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00일의 기록’

입력 2020.04.28 (08:14) 수정 2020.04.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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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처음 국민 앞에 선 건 지난 1월 20일이었습니다.

[정은경/질병관리본부장 : "질병관리본부는 1월 20일 오전 8시에 중국 우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해외 유입 확진 환자를 확인하였습니다."]

첫 브리핑 때 입었던 말끔한 양모 재킷은 일주일 만에 노란색, 일명 '민방위복'으로 바뀌었습니다.

까맣던 머리도 보름새 희끗하게 변했습니다.

정 본부장이 지난달 업무추진비로 쓴 돈은 5만800원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방역 회의를 주재하며 한 차례 커피 구입에 쓴 돈입니다.

"하루 한 시간 이상은 잔다"고 말할 정도이니 업무추진비 쓸 시간은 없었던 듯 합니다.

이렇게 '방역 사령관'이 바삐 움직이는 사이 국내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달라진 확진·사망자 통계가 흘러간 시간을 보여줍니다.

신천지 집단 감염 후인 2월 29일은 신규 확진자 909명이 발생한 ‘정점기’였습니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당시의 90분의 1수준입니다.

어제 기준으로 9일째 신규 확진 10명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지난 24일엔 한 달여 만에 코로나19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신규 사망자 0명에 이르기까지 일선 병원은 코로나 19와의 전쟁터였습니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들은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뛰고 또 뛰었습니다.

[정혜진/간호사 : "(입고 벗는 데) 평균 10분, 15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더워요 엄청. 여기가 다 땀으로..."]

자신의 병원문을 닫고 대구로 달려간 66세 의사를 비롯해, 치료를 자원한 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이 감염된 이들도 240명을 넘었습니다.

정부 주도로 실시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엄격한 자가격리는 시민들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현장의 종교 행사가 중단됐고,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온라인 개학'이란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답답하게 마스크를 하루 종일 착용하는 나날들 집에만 콕 박혀 지내는 일명 '집콕' 생활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인터넷 쇼핑몰이 대형 할인점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비닐 장갑을 끼고 한 표를 행사했던 지난 4.15 총선은 낯선 풍경의 대표격이었습니다.

기원전을 뜻하는 BC와 기원후 AC, 지금 또 다른 역사적 기점으로서 비시 에이시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비포 코로나’(BC) '애프터 코로나'(AC)의 줄임말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로 확연히 바뀐 사회 풍경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말처럼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할 때"가 온 것입니다. (Now it is time to think the unthinkable).",

되돌아보면 모두가 힘들었던 100일이었습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일 정례 브리핑 때 수어 통역사를 배치했습니다.

그동안 수어 통역이 TV 화면 하단 작은 동그라미 속에 갇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통역자가 당국자 바로 옆에서 재난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최근 수어 동작을 활용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이 퍼져가고 있습니다.

왼손을 받침대 삼아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동작, 상대를 향해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수어 동작입니다.

[보아/가수 : "이 동작은 존경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의료진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SNS에는 고사리 같은 손 투박한 어른의 손 등 인증 사진과 영상이 줄을 이으며 지난 100일을 힘겹게 달려온 서로를 다독이고 있습니다.

정 본부장도 이젠 당당히 엄지를 치켜세으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는 그의 경고는 첫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국내 첫 환자 발생 '99일'째였던 어제, '100일 평가'를 부탁한 취재진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정은경/질병관리본부장 :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한 줄로 평가를 한다면 '국민들과 의료진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신규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전히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재확진 환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2차 대유행’의 충격을 맞게 될 거란 관측 역시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남아있는 커다란 숙제인 ‘개학’에 대해서도 신중론이 팽배합니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기 힘든 초등학생은 당분간 온라인 수업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합니다.

모두에게 처음이었고 낯선 100일이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100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세상의 풍경을 바꿔놓은 이 코로나19는 과연 언제나 끝날 지, 오늘도 사람들은 우려와 불안, 그렇지만 그 속에서 기대와 희망도 이야기 하겠지요.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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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100일의 기록’
    • 입력 2020-04-28 08:15:28
    • 수정2020-04-28 08: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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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처음 국민 앞에 선 건 지난 1월 20일이었습니다.

