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로 불…어떤 처벌 받을까

입력 2020.04.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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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기도 군포시의 물류센터에서 난 불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의 위력을 잘 보여줬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창고 앞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 담배꽁초를 버렸는데, 강한 바람으로 불씨가 쓰레기에 옮겨붙으면서 220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경찰은 이 노동자에게 중(重)실화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담배꽁초를 버린 행동이 '중대한 과실'이라고 본 것인데, 법원에서도 담배꽁초를 버려 불이 난 경우 중대한 과실로 봐서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꽤 있다.


단순 과실은 벌금, 중대한 과실은 금고
우리 형법에서는 실수로 불을 낸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데, 처벌 조항은 '실화'와 '업무상실화·중실화'로 나뉜다.

실화는 단순 과실로 불을 낸 상황을 의미하는데,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업무상실화·중실화는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불을 낸 경우로, 처벌은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금고는 징역형에서 강제 노역을 뺀 형벌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중실화에 대해 "행위자가 극히 작은 주의를 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부주의로 이를 예견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불이 날 수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주의 하지 않은 경우에 중실화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판결을 확인해보기 위해 인터넷 판결 열람 시스템에서 최근 2년 동안 확정된 판결 가운데 '담배꽁초, 중실화'가 들어간 판결문을 검색해 내용을 살펴봤다.


담배꽁초 방에 버려…금고 2년
A 씨는 2017년 3월 11일 오후 11시쯤 서울 용산구 자신의 집 작은 방에 들어가 담배를 피웠다.

이후 담배꽁초를 방 안에 버렸는데, 담뱃불이 창문 앞 침대 주변에 있는 집기에 옮겨붙었다.

불은 이웃집 두 곳으로 번졌고, A 씨의 집과 이웃집 한 곳은 모두 타고, 또 다른 이웃집은 3분의 1이 탔다. 또, 불을 피해 탈출하던 2명이 다쳤다.

검찰은 A 씨가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담배꽁초를 방 안에 버렸다며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서울서부지법도 이를 받아들여 금고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A 씨의 중대한 과실로 피해자들이 상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거주지가 전소되고 화재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A 씨가 피해자들의 피해를 전혀 회복시키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매트리스 옆에 버린 담배꽁초…금고 1년 4개월
경기도 오산시의 한 원룸에 사는 B 씨는 2018년 4월 22일 9시 35분 원룸 건물 1층에 있는 공용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웠다. 재활용품 분리수거함이 있는 곳이었다.

B 씨는 담배를 피운 뒤 담배 불똥을 재활용품이 버려져 있는 쪽으로 튕겼다. 이후 불똥이 잘 꺼졌는지 확인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불똥은 재활용품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박스에 붙어서 불이 됐고, 불은 침대 매트리스→주차된 차량→건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다.

이 불로 20억 5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고, 원룸 입주자 등 16명이 다쳤다. 당시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큰 불이었다.

검찰은 B 씨에게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B 씨는 자신 때문에 불이 난 것도 아니고, 설령 자신 때문에 불이 났다고 해도 단순 과실이지 중대한 과실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동부지법은 "B 씨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소방훈련도 받는 등 화재발생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B 씨가 가연성 물건이 없는 곳에서 담뱃불을 끄고 담뱃불이 꺼졌는지 확인했더라면 건물이 불에 타거나 피해자들이 다치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을 종합해 보면 중실화죄를 물을 수 있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금고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단순 과실'로 인정하는 경우도
물론 담배꽁초를 버려서 불이 났다고 모두 다 중대한 과실이 되는 건 아니다. 2018년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종이박스 근처에 담배꽁초를 버려 불을 낸 C 씨 사건에서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중실화죄가 아닌 실화죄를 적용해 기소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판례들을 종합해서 보면, 중대한 과실이 되느냐 아니냐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각 사례별로 판단이 내려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담뱃불을 안전한 곳에서 끄고 잘 꺼졌는지 확인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은 모든 판결에서 인정하고 있다.

