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20일 만에 재등장’ 北 김정은의 모습은?

입력 2020.05.02 (11:37) 수정 2020.05.02 (18: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자신을 둘러싼 '신변이상설'을 불식시켰습니다. 김 위원장은 위중한 상태도 아니었고, 혼자서 걷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었고, 숨진 것은 더욱더 아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을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함께 직접 살펴보시죠.

■북한 매체들 사진 21장 공개…김정은 위원장 '건재'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소식을 전한 건 오늘(2일) 오전 6시쯤입니다.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김 위원장이 어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준공식장에 김정은 위원장이 앉아 있고, 그 뒤로 '2020년 5월 1일'이라는 날짜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김 위원장 오른쪽 바로 옆에는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앉아있습니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을 한 김 위원장의 표정도 밝습니다.

준공 테이프를 끊는 김정은 위원장준공 테이프를 끊는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던 만큼 김 위원장이 거동이 어떤지도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김 위원장이 인파 앞에 서서 직접 준공 테이프를 끊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공개된 사진만 보고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거동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2014년에도 김 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으면서 사망설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당시 40일 만에 나타난 김 위원장은 다리가 불편한 듯 지팡이를 짚고 있었습니다. 후에 이 기간 발목에 있는 물혹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20일 만에 등장한 김 위원장은 지팡이도 짚지 않았으며 눈에 띄는 몸의 이상은 없는 모습입니다.

순천인비료공장을 둘러보며 환히 웃는 김정은 위원장순천인비료공장을 둘러보며 환히 웃는 김정은 위원장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 찍힌 김 위원장의 모습은 하나같이 밝습니다. 그건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이었던 순천인비료공장의 준공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건강이상설'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 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재등장 장소로 다른 곳도 아닌 순천인비료공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안남도 순천시에 있는 순천인비료공장은 2017년 7월 착공한 공장입니다. 비료의 질을 높이고 공급을 원활하게 해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고자 마련된 공장입니다. 이곳은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7일 올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찾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는 이번 '극적인 재등장' 장소로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았습니다.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 행보를 보임으로써 힘든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들을 다독이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반복되는 북한 관련 '인포데믹'…무책임한 정보 확산

김정은 위원장이 보란 듯이 웃으며 건재함을 과시함에 따라, 지난 약 2주 동안 이어졌던 온갖 위중설, 사망설, 건강이상설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0일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가 김 위원장이 묘향산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별장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고, 바로 다음엔 미 CNN방송이 김 위원장이 수술 이후 중대한 위급 상황에 빠졌다는 정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은 증폭됐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즉각 북한 내부에 특이동향이 없음이 확인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확인되지 않는 각종 '대북소식통'을 인용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확대, 재생산됐습니다.

급기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 장관은 건강이상설을 불 지핀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참배하지 않은 것도 코로나19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거짓 정보 유행병'을 뜻하는 인포데믹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결국,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김연철 장관의 말대로 반복된 인포데믹 현상의 사례 중 하나로 또다시 기록되게 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공개됐으니 이것으로 끝인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복되는 북한 관련 가짜뉴스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가짜 뉴스가 우리의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의 소모를 초래하는 커넥션을 끊어야 한다"며 "정부의 발표를 경시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미국, 일본, 국내 일부 언론인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무분별하게 양산되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국민 개개인의 삶에도 불안감을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련 정보는 북한 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북한 매체가 보도하기 전까지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과 같이 북한 내부의 최고의 극비 사항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엔 건재함을 보여줬지만, 김 위원장의 잠행이 길어지면 언제 또 이런 소문이 시작될지 모릅니다. 물론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이 우리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확인됐기 때문에 만약을 위한 대비는 당연히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출처로 북한 관련 허위정보가 퍼지는 것에 대한 대책도 무엇보다 시급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논란은 또 반복되고, 그때마다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혼란과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진으로 본 ‘20일 만에 재등장’ 北 김정은의 모습은?
    • 입력 2020-05-02 11:37:42
    • 수정2020-05-02 18:58:33
    취재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자신을 둘러싼 '신변이상설'을 불식시켰습니다. 김 위원장은 위중한 상태도 아니었고, 혼자서 걷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었고, 숨진 것은 더욱더 아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을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함께 직접 살펴보시죠.

■북한 매체들 사진 21장 공개…김정은 위원장 '건재'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소식을 전한 건 오늘(2일) 오전 6시쯤입니다.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김 위원장이 어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준공식장에 김정은 위원장이 앉아 있고, 그 뒤로 '2020년 5월 1일'이라는 날짜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김 위원장 오른쪽 바로 옆에는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앉아있습니다. 검은색 인민복 차림을 한 김 위원장의 표정도 밝습니다.

준공 테이프를 끊는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던 만큼 김 위원장이 거동이 어떤지도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김 위원장이 인파 앞에 서서 직접 준공 테이프를 끊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공개된 사진만 보고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거동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2014년에도 김 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으면서 사망설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당시 40일 만에 나타난 김 위원장은 다리가 불편한 듯 지팡이를 짚고 있었습니다. 후에 이 기간 발목에 있는 물혹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20일 만에 등장한 김 위원장은 지팡이도 짚지 않았으며 눈에 띄는 몸의 이상은 없는 모습입니다.

순천인비료공장을 둘러보며 환히 웃는 김정은 위원장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 찍힌 김 위원장의 모습은 하나같이 밝습니다. 그건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이었던 순천인비료공장의 준공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건강이상설'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 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재등장 장소로 다른 곳도 아닌 순천인비료공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안남도 순천시에 있는 순천인비료공장은 2017년 7월 착공한 공장입니다. 비료의 질을 높이고 공급을 원활하게 해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고자 마련된 공장입니다. 이곳은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7일 올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찾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는 이번 '극적인 재등장' 장소로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았습니다.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 행보를 보임으로써 힘든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들을 다독이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반복되는 북한 관련 '인포데믹'…무책임한 정보 확산

김정은 위원장이 보란 듯이 웃으며 건재함을 과시함에 따라, 지난 약 2주 동안 이어졌던 온갖 위중설, 사망설, 건강이상설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0일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가 김 위원장이 묘향산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별장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고, 바로 다음엔 미 CNN방송이 김 위원장이 수술 이후 중대한 위급 상황에 빠졌다는 정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은 증폭됐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즉각 북한 내부에 특이동향이 없음이 확인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확인되지 않는 각종 '대북소식통'을 인용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확대, 재생산됐습니다.

급기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 장관은 건강이상설을 불 지핀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참배하지 않은 것도 코로나19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거짓 정보 유행병'을 뜻하는 인포데믹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결국,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김연철 장관의 말대로 반복된 인포데믹 현상의 사례 중 하나로 또다시 기록되게 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공개됐으니 이것으로 끝인 걸까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복되는 북한 관련 가짜뉴스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가짜 뉴스가 우리의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의 소모를 초래하는 커넥션을 끊어야 한다"며 "정부의 발표를 경시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미국, 일본, 국내 일부 언론인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무분별하게 양산되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국민 개개인의 삶에도 불안감을 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련 정보는 북한 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북한 매체가 보도하기 전까지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과 같이 북한 내부의 최고의 극비 사항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엔 건재함을 보여줬지만, 김 위원장의 잠행이 길어지면 언제 또 이런 소문이 시작될지 모릅니다. 물론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이 우리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확인됐기 때문에 만약을 위한 대비는 당연히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출처로 북한 관련 허위정보가 퍼지는 것에 대한 대책도 무엇보다 시급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논란은 또 반복되고, 그때마다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혼란과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