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민주당에게 허락된 단 한자리

입력 2020.04.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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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국무총리보다도 더 '힘 있는' 원내대표가 될 수도 있다".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의 첫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 내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무려 180석,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숫자의 국회의원들을 이끄는 사령탑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는 세 명의 후보가 등록했습니다. 4선이 되는 김태년 의원과 정성호 의원, 3선이 되는 전해철 의원입니다.

김태년 의원과 전해철 의원은 당내 주류인 이른바 '친문계'로 분류되고, 정성호 의원은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고 '비주류'로 불립니다.

배경과 경력에 따라 후보들이 내세우는 저마다의 강점도 '포인트'가 조금씩 다릅니다.


■ "문재인 정부 성공 이끄는 일꾼"

기호 1번 김태년 의원은 "일하는 국회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이끄는 '일꾼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2년 가까이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쌓아온 정책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뜻입니다. "혁신성장을 진두지휘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나는 일로써 승부를 걸었던 사람이다. 지금 상황을 극복하고 새 시대를 대비하는데 있어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이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라고 민주당의 180석 의석을 만들어준 만큼,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등에 각종 정책으로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하는 국회법' 통과, 수시 당정청 협의와 상임위별 워크숍 개최 등의 정례화를 약속했습니다.


■ "신뢰를 기반으로 청와대와 소통"

기호 2번 전해철 의원은 "협치를 통해 '개혁 입법'을 강력히 추진하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면서 "신뢰를 기반으로 청와대와 소통하며 일로써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전 의원은 이른바 '친문계' 가운데서도 '핵심 친문'으로 꼽히는데, 당청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문재인 정부 후반기 정책 과제들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입니다. "당정청 관계에서 쓴소리를 잘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소통해야 한다. 신뢰를 좀 더 담보할 후보는 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해철 의원은 "국민들께서 문재인 정부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개혁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줬다"면서 국회 차원의 비상경제대책 특별위원회 설치, 상시 국회 운영체제 등 '일하는 국회' 등을 약속했습니다.


■ "민주당 원팀…계파 정치는 지양돼야"

기호 3번 정성호 의원은 "2년 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도 당내 다양한 목소리의 통합이 필요하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원팀'으로 당력을 결집하겠다"고 했습니다.

정 의원은 자신이 '비주류'인 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봐달라고 합니다. "출신과 인맥을 위주로 하는 계파, 특정인을 중심으로 하는 계보정치는 지양돼야 한다"면서 "사심 없고, 계파 없고, 경험 많은 합리적 실용주의자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연고주의나 정실주의를 배제한 원칙적인 상임위 배정, 야당과 대화할 수 있는 '여야 화합의 리더십',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과제에 대한 입법적·재정적 뒷받침,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원내대표를 약속했습니다.


■ 68명의 '초선' 표심이 승부 가를 듯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김태년, 전해철 의원의 2파전 양상이라는 게 당 내의 일반적인 예상입니다. 두 후보가 당내 최대 세력인 이른바 '친문계'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친문'의 표심을 누가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의 선전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른바 '친문계'의 표가 김태년 의원과 전해철 의원으로 갈라지고, 원내대표와 당 대표, 국회의장까지 모두 비슷한 세력이 차지하는 데 대한 경계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68명 초선 당선인들의 표심이라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습니다. 초선 의원들은 아직 뚜렷한 계파색이 없는 만큼, 이들의 표심을 잡는 사람이 21대 국회 민주당의 첫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68명의 초선 당선인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영입인재'들은 자신을 영입한 당내 '주류'와 가깝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도 결국은 '주류' 후보들에게 쏠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은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세 명의 원내대표(우상호, 우원식, 이인영)를 배출했던 민주당 내 진보·개혁성향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에서 이번에는 후보가 나오지 않아, 이들의 표심도 차기 원내대표를 결정하는 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원 구성 협상,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제 산적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다음달 7일 치러집니다. 다음달 6일 초선 당선인들을 상대로 정견 발표를 한 뒤 7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그대로 당선이 확정됩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는 상위 두 후보가 2차 투표를 거치게 됩니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 구도를 볼 때는 2차 투표까지 가야 당선자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의 첫 과제는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 구성 협상은 야당과 국회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것을 말하는데, 국토위, 산자위 등 이른바 '인기 좋은' 상임위와 법안 통과의 길목인 법사위의 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맡을 것이냐를 놓고 매번 줄다리기가 벌어져왔습니다.

여당이 180석을 차지한 만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당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오만으로 비칠 수 있어 벌써부터 쉽지 않은 '밀고 당기기'가 예상됩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더 큰 문제입니다.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공수처의 첫 수장은,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여당 추천 위원 2명과 야당 추천 위원 2명 등 모두 7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의 찬성으로 후보를 결정하게 됩니다.

미래통합당은 이미 총선 때부터 '공수처를 폐지하겠다' 공언했기 때문에 후보 추천 단계에서부터 쉽지 않은 힘겨루기가 예상됩니다.

