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역보고서 보니…“사라지는 일자리 700만 개”

입력 2020.05.01 (21:27) 수정 2020.05.0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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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첨단 IT 기술의 그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까요?

KBS 취재진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죠,

지난해 말에 나온 정부 보고서를 입수했는데요,

앞으로 10년 동안 사라지는 일자리, 무려 700만 개였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본격화되면 규모는 더 커지고, 속도도 빨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자리가 어떻게 사라지는 지, 먼저 황정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0년 뒤 경제효과 455조 원, 인공지능 강국을 선언하며 정부가 내놓은 발표문입니다.

일자리 부분, 노동시간 27%가 대체된다는 모호한 표현만 등장합니다.

출처는 정부 용역을 진행한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의 보고서.

실제 보고서 내용이 궁금했지만 정부와 맥킨지의 답은 비공개였습니다.

[맥킨지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맥킨지)가 클라이언트(과기부)하고 같이 프라이빗하게 컨설팅해드린 부분은 아마 노출이 안될 겁니다."]

결국 취재진이 입수한 보고서, 디지털 시대 일자리를 잃는 사람, 10년 동안 700만 명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 2300만 명 중 3분의1, "IMF 외환위기 때의 절반 규모"라고 적었습니다.

근거는 구체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800여 개 직업군의 일을 하나하나 구분해서 자동화 대체 비율을 측정했는데, 이런 식입니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나왔습니다.

식당에서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이 하는 일을 손님맞이, 음식 주문, 음식 전달, 식탁 정리 이렇게 4가지로 나눠서 하나씩 따져볼 텐데요,

마침 이곳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곳이어서, 분석이 어렵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몇 분이시죠?) 3명이요."]

이런 적절한 대처와 반가운 인삿말, 손님맞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친절함까지 로봇이 대신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음식 나르기와 식탁 정리는 로봇이 거뜬히 해냅니다.

식당 종업원 일의 절반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보고서는 이런 식으로 자동화 대체비율 50% 넘는 직업들을 꼽았는데,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물론, 경영이나 회계같은 전문직, 심지어 미용업도 포함됐습니다.

실제 종사자들은 아직 체감을 못 하고 있습니다.

[유정하/회계사 : "밤새면서 일하는데 그런 부분 많이 줄어들 수는 있겠다. 오히려 우리한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차준희/미용사 : "디테일한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봇이 대체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사라지는 일자리 700만 개 대신, 디지털 관련 일자리 730만 개가 생긴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환 과정이 제대로 안 되면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 하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정부도 이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을 텐데, 아직 눈에 띄는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김유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노동 허리' 중숙련 노동자 잡아라…무엇을 해야 하나

한 투자회사가 도입한 기업 신용평가 시스템.

인공지능이 재무제표와 거래 실적 등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아 기업의 부실 징후를 파악합니다.

기존엔 신용평가사나 회계사가 하던 일, AI가 이른바 화이트 칼라, 중숙련 이상 업무에까지 손을 뻗고 있는 겁니다.

정부 용역 보고서는 중숙련 일자리 천744만 개 중 31%인 534만 개를 대체할 걸로 전망했습니다.

일반 사무직과 회계사, 세무사, 경리직 등이 자동화 위험이 높다고 꼽았는데, 중간 소득 이상을 받는 허리 계층 일자리도 위험하다는 얘깁니다.

중숙련 노동자들도 떠나게 만드는 디지털 시대,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성희/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 "현재 만들어진 (고용) 대책은 긴급 한시지원책이고, 대상 폭을 넓혔다고 하지만 광범위한 사각 지대에 대해서 충분한 대책이 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사회 안전망을 포괄적으로 다시 한번 재구성해서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제도와 방안 마련이 필요하죠."]

[이문호/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 "(디지털) 전환이 될 수가 없는 계층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을 해서 전환이 있는 계층들한테는 재교육을 통해서 전환이 되고 이동을 시키고,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줘야 합니다."]

[김하나/변호사 : "플랫폼 노동 증가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유형의 고용들이 증가할 것이고, 이걸 어떻게 지금 기존 법제 안에 편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AI국가전략에서) 전혀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구체적인 언급도 되어있지 않거든요."]

[문형남/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AI개발자 기술자뿐만 아니라 AI를 비즈니스하고 융합할 수 있는 AI 융합 비즈니스 컨설턴트를 양성해서 각 기업 각 산업에 보내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중심의 한국판 뉴딜을 선언한 정부.

구체적 윤곽은 다음 주 나옵니다.

