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가결, 정작 당사자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

입력 2020.04.28 (17:58) 수정 2020.04.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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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 당 수습을 '김종인 비대위'에 맡길 것인가를 두고 열흘 넘게 진통을 겪은 미래통합당이 오늘(2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 을 가결했습니다.

통합당 의결기구 전국위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 가결

통합당은 오늘(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 열린 전국위원회 결과 참석자 323명 가운데 찬성 177명, 반대 80명으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이 통과됐다고 밝혔습니다.

639명인 전국위의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당헌 규정에 따른 결과입니다.

김종인 "추대로 생각 안 해" 사실상 거부…무슨 일이?

하지만 결과가 발표된 직후 김종인 전 위원장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소식을 접한) 김 전 위원장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통합당의 당초 계획, 당 의결기구인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오늘 오후 차례로 열고, ①당헌 개정 ②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을 순서대로 의결한다...이런 목표였습니다.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황교안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통합당은 오는 8월 말까지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야 합니다. 그러나 갑론을박 끝에 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가기로 결정됐고, 비대위 임기를 탄력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최고위의 판단에 따라, 전당대회 관련 당헌 내용을 먼저 개정한 뒤 비대위원장 임명 건을 두 번째로 처리하려고 했던 겁니다.

오늘(28일) 오후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원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오늘(28일) 오후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원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그런데 ①번 안건을 처리할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도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전국위 의장과 부의장, 시도당 위원장 등 45명으로 구성된 상임전국위에는 오늘 17명이 참석해 안건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 과반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전국위에 왔던 복수의 참석자들이 기자들에게 "사안 성립이 되지 않아 당사자(김종인 전 위원장)가 수용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일방적으로 표결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323명 참석에 찬성 177명, 반대 80명이라는 숫자가 나온 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임기 4개월짜리 비상대책위

결과대로라면 비대위가 당장 출범하더라도 임기는 8월 전당대회까지 4개월 정도에 그칩니다.

전국위가 끝난 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기자들에게 "김 전 위원장에게 투표 내용을 다시 말하고, 비대위원장을 수락해달라 요청할 생각"이라며 "수락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한 정우택 상임전국위원회 의장과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한 정우택 상임전국위원회 의장과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김종인 "당이 요구했던 것, 할 말 없어…통합당 반성 없어"

지난 열흘 동안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직·간접적으로 임기 4개월짜리 '관리형 비대위'는 맡을 이유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왔습니다.

지난 22일에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조기 전당대회 얘기가 자꾸 나오면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통합당 당헌·당규대로 7월이나 8월쯤 전당대회를 개최한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대위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음 대선을 어떻게 끌고 갈 거냐 하는 그 준비가 철저하게 되지 않고서는 지금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오늘 상임전국위 개최가 무산된 직후, 김종인 전 위원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상임전국위 무산은) 당에 있는 사람들의 사정"이라며 "가고 싶어서 가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당에서 요구해 응하려고 했던 것인데 더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무슨 미련이 있겠냐"며 통합당을 향해 "반성은커녕 선거 끝난 뒤의 행동은 국민에게 실망만 잔뜩 줬다"고 했습니다.

김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이 오늘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인 통합당의 표류는 길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김 전 위원장이 뇌물 혐의로 처벌받은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꺼내 들며 날을 세워 온 홍준표 전 대표는 전국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망친 당 지도부는 당연히 물러나고 당선자 총회가 전권을 갖고 비대위를 구성하십시오"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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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비대위’ 가결, 정작 당사자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
    • 입력 2020-04-28 17:58:59
    • 수정2020-04-28 18:03:41
    취재K
총선 참패. 당 수습을 '김종인 비대위'에 맡길 것인가를 두고 열흘 넘게 진통을 겪은 미래통합당이 오늘(2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 을 가결했습니다.

통합당 의결기구 전국위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명안' 가결

통합당은 오늘(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 열린 전국위원회 결과 참석자 323명 가운데 찬성 177명, 반대 80명으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이 통과됐다고 밝혔습니다.

639명인 전국위의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당헌 규정에 따른 결과입니다.

김종인 "추대로 생각 안 해" 사실상 거부…무슨 일이?

하지만 결과가 발표된 직후 김종인 전 위원장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KBS와의 통화에서 "(소식을 접한) 김 전 위원장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통합당의 당초 계획, 당 의결기구인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오늘 오후 차례로 열고, ①당헌 개정 ②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을 순서대로 의결한다...이런 목표였습니다.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황교안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통합당은 오는 8월 말까지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야 합니다. 그러나 갑론을박 끝에 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가기로 결정됐고, 비대위 임기를 탄력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최고위의 판단에 따라, 전당대회 관련 당헌 내용을 먼저 개정한 뒤 비대위원장 임명 건을 두 번째로 처리하려고 했던 겁니다.

오늘(28일) 오후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원수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다
그런데 ①번 안건을 처리할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열리지도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전국위 의장과 부의장, 시도당 위원장 등 45명으로 구성된 상임전국위에는 오늘 17명이 참석해 안건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 과반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전국위에 왔던 복수의 참석자들이 기자들에게 "사안 성립이 되지 않아 당사자(김종인 전 위원장)가 수용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일방적으로 표결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323명 참석에 찬성 177명, 반대 80명이라는 숫자가 나온 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임기 4개월짜리 비상대책위

결과대로라면 비대위가 당장 출범하더라도 임기는 8월 전당대회까지 4개월 정도에 그칩니다.

전국위가 끝난 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기자들에게 "김 전 위원장에게 투표 내용을 다시 말하고, 비대위원장을 수락해달라 요청할 생각"이라며 "수락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한 정우택 상임전국위원회 의장과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
김종인 "당이 요구했던 것, 할 말 없어…통합당 반성 없어"

지난 열흘 동안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직·간접적으로 임기 4개월짜리 '관리형 비대위'는 맡을 이유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왔습니다.

지난 22일에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조기 전당대회 얘기가 자꾸 나오면 일을 할 수가 없다"면서, "통합당 당헌·당규대로 7월이나 8월쯤 전당대회를 개최한다는 전제가 붙으면 나한테 와서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대위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음 대선을 어떻게 끌고 갈 거냐 하는 그 준비가 철저하게 되지 않고서는 지금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오늘 상임전국위 개최가 무산된 직후, 김종인 전 위원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상임전국위 무산은) 당에 있는 사람들의 사정"이라며 "가고 싶어서 가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당에서 요구해 응하려고 했던 것인데 더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무슨 미련이 있겠냐"며 통합당을 향해 "반성은커녕 선거 끝난 뒤의 행동은 국민에게 실망만 잔뜩 줬다"고 했습니다.

김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이 오늘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인 통합당의 표류는 길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김 전 위원장이 뇌물 혐의로 처벌받은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꺼내 들며 날을 세워 온 홍준표 전 대표는 전국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망친 당 지도부는 당연히 물러나고 당선자 총회가 전권을 갖고 비대위를 구성하십시오"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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