어떤 행동이 중대한 과실이냐는 점보다는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서 흡연자들은 '꺼진 꽁초도 다시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게 담배꽁초 화재 판결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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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로 불…어떤 처벌 받을까
    • 입력 2020-04-30 08:00:56
    취재K
지난 21일 경기도 군포시의 물류센터에서 난 불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의 위력을 잘 보여줬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창고 앞에 있는 쓰레기 더미에 담배꽁초를 버렸는데, 강한 바람으로 불씨가 쓰레기에 옮겨붙으면서 220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경찰은 이 노동자에게 중(重)실화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담배꽁초를 버린 행동이 '중대한 과실'이라고 본 것인데, 법원에서도 담배꽁초를 버려 불이 난 경우 중대한 과실로 봐서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꽤 있다.


단순 과실은 벌금, 중대한 과실은 금고
우리 형법에서는 실수로 불을 낸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데, 처벌 조항은 '실화'와 '업무상실화·중실화'로 나뉜다.

실화는 단순 과실로 불을 낸 상황을 의미하는데,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업무상실화·중실화는 업무상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불을 낸 경우로, 처벌은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금고는 징역형에서 강제 노역을 뺀 형벌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중실화에 대해 "행위자가 극히 작은 주의를 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부주의로 이를 예견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불이 날 수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주의 하지 않은 경우에 중실화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판결을 확인해보기 위해 인터넷 판결 열람 시스템에서 최근 2년 동안 확정된 판결 가운데 '담배꽁초, 중실화'가 들어간 판결문을 검색해 내용을 살펴봤다.


담배꽁초 방에 버려…금고 2년
A 씨는 2017년 3월 11일 오후 11시쯤 서울 용산구 자신의 집 작은 방에 들어가 담배를 피웠다.

이후 담배꽁초를 방 안에 버렸는데, 담뱃불이 창문 앞 침대 주변에 있는 집기에 옮겨붙었다.

불은 이웃집 두 곳으로 번졌고, A 씨의 집과 이웃집 한 곳은 모두 타고, 또 다른 이웃집은 3분의 1이 탔다. 또, 불을 피해 탈출하던 2명이 다쳤다.

검찰은 A 씨가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담배꽁초를 방 안에 버렸다며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서울서부지법도 이를 받아들여 금고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A 씨의 중대한 과실로 피해자들이 상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거주지가 전소되고 화재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A 씨가 피해자들의 피해를 전혀 회복시키지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매트리스 옆에 버린 담배꽁초…금고 1년 4개월
경기도 오산시의 한 원룸에 사는 B 씨는 2018년 4월 22일 9시 35분 원룸 건물 1층에 있는 공용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웠다. 재활용품 분리수거함이 있는 곳이었다.

B 씨는 담배를 피운 뒤 담배 불똥을 재활용품이 버려져 있는 쪽으로 튕겼다. 이후 불똥이 잘 꺼졌는지 확인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불똥은 재활용품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박스에 붙어서 불이 됐고, 불은 침대 매트리스→주차된 차량→건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다.

이 불로 20억 5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고, 원룸 입주자 등 16명이 다쳤다. 당시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큰 불이었다.

검찰은 B 씨에게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B 씨는 자신 때문에 불이 난 것도 아니고, 설령 자신 때문에 불이 났다고 해도 단순 과실이지 중대한 과실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동부지법은 "B 씨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소방훈련도 받는 등 화재발생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며 "B 씨가 가연성 물건이 없는 곳에서 담뱃불을 끄고 담뱃불이 꺼졌는지 확인했더라면 건물이 불에 타거나 피해자들이 다치는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을 종합해 보면 중실화죄를 물을 수 있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금고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단순 과실'로 인정하는 경우도
물론 담배꽁초를 버려서 불이 났다고 모두 다 중대한 과실이 되는 건 아니다. 2018년 용산구의 한 도로에서 종이박스 근처에 담배꽁초를 버려 불을 낸 C 씨 사건에서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중실화죄가 아닌 실화죄를 적용해 기소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판례들을 종합해서 보면, 중대한 과실이 되느냐 아니냐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각 사례별로 판단이 내려진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담뱃불을 안전한 곳에서 끄고 잘 꺼졌는지 확인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은 모든 판결에서 인정하고 있다.

어떤 행동이 중대한 과실이냐는 점보다는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해서 흡연자들은 '꺼진 꽁초도 다시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게 담배꽁초 화재 판결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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