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본부장의 ‘코로나19’ 첫 논문 “밀폐·밀집 공간 위험 알리고자…”

입력 2020.04.26 (16:27) 수정 2020.04.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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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긴장케 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지난 2월 중순 이후, 대구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이른바 '코로나 19 슈퍼 전파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폭발적인 감염 증가세를 보이던 대구·경북과 달리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 감염이 속속 등장했고, 수도권은 긴장했습니다. 그 중심에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내 위치한 한 콜센터가 있었습니다.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 이곳에서만 97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94명은 한 층에서 감염됐습니다. 216명 중 94명이 확진된 11층의 발병률은 43.5%에 달했습니다.

"밀폐되고 밀집된 환경의 위험성 경고하고자…"

이 콜센터와 관련해 당시 역학 조사와 방역 과정을 정리한 논문이 전 세계에 정식으로 발표됐습니다.

국내 방역의 총 책임자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책임 저자(교신 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연구팀(제1저자 박신영)은 지난달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과 관련한 방역 내용을 담은 논문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의학 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최신호(온라인판)에 공개했는데요.

논문 작성에는 질병관리본부 방역팀뿐 아니라 그동안 방역에 참여했던 각 지자체와 시군구 보건소 역학조사팀도 함께 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콜센터 건물에 근무·거주·방문했던 1천 143명 중 97명이 코로나 19에 감염됐고, 최초 확진자가 확인된 11층의 발생률이 건물 평균인 8.5%보다 크게 높은 43.5%라고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방역대책본부에서 발표한 중간 역학조사 결과와도 같습니다.

정은경 본부장, 이 논문을 쓰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구로 콜센터 사례처럼 굉장히 밀집하고 밀폐된 공간에 노출될 경우에는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것, 한 번 더 공간에 대한 정보와 양성률에 대한 정보를 통해서 말씀드리고자 했습니다."

방역 당국이 항상 예의 주시하는 부분입니다. 밀집되고 밀폐된 환경에서는 언제든 코로나 19가 집단으로 유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경고한 겁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을철 혹은 겨울철 대유행뿐 아니라, 에어컨을 가동하고 환기를 잘 하지 않는 여름철에도 늘 긴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논문은 97명의 확진자 중 89명은 조사 시작 당시부터 증상이 있었고, 4명은 처음에는 증상이 없다가 격리 기간에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면, 4명은 격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 증상이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들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가족 접촉자 17명 중 2차 감염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의 실제 전염성이 정확히 진단되지 않았거나, 고강도 자가 격리 조치가 2차 감염을 막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정 본부장도 "콜센터의 경우 확진자가 증상이 없는 시기에 노출된 접촉자들이 17명 정도 있었는데, 이분들은 모두 모니터가 끝날 때까지 양성으로 확인되지 않아서 무증상기에 감염된 사례는 콜센터의 경우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다른 연구들에서는 무증상 또는 증상이 발생하기 전 하루나 이틀 정도의 감염력이 있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역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정리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소통하기 위해 논문 형태로 보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방역' 전 세계에 소개…"국내 방역팀의 신속한 조치 알리려 했다"

연구팀은 또 논문에서 첫 환자 발생 이후 이뤄진 방역팀의 신속한 조치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K-방역'이 논문을 통해 다시 한 번 알려진 겁니다.

3월 9일 코로나 19 환자 발생이 보고된 직후 건물을 폐쇄하는 한편, 역학 조사를 벌여 건물 근처에서 5분 이상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총 1만 6천628개의 문자를 전송했다는 점이 소개됐습니다.

