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혜택은 선착순?…연세대 장학금 지원 논란

입력 2020.04.28 (07:00) 수정 2020.04.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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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7일) 아침,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학교 측이 보낸 '장학금' 관련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전자기기 구입 비용 일부를 지원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료생이나 휴학생 등을 제외한 학부생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고 학교 측은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선착순' 1,200명이었습니다. 이메일을 받은 시점부터 누구나 지원 가능했습니다. 신청 시작 시점에 대한 예고도 없이, 장학금을 선착순으로 지급한 겁니다.

연세대학교가 어제(27일) 학생들에게 보낸 장학금 신청 공지문.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을 구입하면 일부 금액을 장학금 형태로 선착순 지원한다고 적혀 있다.연세대학교가 어제(27일) 학생들에게 보낸 장학금 신청 공지문.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을 구입하면 일부 금액을 장학금 형태로 선착순 지원한다고 적혀 있다.

■"어떻게 뻔뻔하게 장학금이라고 말할 수 있나?"

이 공지를 받은 일부 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모든 학생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선착순으로,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일부를 지원해주는 게 장학금 지급 취지에 맞느냐는 겁니다.

연세대 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어떻게 뻔뻔하게 장학금이라고 말할 수 있나"면서 "학교 측은 비대면 온라인 강의 진행으로 학생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진정성 있게 준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소득분위에 따라 필요한 학생에게 주는 게 옳다"는 학생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공지글을 KBS에 제보한 경영대 3학년생 A 씨는 "장학금을 받으려면 전자제품을 선결제하고, 나중에 일부 금액을 환급받아야 한다"면서 "정말 전자제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지불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로 등록금 일부 반환 요구나 온라인 강의에 따른 지원금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 이 장학금이 학생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공지문을 받은 학생들이 주로 태블릿PC를 구입하면서, 현재 태블릿PC는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장학금으로 할인받아 산 태블릿PC를 제 가격에 되팔겠다는 학생들도 있다"면서 "학교 측의 장학금 지급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관계자는 "처음엔 학생들에게 IT 기기를 무상 임대하려다가, 직접 구매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진행을 했다"면서 "지원금이라고 표현해야 하는데 장학금이라고 공지하면서 학생들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착순으로 지급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전자기기 1,200대까지는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렇게 많은 학생이 지원할 지는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 학생 700명이 전자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지원금과 등록금 반환 논의는 별개"라고 밝혔습니다.

자료 출처 :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자료 출처 :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

■연세대 학생 94% "등록금 부분 반환해야"

앞서 연세대는 온라인 강의 일정을 오는 5월 12일까지 연장했고,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연세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지난 7일 1학기 등록금 부분 반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네트워크는 "지난달 25일부터 닷새 동안 연세대학교 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1학기 등록금 부분 반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4,959명 가운데 3,363명(94%)이 등록금 부분 반환에 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네크워크는 "토론식 세미나 강의를 기대했던 학생들은 PPT로 제작한 영상을 보며 쏟아지는 과제에 허덕이게 됐다"면서 "고등학교 3년 내내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듣던 신입생들은 또다시 인터넷 강의를, 그것도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강의를 듣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네트워크는 "온라인 강의 진행에 따른 교육권 침해 문제가 어느 전공, 학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현재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의 수준으로는 학생들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세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지난 7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학기 등록금 부분 반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세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지난 7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학기 등록금 부분 반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학가 등록금 반환 요구 몸살…학생 달래기 '역부족'

이처럼 대학가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계속 커지자, 학교별로 장학금 지급 등의 형태로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이화여대는 동문 등을 대상으로 모금한 성금으로 일부 학생들에게 '힘내라 이화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발을 달래기엔 역부족인듯합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93%가 이런 조치를 '(매우)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장학금으로 등록금 환원 요구를 무마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등록금 환불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등록금 반환 자체는 어렵다는 게 각 대학의 입장입니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 모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등록금 반환을 위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대학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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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학금 혜택은 선착순?…연세대 장학금 지원 논란
    • 입력 2020-04-28 07:00:23
    • 수정2020-04-28 15:55:56
    취재K
어제(27일) 아침,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학교 측이 보낸 '장학금' 관련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전자기기 구입 비용 일부를 지원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료생이나 휴학생 등을 제외한 학부생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고 학교 측은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선착순' 1,200명이었습니다. 이메일을 받은 시점부터 누구나 지원 가능했습니다. 신청 시작 시점에 대한 예고도 없이, 장학금을 선착순으로 지급한 겁니다.

연세대학교가 어제(27일) 학생들에게 보낸 장학금 신청 공지문.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을 구입하면 일부 금액을 장학금 형태로 선착순 지원한다고 적혀 있다.
■"어떻게 뻔뻔하게 장학금이라고 말할 수 있나?"

이 공지를 받은 일부 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모든 학생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선착순으로,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일부를 지원해주는 게 장학금 지급 취지에 맞느냐는 겁니다.

연세대 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은 "어떻게 뻔뻔하게 장학금이라고 말할 수 있나"면서 "학교 측은 비대면 온라인 강의 진행으로 학생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진정성 있게 준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소득분위에 따라 필요한 학생에게 주는 게 옳다"는 학생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공지글을 KBS에 제보한 경영대 3학년생 A 씨는 "장학금을 받으려면 전자제품을 선결제하고, 나중에 일부 금액을 환급받아야 한다"면서 "정말 전자제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지불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로 등록금 일부 반환 요구나 온라인 강의에 따른 지원금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 이 장학금이 학생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공지문을 받은 학생들이 주로 태블릿PC를 구입하면서, 현재 태블릿PC는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장학금으로 할인받아 산 태블릿PC를 제 가격에 되팔겠다는 학생들도 있다"면서 "학교 측의 장학금 지급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관계자는 "처음엔 학생들에게 IT 기기를 무상 임대하려다가, 직접 구매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진행을 했다"면서 "지원금이라고 표현해야 하는데 장학금이라고 공지하면서 학생들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착순으로 지급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전자기기 1,200대까지는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렇게 많은 학생이 지원할 지는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 학생 700명이 전자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지원금과 등록금 반환 논의는 별개"라고 밝혔습니다.

자료 출처 :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
■연세대 학생 94% "등록금 부분 반환해야"

앞서 연세대는 온라인 강의 일정을 오는 5월 12일까지 연장했고,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연세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지난 7일 1학기 등록금 부분 반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네트워크는 "지난달 25일부터 닷새 동안 연세대학교 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1학기 등록금 부분 반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4,959명 가운데 3,363명(94%)이 등록금 부분 반환에 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네크워크는 "토론식 세미나 강의를 기대했던 학생들은 PPT로 제작한 영상을 보며 쏟아지는 과제에 허덕이게 됐다"면서 "고등학교 3년 내내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듣던 신입생들은 또다시 인터넷 강의를, 그것도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강의를 듣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네트워크는 "온라인 강의 진행에 따른 교육권 침해 문제가 어느 전공, 학년만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현재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의 수준으로는 학생들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세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연세 교육권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지난 7일 연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학기 등록금 부분 반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학가 등록금 반환 요구 몸살…학생 달래기 '역부족'

이처럼 대학가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계속 커지자, 학교별로 장학금 지급 등의 형태로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이화여대는 동문 등을 대상으로 모금한 성금으로 일부 학생들에게 '힘내라 이화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발을 달래기엔 역부족인듯합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생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93%가 이런 조치를 '(매우)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장학금으로 등록금 환원 요구를 무마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등록금 환불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등록금 반환 자체는 어렵다는 게 각 대학의 입장입니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 모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등록금 반환을 위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대학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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