KBS 뉴스 김유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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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용역보고서 보니…“사라지는 일자리 700만 개”
    • 입력 2020-05-01 21:31:48
    • 수정2020-05-01 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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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첨단 IT 기술의 그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까요?

KBS 취재진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죠,

지난해 말에 나온 정부 보고서를 입수했는데요,

앞으로 10년 동안 사라지는 일자리, 무려 700만 개였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본격화되면 규모는 더 커지고, 속도도 빨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자리가 어떻게 사라지는 지, 먼저 황정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0년 뒤 경제효과 455조 원, 인공지능 강국을 선언하며 정부가 내놓은 발표문입니다.

일자리 부분, 노동시간 27%가 대체된다는 모호한 표현만 등장합니다.

출처는 정부 용역을 진행한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의 보고서.

실제 보고서 내용이 궁금했지만 정부와 맥킨지의 답은 비공개였습니다.

[맥킨지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맥킨지)가 클라이언트(과기부)하고 같이 프라이빗하게 컨설팅해드린 부분은 아마 노출이 안될 겁니다."]

결국 취재진이 입수한 보고서, 디지털 시대 일자리를 잃는 사람, 10년 동안 700만 명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 2300만 명 중 3분의1, "IMF 외환위기 때의 절반 규모"라고 적었습니다.

근거는 구체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800여 개 직업군의 일을 하나하나 구분해서 자동화 대체 비율을 측정했는데, 이런 식입니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나왔습니다.

식당에서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이 하는 일을 손님맞이, 음식 주문, 음식 전달, 식탁 정리 이렇게 4가지로 나눠서 하나씩 따져볼 텐데요,

마침 이곳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곳이어서, 분석이 어렵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몇 분이시죠?) 3명이요."]

이런 적절한 대처와 반가운 인삿말, 손님맞이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친절함까지 로봇이 대신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음식 나르기와 식탁 정리는 로봇이 거뜬히 해냅니다.

식당 종업원 일의 절반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보고서는 이런 식으로 자동화 대체비율 50% 넘는 직업들을 꼽았는데,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물론, 경영이나 회계같은 전문직, 심지어 미용업도 포함됐습니다.

실제 종사자들은 아직 체감을 못 하고 있습니다.

[유정하/회계사 : "밤새면서 일하는데 그런 부분 많이 줄어들 수는 있겠다. 오히려 우리한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차준희/미용사 : "디테일한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봇이 대체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사라지는 일자리 700만 개 대신, 디지털 관련 일자리 730만 개가 생긴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환 과정이 제대로 안 되면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 하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정부도 이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을 텐데, 아직 눈에 띄는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김유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노동 허리' 중숙련 노동자 잡아라…무엇을 해야 하나

한 투자회사가 도입한 기업 신용평가 시스템.

인공지능이 재무제표와 거래 실적 등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아 기업의 부실 징후를 파악합니다.

기존엔 신용평가사나 회계사가 하던 일, AI가 이른바 화이트 칼라, 중숙련 이상 업무에까지 손을 뻗고 있는 겁니다.

정부 용역 보고서는 중숙련 일자리 천744만 개 중 31%인 534만 개를 대체할 걸로 전망했습니다.

일반 사무직과 회계사, 세무사, 경리직 등이 자동화 위험이 높다고 꼽았는데, 중간 소득 이상을 받는 허리 계층 일자리도 위험하다는 얘깁니다.

중숙련 노동자들도 떠나게 만드는 디지털 시대,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성희/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 "현재 만들어진 (고용) 대책은 긴급 한시지원책이고, 대상 폭을 넓혔다고 하지만 광범위한 사각 지대에 대해서 충분한 대책이 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사회 안전망을 포괄적으로 다시 한번 재구성해서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제도와 방안 마련이 필요하죠."]

[이문호/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 "(디지털) 전환이 될 수가 없는 계층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을 해서 전환이 있는 계층들한테는 재교육을 통해서 전환이 되고 이동을 시키고,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줘야 합니다."]

[김하나/변호사 : "플랫폼 노동 증가와 같이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유형의 고용들이 증가할 것이고, 이걸 어떻게 지금 기존 법제 안에 편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AI국가전략에서) 전혀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구체적인 언급도 되어있지 않거든요."]

[문형남/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AI개발자 기술자뿐만 아니라 AI를 비즈니스하고 융합할 수 있는 AI 융합 비즈니스 컨설턴트를 양성해서 각 기업 각 산업에 보내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중심의 한국판 뉴딜을 선언한 정부.

구체적 윤곽은 다음 주 나옵니다.

KBS 뉴스 김유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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