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문화예술·스포츠·여행업…“평균의 함정 주의해야”

입력 2020.04.30 (16:52) 수정 2020.04.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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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에서 소극장 3곳을 운영하고 있는 박태민씨를 만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터졌던 1월에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장기화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버텨야지 조금만 더 버텨야지 했는데 벌써 3개월이 넘었습니다. 2백 석이 넘는 극장 좌석에 겨우 10석만 채워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것도 공연 회차를 많이 줄여서 겨우 사람들을 모은 겁니다. 날이 갈수록 문을 닫는 소극장들이 많아졌습니다. 박 씨는 대출을 받아서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결국 빚입니다. 마지노선을 앞으로 한두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출이 90% 떨어졌어요. 배우분들도 많이 힘들어하시죠. 원래는 스케줄대로 공연들이 다 진행이 되어야 되는데 코로나때문에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가 조금 애매해요. 취소가 되면 그만큼 페이를 못 받으니까요. 공연예술쪽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힘들어요."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문화예술


박 씨의 말대로 실제로 문화예술업은 전체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60만여 개 소상공인 업체 매출을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업은 다른 업종보다 피해가 컸습니다.

기존에 나온 코로나 관련 업종별 피해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설 연휴 기간을 피하기 위해 2월 둘째 주부터 비교했습니다.

문화예술업 가운데서도 가장 피해가 큰 업종은 무용·댄스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절반 가까이 매출이 줄었습니다. 미술관이나 소극장 등이 포함된 문화시설도 31%나 감소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이는 곳일수록 피해가 크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교해 도서업은 16% 떨어졌습니다. 물론 큰 폭의 매출 감소이지만 다른 업종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습니다.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다 보니 오프라인 매출은 떨어졌어도 전체 매출은 적게 줄어든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데이터와 별개로 교보문고 매출을 따로 확인해봤는데요. 교보문고 역시 2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오프라인 매출은 22% 감소했지만, 온라인 매출은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회원 수가 3분의 2정도 줄었어요"…아직도 한겨울인 스포츠업


스포츠업도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업종입니다. 온라인 주문 같은 대체 수단이 없는 업종이기도 합니다. 원격 강의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전체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합니다. 전반적으로 스포츠업 거의 모든 분야가 큰 폭의 매출 감소를 보였습니다.

태권도를 포함한 무예, 복싱, 권투 등은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매출이 줄었습니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태권도 체육관장이 월세를 못 내서 밤에 택배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연의 기사를 낸 적도 있는데요. 집단 감염 우려로 사람들이 체육관에 나가길 꺼리면서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요가나 필라테스, 수영, 헬스장 등이 포함된 스포츠시설 역시 절반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서울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배경진 씨는 "2월부터 매출이 70~80%가량 감소했고 회원 수는 3백 명에서 1백 명으로 떨어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헬스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2주 넘게 휴업을 한 곳이 많아 매출 타격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스포츠업종 그래프를 보면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발견되는데요. 바로 자전거 분야입니다. 야외에서 거리를 두고 운동을 할 수 있다 보니 자전거 부문 매출은 53%나 급증했습니다. 다른 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전거라도 타자는 심정으로 몰리면서 오히려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골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거의 비슷한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최소 올해 4분기부터 회복?…전망마저 어두운 여행업


여행업은 문화예술업과 스포츠업보다 전망이 좀 더 어둡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이 되면 문화예술업과 스포츠업은 곧바로 회복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큰데 여행업은 시차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려면 최소 올해 4분기는 되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 3개월간 매출 피해는 문화예술업, 스포츠업과 비슷합니다. 관광명소와 기념품 판매는 60% 가까이 감소했고, 숙박업소 역시 지난해보다 37%나 매출이 줄었습니다. 여행사 매출은 59%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항공사들의 매출은 이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따로 확인해보니 3월에만 국내선 매출은 57% 감소, 국제선 매출은 92% 감소했습니다.

"업종별·지역별로 맞춤 지원 절실해"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 거의 모든 분야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건 너무 당연한 소리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피해 규모를 정확히 분석하는 일입니다. 특히 업종별, 지역별로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더 효과적인 지원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서울시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지원금의 경우 지난해 연 매출 2억 원 이하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문화예술업은 올해 매출이 거의 70~80% 줄어들었는데 지난해 연 매출이 2억 원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못 받는 사업장들이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매출보다 10~20%가량 떨어진 다른 업종 사업장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평균의 함정이 있는데 일률적인 지원 기준은 자칫 정말 필요한 사람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번에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도 "업종이나 지역을 개별적으로 평균값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좀 더 디테일하게 분석해서 개별 사업장 상황에 맞춰서 더 많은 피해를 입은 사업장에게 더 많은 지원을 빠르게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5월에 소상공인을 위한 2차 긴급대출을 10조 원 규모로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도는 1인당 1천만 원,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금리인데, 중신용자 기준 연 3∼4% 정도로 1차 연 1.5%의 배 수준입니다. 금리를 올린 이유는 1차 긴급대출로 급한 불은 껐지만, 워낙 금리가 낮다 보니 덜 급한 사람들까지 대출을 신청하면서 정말 급한 사람들이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이른바 가수요가 있었다는 거죠.

