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꺼내든 ‘전국민 고용보험’…“가입률 0.4%” 자영업자 설득이 관건

입력 2020.05.0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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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 국민 고용보험' 논의 본격화…"상당한 공감대"

청와대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자영업자를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자영업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고용보험에 가입해 가입률이 극히 낮았습니다.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보험료 강제 징수에 대한 반발도 예상돼 추진 과정에서 노사정 대화를 통한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제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해 올가을 정기 국회 때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는 코로나 이후 변화된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춰 새롭게 추진해야 할 주요 국정 과제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기존 고용보험제도에 큰 구멍이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사회 안전망 확충이 절실하다는 겁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그제(1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현재 고용보험 대상이 천 300만 명인데 나머지 약 천 500만 명에 이르는 사각지대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우리나라 사회보험의 역사에서 큰 변곡점이 되는 제도 변화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3주년에 맞춰 추진 계획을 발표할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 전 국민 고용보험이란? 2천6백만 취업자 보험

KBS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가 염두해두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은 한 마디로 '취업자 보험'입니다.

고용관계에 있는 일반 근로자뿐 아니라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더라도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 즉 취업자를 모두 포괄하는 건데, 3월 기준 취업자는 2천6백만 명입니다.

실업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법적인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던 특수고용직과 예술인,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가 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추가됩니다.

고용한 사람이 없는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은 각각 405만 명과 220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폐업하거나 일감을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 합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전혀 달라진 환경 속에서 기본 발상을 뛰어넘는 제도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가입할 수 있어도 안 하는데…자영업자 설득이 관건

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은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의 보험 의무 가입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수고용직과 예술인을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추가하는 것은 관련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고, 노동계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숙원 사업입니다.

반면 자영업자는 상황이 다릅니다.

자영업자는 지금도 본인이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임의 가입 대상이지만 가입자는 2019년 12월 기준 15,549명에 불과합니다. 가입률이 0.38%로, 가입을 꺼리고 있는 겁니다. (박충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저소득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

보험료 부담과 실업급여를 받는 요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는 점이 낮은 가입률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일반 근로자는 내야 할 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주가 나눠 부담하지만, 자영업자는 보험료 전액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의 반발도 예상되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임의 가입 형식으로는 사회보험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면서 "다만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영업자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소득 파악이 어려운 것도 청와대의 고민거리입니다.

보험료는 가입자의 소득에 일정한 보험료율을 곱해 산출하기 때문에 가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가 우선 갖춰져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세청 자료를 사회보험과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복지부, 기획재정부, 국세청이 함께 작업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며, 인프라 구축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선의의 정책이지만 슬로건만 남을 수도"

전문가들은 고용보험 확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자영업자의 고용 보험 의무 가입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자영업자를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시키는 나라는 없다"며, 자영업자는 소득 파악뿐 아니라 실업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행정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영업자의 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폐업뿐 아니라 매출액 감소로 인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경우도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설정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또 매출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선의의 정책이지만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슬로건만 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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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꺼내든 ‘전국민 고용보험’…“가입률 0.4%” 자영업자 설득이 관건
    • 입력 2020-05-03 07:02:57
    취재K
■청와대 '전 국민 고용보험' 논의 본격화…"상당한 공감대"

청와대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자영업자를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자영업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고용보험에 가입해 가입률이 극히 낮았습니다.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보험료 강제 징수에 대한 반발도 예상돼 추진 과정에서 노사정 대화를 통한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제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해 올가을 정기 국회 때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는 코로나 이후 변화된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춰 새롭게 추진해야 할 주요 국정 과제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기존 고용보험제도에 큰 구멍이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사회 안전망 확충이 절실하다는 겁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그제(1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현재 고용보험 대상이 천 300만 명인데 나머지 약 천 500만 명에 이르는 사각지대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우리나라 사회보험의 역사에서 큰 변곡점이 되는 제도 변화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3주년에 맞춰 추진 계획을 발표할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 전 국민 고용보험이란? 2천6백만 취업자 보험

KBS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가 염두해두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은 한 마디로 '취업자 보험'입니다.

고용관계에 있는 일반 근로자뿐 아니라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더라도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 즉 취업자를 모두 포괄하는 건데, 3월 기준 취업자는 2천6백만 명입니다.

실업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법적인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던 특수고용직과 예술인,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가 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추가됩니다.

고용한 사람이 없는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은 각각 405만 명과 220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은 폐업하거나 일감을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 합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전혀 달라진 환경 속에서 기본 발상을 뛰어넘는 제도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가입할 수 있어도 안 하는데…자영업자 설득이 관건

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은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의 보험 의무 가입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수고용직과 예술인을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추가하는 것은 관련 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고, 노동계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숙원 사업입니다.

반면 자영업자는 상황이 다릅니다.

자영업자는 지금도 본인이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임의 가입 대상이지만 가입자는 2019년 12월 기준 15,549명에 불과합니다. 가입률이 0.38%로, 가입을 꺼리고 있는 겁니다. (박충렬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저소득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강화 방안')

보험료 부담과 실업급여를 받는 요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는 점이 낮은 가입률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일반 근로자는 내야 할 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주가 나눠 부담하지만, 자영업자는 보험료 전액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의 반발도 예상되는데, 청와대 관계자는 "임의 가입 형식으로는 사회보험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면서 "다만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영업자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소득 파악이 어려운 것도 청와대의 고민거리입니다.

보험료는 가입자의 소득에 일정한 보험료율을 곱해 산출하기 때문에 가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가 우선 갖춰져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세청 자료를 사회보험과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복지부, 기획재정부, 국세청이 함께 작업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며, 인프라 구축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선의의 정책이지만 슬로건만 남을 수도"

전문가들은 고용보험 확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자영업자의 고용 보험 의무 가입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자영업자를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시키는 나라는 없다"며, 자영업자는 소득 파악뿐 아니라 실업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행정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영업자의 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폐업뿐 아니라 매출액 감소로 인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경우도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설정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또 매출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선의의 정책이지만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슬로건만 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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