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창] “지능을 개발하자!”…북한도 조기교육 ‘열풍’

입력 2020.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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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매체가 유아 지능개발 관련 프로그램을 자주 방영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북한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우리나라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 조기교육의 허와 실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3월 북한 조선중앙TV에 평양 과학자 거리에 있는 <은하2유치원>이 소개됐습니다. 이 유치원에선 일반적인 교과 학습뿐 아니라 바둑을 이용한 아동 지능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음악적 재능이 탁월한 어린이에겐 청음 활동과 바둑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모습도 북한 매체 전파를 탔습니다. 이 유치원의 김은정 원장은 방송에서 "일상생활에선 왼쪽 뇌를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오른쪽 뇌는 인재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양 개선유치원 주산 경기대회평양 개선유치원 주산 경기대회

평양교원대학 부속 <개선유치원>도 북한 유아 지능개발의 표준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유치원에선 아직 수에 대한 개념도 부족할 유아들이 네 자릿수 덧셈과 뺄셈 등 난이도가 높은 문제들을 척척 풀어내고 있습니다. 원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주산 경기도 열리고 있다는데요. 주산을 통한 지능개발 교육은 아동 생활 전반을 개선한다고 북한 매체는 선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짧은 승계과정을 거쳐 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2년부터 북한의 유아 지능개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어린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고 자기 목적에 맞춰서 키우면 나중에도 자기 주변에 있을 거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글 읽는 2살짜리 북한 아기한글 읽는 2살짜리 북한 아기

실제로 취학 전 아동 지능 개발교육은 김정은 위원장 등장과 함께 본격화됐습니다. 집권 직후인 2012년 경상 유치원을 두 차례나 찾아 지능 개발교육을 강조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2014년 완공된 평양육아원과 애육원에서도 아동들의 지능개발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의 지능 개발교육 나이가 점점 낮아지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갓 두 돌, 세돌 된 아이들이 거침없이 한글을 읽고 숫자 계산을 해내는 모습은 북한 매체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북한 학부모들은 유아 지능개발과 관련된 책이나 프로그램들을 구매하게 되면서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소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지난 2016년 탈북한 최영숙 씨는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를 영재로 키우려면 얼마 정도의 돈이 든다고 학부모들에게 말을 하고 있다"면서 "부모들은 자식을 정말 수재로 키우기 위해 날아가는 돈이라도 잡아서 키우겠다는 심정으로 엄청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자릿수 곱셈 암산하는 4살 북한 어린이두 자릿수 곱셈 암산하는 4살 북한 어린이

그러나 북한의 유아 지능개발 교육은 북한 당국의 기대만큼 제 역량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김석향 교수는 "어느 정도까지는 암기교육과 비슷한 형태로 어린이들이 흡수하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유아 지능개발 교육이 체제 유지 차원일 뿐 아니라 어린이 개개인의 재능과 꿈을 키우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오늘 아침 KBS 1TV로 방송된 <남북의 창>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동향 관련 소식과 북한의 간척사업 진행 상황 등을 다뤘습니다. 방송 내용은 KBS 뉴스 인터넷홈페이지(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31&ref=pMenu#2020.04)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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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의 창] “지능을 개발하자!”…북한도 조기교육 ‘열풍’
    • 입력 2020-05-02 09:00:03
    취재K
최근 북한 매체가 유아 지능개발 관련 프로그램을 자주 방영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북한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우리나라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 조기교육의 허와 실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3월 북한 조선중앙TV에 평양 과학자 거리에 있는 <은하2유치원>이 소개됐습니다. 이 유치원에선 일반적인 교과 학습뿐 아니라 바둑을 이용한 아동 지능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음악적 재능이 탁월한 어린이에겐 청음 활동과 바둑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모습도 북한 매체 전파를 탔습니다. 이 유치원의 김은정 원장은 방송에서 "일상생활에선 왼쪽 뇌를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오른쪽 뇌는 인재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양 개선유치원 주산 경기대회
평양교원대학 부속 <개선유치원>도 북한 유아 지능개발의 표준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 유치원에선 아직 수에 대한 개념도 부족할 유아들이 네 자릿수 덧셈과 뺄셈 등 난이도가 높은 문제들을 척척 풀어내고 있습니다. 원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주산 경기도 열리고 있다는데요. 주산을 통한 지능개발 교육은 아동 생활 전반을 개선한다고 북한 매체는 선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짧은 승계과정을 거쳐 지도자가 된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2년부터 북한의 유아 지능개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어린아이들에게 혜택을 주고 자기 목적에 맞춰서 키우면 나중에도 자기 주변에 있을 거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글 읽는 2살짜리 북한 아기
실제로 취학 전 아동 지능 개발교육은 김정은 위원장 등장과 함께 본격화됐습니다. 집권 직후인 2012년 경상 유치원을 두 차례나 찾아 지능 개발교육을 강조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2014년 완공된 평양육아원과 애육원에서도 아동들의 지능개발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의 지능 개발교육 나이가 점점 낮아지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갓 두 돌, 세돌 된 아이들이 거침없이 한글을 읽고 숫자 계산을 해내는 모습은 북한 매체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북한 학부모들은 유아 지능개발과 관련된 책이나 프로그램들을 구매하게 되면서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소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지난 2016년 탈북한 최영숙 씨는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를 영재로 키우려면 얼마 정도의 돈이 든다고 학부모들에게 말을 하고 있다"면서 "부모들은 자식을 정말 수재로 키우기 위해 날아가는 돈이라도 잡아서 키우겠다는 심정으로 엄청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자릿수 곱셈 암산하는 4살 북한 어린이
그러나 북한의 유아 지능개발 교육은 북한 당국의 기대만큼 제 역량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김석향 교수는 "어느 정도까지는 암기교육과 비슷한 형태로 어린이들이 흡수하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유아 지능개발 교육이 체제 유지 차원일 뿐 아니라 어린이 개개인의 재능과 꿈을 키우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오늘 아침 KBS 1TV로 방송된 <남북의 창>에서는 김정은 위원장 동향 관련 소식과 북한의 간척사업 진행 상황 등을 다뤘습니다. 방송 내용은 KBS 뉴스 인터넷홈페이지(http://news.kbs.co.kr/vod/program.do?bcd=0031&ref=pMenu#2020.04)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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