정 본부장은 이번 논문 발표를 통해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으로 감염 전파를 빠르게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콜센터의 집단 감염 사례를 정리해 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논문을 쓰게 됐습니다. 질병관리본부뿐만 아니라 시군구 보건소의 역학 조사에 관여했던 모든 분이 다 같이 협력해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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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6 16:27:03
    • 수정2020-04-26 16:34:10
    취재K
서울을 긴장케 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지난 2월 중순 이후, 대구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이른바 '코로나 19 슈퍼 전파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폭발적인 감염 증가세를 보이던 대구·경북과 달리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 감염이 속속 등장했고, 수도권은 긴장했습니다. 그 중심에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내 위치한 한 콜센터가 있었습니다.

방역 당국의 조사 결과, 이곳에서만 97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94명은 한 층에서 감염됐습니다. 216명 중 94명이 확진된 11층의 발병률은 43.5%에 달했습니다.

"밀폐되고 밀집된 환경의 위험성 경고하고자…"

이 콜센터와 관련해 당시 역학 조사와 방역 과정을 정리한 논문이 전 세계에 정식으로 발표됐습니다.

국내 방역의 총 책임자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책임 저자(교신 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연구팀(제1저자 박신영)은 지난달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과 관련한 방역 내용을 담은 논문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의학 학술지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최신호(온라인판)에 공개했는데요.

논문 작성에는 질병관리본부 방역팀뿐 아니라 그동안 방역에 참여했던 각 지자체와 시군구 보건소 역학조사팀도 함께 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콜센터 건물에 근무·거주·방문했던 1천 143명 중 97명이 코로나 19에 감염됐고, 최초 확진자가 확인된 11층의 발생률이 건물 평균인 8.5%보다 크게 높은 43.5%라고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방역대책본부에서 발표한 중간 역학조사 결과와도 같습니다.

정은경 본부장, 이 논문을 쓰게 된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구로 콜센터 사례처럼 굉장히 밀집하고 밀폐된 공간에 노출될 경우에는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것, 한 번 더 공간에 대한 정보와 양성률에 대한 정보를 통해서 말씀드리고자 했습니다."

방역 당국이 항상 예의 주시하는 부분입니다. 밀집되고 밀폐된 환경에서는 언제든 코로나 19가 집단으로 유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경고한 겁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을철 혹은 겨울철 대유행뿐 아니라, 에어컨을 가동하고 환기를 잘 하지 않는 여름철에도 늘 긴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논문은 97명의 확진자 중 89명은 조사 시작 당시부터 증상이 있었고, 4명은 처음에는 증상이 없다가 격리 기간에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면, 4명은 격리 기간이 끝날 때까지 증상이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들 무증상 감염자의 경우 가족 접촉자 17명 중 2차 감염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의 실제 전염성이 정확히 진단되지 않았거나, 고강도 자가 격리 조치가 2차 감염을 막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정 본부장도 "콜센터의 경우 확진자가 증상이 없는 시기에 노출된 접촉자들이 17명 정도 있었는데, 이분들은 모두 모니터가 끝날 때까지 양성으로 확인되지 않아서 무증상기에 감염된 사례는 콜센터의 경우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다른 연구들에서는 무증상 또는 증상이 발생하기 전 하루나 이틀 정도의 감염력이 있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역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정리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소통하기 위해 논문 형태로 보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방역' 전 세계에 소개…"국내 방역팀의 신속한 조치 알리려 했다"

연구팀은 또 논문에서 첫 환자 발생 이후 이뤄진 방역팀의 신속한 조치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K-방역'이 논문을 통해 다시 한 번 알려진 겁니다.

3월 9일 코로나 19 환자 발생이 보고된 직후 건물을 폐쇄하는 한편, 역학 조사를 벌여 건물 근처에서 5분 이상 머물렀던 사람들에게 총 1만 6천628개의 문자를 전송했다는 점이 소개됐습니다.

정 본부장은 이번 논문 발표를 통해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으로 감염 전파를 빠르게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콜센터의 집단 감염 사례를 정리해 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논문을 쓰게 됐습니다. 질병관리본부뿐만 아니라 시군구 보건소의 역학 조사에 관여했던 모든 분이 다 같이 협력해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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