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마약왕·자유·반정부’…코로나 마스크에 담긴 목소리들

입력 2020.04.25 (07:12) 수정 2020.04.2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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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진 지 약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반년도 안 되는 기간 전 세계인들의 필수품으로 떠오른 생활용품이 있습니다. 마스크입니다.

천으로 입과 코를 막는 보호장구인 마스크. 단순한 형태의 이 마스크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현지 상황과 문화에 맞게 모습과 형태를 다양하게 바꿔나갔습니다.

게다가 각국 사람들은 마스크에 갖가지 그림이나 문자를 덧칠해 자기 생각을 나타내는 '의사소통 도구'로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마약왕 마스크멕시코 마약왕 마스크

■ 마스크에 '마약왕'이? 마약 카르텔이 코로나19 구호하는 멕시코

마스크에 그려진 남성, '엘 차포'로 유명한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입니다.

멕시코에서 구스만의 딸 알레한드리아 구스만이 이 마약왕 마스크와 함께 코로나19 구호물품을 빈곤층에게 전달한 겁니다. 현재 구스만은 미국에서 종신형을 받고 수감 중입니다.

해당 구호품은 합법적인 기업에서 전달한 것이지만 현재 멕시코에서는 실제 마약 카르텔들이 빈민들에게 선물과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빈자리를 마약 카르텔이 차지하고 나선 겁니다.

하지만 범죄 조직의 '의적(?)' 행위 곱게 볼 수만은 없는데요. 마약 유통과 살인 등 강력 범죄를 보다 수월하게 저지르기 위해 주민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페루 원주민 잎 마스크페루 원주민 잎 마스크

■ 페루 정부의 강력 방역 대책.. 원주민들은 '잎 마스크' 쓰고 "지원 부족" 항의

중남미 페루의 원주민들이 큰 잎으로 만들어진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부족에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가 페루에 확산하면서 이 원주민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페루의 확진자는 며칠 전 2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한 달 넘게 전 국민에 대해 강제 격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8일부터는 모든 학교의 대면 수업을 중지하고 원격 수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강력한 봉쇄 정책 덕인지 페루의 신규 확진자 수는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 마스크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 마스크

■ '코로나19 별거 아니다' 대통령 대응에 국론 분열된 브라질

마스크와 의복 색만 봐도 어느 나라인지 짐작이 될 겁니다. 브라질입니다.

브라질의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그의 모습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보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국민 사이에도 극한 대립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력이 낮다며 사회적 격리조치도 줄여야 한다는 태도인데요. 전문가들과 주지사들, 의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외에 코로나19 대응 수단은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급기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현지시간 19일 군사독재와 군 개입을 옹호하는 극우파 시위에 직접 참석해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대통령 퇴진 운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미국 코로나19 관련 시위자 마스크미국 코로나19 관련 시위자 마스크

■ '생계'와 '안전' 사이.. 마스크에 담긴 미국인들 생각은?

미국에서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자가격리와 셧다운 조치를 두고 이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질병 확산을 차단하려면 당연한 대책이라는 찬성론이 있는가 하면, '자유로운 삶이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마스크 문구처럼 셧다운을 해제하고 경제 정상화를 하라는 반대론이 서로 맞서고 있습니다. '질병으로부터 안전'과 '생계 유지'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코로나19 실업수당 신청자가 2천6백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상 최악의 경제 충격에 주 정부들은 경제 재가동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초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하고, 중국의 말만 믿어 대응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입니다. 올 하반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왼쪽)‘범죄자 총리’라고 적힌 이스라엘 시위대 마스크, (오른쪽)레바논 국기가 그려진 레바논 시위대 마스크 (왼쪽)‘범죄자 총리’라고 적힌 이스라엘 시위대 마스크, (오른쪽)레바논 국기가 그려진 레바논 시위대 마스크

■ 중동은 코로나19발 반정부 시위 중

코로나19 뒤 중동 지역에서도 정부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9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기 위해 2천 명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시민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19를 틈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현지시간 20일 비상 내각을 구성해 집권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또 자신에게 걸린 부패 혐의를 둘러싼 재판도 비상사태 선포로 미룰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신베트는 지난 3월부터 휴대전화로 코로나19 감염자 위치를 추적하고 있어 민주주의 후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레바논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를 호소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감염병 국면 전부터 정부가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던 레바논. 코로나19 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시위 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산발적인 집회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경찰 신속대응팀 마스크나이지리아 경찰 신속대응팀 마스크

■ 나이지리아 코로나19 구호품 노린 떼강도.. 신속대응팀(RRS) 출동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사이 아프리카의 감염자 수는 무려 43%나 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습니다.

