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오거돈에 보궐선거 비용 구상권 청구!”…가능할까?

입력 2020.04.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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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어제(23일) 성추행 사건으로 임기 도중 전격 사퇴하면서 부산시는 내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부산시선관위에 따르면 부산시는 오 전 시장이 당선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시의원 선출에 든 131억여 원의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재·보궐선거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때문에 일각에선 "본인(오 전 시장)이 보궐선거 비용을 내도록 해야 한다."거나 오 전 시장에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요?

인터넷 댓글 모음.인터넷 댓글 모음.

구상권 청구는 물론 손해배상 청구도 어려워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재·보궐선거 비용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부담케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경우는 국가가 부담하죠. 반면 재·보궐선거를 유발한 자에게 선거비용을 부담케 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법상으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원인 제공자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하거나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상권 청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 몇몇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손해배상을 통해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도 했지만 대부분 패소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유권자가 당사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개개인의 손해를 배상받긴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선거법 전문팀을 운용하며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다수 처리한 법무법인 '한결'의 김희제 변호사는 "보궐선거를 유발한 당사자에게 정치적, 윤리적 책임은 물을 수 있겠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엔 어려움이 많다,"면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공직에서 내려온 경우와 오 전 시장처럼 스스로 내려온 경우엔 판단의 잣대가 또 달라질 수 있다. 구상권 청구든 손해배상 청구든 모두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법 개정 움직임도 있었지만...

고위공직자의 범법행위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했죠. 이런 여론을 감지한 몇몇 여야 국회의원들은 관련 입법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재·보궐선거의 원인제공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2014년엔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2013년 6월과 7월에는 민주당 박완주, 이원욱 의원이 잇달아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앞선 두 경우가 원인 제공자에게 비용을 부담케 한 것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원인 제공자를 추천한 정당에게 책임을 지우는 안이었습니다. 원인 제공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을 경우 정당이 구상권도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발의된 개정안 모두 범죄나 당선자의 중도사퇴 등 당선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발생한 국민 피해를 일부 보상케 하고 임기 중 사퇴하는 사례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소관위 소위에서 논의되다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당시 작성된 국회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와 소관위 회의록을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선거비용을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개인과 정당에서 책임지도록 할 경우 공무담임권(국민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관의 구성원으로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을 제약할 수 있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선거공영제(선거운동의 자유방임에서 야기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선거를 관리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점,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오거든 부산시장이 2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거든 부산시장이 2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거돈 보궐선거 비용 본인이 부담케 해야" → 현실 가능성 희박.

우선 결론부터 내려볼까요?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된 부산시장 보궐선거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실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구상권 청구 역시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겠지만, 선거비용을 부담케 하는 문제는 헌법과 충돌할 수도 있어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때문에 '금전적 책임'보다는 '정치적 책임'을 지우자는 의견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귀책사유 제공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4.15재보궐 선거(총선과 같이 치러짐)는 전국 58개 선거구에서 치러졌습니다. 그 중 35곳, 그러니까 전체의 60%가 당선인의 불법·탈법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게 공공재정 혁신방안을 연구하는 시민단체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입니다. 그로 인해 해당 지자체 주민이 낸 세금이 추가로 지출된 겁니다.

지난 16일 대검찰청이 21대 총선과 관련해 수사 중인 당선인 수를 90명이라고 밝힌 데다, 고소·고발이 계속되고 있어 재·보궐선거 지역이 20대 총선 때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또한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경비집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 17~20대 국회 기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811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귀책사유 제공자가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문제 제기죠.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분명히 대책은 필요하지만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고민이 된다."면서 "고위공직자들이 불명예스런 퇴진을 한 경우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훨씬 강하게 지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미영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구상권 청구는 불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며 "개인보다는 정당에서 책임지는 구조로 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후보를 공천한 정당이 끝까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단순히 해당 지역에 공천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입니다.

어찌됐든 지금 그대로 가는 건 "무책임한 처사"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대책을 촉구하는 이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입니다.