[정은경/질병관리본부장 : "질병관리본부는 1월 20일 오전 8시에 중국 우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해외 유입 확진 환자를 확인하였습니다."]

첫 브리핑 때 입었던 말끔한 양모 재킷은 일주일 만에 노란색, 일명 '민방위복'으로 바뀌었습니다.

까맣던 머리도 보름새 희끗하게 변했습니다.

정 본부장이 지난달 업무추진비로 쓴 돈은 5만800원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방역 회의를 주재하며 한 차례 커피 구입에 쓴 돈입니다.

"하루 한 시간 이상은 잔다"고 말할 정도이니 업무추진비 쓸 시간은 없었던 듯 합니다.

이렇게 '방역 사령관'이 바삐 움직이는 사이 국내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달라진 확진·사망자 통계가 흘러간 시간을 보여줍니다.

신천지 집단 감염 후인 2월 29일은 신규 확진자 909명이 발생한 ‘정점기’였습니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당시의 90분의 1수준입니다.

어제 기준으로 9일째 신규 확진 10명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지난 24일엔 한 달여 만에 코로나19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신규 사망자 0명에 이르기까지 일선 병원은 코로나 19와의 전쟁터였습니다.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료진들은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뛰고 또 뛰었습니다.

[정혜진/간호사 : "(입고 벗는 데) 평균 10분, 15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더워요 엄청. 여기가 다 땀으로..."]

자신의 병원문을 닫고 대구로 달려간 66세 의사를 비롯해, 치료를 자원한 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이 감염된 이들도 240명을 넘었습니다.

정부 주도로 실시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엄격한 자가격리는 시민들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현장의 종교 행사가 중단됐고,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온라인 개학'이란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답답하게 마스크를 하루 종일 착용하는 나날들 집에만 콕 박혀 지내는 일명 '집콕' 생활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인터넷 쇼핑몰이 대형 할인점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비닐 장갑을 끼고 한 표를 행사했던 지난 4.15 총선은 낯선 풍경의 대표격이었습니다.

기원전을 뜻하는 BC와 기원후 AC, 지금 또 다른 역사적 기점으로서 비시 에이시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비포 코로나’(BC) '애프터 코로나'(AC)의 줄임말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로 확연히 바뀐 사회 풍경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말처럼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할 때"가 온 것입니다. (Now it is time to think the unthinkable).",

되돌아보면 모두가 힘들었던 100일이었습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일 정례 브리핑 때 수어 통역사를 배치했습니다.

그동안 수어 통역이 TV 화면 하단 작은 동그라미 속에 갇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통역자가 당국자 바로 옆에서 재난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최근 수어 동작을 활용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이 퍼져가고 있습니다.

왼손을 받침대 삼아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동작, 상대를 향해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수어 동작입니다.

[보아/가수 : "이 동작은 존경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의료진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SNS에는 고사리 같은 손 투박한 어른의 손 등 인증 사진과 영상이 줄을 이으며 지난 100일을 힘겹게 달려온 서로를 다독이고 있습니다.

정 본부장도 이젠 당당히 엄지를 치켜세으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는 그의 경고는 첫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국내 첫 환자 발생 '99일'째였던 어제, '100일 평가'를 부탁한 취재진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정은경/질병관리본부장 :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한 줄로 평가를 한다면 '국민들과 의료진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신규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전히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재확진 환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2차 대유행’의 충격을 맞게 될 거란 관측 역시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남아있는 커다란 숙제인 ‘개학’에 대해서도 신중론이 팽배합니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기 힘든 초등학생은 당분간 온라인 수업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합니다.

모두에게 처음이었고 낯선 100일이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100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세상의 풍경을 바꿔놓은 이 코로나19는 과연 언제나 끝날 지, 오늘도 사람들은 우려와 불안, 그렇지만 그 속에서 기대와 희망도 이야기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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