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도 사라지더니…우체국도 ‘존폐 위기’

입력 2020.04.28 (11:23) 수정 2020.04.28 (11:2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우체통 3만→1만2천 감소
1,000억대 적자에 우체국도 감축 추진
"우체국은 공공서비스" 반대 여론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편지'보다는 '메시지'나 '톡'이라는 말이 익숙한 시대다. 편지는커녕 손글씨를 언제 써봤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들이 많다.

편지가 줄어들면서 덩달아 사라진 게 우체통이다. 빨간색이라 거리에서 쉽게 눈에 띄더니, 이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다.

우정사업본부(우본) 통계를 보면, 2005년 3만 1개였던 우체통은 2008년 2만 3761개로 줄었고, 10년이 지난 2018년에는 1만 2854개로 감소했다. 10년 동안 절반이 없어졌다.

구조조정 한파는 우체통에 이어 최근에는 우체국에도 불어닥쳤다. 우정사업본부는 적자가 누적돼 경영혁신을 해야 한다며 우체국 숫자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우체국은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함부로 없애면 안 된다는 반대도 만만치 않다.


편지 30% 감소에 1000억 원대 적자
우본 자료를 보면, 2010년 44억 통이던 일반우편 물량은 2018년 30억 4000만 통으로 30.9% 줄었다.

이에 따라 2010년 528억 원 흑자였던 우편사업 경영수지는 201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2018년에는 1450억 원까지 적자가 늘었다.

이 정도 적자는 나랏돈으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본은 "우정사업은 자체 사업수익으로 특별회계를 통해 운영한다"며 "조세를 기반으로 한 일반회계를 쓰는 정부기관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나랏돈을 가져다 쓰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적자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본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영 우체국 145개와 위탁우체국 76개를 통폐합 방식으로 없앴다.


우체국 절반 없앤단 얘기까지 나와
우본은 올해 초부터 우체국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동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우체국 형태인 6급 이하 직영 우체국을 없애고, 대신 민간에 위탁하는 우편취급국을 만드는 계획이다.

6급 우체국은 우편과 금융 기능이 함께 있는 우체국이고, 우편취급국은 우편 기능만 있다. 우본은 우체국 창구에서 하는 금융 업무는 자동화기기 등을 통해 88.6%를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본은 지난 2월 중순까지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하는 우체국을 정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달 말까지로 기한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우본이 전국 6급 이하 우체국 1352개 가운데, 절반인 677개를 2023년까지 없앤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노동조합(우본 공무원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우본이 아무런 소통 없이 구조조정 목표치를 만들었고, 이를 달성하는 직원에게는 승진까지 내걸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우본은 내부직원 의견 수렴과 노조 협의 등을 위해 구조조정 대상 우체국 선정을 이달 말까지로 미뤘다.


"우체국 지키자" 반대 여론 들끓어
우본의 우체국 구조조정 방침이 알려진 지난 2월부터 전국 곳곳에서는 우체국 폐국 반대 움직임이 이어졌다.

군산시의회는 지난 2월 28일 '군산지역 우체국 폐국 반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의회는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국가기관을 경영 논리만으로 폐국하는 것은 큰 불편을 끼치는,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인천의 21개 시민단체도 "나이가 많고 디지털 환경 적응이 어려운 원도심 주민들에게 우체국은 공과금 납부와 송금은 물론 물품 전달까지 해주는 복지기관의 성격을 띤다"며 우체국 구조조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대 여론의 핵심 주장은 '공공성'이다. 공공서비스를 적자라는 이유로 없애려고 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가뜩이나 지역 분위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우체국까지 없어지면 지역 전체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우체국의 공공성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7일 발행한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 경영 현황과 향후 과제'에서 "시장논리에 기반한 우체국의 감축은 최근의 코로나19 마스크 공급과 2018년 라돈 매트리스 수거와 같은 국가 위급상황 상황시 전국적인 물류망을 갖춘 우체국의 공적인 기능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문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편 적자 보전 늘려야"
반대 여론을 받아들여 우체국을 유지하려면 우편사업 적자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입법조사처에는 이에 대해 3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먼저 우편사업의 적자를 우본의 다른 사업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우정사업은 크게 우편, 예금, 보험으로 나뉘고, 특별회계도 이에 따라 우편사업특별회계, 우체국예금특별회계, 우체국보험특별회계로 나뉘어 있다.

2019년 우편사업은 1115억원 적자였지만, 우체국 예금은 2950억원 흑자였다. 현재는 우체국 예금의 흑자 상당수가 정부의 일반회계나 기금 등으로 가는데, 이를 우편사업 적자 보전에 먼저 쓰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돈을 끌어와서 적자를 보전하는 것이다. 이는 관련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가능한 부분이라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우체국의 공공성을 고려해 일부 경영손실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방법이다. 이 역시 없던 걸 만드는 거라 합의가 필요하다.