가수요를 막고, 정말 필요한 곳에 빨리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지역별 세부적인 피해 분석이 중요합니다.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가능해진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정부 지원책도 한 단계 진화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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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데이터로 본 문화예술·스포츠·여행업…“평균의 함정 주의해야”
    • 입력 2020-04-30 16:52:49
    • 수정2020-04-30 16: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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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에서 소극장 3곳을 운영하고 있는 박태민씨를 만났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터졌던 1월에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장기화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버텨야지 조금만 더 버텨야지 했는데 벌써 3개월이 넘었습니다. 2백 석이 넘는 극장 좌석에 겨우 10석만 채워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것도 공연 회차를 많이 줄여서 겨우 사람들을 모은 겁니다. 날이 갈수록 문을 닫는 소극장들이 많아졌습니다. 박 씨는 대출을 받아서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결국 빚입니다. 마지노선을 앞으로 한두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출이 90% 떨어졌어요. 배우분들도 많이 힘들어하시죠. 원래는 스케줄대로 공연들이 다 진행이 되어야 되는데 코로나때문에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가 조금 애매해요. 취소가 되면 그만큼 페이를 못 받으니까요. 공연예술쪽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힘들어요."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문화예술


박 씨의 말대로 실제로 문화예술업은 전체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60만여 개 소상공인 업체 매출을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업은 다른 업종보다 피해가 컸습니다.

기존에 나온 코로나 관련 업종별 피해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설 연휴 기간을 피하기 위해 2월 둘째 주부터 비교했습니다.

문화예술업 가운데서도 가장 피해가 큰 업종은 무용·댄스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절반 가까이 매출이 줄었습니다. 미술관이나 소극장 등이 포함된 문화시설도 31%나 감소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이는 곳일수록 피해가 크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교해 도서업은 16% 떨어졌습니다. 물론 큰 폭의 매출 감소이지만 다른 업종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습니다.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다 보니 오프라인 매출은 떨어졌어도 전체 매출은 적게 줄어든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데이터와 별개로 교보문고 매출을 따로 확인해봤는데요. 교보문고 역시 2월 중순부터 4월 말까지 오프라인 매출은 22% 감소했지만, 온라인 매출은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회원 수가 3분의 2정도 줄었어요"…아직도 한겨울인 스포츠업


스포츠업도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업종입니다. 온라인 주문 같은 대체 수단이 없는 업종이기도 합니다. 원격 강의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전체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합니다. 전반적으로 스포츠업 거의 모든 분야가 큰 폭의 매출 감소를 보였습니다.

태권도를 포함한 무예, 복싱, 권투 등은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매출이 줄었습니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태권도 체육관장이 월세를 못 내서 밤에 택배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연의 기사를 낸 적도 있는데요. 집단 감염 우려로 사람들이 체육관에 나가길 꺼리면서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요가나 필라테스, 수영, 헬스장 등이 포함된 스포츠시설 역시 절반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서울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배경진 씨는 "2월부터 매출이 70~80%가량 감소했고 회원 수는 3백 명에서 1백 명으로 떨어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헬스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2주 넘게 휴업을 한 곳이 많아 매출 타격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스포츠업종 그래프를 보면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발견되는데요. 바로 자전거 분야입니다. 야외에서 거리를 두고 운동을 할 수 있다 보니 자전거 부문 매출은 53%나 급증했습니다. 다른 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전거라도 타자는 심정으로 몰리면서 오히려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골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거의 비슷한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최소 올해 4분기부터 회복?…전망마저 어두운 여행업


여행업은 문화예술업과 스포츠업보다 전망이 좀 더 어둡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이 되면 문화예술업과 스포츠업은 곧바로 회복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큰데 여행업은 시차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려면 최소 올해 4분기는 되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 3개월간 매출 피해는 문화예술업, 스포츠업과 비슷합니다. 관광명소와 기념품 판매는 60% 가까이 감소했고, 숙박업소 역시 지난해보다 37%나 매출이 줄었습니다. 여행사 매출은 59%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항공사들의 매출은 이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따로 확인해보니 3월에만 국내선 매출은 57% 감소, 국제선 매출은 92% 감소했습니다.

"업종별·지역별로 맞춤 지원 절실해"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 거의 모든 분야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건 너무 당연한 소리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피해 규모를 정확히 분석하는 일입니다. 특히 업종별, 지역별로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더 효과적인 지원책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서울시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지원금의 경우 지난해 연 매출 2억 원 이하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문화예술업은 올해 매출이 거의 70~80% 줄어들었는데 지난해 연 매출이 2억 원이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못 받는 사업장들이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매출보다 10~20%가량 떨어진 다른 업종 사업장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평균의 함정이 있는데 일률적인 지원 기준은 자칫 정말 필요한 사람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번에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도 "업종이나 지역을 개별적으로 평균값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좀 더 디테일하게 분석해서 개별 사업장 상황에 맞춰서 더 많은 피해를 입은 사업장에게 더 많은 지원을 빠르게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5월에 소상공인을 위한 2차 긴급대출을 10조 원 규모로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도는 1인당 1천만 원,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 조건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금리인데, 중신용자 기준 연 3∼4% 정도로 1차 연 1.5%의 배 수준입니다. 금리를 올린 이유는 1차 긴급대출로 급한 불은 껐지만, 워낙 금리가 낮다 보니 덜 급한 사람들까지 대출을 신청하면서 정말 급한 사람들이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이른바 가수요가 있었다는 거죠.

가수요를 막고, 정말 필요한 곳에 빨리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지역별 세부적인 피해 분석이 중요합니다.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가능해진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정부 지원책도 한 단계 진화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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