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변형된 북풍이 분다, 언론이 말하는 김정은 위중설

입력 2020.05.03 (21:40) 수정 2020.05.0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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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J>입니다. 오늘 함께해 주실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비평 끝판왕 강유정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입니다. 어서 오세요.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이상호]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최욱] 세상 귀여운 최욱입니다.

[이상호] 타협 없는 비평가죠. 임자운 변호사입니다.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전문가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홍성일 연구원도 오늘 함께하십시오. 어서 오세요.

[홍성일] 안녕하세요? 홍성일입니다.

[이상호] 그리고 오늘 주제를 위해서 특별히 모셨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홍민] 안녕하세요?

[이상호] 펑소 저희 프로그램 즐겨 보세요?

[홍민] 네, 굉장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고요. 가급적이면 많이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욱] 저희가 오늘 북한 전문가를 모셨는데 어떤 사람이 북한 전문가입니까?

[홍민] 북한을 들여다보기 위한 전문적인 과정들을 거치고 나름대로 거기에 대한 학위, 논문, 학술적인 이런 것들을 쓰신 분들, 그걸 토대로 같이 겸비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겠죠.

[최욱] 아무리 전문가라도 북한을 왔다 갔다 할 수는 없는 거죠.

[홍민] 과거에는 전문가라 하면 북한을 갈 기회도 상당히 있었는데 최근에는 좀 힘든 편이죠.

[최욱] 알겠습니다.

[이상호] 초반부터 검증하시느라고.

[최욱] 검증해야 합니다.

[이상호] 본격적인 이야기는 잠시 후에 나누도록 하고요. 그전에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꾸준히 주목하고 있는 주제죠.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관련 소식,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MBC 현직 기자가 성착취물이 공유된 박사방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이 충격에 빠졌는데 이 소식은 어떻게 좀 보셨습니까?

[강유정] 이유는 취재 목적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MBC가 일단 조치를 취했죠. 외부 인사 2명이 포함된 일종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맞고요. 사실은 한국일보에도 기자 단톡방 안에 있었던 기자가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정직 3개월을 줬는데 그리고 조선일보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죠. 제일 중요한 건 언론 소비자들이 그냥 묵시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과연 어떻게 결정이 날 것인가까지 굉장히 주목하고 있는 그런 사태라는 겁니다.

[홍성일] 진상조사위에서 실질적인 내용들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사실은요. 왜냐하면 강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여기에서는 MBC가 뭘 하겠다는 것보다는 형식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널A에서도 진상조사위가 굴러가고 있잖아요. 다만 채널A와 달랐다는 건 외부 위원을 위촉했다는 거고 바로 이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이상호] 진정성 있는 조사, 결과 기다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언론사 내부의 후속 조치,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끝까지 감시하겠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 K, wavve,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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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CNN이 쏘아올린 ‘김정은 위중설’
4월 21일 CNN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어

곧바로 이어진 국내 인용 보도

위중설을 한결같이 부인하는 한‧미 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나는 그 보도가 부정확한 방송사(CNN)에 의해 쓰여졌다고 봅니다. 그들은 오래된 문서를 활용했다고 들었습니다.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들었어요.

서울신문, 김정은 위중설... 靑 “특이동향 없다”
헤럴드경제, 靑 “北, 특이동향 없다” 재차 확인... ‘김정은 중태설’ 서둘러 차단
YTN, 통일‧외교 장관 “김정은 신변 이상 없다”... 한미도 정보 공유

굴하지 않고 제기되는 설‧설‧설
[윤상현 /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 위원장이) 심혈관 질환 수술했다고 말해준 사람이, 가장 정통한 사람이 이야기한 것입니다. 정부 소스는 아니고….

‘김정은 사망’ 발표하는 가짜 영상까지

의도된 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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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월 20일이죠. CNN이 김정은 위중설을 보도했습니다. 그 직후에 국내 지상파 3사, 종편 4사의 저녁 메인뉴스, 그리고 5대 일간지 모두 관련 소식을 실었습니다. 언론사마다 이 사안을 다루는 무게와 방향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강유정] TV조선이나 채널A, MBN 같은 경우에는 앞 꼭지에 특이동향이 없다는 정부 입장을 반영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의 흐름을 보자면 김정은 고도비만에 성인병, 김일성, 김정은 심근경색 사망이라고 이런 어떤 개연성을 만들어낸다거나, 나 윤리 지키기는 했지만 사실은 건강 이상설이 하고 싶은 말이야 것처럼 보이고요. 또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주목받는 김여정’하면서 영국 가디언즈가 ‘김정은의 북한 정권의 심장이 김여정’이라고 이야기했다거나 이런 식으로 후계 구도까지 훌쩍 뛰어넘어서 사실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 확인도 안 한 마당에 그다음에 누가 후계 구도를 가지게 돼? 아마 김여정일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아마도 기사를 대개 종편 채널에서 거의 매일 몇 시간씩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 거로 보자면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건강 이상설이고 결국 김여정 구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 조‧중‧동 3사가 1면에 기사를 실었는데 제목만 보면 조선일보가 가장 뭔가 좀 자극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北의 심장이 이상하다>, 이렇게 딱 단정적으로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상호] 느낌이 어떻습니까?