국회의원 180명의 의견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힙니다. 과거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고도 무리한 개혁 추진으로 갈등을 겪었는데, 당시 초선 108명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 '108 번뇌'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을 이끌고 코로나 사태를 잘 수습하고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앞에 닥친 어려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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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석 민주당에게 허락된 단 한자리
    • 입력 2020-04-28 18:45:11
    취재K
"어쩌면 국무총리보다도 더 '힘 있는' 원내대표가 될 수도 있다".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의 첫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 내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무려 180석, '개헌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숫자의 국회의원들을 이끄는 사령탑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는 세 명의 후보가 등록했습니다. 4선이 되는 김태년 의원과 정성호 의원, 3선이 되는 전해철 의원입니다.

김태년 의원과 전해철 의원은 당내 주류인 이른바 '친문계'로 분류되고, 정성호 의원은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고 '비주류'로 불립니다.

배경과 경력에 따라 후보들이 내세우는 저마다의 강점도 '포인트'가 조금씩 다릅니다.


■ "문재인 정부 성공 이끄는 일꾼"

기호 1번 김태년 의원은 "일하는 국회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이끄는 '일꾼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2년 가까이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쌓아온 정책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뜻입니다. "혁신성장을 진두지휘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나는 일로써 승부를 걸었던 사람이다. 지금 상황을 극복하고 새 시대를 대비하는데 있어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이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라고 민주당의 180석 의석을 만들어준 만큼,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등에 각종 정책으로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하는 국회법' 통과, 수시 당정청 협의와 상임위별 워크숍 개최 등의 정례화를 약속했습니다.


■ "신뢰를 기반으로 청와대와 소통"

기호 2번 전해철 의원은 "협치를 통해 '개혁 입법'을 강력히 추진하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면서 "신뢰를 기반으로 청와대와 소통하며 일로써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전 의원은 이른바 '친문계' 가운데서도 '핵심 친문'으로 꼽히는데, 당청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문재인 정부 후반기 정책 과제들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입니다. "당정청 관계에서 쓴소리를 잘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소통해야 한다. 신뢰를 좀 더 담보할 후보는 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해철 의원은 "국민들께서 문재인 정부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개혁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줬다"면서 국회 차원의 비상경제대책 특별위원회 설치, 상시 국회 운영체제 등 '일하는 국회' 등을 약속했습니다.


■ "민주당 원팀…계파 정치는 지양돼야"

기호 3번 정성호 의원은 "2년 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도 당내 다양한 목소리의 통합이 필요하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원팀'으로 당력을 결집하겠다"고 했습니다.

정 의원은 자신이 '비주류'인 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봐달라고 합니다. "출신과 인맥을 위주로 하는 계파, 특정인을 중심으로 하는 계보정치는 지양돼야 한다"면서 "사심 없고, 계파 없고, 경험 많은 합리적 실용주의자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연고주의나 정실주의를 배제한 원칙적인 상임위 배정, 야당과 대화할 수 있는 '여야 화합의 리더십',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과제에 대한 입법적·재정적 뒷받침,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원내대표를 약속했습니다.


■ 68명의 '초선' 표심이 승부 가를 듯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김태년, 전해철 의원의 2파전 양상이라는 게 당 내의 일반적인 예상입니다. 두 후보가 당내 최대 세력인 이른바 '친문계'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친문'의 표심을 누가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의 선전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른바 '친문계'의 표가 김태년 의원과 전해철 의원으로 갈라지고, 원내대표와 당 대표, 국회의장까지 모두 비슷한 세력이 차지하는 데 대한 경계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68명 초선 당선인들의 표심이라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습니다. 초선 의원들은 아직 뚜렷한 계파색이 없는 만큼, 이들의 표심을 잡는 사람이 21대 국회 민주당의 첫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68명의 초선 당선인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영입인재'들은 자신을 영입한 당내 '주류'와 가깝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도 결국은 '주류' 후보들에게 쏠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은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세 명의 원내대표(우상호, 우원식, 이인영)를 배출했던 민주당 내 진보·개혁성향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에서 이번에는 후보가 나오지 않아, 이들의 표심도 차기 원내대표를 결정하는 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원 구성 협상,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제 산적

민주당의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다음달 7일 치러집니다. 다음달 6일 초선 당선인들을 상대로 정견 발표를 한 뒤 7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그대로 당선이 확정됩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는 상위 두 후보가 2차 투표를 거치게 됩니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 구도를 볼 때는 2차 투표까지 가야 당선자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의 첫 과제는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 구성 협상은 야당과 국회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것을 말하는데, 국토위, 산자위 등 이른바 '인기 좋은' 상임위와 법안 통과의 길목인 법사위의 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맡을 것이냐를 놓고 매번 줄다리기가 벌어져왔습니다.

여당이 180석을 차지한 만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당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오만으로 비칠 수 있어 벌써부터 쉽지 않은 '밀고 당기기'가 예상됩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더 큰 문제입니다.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공수처의 첫 수장은,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여당 추천 위원 2명과 야당 추천 위원 2명 등 모두 7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의 찬성으로 후보를 결정하게 됩니다.

미래통합당은 이미 총선 때부터 '공수처를 폐지하겠다' 공언했기 때문에 후보 추천 단계에서부터 쉽지 않은 힘겨루기가 예상됩니다.

국회의원 180명의 의견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힙니다. 과거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고도 무리한 개혁 추진으로 갈등을 겪었는데, 당시 초선 108명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 '108 번뇌'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들을 이끌고 코로나 사태를 잘 수습하고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앞에 닥친 어려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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