통계 사이트 월드 오 미터에 따르면 24일 현재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8천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감염 폭발지역보다는 양호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의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데다 경제적 빈곤을 겪는 아프리카의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3개 마을이 식량과 코로나19 구호물품을 노린 강도들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총으로 무장한 강도단의 공격에 주민 4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최근 나이지리아에서는 코로나19 관련 통행금지 장기화 및 환율 급상승 등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생활고 가중으로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등 치안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방문 시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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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5 07:12:14
    • 수정2020-04-25 14: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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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진 지 약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반년도 안 되는 기간 전 세계인들의 필수품으로 떠오른 생활용품이 있습니다. 마스크입니다.

천으로 입과 코를 막는 보호장구인 마스크. 단순한 형태의 이 마스크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현지 상황과 문화에 맞게 모습과 형태를 다양하게 바꿔나갔습니다.

게다가 각국 사람들은 마스크에 갖가지 그림이나 문자를 덧칠해 자기 생각을 나타내는 '의사소통 도구'로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마약왕 마스크
■ 마스크에 '마약왕'이? 마약 카르텔이 코로나19 구호하는 멕시코

마스크에 그려진 남성, '엘 차포'로 유명한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입니다.

멕시코에서 구스만의 딸 알레한드리아 구스만이 이 마약왕 마스크와 함께 코로나19 구호물품을 빈곤층에게 전달한 겁니다. 현재 구스만은 미국에서 종신형을 받고 수감 중입니다.

해당 구호품은 합법적인 기업에서 전달한 것이지만 현재 멕시코에서는 실제 마약 카르텔들이 빈민들에게 선물과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빈자리를 마약 카르텔이 차지하고 나선 겁니다.

하지만 범죄 조직의 '의적(?)' 행위 곱게 볼 수만은 없는데요. 마약 유통과 살인 등 강력 범죄를 보다 수월하게 저지르기 위해 주민들을 같은 편으로 만들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페루 원주민 잎 마스크
■ 페루 정부의 강력 방역 대책.. 원주민들은 '잎 마스크' 쓰고 "지원 부족" 항의

중남미 페루의 원주민들이 큰 잎으로 만들어진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부족에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가 페루에 확산하면서 이 원주민들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페루의 확진자는 며칠 전 2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한 달 넘게 전 국민에 대해 강제 격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8일부터는 모든 학교의 대면 수업을 중지하고 원격 수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강력한 봉쇄 정책 덕인지 페루의 신규 확진자 수는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 마스크
■ '코로나19 별거 아니다' 대통령 대응에 국론 분열된 브라질

마스크와 의복 색만 봐도 어느 나라인지 짐작이 될 겁니다. 브라질입니다.

브라질의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그의 모습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보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국민 사이에도 극한 대립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력이 낮다며 사회적 격리조치도 줄여야 한다는 태도인데요. 전문가들과 주지사들, 의회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외에 코로나19 대응 수단은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급기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현지시간 19일 군사독재와 군 개입을 옹호하는 극우파 시위에 직접 참석해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브라질에서는 대통령 퇴진 운동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미국 코로나19 관련 시위자 마스크
■ '생계'와 '안전' 사이.. 마스크에 담긴 미국인들 생각은?

미국에서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자가격리와 셧다운 조치를 두고 이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질병 확산을 차단하려면 당연한 대책이라는 찬성론이 있는가 하면, '자유로운 삶이 아니면 죽음을'이라는 마스크 문구처럼 셧다운을 해제하고 경제 정상화를 하라는 반대론이 서로 맞서고 있습니다. '질병으로부터 안전'과 '생계 유지'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코로나19 실업수당 신청자가 2천6백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상 최악의 경제 충격에 주 정부들은 경제 재가동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초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하고, 중국의 말만 믿어 대응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입니다. 올 하반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먹구름이 끼었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왼쪽)‘범죄자 총리’라고 적힌 이스라엘 시위대 마스크, (오른쪽)레바논 국기가 그려진 레바논 시위대 마스크
■ 중동은 코로나19발 반정부 시위 중

코로나19 뒤 중동 지역에서도 정부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9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기 위해 2천 명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시민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19를 틈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현지시간 20일 비상 내각을 구성해 집권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또 자신에게 걸린 부패 혐의를 둘러싼 재판도 비상사태 선포로 미룰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신베트는 지난 3월부터 휴대전화로 코로나19 감염자 위치를 추적하고 있어 민주주의 후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레바논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를 호소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감염병 국면 전부터 정부가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던 레바논. 코로나19 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시위 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산발적인 집회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경찰 신속대응팀 마스크
■ 나이지리아 코로나19 구호품 노린 떼강도.. 신속대응팀(RRS) 출동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사이 아프리카의 감염자 수는 무려 43%나 늘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습니다.

통계 사이트 월드 오 미터에 따르면 24일 현재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8천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 감염 폭발지역보다는 양호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의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한 데다 경제적 빈곤을 겪는 아프리카의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3개 마을이 식량과 코로나19 구호물품을 노린 강도들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총으로 무장한 강도단의 공격에 주민 4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최근 나이지리아에서는 코로나19 관련 통행금지 장기화 및 환율 급상승 등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생활고 가중으로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등 치안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방문 시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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