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마스크님이 오셨다!”…독일 국방장관 공항 영접

입력 2020.04.29 (14:12) 수정 2020.04.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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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PA=연합뉴스]

[사진 출처 : DPA=연합뉴스]

현지시간 27일 독일 작센주 라이프치히 공항. 거대한 수송기가 활주로에 착륙한다. 붉은색 정장 차림의 여성이 수송기를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주변엔 방송사 카메라맨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인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수송기 문이 열리고 운송된 물건이 정체를 드러낸다. 중국에서 공수한 마스크 천만 장. 수송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기인 안토노프 'AN-225'. 마스크를 영접한 여성은 독일 국방장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였다.

마스크 영접 TV 생중계…"아주 특별한 날"

독일 뉴스 전문채널은 수송기가 도착하고 국방장관이 마스크를 맞이하는 장면을 내내 생중계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은 수송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뒤 직접 안으로 들어가 마스크를 살펴봤다.

크람프-카렌바우어 장관은 "저에게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라며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혔다. "나토 국가들과 맺은 계약을 통해 안토노프와 같은 큰 화물기를 이용해 중국에서 마스크 천만 장을 공수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원래는 아프가니스탄과 말리 등의 작전 지역에서 대형 장비를 운송하는 데 쓰는 화물기를, 지금 당장 독일에서 급하게 필요한 마스크를 대량 운송하는 데 사용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카렌바우어 장관은 이번 물량을 포함해 모두 2천5백만 장의 마스크를 중국에서 운송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DPA=연합뉴스][사진 출처 : DPA=연합뉴스]

"마스크를 지켜라!" 독일 연방군 동원

마스크 수송에 독일 연방군이 나선 데는 사연이 있다. 베를린 주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 3M의 중국 공장에 주문한 의료용 마스크 20만 장이 이달 초 중간 기착지인 태국 방콕에서 갑자기 미국으로 향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베를린 주 정부는 '현대판 해적행위'라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3M은 독일로부터 주문받은 내용이 없다고 발뺌했다. 눈 뜨고 마스크를 가로채인 셈이 됐지만, 이미 떠나버린 마스크를 되찾아 올 수도 없었다. 게다가 당시는 독일에서 코로나19가 가장 번성하던 시점이어서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마스크 실종 사건'이란 황당한 일을 겪은 베를린 주 정부는 독일 연방군에 의료용 마스크와 보호복 수급에 군병력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대가 나서 마스크를 사수해 달라는 요청이었던 셈이다.

이젠 출구전략 모색할 때…'마스크가 해답'

현지시간 28일 09시 기준,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15만 8천여 명. 이 가운데 11만 4천여 명이 완치되고 6천 백여 명이 숨져 현재 실질 감염자수는 3만 8천여 명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자료를 보면 27일 신규 확진자수는 988명으로, 신규 확진자수가 천 명 이하를 기록한 건 3월 14일 이후 44일 만이다. 실질 감염자수는 이달 6일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바이러스가 이제 통제권 안에 들어왔다고 보고, 그동안 취해 왔던 강력한 봉쇄 조치를 서서히 풀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면적이 800㎡ 이하 상점이 영업을 시작했다. 다음 달엔 학교 등교와 종교 모임도 허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러운 게 현실. 독일 정부는 안전대책의 하나로 마스크를 선택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강력 권고하는 선에서 머물었지만, 23일 작센주를 시작하고 16개 연방주 전체가 대중교통과 상점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바이러스가 한창 번성할 때만 해도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밝혀 왔지만, 이제 봉쇄 조치를 벗어나기 위한 출구 전략의 하나로 마스크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란 물건, 참 낯설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베를린 시내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곳 사람들에게 마스크란 참 낯선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화도 있다.

https://www.zdf.de/politik/berlin-direkt/corona-spahn-maske-100.html

지난 14일 독일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하는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이 헤센주의 기센 대학병원을 방문했다. 마스크 한 장을 건네받은 슈판 장관이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는데 주변의 누군가가 알려준다.

"장관님, 마스크 거꾸로 쓰셨습니다."

슈판 장관이 겸연쩍게 웃으며 마스크 위아래를 돌려 다시 착용한다.

"당신이 없었더라면…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런데 뭔가 불편한 듯 병원 관계자에게 말한다.

(슈판)"잘못 된 거 같은데요."
(관계자)"초록색이 바깥으로…"
(슈판)"아, 그 뜻이었군요. 이쪽으로."
(관계자)"양면이 똑같습니다. 상관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스크를 쓰는 데 성공했지만, 두세 번 벗었다 쓰는 동안 마스크 한쪽이 찢어져 버렸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은행에 갔는데 마스크를 쓴 사람만 입장을 시켰다. 그런데 앞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하는 말, "나만 괜찮고 마스크 쓴 사람들이 모두 은행 강도처럼 보이는군요."

