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③ “미국은 합리적 검사 할당 시스템 갖추지 못해”

입력 2020.04.26 (09:01) 수정 2020.04.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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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한 테스트와 역학조사의 조합은 우리가 코로나19의 발병 확산세를 조기에 꺾을 수 있었던 핵심요소다. 세계에서 처음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더 빠르고 더 안전한 검사를 가능하게 했다.


게이츠는 이 테스트와 역학 추적의 과정에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살핀다. 우리에겐 조금은 익숙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이 실패한 ‘시스템 혁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는 이 테스트와 역학조사를 더 자세한 ‘기기 혁신’과 ‘우선순위 설정’. ‘상시 가능한 시스템의 구성’ 등 세부요소로 분해해 살펴본다. 그 안에서 우리나라 역시 어떤 혁신이 더 필요한지를 살펴볼 수 있다. 다른 한편, ‘질서’를 위한 ‘인권 제한’은 얼마나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한다.


혁신3. “임신 검사기처럼 간편하면서 더 정확한 검사 혁신 필요”

PCR 검사하면 한국이다. 빌 게이츠도 알고 있다. PCR 키트를 활용하면 광범위한 테스트가 가능하다. 따라서 키트 대량 생산능력은 중요하다. 한국의 테스트 횟수는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키트 대량 생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얼마나 많이 검사하나?’ 만큼이나 ‘누구를, 어떤 우선순위로 검사해나가나’하는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 검사키트는 물론 의료진이라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전염병은 빠르게 번져나가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은 이 테스트를 합리적으로 할당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단 점이 드러났다고 말한다.

결과도 더 신속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확인 시간이 지연되면 효과는 반감된다. 1시간 이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계도 나온다. 이 기계 시스템을 각 지역에 어떻게 배치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실제 현장에서 빠른 결과 확인’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내야 한다.

게이츠는 PCR 테스트 외에 개발되고 있는 RDT 테스트도 언급한다. 가정용 임신 진단키트와 유사하다. PCR만큼 민감하진 않지만, 증상이 있는 사람에겐 매우 정확하게 반응한다. 이건 몇 개월 안에 나온다.

어떤 테스트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의 한계가 무엇인가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음 팬데믹을 더 효과적으로 막을 방향성이 중요하다. 방향성을 잡은 혁신으로 지금보다 더 신속하고 더 효율적이고 광범위한 테스트를 할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임신 테스트처럼 혼자서 쉽게 할 수 있고, 검사 즉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진단의 혁신'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 직원이나 고객을 위해 테스트 시설을 갖추려는 회사나 호텔 등이 생겨날 것이다. 더 빠르고 정확하면서 편리한 진단 검사의 혁신은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혁신4.‘프라이버시를 더 보호하면서도 치밀한 역학적 추적조사 시스템 혁신’

치밀한 역학 추적조사가 없다면 검사 자체는 ‘팥소 없는 붕어빵’이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검사와 치밀한 추적조사가 결합되어야 한다. 앞서 테스트 혁신을 다루며 언급한 ‘누구를, 어떤 우선순위로 검사해나가나?’ 의 문제는 바로 이 역학 추적 조사의 위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

게이츠는 이번에도 ‘한국’을 언급하지만, 온전히 긍정적인 의미에서만은 아니다.

‘한국이나 중국 같은 국가는 환자가 확진되면 휴대전화 GPS와 신용카드 지출기록 등 14일간 위치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한다. 서구 국가들이 이 정도 수준의 정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엔 인권의 문제, 프라이버시의 문제,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수준의 문제가 다층적 맥락에서 결부되어 있다. 게이츠는 ‘도입 가능한 최선의 접촉 추적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서 시스템에 혁신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휴대전화에 개인 동의를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추적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양성 진단된 사람과의 밀접접촉 여부에 따라 신속히 테스트할 사람의 목록을 확보할 수 있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술의 문제이기도 하고 법률이나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스템 혁신은 여전히 필요하다.

게이츠는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드는데, 양성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의료진과 인터뷰를 해야 하고, 이 인터뷰는 보건당국에 의해 데이터베이스화된다. 위험 큰 곳을 찾고 정책을 변경할 근거가 된다.

감염자가 얼마나 정확히 인터뷰에 응하는지, 그리고 보건당국의 추적 능력은 얼마나 강력한지, 또 그 과정에서도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지켜갈 수 있는지가 주요 고려사항이다. 그 과정에서 감염 패턴을 파악해야 하고 광범위한 테스트를 해나가야 하는 만큼, 보건 당국이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은 아주 많다.

[차례]
빌게이츠① “이제는‘제1차 현대 팬데믹’의 시대”
빌게이츠② “사망률 95% 낮추는 기적의 치료제 등장할 것”
빌게이츠③ “미국은 합리적 검사 할당 시스템 갖추지 못해”
빌게이츠④ “선진국은 두 달 내 반정상 단계 들어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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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게이츠③ “미국은 합리적 검사 할당 시스템 갖추지 못해”
    • 입력 2020-04-26 09:01:34
    • 수정2020-04-26 11:13:51
    취재K
광범위한 테스트와 역학조사의 조합은 우리가 코로나19의 발병 확산세를 조기에 꺾을 수 있었던 핵심요소다. 세계에서 처음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더 빠르고 더 안전한 검사를 가능하게 했다.