※취재지원: 노수아 / 팩트체크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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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오거돈에 보궐선거 비용 구상권 청구!”…가능할까?
    • 입력 2020-04-24 19:45:52
    팩트체크K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어제(23일) 성추행 사건으로 임기 도중 전격 사퇴하면서 부산시는 내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부산시선관위에 따르면 부산시는 오 전 시장이 당선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시의원 선출에 든 131억여 원의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재·보궐선거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기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때문에 일각에선 "본인(오 전 시장)이 보궐선거 비용을 내도록 해야 한다."거나 오 전 시장에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요?

인터넷 댓글 모음.
구상권 청구는 물론 손해배상 청구도 어려워

현행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재·보궐선거 비용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부담케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경우는 국가가 부담하죠. 반면 재·보궐선거를 유발한 자에게 선거비용을 부담케 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법상으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원인 제공자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하거나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상권 청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 몇몇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손해배상을 통해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도 했지만 대부분 패소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유권자가 당사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개개인의 손해를 배상받긴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선거법 전문팀을 운용하며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다수 처리한 법무법인 '한결'의 김희제 변호사는 "보궐선거를 유발한 당사자에게 정치적, 윤리적 책임은 물을 수 있겠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엔 어려움이 많다,"면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공직에서 내려온 경우와 오 전 시장처럼 스스로 내려온 경우엔 판단의 잣대가 또 달라질 수 있다. 구상권 청구든 손해배상 청구든 모두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법 개정 움직임도 있었지만...

고위공직자의 범법행위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한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했죠. 이런 여론을 감지한 몇몇 여야 국회의원들은 관련 입법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재·보궐선거의 원인제공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2014년엔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2013년 6월과 7월에는 민주당 박완주, 이원욱 의원이 잇달아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앞선 두 경우가 원인 제공자에게 비용을 부담케 한 것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원인 제공자를 추천한 정당에게 책임을 지우는 안이었습니다. 원인 제공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을 경우 정당이 구상권도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발의된 개정안 모두 범죄나 당선자의 중도사퇴 등 당선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발생한 국민 피해를 일부 보상케 하고 임기 중 사퇴하는 사례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소관위 소위에서 논의되다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당시 작성된 국회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와 소관위 회의록을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선거비용을 국가나 지자체가 아닌, 개인과 정당에서 책임지도록 할 경우 공무담임권(국민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관의 구성원으로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을 제약할 수 있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선거공영제(선거운동의 자유방임에서 야기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선거를 관리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점,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오거든 부산시장이 23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거돈 보궐선거 비용 본인이 부담케 해야" → 현실 가능성 희박.

우선 결론부터 내려볼까요?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된 부산시장 보궐선거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실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구상권 청구 역시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이겠지만, 선거비용을 부담케 하는 문제는 헌법과 충돌할 수도 있어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때문에 '금전적 책임'보다는 '정치적 책임'을 지우자는 의견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귀책사유 제공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4.15재보궐 선거(총선과 같이 치러짐)는 전국 58개 선거구에서 치러졌습니다. 그 중 35곳, 그러니까 전체의 60%가 당선인의 불법·탈법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게 공공재정 혁신방안을 연구하는 시민단체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입니다. 그로 인해 해당 지자체 주민이 낸 세금이 추가로 지출된 겁니다.

지난 16일 대검찰청이 21대 총선과 관련해 수사 중인 당선인 수를 90명이라고 밝힌 데다, 고소·고발이 계속되고 있어 재·보궐선거 지역이 20대 총선 때보다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또한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경비집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 17~20대 국회 기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811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귀책사유 제공자가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문제 제기죠.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분명히 대책은 필요하지만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고민이 된다."면서 "고위공직자들이 불명예스런 퇴진을 한 경우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훨씬 강하게 지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미영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구상권 청구는 불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며 "개인보다는 정당에서 책임지는 구조로 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후보를 공천한 정당이 끝까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죠. 단순히 해당 지역에 공천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입니다.

어찌됐든 지금 그대로 가는 건 "무책임한 처사"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대책을 촉구하는 이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입니다.

※취재지원: 노수아 / 팩트체크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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