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전’ 보내고 ‘감사’ 표하고…20일 째 안 보이는 김정은의 바쁜 일정

입력 2020.05.01 (17:01) 수정 2020.05.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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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외 공개 활동이 보이지 않은 지가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오늘로 20일째가 됐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후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밝히지 않은 채 동정 보도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가 김 위원장이 묘향산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별장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고, 21일, 미국 시각으로 20일엔 미 CNN방송이 김 위원장이 수술 이후 중대한 위급 상황에 빠졌다는 정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은 증폭됐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북한 매체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열흘이 지났습니다.

4월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모습을 촬영한 것이 북한 매체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김 위원장의 활동 모습이다.4월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모습을 촬영한 것이 북한 매체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김 위원장의 활동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 매체에서 보이는 김 위원장의 근황은 좀 분위기가 다릅니다. 북한 매체 기사만으로는 김 위원장이 여전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 김정은 위원장 동정 보도만 이어가는 北 매체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월 12일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동정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4월 14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재일동포 자녀들을 위하여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을 보내시였다."

<4월 19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짐바브웨공화국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

<4월 20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애국적 헌신성을 발휘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시였다."

<4월 21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꾸바공화국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

<4월 23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수리아아랍공화국 대통령에게 답전을 보내시였다."

<4월 26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삼지연시꾸리기를 성심성의로 지원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시였다."

<4월 27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을 적극 지원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시였다."

<4월 28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

<5월 1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모범적인 선동원, 5호담당선전원들에게 감사를 보내시였다."


기사 제목은 하나같이 모두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로 시작합니다. 내용을 보면 외국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거나 현장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는 것으로 단순한 동정을 전하는 수준입니다. 동정의 내용보다는 외부에서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도 김 위원장이 건재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방점이 찍힌 보도로 해석됩니다.

특히 어제(4월 30일)에는 '24일에 러시아 자유민주당 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며 6일이나 지난 김 위원장 동정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가급적 매일 김 위원장 관련 소식을 실으려는 북한 매체의 의도로도 읽힙니다.

반면, 이 기간 중 김 위원장이 주로, 혹은 빼놓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던 행사에서 보이지 않기 시작하며 의구심이 커진 모양샙니다. 이 기간 동안 북한에서는 큰 행사들이 많았습니다. 4월 14일엔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우리 군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발사 현장에 있었는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통상 '예의주시했다'는 말은 '참관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4월 15일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로 부르는 북한의 최대 명절입니다. 그런데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매체는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이튿날인 16일에 보도했지만 김 위원장의 참배 여부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면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4월 25일은 북한군 인민군 창건 88년을 맞은 날이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공식 건군절이 2월 8일로 새로 지정되면서 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지만, 역시 이날과 이튿날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관련 공개활동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모습.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모습.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특이 동향 없어", "알지만 말 못해" 한미 신중 모드

북한의 동향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처음의 신중한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특이 동향이 없다며, 정부의 입장을 믿어달라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북한 내 동향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 입장을 확고히 믿어달라"면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정보상으로 이상이 없고 특이동향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세밀하게 모든 것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 4월 30일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한 질문에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서 "그저 지금 당장은 김정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그저 모든 것이 괜찮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거듭 말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미 정보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입장을 보탰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제 2주보다 조금 더 그의 공개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안다"며 "아예 못 들어본 일은 아니다. 그러나 통상적이지는 않다(unusual)"라고 답했습니다.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면밀하게 계속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만일의 사태에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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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전’ 보내고 ‘감사’ 표하고…20일 째 안 보이는 김정은의 바쁜 일정
    • 입력 2020-05-01 17:01:59
    • 수정2020-05-01 17:03:27
    취재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외 공개 활동이 보이지 않은 지가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오늘로 20일째가 됐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이후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밝히지 않은 채 동정 보도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가 김 위원장이 묘향산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별장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고, 21일, 미국 시각으로 20일엔 미 CNN방송이 김 위원장이 수술 이후 중대한 위급 상황에 빠졌다는 정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은 증폭됐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북한 매체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열흘이 지났습니다.

4월 11일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모습을 촬영한 것이 북한 매체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김 위원장의 활동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 매체에서 보이는 김 위원장의 근황은 좀 분위기가 다릅니다. 북한 매체 기사만으로는 김 위원장이 여전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 김정은 위원장 동정 보도만 이어가는 北 매체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월 12일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동정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4월 14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재일동포 자녀들을 위하여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을 보내시였다."

<4월 19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짐바브웨공화국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

<4월 20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애국적 헌신성을 발휘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시였다."

<4월 21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꾸바공화국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

<4월 23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수리아아랍공화국 대통령에게 답전을 보내시였다."

<4월 26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삼지연시꾸리기를 성심성의로 지원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시였다."

<4월 27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을 적극 지원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시였다."

<4월 28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시였다."

<5월 1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모범적인 선동원, 5호담당선전원들에게 감사를 보내시였다."


기사 제목은 하나같이 모두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로 시작합니다. 내용을 보면 외국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거나 현장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는 것으로 단순한 동정을 전하는 수준입니다. 동정의 내용보다는 외부에서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와중에도 김 위원장이 건재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방점이 찍힌 보도로 해석됩니다.

특히 어제(4월 30일)에는 '24일에 러시아 자유민주당 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며 6일이나 지난 김 위원장 동정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가급적 매일 김 위원장 관련 소식을 실으려는 북한 매체의 의도로도 읽힙니다.

반면, 이 기간 중 김 위원장이 주로, 혹은 빼놓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던 행사에서 보이지 않기 시작하며 의구심이 커진 모양샙니다. 이 기간 동안 북한에서는 큰 행사들이 많았습니다. 4월 14일엔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우리 군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발사 현장에 있었는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통상 '예의주시했다'는 말은 '참관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4월 15일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로 부르는 북한의 최대 명절입니다. 그런데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북한 매체는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이튿날인 16일에 보도했지만 김 위원장의 참배 여부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면 김 위원장 집권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4월 25일은 북한군 인민군 창건 88년을 맞은 날이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공식 건군절이 2월 8일로 새로 지정되면서 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지만, 역시 이날과 이튿날에도 김정은 위원장의 관련 공개활동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간부들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모습.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특이 동향 없어", "알지만 말 못해" 한미 신중 모드

북한의 동향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처음의 신중한 입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특이 동향이 없다며, 정부의 입장을 믿어달라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북한 내 동향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 입장을 확고히 믿어달라"면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정보상으로 이상이 없고 특이동향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세밀하게 모든 것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 4월 30일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한 질문에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서 "그저 지금 당장은 김정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그저 모든 것이 괜찮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거듭 말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미 정보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입장을 보탰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제 2주보다 조금 더 그의 공개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을 안다"며 "아예 못 들어본 일은 아니다. 그러나 통상적이지는 않다(unusual)"라고 답했습니다.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면밀하게 계속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 만일의 사태에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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