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中 시진핑 주석이 ‘불야성’ 거리에 간 까닭은…

입력 2020.04.24 (10:57) 수정 2020.04.24 (13: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산시성 시안의 당나라 문화 거리 다탕부예청(大唐不夜城·대당불야성)

산시성 시안의 당나라 문화 거리 다탕부예청(大唐不夜城·대당불야성)

중국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당(唐)나라의 수도 장안(長安, 현재의 시안·西安)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활발한 무역과 문화 교류가 이어지는 국제도시였다. 각국의 상인과 승려, 유학생들이 실크로드를 따라온 새로운 문물을 접하기 위해 장안으로 몰려들었다.

시안에는 당나라가 융성하던 시기를 재현한 다탕부예청(大唐不夜城·대당불야성)이라는 상업 문화 구역이 있다. '불야성' 이라는 이름답게 각종 조명과 간판등(燈)이 화려하게 비춰 늦은 밤까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2일 산시성(陝西省) 시안을 시찰하며 산시자동차와 시안교통대 등에 이어 다탕부예청 거리를 찾았다. 중국중앙(CC)TV 영상을 보면 시 주석은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시안의 명물 면 요리 음식점도 찾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야외 공연도 잠시 관람했다.

시진핑 주석이 다탕부예청 거리에서 노점 상인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출처: 신화사)시진핑 주석이 다탕부예청 거리에서 노점 상인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출처: 신화사)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침체한 경제를 살리기에 '야간 경제'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면서 내수 부양을 하나의 돌파구로 삼았던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각종 지원책을 동원해 야간 경제를 촉진해 오고 있다.

소비는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57.8%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그런데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도시인들 소비의 60%가 야간에 발생하고 대형 마트의 18~22시 매출 비중이 하루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밤 소비'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10여 개 성(省)·시(市)가 야간 경제 촉진 정책들을 내놨다. 산둥성(山東省) 지난(濟南)은 특화된 상가들의 경우 영업 시간을 22시까지로 연장하고 매장 밖에서도 장사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소비 진작책을 발표한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도 핵심을 '야간 경제' 활성화로 규정했다. 24시간 편의점과 음식점, 서점 등을 늘리고 밤 소비를 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들기로 했다.

지방 정부들이 앞다퉈 야간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결과 성과도 확인됐다. '중국 도시 야간 경제 영향력' 보고서'에서 1위를 차지한 충칭(重慶)시의 경우 지난해 야간 경제 활성화로 5,700억 위안의 관광 수입을 올렸는데 1년 새 32% 증가한 수치다.

봉쇄령이 풀린 후베이성 우한에서 21일 밤 남녀가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사진 출처: 신화사)봉쇄령이 풀린 후베이성 우한에서 21일 밤 남녀가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사진 출처: 신화사)

하지만 밤이든 낮이든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시장의 예상치인 -10.0%보다 훨씬 낮은 -15.8%로 나왔다. 1∼2월의 -20.5%에 이어 극심한 소비 위축 현상이 이어졌다.

베이징의 경우 대표적으로 '불야성'을 이루던 싼리툰(三里屯)도 코로나19 이후 끊긴 발걸음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23일 기자가 찾은 싼리툰의 술집 거리는 춘절 이후 닫은 문을 여전히 열지 못하고 있었다.

손님을 받지는 못하지만 잠시 가게를 둘러보러 나온 자오(趙) 씨에게 언제쯤 주점 문을 여냐고 묻자 베이징 시정부의 정책을 기다릴 뿐이라며 다음 달 말에나 열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23일 밤 베이징의 싼리툰. 젊은이들이 늘 북적이던 타이쿠리 쇼핑몰 앞이 한산하고(위) 맞은편 술집 거리는 불이 꺼져 있다(아래)23일 밤 베이징의 싼리툰. 젊은이들이 늘 북적이던 타이쿠리 쇼핑몰 앞이 한산하고(위) 맞은편 술집 거리는 불이 꺼져 있다(아래)

중국은 또 다음 달 1일부터 닷새간의 노동절 황금 연휴가 다가오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모든 관광지 입장객 수를 30% 이하로 제한하고 실내 공간은 문을 닫은 상태다. 관광지에서 이왕이면 밥도 도시락을 싸오라고 권하고 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연휴를 5일로 늘리긴 했는데 막상 사람들이 몰릴까봐 긴장하고 있다.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밤 소비'까지 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1분기 경제성장률 -6.8%를 받은 상황에서 남은 기간 속도를 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관광공사가 지자체와 손잡고 침체된 관광 산업을 회복하기 위해 야간 관광 콘텐츠를 발굴·육성한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겪은 중국 야간 경제 활성화 과정에 관심이 더 가는 이유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리포트] 中 시진핑 주석이 ‘불야성’ 거리에 간 까닭은…
    • 입력 2020-04-24 10:57:23
    • 수정2020-04-24 13:36:42
    특파원 리포트

