수익금을 충당할 학생들의 기숙사비가 도 외로 유출되면 제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영세 원룸 사업자들만 퇴출당할 뿐이라고 투쟁위는 주장합니다.
투쟁위는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교육부에 이와 관련해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1년간 학생 8백 명 가까이 기숙사 탈락 "학생 수요는 학교가 감당해야!"
제주대학교는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기숙사를 더 지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에만 기숙사를 신청한 학생 중에서 8백 명 가까이 탈락했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는데요. 또 제주대 기숙사 수용률은 현재 27%로, 교육부가 2025년까지 목표로 정한 국립대 기숙사 수용률 30%에 맞추려면 기숙사 추가 건립은 필요하다는 게 학교 측 입장입니다.
대책위가 제기하는 BTL 방식 문제에 대해 제주대 측은, 민간 투자 방식의 이번 기숙사 증설 사업계획 관련 타당성과 적격성을 교육부로부터 인정받았고, 국회가 지난해 말 사업 한도액까지 결정 내렸다고 피력했습니다.
또, 대학가 원룸 임대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대학 측은 강조했습니다.
제주대 BTL 신형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 한 학기(121일)에 76만 원, 하루 6천3백 원꼴입니다. 구형 기숙사비는 이보다도 낮은 51만 원으로, 시중 원룸 임대료보다 낮다는 게 학교 측 설명입니다.

통학만 '2시간' 서울-경기권 출퇴근 뺨쳐…'연세' 부담도
기숙사에 대한 제주대 학생들의 생각도 들어봤습니다.
먼저, 신입생 때부터 2년간 학교 기숙사에 살았지만 지난해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진 제주대 재학생 A 씨 이야기인데요. 제주시 한림읍에 사는 A 씨는 기숙사 신청 탈락 후 한 학기를 집에서 통학했습니다. 집에서 대학 캠퍼스까지 버스를 갈아타면 편도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통학만 해도 진이 빠져 학교생활이 힘들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기숙사 탈락 이유를 묻자 A 씨는, 제주도 외 재학생들에게 기숙사 입소 우선 순위가 주어져 상대적으로 제주가 고향인 학생들은 기숙사 탈락률이 높다고 하소연했는데요. 같은 제주시권으로 묶여도 통학 시간은 천차만별인데, 기숙사를 선호하는 제주지역 학생들이 신청에서 떨어져 아쉽다는 겁니다.
지난해 기숙사 신청에서 A 씨와 함께 떨어진 B 씨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B 씨는 집이 서귀포시 중문동이라 버스를 타고 제주시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편도 기준 2시간 가까이 걸려, 결국 한 학기 동안 부모님 차를 타고 통학했다고 합니다.
학교 기숙사에서 4년을 지낸 졸업생 C 씨는 통학 불편 해소 외에도 제주만의 독특한 '연세' 문화가 기숙사 선호에 한몫했다고 말합니다.
기숙사는 방학 기간 방을 비울 수 있어 따로 돈이 들지 않지만, 제주지역 원룸은 보통 1년 치 임대료를 한 번에 내는 '연세'로 계약해 학생이 손해를 본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원룸에 사는 대학 친구들은 방학 때마다 '원룸 승계'로 애를 먹는다고 C 씨는 말했습니다. 기숙사 1학기 신청률 대비 2학기 신청률은 떨어지는 추세라며, 기숙사에 살던 학생들이 개인 일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원룸 등으로 독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C 씨는 말했습니다.
이밖에 기숙사를 선호하는 여대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룸보다 여자 기숙사가 안전하다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이로 인해 남자 기숙사보다 여자 기숙사의 경쟁률이 높다고도 했습니다.
'학생-학교-주민' 상생 방안 제주서도 가능할까?
이달 중순 제주대학교와 투쟁위는 기숙사 증설 관련 첫 면담을 가졌지만, 각자 입장만 확인하고 끝났습니다.
면담 이후 투쟁위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기숙사 증설 반대 활동을 지속할 계획인데요.
학교 측은 이미 사업 계획 단계가 마무리돼 고시만 앞둔 상황이라 사업 전면 무효화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결국, 양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갈등 해결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되는데요.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학생 대 주민' 갈등으로까지 불거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드물지만 행정이 중재 역할에 나서면서 타협안이 만들어져 갈등이 봉합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대와 지자체가 다른 지역 사례를 참고해 학생과 지역 주민 모두 만족하는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화창한 봄 날씨에도 코로나19로 썰렁한 제주대학교 캠퍼스 앞. 마스크를 낀 주민들이 시위 팻말을 잔뜩 들고 찾아왔습니다.
제주대 인근 산천단의 원룸 임대업주들로 구성된 제주대 기숙사 증설 사업 저지 투쟁위원회로, 지난 20일 대학 측에 항의하는 첫 집회를 한 겁니다.
이날 투쟁위는 '건설업자 배를 불리는 BTL 사업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제주대학교의 기숙사 증설 사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제주대학교가 2023년 준공을 목표로 428억 원을 투자받아 건설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기숙사'가 문을 열면, 대학가 인근 원룸촌은 완전히 고사한다고 투쟁위는 주장하는데요.
기숙사 증설 문제를 두고 수도권 일부 대학에서 불거진 학교 측과 임대사업 주민 간 갈등이 제주까지 번진 걸까요? 투쟁에 들어간 주민들과 학교 측, 학생 측 입장을 좀 더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투쟁위 "기숙사 과잉공급으로 원룸촌 슬럼화 가속"
제주대 기숙사 증설 사업 저지 투쟁위는 급속한 학령인구 감소가 예견된 상황에서 제주대학교가 기숙사를 무리하게 증설해 세금을 낭비하고, 인근 원룸촌을 슬럼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제주대가 2, 3차에 걸쳐 BTL 사업 기숙사를 지어 4년 전 1,700명 수준이던 기숙사 수용인원을 지난해 2,900명까지 늘렸는데, 곧바로 4차 BTL 사업을 추진해 공급과잉을 불러온다는 게 투쟁위 주장입니다.