[최욱] 김정은 위원장의 실제 신체적 심장이 문제가 있다는 느낌도 있고 뭔가 체제가 변화한다. 그런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느낌이 오잖아요.

[이상호] 그런 걸 의도했을 수도 있겠네요.

[홍민] CNN 보도가 나간 직후에 청와대가 상당 부분 신속하게 움직였어요. 그래서 공식 입장을 밝혔죠. 그래서 지금 내부의 특이동향이 발견되지 않고 있고 이상 동향이 없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는데 언론에서 물론 정부의 설명에 의혹은 제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지적을 해주면서 뭐가 설명되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근거 없는 이야기를 계속 언론이 양산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맥락이나 정황, 패턴이나 구도에 대한 어떤 정확한 이런 객관적인 추이를 전혀 분석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객관적인 거리 두기를 하지 못한 거죠.

[이상호] 홍민 실장께서 말씀하신 객관적 거리 두기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관련 기사를 가장 많이 작성한 중앙일보, 조선일보 보도 흐름을 저희가 분석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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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오락가락 언론 보도
[4월 21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CNN ‘김정은 수술 후 위중’
조선일보, CNN ‘김정은 수술 뒤 상태 위중’
[4월 21일 이상없음]
중앙일보, 정부당국자 ‘김정은 위중? 그런 징후 없다…’
조선일보, 靑‧정부 “북한, 특이 동향은 없었다”
[4월 21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김일성‧김정일도 심장마비…‘심혈관 가족력’
조선일보, 숨 헐떡이던 36세 김정은, 지방간에 고혈압 등 지병
[4월 21일 이상없음]
중앙일보, 김정은 위중설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조선일보, 中공산당 ‘김정은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4월 21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태영호“김정은 신변이상설, 北 일주일째 무반응 이례적”
조선일보, 태구민 “김정은 위중설에도 반응없는 北”
[4월 22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日언론 “北, 긴급시 모든 권력 김여정에 집중키로…”
조선일보, 요미우리 “북한 유사시 김여정이 최고지도자 대행 준비”
[4월 23일 이상없음]
중앙일보, 日신문 ‘김정은, 경호원 코로나 감염… 원산서 격리 중’
조선일보, 김정은 경호원 코로나 감염? 日언론들 “원산 별장行”
[4월 26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김정은 엄청난 위중상태일 것”
조선일보, 윤상현 “김정은, 엄청난 위중 상태로 추정”
[4월 26일 이상없음]
중앙일보, 문정인 “김정은 살아있으며 건강하다”
조선일보, 문정인 “김정은 건강히 살아있다…”
[4월 27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WP “김정은 사망설에 北도 뒤숭숭…”
조선일보, WP “김정은 없는 평양, 생필품 사재기 등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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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보도 내용이 하루에도 사실 몇 번씩 달라지고 있거든요. 최욱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욱] 한국 언론에 쓴소리를 자주 하는 영국 출신의 라파엘 라시드, 프리랜서 기자가 이런 보도 행태에 대해서 약간 풍자성? 조롱성, 글을 남긴 게 있습니다. 그걸 보면 기사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죽었다, 살았다, 죽었다, 살았다 한다.” 이렇게 올려놨습니다. 이거를 제가 네이밍해보자면.

[이상호] 들어갑니까?

[최욱] 조금 자신은 없는데요.

[이상호] 하지 마세요. 자신 있는 것만 하세요.

[최욱] 청기백기 저널리즘?

[이상호] 청기백기, 그렇구나. 진짜 그러네요..

[최욱] 급기야 중앙일보에서 사망 보도가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이상호] 이런 보도들 왔다 갔다 하는 보도들을 계속 보실 텐데, 현장에 계시면서 굉장히 답답하실 거 같아요. 이게 아닌데 말이죠.

[홍민] 답답함을 느끼기 이전에 기자 분들이 굉장히 많이 전화를 하잖아요. 그런데 기자 분들이 혼돈 상황이다. 굉장히 이거 어떻게 방향을 잡고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그건 역시 해당 언론사의 데스크도 역시 그런 상황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저도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혼돈 속에서는 중심을 잡고 어떤 면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드리는데 대체적으로 대형 신문들이 어떤 방향으로 기사를 쏟아내면 상당 부분 거기에 흘러가는 듯이 같이 가는, 묻어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상호]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근거들을 하나씩 팩트 체크해 보겠습니다. 먼저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유가 4월 15일 태양절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정말 큰 문제인가요, 홍민 실장님?