산시성 시안의 당나라 문화 거리 다탕부예청(大唐不夜城·대당불야성)

중국 역사상 가장 번성했던 당(唐)나라의 수도 장안(長安, 현재의 시안·西安)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활발한 무역과 문화 교류가 이어지는 국제도시였다. 각국의 상인과 승려, 유학생들이 실크로드를 따라온 새로운 문물을 접하기 위해 장안으로 몰려들었다.

시안에는 당나라가 융성하던 시기를 재현한 다탕부예청(大唐不夜城·대당불야성)이라는 상업 문화 구역이 있다. '불야성' 이라는 이름답게 각종 조명과 간판등(燈)이 화려하게 비춰 늦은 밤까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2일 산시성(陝西省) 시안을 시찰하며 산시자동차와 시안교통대 등에 이어 다탕부예청 거리를 찾았다. 중국중앙(CC)TV 영상을 보면 시 주석은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시안의 명물 면 요리 음식점도 찾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야외 공연도 잠시 관람했다.

시진핑 주석이 다탕부예청 거리에서 노점 상인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출처: 신화사)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침체한 경제를 살리기에 '야간 경제'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면서 내수 부양을 하나의 돌파구로 삼았던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각종 지원책을 동원해 야간 경제를 촉진해 오고 있다.

소비는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57.8%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그런데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도시인들 소비의 60%가 야간에 발생하고 대형 마트의 18~22시 매출 비중이 하루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밤 소비'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10여 개 성(省)·시(市)가 야간 경제 촉진 정책들을 내놨다. 산둥성(山東省) 지난(濟南)은 특화된 상가들의 경우 영업 시간을 22시까지로 연장하고 매장 밖에서도 장사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소비 진작책을 발표한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도 핵심을 '야간 경제' 활성화로 규정했다. 24시간 편의점과 음식점, 서점 등을 늘리고 밤 소비를 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들기로 했다.

지방 정부들이 앞다퉈 야간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결과 성과도 확인됐다. '중국 도시 야간 경제 영향력' 보고서'에서 1위를 차지한 충칭(重慶)시의 경우 지난해 야간 경제 활성화로 5,700억 위안의 관광 수입을 올렸는데 1년 새 32% 증가한 수치다.

봉쇄령이 풀린 후베이성 우한에서 21일 밤 남녀가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사진 출처: 신화사)
하지만 밤이든 낮이든 중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시장의 예상치인 -10.0%보다 훨씬 낮은 -15.8%로 나왔다. 1∼2월의 -20.5%에 이어 극심한 소비 위축 현상이 이어졌다.

베이징의 경우 대표적으로 '불야성'을 이루던 싼리툰(三里屯)도 코로나19 이후 끊긴 발걸음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23일 기자가 찾은 싼리툰의 술집 거리는 춘절 이후 닫은 문을 여전히 열지 못하고 있었다.

손님을 받지는 못하지만 잠시 가게를 둘러보러 나온 자오(趙) 씨에게 언제쯤 주점 문을 여냐고 묻자 베이징 시정부의 정책을 기다릴 뿐이라며 다음 달 말에나 열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23일 밤 베이징의 싼리툰. 젊은이들이 늘 북적이던 타이쿠리 쇼핑몰 앞이 한산하고(위) 맞은편 술집 거리는 불이 꺼져 있다(아래)
중국은 또 다음 달 1일부터 닷새간의 노동절 황금 연휴가 다가오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모든 관광지 입장객 수를 30% 이하로 제한하고 실내 공간은 문을 닫은 상태다. 관광지에서 이왕이면 밥도 도시락을 싸오라고 권하고 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연휴를 5일로 늘리긴 했는데 막상 사람들이 몰릴까봐 긴장하고 있다.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밤 소비'까지 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1분기 경제성장률 -6.8%를 받은 상황에서 남은 기간 속도를 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관광공사가 지자체와 손잡고 침체된 관광 산업을 회복하기 위해 야간 관광 콘텐츠를 발굴·육성한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겪은 중국 야간 경제 활성화 과정에 관심이 더 가는 이유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