은행 강도처럼 보이든, 환자처럼 보이든, 이제 독일 사람들도 대중교통과 상점을 이용할 땐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연방주도 생겨났는데, 바이에른 주에선 개인의 경우 150유로(20만 원), 직원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하지 않은 사업주는 최대 5천 유로(663만 원)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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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9 14:12:44
    • 수정2020-04-29 14: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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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PA=연합뉴스]

현지시간 27일 독일 작센주 라이프치히 공항. 거대한 수송기가 활주로에 착륙한다. 붉은색 정장 차림의 여성이 수송기를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주변엔 방송사 카메라맨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인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수송기 문이 열리고 운송된 물건이 정체를 드러낸다. 중국에서 공수한 마스크 천만 장. 수송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물기인 안토노프 'AN-225'. 마스크를 영접한 여성은 독일 국방장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였다.

마스크 영접 TV 생중계…"아주 특별한 날"

독일 뉴스 전문채널은 수송기가 도착하고 국방장관이 마스크를 맞이하는 장면을 내내 생중계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은 수송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뒤 직접 안으로 들어가 마스크를 살펴봤다.

크람프-카렌바우어 장관은 "저에게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라며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혔다. "나토 국가들과 맺은 계약을 통해 안토노프와 같은 큰 화물기를 이용해 중국에서 마스크 천만 장을 공수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원래는 아프가니스탄과 말리 등의 작전 지역에서 대형 장비를 운송하는 데 쓰는 화물기를, 지금 당장 독일에서 급하게 필요한 마스크를 대량 운송하는 데 사용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카렌바우어 장관은 이번 물량을 포함해 모두 2천5백만 장의 마스크를 중국에서 운송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DPA=연합뉴스]
"마스크를 지켜라!" 독일 연방군 동원

마스크 수송에 독일 연방군이 나선 데는 사연이 있다. 베를린 주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 3M의 중국 공장에 주문한 의료용 마스크 20만 장이 이달 초 중간 기착지인 태국 방콕에서 갑자기 미국으로 향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베를린 주 정부는 '현대판 해적행위'라며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3M은 독일로부터 주문받은 내용이 없다고 발뺌했다. 눈 뜨고 마스크를 가로채인 셈이 됐지만, 이미 떠나버린 마스크를 되찾아 올 수도 없었다. 게다가 당시는 독일에서 코로나19가 가장 번성하던 시점이어서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마스크 실종 사건'이란 황당한 일을 겪은 베를린 주 정부는 독일 연방군에 의료용 마스크와 보호복 수급에 군병력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대가 나서 마스크를 사수해 달라는 요청이었던 셈이다.

이젠 출구전략 모색할 때…'마스크가 해답'

현지시간 28일 09시 기준,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15만 8천여 명. 이 가운데 11만 4천여 명이 완치되고 6천 백여 명이 숨져 현재 실질 감염자수는 3만 8천여 명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자료를 보면 27일 신규 확진자수는 988명으로, 신규 확진자수가 천 명 이하를 기록한 건 3월 14일 이후 44일 만이다. 실질 감염자수는 이달 6일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바이러스가 이제 통제권 안에 들어왔다고 보고, 그동안 취해 왔던 강력한 봉쇄 조치를 서서히 풀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면적이 800㎡ 이하 상점이 영업을 시작했다. 다음 달엔 학교 등교와 종교 모임도 허용된다.

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러운 게 현실. 독일 정부는 안전대책의 하나로 마스크를 선택했다. 독일 연방정부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강력 권고하는 선에서 머물었지만, 23일 작센주를 시작하고 16개 연방주 전체가 대중교통과 상점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바이러스가 한창 번성할 때만 해도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밝혀 왔지만, 이제 봉쇄 조치를 벗어나기 위한 출구 전략의 하나로 마스크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란 물건, 참 낯설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베를린 시내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곳 사람들에게 마스크란 참 낯선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화도 있다.

https://www.zdf.de/politik/berlin-direkt/corona-spahn-maske-100.html

지난 14일 독일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하는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이 헤센주의 기센 대학병원을 방문했다. 마스크 한 장을 건네받은 슈판 장관이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는데 주변의 누군가가 알려준다.

"장관님, 마스크 거꾸로 쓰셨습니다."

슈판 장관이 겸연쩍게 웃으며 마스크 위아래를 돌려 다시 착용한다.

"당신이 없었더라면…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런데 뭔가 불편한 듯 병원 관계자에게 말한다.

(슈판)"잘못 된 거 같은데요."
(관계자)"초록색이 바깥으로…"
(슈판)"아, 그 뜻이었군요. 이쪽으로."
(관계자)"양면이 똑같습니다. 상관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스크를 쓰는 데 성공했지만, 두세 번 벗었다 쓰는 동안 마스크 한쪽이 찢어져 버렸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은행에 갔는데 마스크를 쓴 사람만 입장을 시켰다. 그런데 앞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하는 말, "나만 괜찮고 마스크 쓴 사람들이 모두 은행 강도처럼 보이는군요."

은행 강도처럼 보이든, 환자처럼 보이든, 이제 독일 사람들도 대중교통과 상점을 이용할 땐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연방주도 생겨났는데, 바이에른 주에선 개인의 경우 150유로(20만 원), 직원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하지 않은 사업주는 최대 5천 유로(663만 원)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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