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은 기소, 1시간은 불기소…유사 사안 다른 처분

입력 2020.04.28 (16: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8년 7월 경남 김해에서 만 6살(당시) 김모 군을 어린이집 화장실에 한 시간 동안 혼자 놔둔 교사들에게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는 KBS 보도 이후, SNS에서는 아동학대라는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측은 판례와 법리에 따라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판례(判例): 재판에 있어서의 선례'.

기자는 창원지검 관계자가 말한 판례가 궁금해졌습니다. 뉴스가 보도된 날 기자는 문뜩 3년 전 직접 쓴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2017년 원아를 화장실에 둔 어린이집 교사가 경찰에 입건됐고, 창원지검이 기소했다는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창원지검이 2015년 유사 사건을 기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도 찾았습니다.

경남 유사 사례…30분은 기소, 1시간은 불기소


#. 사건1> 2015년 여름, 만 2살(당시) 이모 군의 어머니는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아들이 소리를 지르고 다른 아이를 때려 화장실에 잠시 세워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의 몸 곳곳을 확인했더니, 손목에 이빨 자국이 있었습니다.

이튿날 어린이집 내부 CCTV를 확인한 부모는 가슴이 무너져내렸습니다. 2015년 7월 16일, 이 군은 어린이집 교사에게 붙들려 화장실에 끌려갔고, 불이 꺼진 화장실에서 7분 52초 동안 나오지 못했습니다.


#> 사건2> 2017년 여름 만 2살(당시) 박 모 양의 어머니는 어린이집을 다녀온 딸의 양쪽 겨드랑이 부분에 멍이 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난 상처라고 생각해 원장에게 내부 CCTV 확인을 요구했지만, 원장이 거부하자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과 함께 7월 24일 자 녹화 영상을 확인한 어머니는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박 양이 친구와 다툰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교사는 불 꺼진 화장실에 30분 동안 혼자 뒀고, 이후 화장실에서 나온 박 양이 같은 행동을 보이자 또 다른 교사가 10분 동안 더 화장실에 홀로 뒀습니다.

당시 창원지검은 두 사건 보육교사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교사들에게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형이 내려졌습니다. 재판부도 아동을 폐쇄적인 공간인 화장실에 들여보내 혼자 둔 것은 아동학대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 2018년 7월 창원지검은 경남 김해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화장실 방치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어린이집 교사가 당시 만 6살이던 김 모 군을 한여름 에어컨도 없는 화장실에 길게는 한 시간 동안 뒀지만, 훈육 기법인 '타임아웃'으로 보고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7분 52초 동안 아이를 화장실에 둔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하고, 1시간이나 화장실에 둔 교사는 훈육을 한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타임아웃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보육 현장에서 아동의 문제 행동을 지도하기 위해 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잠시 떼어놓는 훈육법인 '타임아웃'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노진형 경남대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아들에게 타임아웃을 사용하는 경우 유아들이 불안, 위축, 그리고 또래 관계에서의 심리적인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며 "유아의 이후 발달, 또래 관계나 다른 사람과의 신뢰, 적응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유사 사례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혜정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검찰의 판단에 피해 아동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면서 "이런 유사한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을지 굉장히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김 군 어머니 "재정신청 받아달라" 1인 시위 이어가


지난 23일 KBS 보도 이후 인터넷 댓글과 SNS에는 아동학대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관계자는 "판례와 법리에 따라 판단한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피해 아동의 재정신청에 대해 법원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창원지법은 다음 달 초쯤 김 군의 어머니가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합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찰에 공소제기 명령을 내려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김 군의 어머니는 매일 아침 출근길, 창원지법 앞에서 재정신청을 받아달라며 판사들을 향해 호소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30분은 기소, 1시간은 불기소…유사 사안 다른 처분
    • 입력 2020-04-28 16:50:30
    취재K
2018년 7월 경남 김해에서 만 6살(당시) 김모 군을 어린이집 화장실에 한 시간 동안 혼자 놔둔 교사들에게 검찰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는 KBS 보도 이후, SNS에서는 아동학대라는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측은 판례와 법리에 따라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판례(判例): 재판에 있어서의 선례'.

기자는 창원지검 관계자가 말한 판례가 궁금해졌습니다. 뉴스가 보도된 날 기자는 문뜩 3년 전 직접 쓴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2017년 원아를 화장실에 둔 어린이집 교사가 경찰에 입건됐고, 창원지검이 기소했다는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창원지검이 2015년 유사 사건을 기소했다는 내용의 기사도 찾았습니다.

경남 유사 사례…30분은 기소, 1시간은 불기소


#. 사건1> 2015년 여름, 만 2살(당시) 이모 군의 어머니는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아들이 소리를 지르고 다른 아이를 때려 화장실에 잠시 세워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들의 몸 곳곳을 확인했더니, 손목에 이빨 자국이 있었습니다.

이튿날 어린이집 내부 CCTV를 확인한 부모는 가슴이 무너져내렸습니다. 2015년 7월 16일, 이 군은 어린이집 교사에게 붙들려 화장실에 끌려갔고, 불이 꺼진 화장실에서 7분 52초 동안 나오지 못했습니다.


#> 사건2> 2017년 여름 만 2살(당시) 박 모 양의 어머니는 어린이집을 다녀온 딸의 양쪽 겨드랑이 부분에 멍이 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난 상처라고 생각해 원장에게 내부 CCTV 확인을 요구했지만, 원장이 거부하자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과 함께 7월 24일 자 녹화 영상을 확인한 어머니는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박 양이 친구와 다툰다는 이유로 어린이집 교사는 불 꺼진 화장실에 30분 동안 혼자 뒀고, 이후 화장실에서 나온 박 양이 같은 행동을 보이자 또 다른 교사가 10분 동안 더 화장실에 홀로 뒀습니다.

당시 창원지검은 두 사건 보육교사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교사들에게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형이 내려졌습니다. 재판부도 아동을 폐쇄적인 공간인 화장실에 들여보내 혼자 둔 것은 아동학대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 2018년 7월 창원지검은 경남 김해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화장실 방치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어린이집 교사가 당시 만 6살이던 김 모 군을 한여름 에어컨도 없는 화장실에 길게는 한 시간 동안 뒀지만, 훈육 기법인 '타임아웃'으로 보고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7분 52초 동안 아이를 화장실에 둔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하고, 1시간이나 화장실에 둔 교사는 훈육을 한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타임아웃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보육 현장에서 아동의 문제 행동을 지도하기 위해 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잠시 떼어놓는 훈육법인 '타임아웃'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노진형 경남대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아들에게 타임아웃을 사용하는 경우 유아들이 불안, 위축, 그리고 또래 관계에서의 심리적인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며 "유아의 이후 발달, 또래 관계나 다른 사람과의 신뢰, 적응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유사 사례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혜정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검찰의 판단에 피해 아동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면서 "이런 유사한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을지 굉장히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김 군 어머니 "재정신청 받아달라" 1인 시위 이어가


지난 23일 KBS 보도 이후 인터넷 댓글과 SNS에는 아동학대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관계자는 "판례와 법리에 따라 판단한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피해 아동의 재정신청에 대해 법원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창원지법은 다음 달 초쯤 김 군의 어머니가 낸 재정신청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합니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찰에 공소제기 명령을 내려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김 군의 어머니는 매일 아침 출근길, 창원지법 앞에서 재정신청을 받아달라며 판사들을 향해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