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위반한 총격…北 GP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 2020.05.03 (15:42) 수정 2020.05.0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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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7시 41분쯤 중부전선 감시초소(GP)에 수차례 총성이 들렸습니다. 근무자가 총성을 듣자마자 GP 주변을 확인한 결과, GP 외벽에 4발의 탄이 발견됐습니다. 총탄은 북한 쪽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약 1.7㎞ 떨어진 곳에 북한 GP 3개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군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현장 지휘관의 판단 아래, 북측 GP를 향해 10여 발씩 2차례 경고 차원의 사격을 했습니다. 또 현재 상황이 정전협정 위반이고, 상황을 더 이상 확대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 방송도 했습니다.

해당 감시초소를 담당하는 사단은 즉각적으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근무 부대에 실탄을 지급했습니다. 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군 당국의 확인 결과 우리 측 인원과 장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북한, 9·19 군사합의 이후 GP에서 첫 사격

남북은 지난 2018년 9월 19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른바 '9·19 군사합의'입니다.

<1조 1항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9·19 군사합의에 따르면, 북한의 사격은 명백한 합의 위반입니다.

특히 군사분계선 인근 GP는 남북 9·19 군사합의가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된 곳입니다.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모두 중지하기로 했고,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는 포병 사격 훈련도 전면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남북은 또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비무장지대 안에 감시초소(GP)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km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감시초소들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남북은 실제로 강원도 철원 부근 GP를 시범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한 뒤, 북한군이 남측 GP를 향해 사격을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창린도 앞바다에서 해안포 사격을 해, 처음으로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습니다.


■ 북한군, 의도적 공격? 우발적 실수?

우리 군 당국은 당시 기상 상황과 북한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발 사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분석 중인데, 일단은 의도성은 없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① 도발하기엔 부적절한 사거리와 위치

일단 도발을 한다고 하면, 시간과 장소, 날씨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오늘은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서 시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또 효과를 낼 수 있는 유효 사거리 범위 내에서 도발하는 게 그동안의 북한의 관행이었는데, 북한의 GP는 유효 사거리 범위 밖에 있었습니다.

또 보통 더 높은 곳에 있는 북한의 GP에서 더 낮은 곳에 있는 남쪽 GP를 공격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북한 GP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더 낮고 우리가 더 높았습니다.

② 사격 이후 북한 GP와 인근 농경지 특이동향 없어

이후 북한군에는 특이 동향이 없는 상태입니다. 또 북한 GP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북한 주민들도 특이한 동향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의도를 가지고 공격을 했다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총탄을 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③ 북한군 교대 후 화기 점검 시간과 일치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왜 총을 쏜 걸까요?

일단 군 당국은 발생 시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전 7시 40분은 통상적으로 북측이 근무 교대를 하고 화기나 장비에 대해 점검을 하는 시간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군 당국은 북한군이 장비 점검 중 실수로 오발했거나, 우발적으로 사격한 것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또 북측에 남북 장성급 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전통문을 넣고, 상황 설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습니다.


■ "의도적인 공격 가능성도 배제 못 해"

그럼에도 군 당국은 북한이 의도를 가지고 공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쏜 탄환은 총 4발입니다. 만약에 우발적으로 쐈다면 탄착이 분산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쏜 탄환은 한쪽으로 몰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이 즉각적으로 상황에 관해 설명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의문입니다.

군 당국은 북한에 지속적으로 설명을 요청하는 한편,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탄착 흔적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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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19 군사합의 위반한 총격…北 GP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 입력 2020-05-03 15:42:40
    • 수정2020-05-03 17:24:37
    취재K
오늘 오전 7시 41분쯤 중부전선 감시초소(GP)에 수차례 총성이 들렸습니다. 근무자가 총성을 듣자마자 GP 주변을 확인한 결과, GP 외벽에 4발의 탄이 발견됐습니다. 총탄은 북한 쪽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약 1.7㎞ 떨어진 곳에 북한 GP 3개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군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현장 지휘관의 판단 아래, 북측 GP를 향해 10여 발씩 2차례 경고 차원의 사격을 했습니다. 또 현재 상황이 정전협정 위반이고, 상황을 더 이상 확대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 방송도 했습니다.

해당 감시초소를 담당하는 사단은 즉각적으로 전투태세를 갖추고, 근무 부대에 실탄을 지급했습니다. 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군 당국의 확인 결과 우리 측 인원과 장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북한, 9·19 군사합의 이후 GP에서 첫 사격

남북은 지난 2018년 9월 19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른바 '9·19 군사합의'입니다.

<1조 1항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9·19 군사합의에 따르면, 북한의 사격은 명백한 합의 위반입니다.

특히 군사분계선 인근 GP는 남북 9·19 군사합의가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된 곳입니다. 2018년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모두 중지하기로 했고,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는 포병 사격 훈련도 전면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남북은 또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비무장지대 안에 감시초소(GP)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km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감시초소들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남북은 실제로 강원도 철원 부근 GP를 시범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한 뒤, 북한군이 남측 GP를 향해 사격을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창린도 앞바다에서 해안포 사격을 해, 처음으로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습니다.


■ 북한군, 의도적 공격? 우발적 실수?

우리 군 당국은 당시 기상 상황과 북한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발 사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분석 중인데, 일단은 의도성은 없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① 도발하기엔 부적절한 사거리와 위치

일단 도발을 한다고 하면, 시간과 장소, 날씨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오늘은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서 시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또 효과를 낼 수 있는 유효 사거리 범위 내에서 도발하는 게 그동안의 북한의 관행이었는데, 북한의 GP는 유효 사거리 범위 밖에 있었습니다.

또 보통 더 높은 곳에 있는 북한의 GP에서 더 낮은 곳에 있는 남쪽 GP를 공격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북한 GP의 깊이가 상대적으로 더 낮고 우리가 더 높았습니다.

② 사격 이후 북한 GP와 인근 농경지 특이동향 없어

이후 북한군에는 특이 동향이 없는 상태입니다. 또 북한 GP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북한 주민들도 특이한 동향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의도를 가지고 공격을 했다기보다는 우발적으로 총탄을 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③ 북한군 교대 후 화기 점검 시간과 일치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왜 총을 쏜 걸까요?

일단 군 당국은 발생 시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전 7시 40분은 통상적으로 북측이 근무 교대를 하고 화기나 장비에 대해 점검을 하는 시간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군 당국은 북한군이 장비 점검 중 실수로 오발했거나, 우발적으로 사격한 것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또 북측에 남북 장성급 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전통문을 넣고, 상황 설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습니다.


■ "의도적인 공격 가능성도 배제 못 해"

그럼에도 군 당국은 북한이 의도를 가지고 공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쏜 탄환은 총 4발입니다. 만약에 우발적으로 쐈다면 탄착이 분산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쏜 탄환은 한쪽으로 몰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이 즉각적으로 상황에 관해 설명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의문입니다.

군 당국은 북한에 지속적으로 설명을 요청하는 한편,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탄착 흔적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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