이번 4차 BTL 사업으로 9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축 기숙사가 또 생기면, 현재 1,500여 명이 수용 가능한 제주대 정∙후문 원룸들은 완전히 고사하게 된다는 건데요.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하반기 제주대 정∙후문 원룸들의 공실률이 35%까지 치솟았다고 투쟁위는 설명합니다.
결국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원룸 가격은 폭락할 것이고, 지금도 제주시 내 일원에서 가장 임대료가 싼 대학 정∙후문 원룸촌은 이미 슬럼화가 진행 중이라고 투쟁위는 주장합니다.
투쟁위는 제주대에서 추진 중인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BTL 사업은 민간이 자금을 투자해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뒤 정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관리운영권을 획득하고, 정부는 약정기간 해당 시설을 임차해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민간투자사업을 말하는데요.
제주대의 경우 제주도 외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과거 기숙사 증설 사업이 추진됐다며, 건설사업자의 사업비와 수익금을 충당할 학생들의 기숙사비가 도 외로 유출되면 제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영세 원룸 사업자들만 퇴출당할 뿐이라고 투쟁위는 주장합니다.
투쟁위는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교육부에 이와 관련해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1년간 학생 8백 명 가까이 기숙사 탈락 "학생 수요는 학교가 감당해야!"
제주대학교는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기숙사를 더 지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에만 기숙사를 신청한 학생 중에서 8백 명 가까이 탈락했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는데요. 또 제주대 기숙사 수용률은 현재 27%로, 교육부가 2025년까지 목표로 정한 국립대 기숙사 수용률 30%에 맞추려면 기숙사 추가 건립은 필요하다는 게 학교 측 입장입니다.
대책위가 제기하는 BTL 방식 문제에 대해 제주대 측은, 민간 투자 방식의 이번 기숙사 증설 사업계획 관련 타당성과 적격성을 교육부로부터 인정받았고, 국회가 지난해 말 사업 한도액까지 결정 내렸다고 피력했습니다.
또, 대학가 원룸 임대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복지를 위한 것이라고 대학 측은 강조했습니다.
제주대 BTL 신형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 한 학기(121일)에 76만 원, 하루 6천3백 원꼴입니다. 구형 기숙사비는 이보다도 낮은 51만 원으로, 시중 원룸 임대료보다 낮다는 게 학교 측 설명입니다.

통학만 '2시간' 서울-경기권 출퇴근 뺨쳐…'연세' 부담도
기숙사에 대한 제주대 학생들의 생각도 들어봤습니다.
먼저, 신입생 때부터 2년간 학교 기숙사에 살았지만 지난해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진 제주대 재학생 A 씨 이야기인데요. 제주시 한림읍에 사는 A 씨는 기숙사 신청 탈락 후 한 학기를 집에서 통학했습니다. 집에서 대학 캠퍼스까지 버스를 갈아타면 편도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렸기 때문에, 통학만 해도 진이 빠져 학교생활이 힘들었다고 A 씨는 말합니다.
기숙사 탈락 이유를 묻자 A 씨는, 제주도 외 재학생들에게 기숙사 입소 우선 순위가 주어져 상대적으로 제주가 고향인 학생들은 기숙사 탈락률이 높다고 하소연했는데요. 같은 제주시권으로 묶여도 통학 시간은 천차만별인데, 기숙사를 선호하는 제주지역 학생들이 신청에서 떨어져 아쉽다는 겁니다.
지난해 기숙사 신청에서 A 씨와 함께 떨어진 B 씨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B 씨는 집이 서귀포시 중문동이라 버스를 타고 제주시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편도 기준 2시간 가까이 걸려, 결국 한 학기 동안 부모님 차를 타고 통학했다고 합니다.
학교 기숙사에서 4년을 지낸 졸업생 C 씨는 통학 불편 해소 외에도 제주만의 독특한 '연세' 문화가 기숙사 선호에 한몫했다고 말합니다.
기숙사는 방학 기간 방을 비울 수 있어 따로 돈이 들지 않지만, 제주지역 원룸은 보통 1년 치 임대료를 한 번에 내는 '연세'로 계약해 학생이 손해를 본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원룸에 사는 대학 친구들은 방학 때마다 '원룸 승계'로 애를 먹는다고 C 씨는 말했습니다. 기숙사 1학기 신청률 대비 2학기 신청률은 떨어지는 추세라며, 기숙사에 살던 학생들이 개인 일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원룸 등으로 독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C 씨는 말했습니다.
이밖에 기숙사를 선호하는 여대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룸보다 여자 기숙사가 안전하다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이로 인해 남자 기숙사보다 여자 기숙사의 경쟁률이 높다고도 했습니다.
'학생-학교-주민' 상생 방안 제주서도 가능할까?
이달 중순 제주대학교와 투쟁위는 기숙사 증설 관련 첫 면담을 가졌지만, 각자 입장만 확인하고 끝났습니다.
면담 이후 투쟁위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기숙사 증설 반대 활동을 지속할 계획인데요.
학교 측은 이미 사업 계획 단계가 마무리돼 고시만 앞둔 상황이라 사업 전면 무효화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결국, 양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갈등 해결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되는데요.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학생 대 주민' 갈등으로까지 불거지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드물지만 행정이 중재 역할에 나서면서 타협안이 만들어져 갈등이 봉합되기도 했습니다. 제주대와 지자체가 다른 지역 사례를 참고해 학생과 지역 주민 모두 만족하는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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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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