게이츠는 이 테스트와 역학 추적의 과정에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살핀다. 우리에겐 조금은 익숙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이 실패한 ‘시스템 혁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는 이 테스트와 역학조사를 더 자세한 ‘기기 혁신’과 ‘우선순위 설정’. ‘상시 가능한 시스템의 구성’ 등 세부요소로 분해해 살펴본다. 그 안에서 우리나라 역시 어떤 혁신이 더 필요한지를 살펴볼 수 있다. 다른 한편, ‘질서’를 위한 ‘인권 제한’은 얼마나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한다.


혁신3. “임신 검사기처럼 간편하면서 더 정확한 검사 혁신 필요”

PCR 검사하면 한국이다. 빌 게이츠도 알고 있다. PCR 키트를 활용하면 광범위한 테스트가 가능하다. 따라서 키트 대량 생산능력은 중요하다. 한국의 테스트 횟수는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키트 대량 생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얼마나 많이 검사하나?’ 만큼이나 ‘누구를, 어떤 우선순위로 검사해나가나’하는 시스템 역시 중요하다. 검사키트는 물론 의료진이라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전염병은 빠르게 번져나가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이번 사태를 통해 미국은 이 테스트를 합리적으로 할당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단 점이 드러났다고 말한다.

결과도 더 신속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확인 시간이 지연되면 효과는 반감된다. 1시간 이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계도 나온다. 이 기계 시스템을 각 지역에 어떻게 배치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실제 현장에서 빠른 결과 확인’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내야 한다.

게이츠는 PCR 테스트 외에 개발되고 있는 RDT 테스트도 언급한다. 가정용 임신 진단키트와 유사하다. PCR만큼 민감하진 않지만, 증상이 있는 사람에겐 매우 정확하게 반응한다. 이건 몇 개월 안에 나온다.

어떤 테스트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의 한계가 무엇인가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음 팬데믹을 더 효과적으로 막을 방향성이 중요하다. 방향성을 잡은 혁신으로 지금보다 더 신속하고 더 효율적이고 광범위한 테스트를 할 역량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임신 테스트처럼 혼자서 쉽게 할 수 있고, 검사 즉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진단의 혁신'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 직원이나 고객을 위해 테스트 시설을 갖추려는 회사나 호텔 등이 생겨날 것이다. 더 빠르고 정확하면서 편리한 진단 검사의 혁신은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혁신4.‘프라이버시를 더 보호하면서도 치밀한 역학적 추적조사 시스템 혁신’

치밀한 역학 추적조사가 없다면 검사 자체는 ‘팥소 없는 붕어빵’이다.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검사와 치밀한 추적조사가 결합되어야 한다. 앞서 테스트 혁신을 다루며 언급한 ‘누구를, 어떤 우선순위로 검사해나가나?’ 의 문제는 바로 이 역학 추적 조사의 위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

게이츠는 이번에도 ‘한국’을 언급하지만, 온전히 긍정적인 의미에서만은 아니다.

‘한국이나 중국 같은 국가는 환자가 확진되면 휴대전화 GPS와 신용카드 지출기록 등 14일간 위치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한다. 서구 국가들이 이 정도 수준의 정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엔 인권의 문제, 프라이버시의 문제,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수준의 문제가 다층적 맥락에서 결부되어 있다. 게이츠는 ‘도입 가능한 최선의 접촉 추적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서 시스템에 혁신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휴대전화에 개인 동의를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추적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양성 진단된 사람과의 밀접접촉 여부에 따라 신속히 테스트할 사람의 목록을 확보할 수 있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술의 문제이기도 하고 법률이나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스템 혁신은 여전히 필요하다.

게이츠는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드는데, 양성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의료진과 인터뷰를 해야 하고, 이 인터뷰는 보건당국에 의해 데이터베이스화된다. 위험 큰 곳을 찾고 정책을 변경할 근거가 된다.

감염자가 얼마나 정확히 인터뷰에 응하는지, 그리고 보건당국의 추적 능력은 얼마나 강력한지, 또 그 과정에서도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지켜갈 수 있는지가 주요 고려사항이다. 그 과정에서 감염 패턴을 파악해야 하고 광범위한 테스트를 해나가야 하는 만큼, 보건 당국이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은 아주 많다.

[차례]
빌게이츠① “이제는‘제1차 현대 팬데믹’의 시대”
빌게이츠② “사망률 95% 낮추는 기적의 치료제 등장할 것”
빌게이츠③ “미국은 합리적 검사 할당 시스템 갖추지 못해”
빌게이츠④ “선진국은 두 달 내 반정상 단계 들어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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