결국, 우편 사업의 적자를 우체국 구조조정으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적자를 보전해줘서 우체국을 유지할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체국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했느냐는 질문에 우본은 현재 대상 우체국이 정해지지 않아서 의견수렴 절차는 진행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대상이 선정되면 행정예고를 통한 의견수렴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빨간 우체통도 사라지더니…우체국도 ‘존폐 위기’
    • 입력 2020-04-28 11:23:54
    • 수정2020-04-28 11:26:28
    취재K
우체통 3만→1만2천 감소 <br />1,000억대 적자에 우체국도 감축 추진 <br />"우체국은 공공서비스" 반대 여론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편지'보다는 '메시지'나 '톡'이라는 말이 익숙한 시대다. 편지는커녕 손글씨를 언제 써봤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들이 많다.

편지가 줄어들면서 덩달아 사라진 게 우체통이다. 빨간색이라 거리에서 쉽게 눈에 띄더니, 이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다.

우정사업본부(우본) 통계를 보면, 2005년 3만 1개였던 우체통은 2008년 2만 3761개로 줄었고, 10년이 지난 2018년에는 1만 2854개로 감소했다. 10년 동안 절반이 없어졌다.

구조조정 한파는 우체통에 이어 최근에는 우체국에도 불어닥쳤다. 우정사업본부는 적자가 누적돼 경영혁신을 해야 한다며 우체국 숫자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우체국은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함부로 없애면 안 된다는 반대도 만만치 않다.


편지 30% 감소에 1000억 원대 적자
우본 자료를 보면, 2010년 44억 통이던 일반우편 물량은 2018년 30억 4000만 통으로 30.9% 줄었다.

이에 따라 2010년 528억 원 흑자였던 우편사업 경영수지는 2011년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2018년에는 1450억 원까지 적자가 늘었다.

이 정도 적자는 나랏돈으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본은 "우정사업은 자체 사업수익으로 특별회계를 통해 운영한다"며 "조세를 기반으로 한 일반회계를 쓰는 정부기관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나랏돈을 가져다 쓰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적자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본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영 우체국 145개와 위탁우체국 76개를 통폐합 방식으로 없앴다.


우체국 절반 없앤단 얘기까지 나와
우본은 올해 초부터 우체국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동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우체국 형태인 6급 이하 직영 우체국을 없애고, 대신 민간에 위탁하는 우편취급국을 만드는 계획이다.

6급 우체국은 우편과 금융 기능이 함께 있는 우체국이고, 우편취급국은 우편 기능만 있다. 우본은 우체국 창구에서 하는 금융 업무는 자동화기기 등을 통해 88.6%를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본은 지난 2월 중순까지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하는 우체국을 정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달 말까지로 기한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우본이 전국 6급 이하 우체국 1352개 가운데, 절반인 677개를 2023년까지 없앤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노동조합(우본 공무원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우본이 아무런 소통 없이 구조조정 목표치를 만들었고, 이를 달성하는 직원에게는 승진까지 내걸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우본은 내부직원 의견 수렴과 노조 협의 등을 위해 구조조정 대상 우체국 선정을 이달 말까지로 미뤘다.


"우체국 지키자" 반대 여론 들끓어
우본의 우체국 구조조정 방침이 알려진 지난 2월부터 전국 곳곳에서는 우체국 폐국 반대 움직임이 이어졌다.

군산시의회는 지난 2월 28일 '군산지역 우체국 폐국 반대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의회는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국가기관을 경영 논리만으로 폐국하는 것은 큰 불편을 끼치는,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인천의 21개 시민단체도 "나이가 많고 디지털 환경 적응이 어려운 원도심 주민들에게 우체국은 공과금 납부와 송금은 물론 물품 전달까지 해주는 복지기관의 성격을 띤다"며 우체국 구조조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대 여론의 핵심 주장은 '공공성'이다. 공공서비스를 적자라는 이유로 없애려고 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가뜩이나 지역 분위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우체국까지 없어지면 지역 전체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우체국의 공공성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7일 발행한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 경영 현황과 향후 과제'에서 "시장논리에 기반한 우체국의 감축은 최근의 코로나19 마스크 공급과 2018년 라돈 매트리스 수거와 같은 국가 위급상황 상황시 전국적인 물류망을 갖춘 우체국의 공적인 기능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문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편 적자 보전 늘려야"
반대 여론을 받아들여 우체국을 유지하려면 우편사업 적자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입법조사처에는 이에 대해 3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먼저 우편사업의 적자를 우본의 다른 사업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우정사업은 크게 우편, 예금, 보험으로 나뉘고, 특별회계도 이에 따라 우편사업특별회계, 우체국예금특별회계, 우체국보험특별회계로 나뉘어 있다.

2019년 우편사업은 1115억원 적자였지만, 우체국 예금은 2950억원 흑자였다. 현재는 우체국 예금의 흑자 상당수가 정부의 일반회계나 기금 등으로 가는데, 이를 우편사업 적자 보전에 먼저 쓰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돈을 끌어와서 적자를 보전하는 것이다. 이는 관련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가능한 부분이라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우체국의 공공성을 고려해 일부 경영손실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방법이다. 이 역시 없던 걸 만드는 거라 합의가 필요하다.

결국, 우편 사업의 적자를 우체국 구조조정으로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적자를 보전해줘서 우체국을 유지할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우체국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했느냐는 질문에 우본은 현재 대상 우체국이 정해지지 않아서 의견수렴 절차는 진행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대상이 선정되면 행정예고를 통한 의견수렴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