[홍민] 4.15, 태양절이라고 소위 이야기하는 김일성 생일이죠. 이날은 거의 금수산태양궁전,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를 하러 갔었습니다. 한 번도 빠짐없이. 그런데 올해 생략한 거죠. 나타나지 않은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지금까지 패턴으로 봤을 때는 이례적이기는 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큰 맥락의 흐름을 봐야 해요. 거의 그것도 절반으로 준 거죠. 미식별기한이라고 보통 이야기하는데 공개활동을 한 다음에 다음 공개 활동까지의 간격이 얼마나 기냐, 이걸 전부 다 카운트를 하거든요. 그런데 2014년에 최장 40일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23일, 27일는 해서 매년 보이지 않는 시기가 꽤 있었어요. 그런데 이 언론들이 신변 이상설을 쏟아내는 시점들이 채 열흘 정도도 안 됐을 때부터 쏟아내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은 너무 지나치게 경솔하게 신변 이상 쪽으로 뭔가 몰아가기 위한 그런 것으로 봐야 하고요.

[최욱] 그런데 실장님, 어떻게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 횟수를 다 세셨고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홍민] 너무나 쉽게 우리가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일부, 정부 부처죠. 통일부 홈페이지에 가시면 거기에 김정은 위원장 공개 활동 동향이 다 상세하게 목록화돼서 누가 수행했는지까지 다 올라오는데. 그거는 북한에서 발행하는 노동신문에서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1호 행사라고 해서 노동신문 항상 1면에 전면에 싣게 되어있습니다, 사진과 함께. 그것을 그대로 기록만해서 올리는 것이 있고.

[최욱] 그래요?

[최욱] 왜 여쭤봤냐 하면 지금 댓글에 혹시 고정 간첩 아니냐, 그런 댓글이 올라와요.

[임자운]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것은 4월 22일자 조선일보 기사인데요. 김정은 위원장의 웃고 있는 전신 사진을 크게 실은 다음에 해부하듯이 질병들을 신체 부위별로 나열하면서 ‘종합병동’이라는 타이틀까지 걸었는데 개인의 건강 문제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다뤘다는 생각이 일단 들고, 같은 지면 하단에 보면 확인되지 않은 건강 이상설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청와대가 우려하고 있다, 그런 말까지 나와요. 본인들이 그 이상설을 퍼뜨리고 있잖아요. 그에 따라 청와대 우려까지 같이 전달하고 있는 거죠. 한때 유행했던 유체이탈 화법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최욱] 사진 보면요. 4차 산업 혁명을 도입한 것 같아요. 사진 단 하나로 종합검진이 끝납니다.

[홍성일] 스캔이 다 됐죠.

[최욱] 스캔이 다 됐어요.

[강유정] 심장병도 3대 세습, 김정은 몸은 종합병동이라는 조선일보 기사를 쓴 기자가 누구냐 하면 외교안보란에 있지만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예요. 원래 의학에 관련된 기사를 쓰시는 분이 잘 읽어보시면요. 다 개연성이에요. 이러이러한 체중에 이러이러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 심혈관 질환이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지 이게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홍성일] 일종의 가십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다만 저런 가십성 보도를 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와 같은 권위지가 해야 하느냐, 그거는 좀 따지고 싶은 거고 자신이 권위지라고 한다면 저런 건 타블로이드 신문에 양보를 할 필요가 있고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 따지고 보니까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저런 이야기들을 늘 해왔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종합편성채널에서 탈북자 관련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많았지 않습니까? 북한의 어떤 일상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북한을 우리와 한결 가깝게 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북한을 지나치게 희화화함으로써 연성으로 다루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무력화한 것은 단점이다. 제가 보기에는 종합편성채널에서 우리가 봤던 희화화된 북한의 이미지가 일종의 간섭 효과를 일으키면서 저런 기사들을 계속 양산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욱] 그중에 가장 압권은 세계일보 기사였습니다. 4월 23일에 <김정은, 위 축소수술 뒤에도 음주‧ 흡연‧폭식... 확연히 검어진 혈색>이라는 기사를 쓰면서 동영상을 또 하나 만듭니다. <검게 변한 얼굴 김씨 일가의 저주 시작되나> 간단하게 이야기하면요. 얼굴 사진 4개를 나열을 합니다. 그리고 얼굴 피부색으로 검진이 들어가요. 과거에 비해서 지금 좀 어둡다. 그래서 뭔가 건강이 좋지 않다. 이거거든요. 이거는 MRI 저널리즘이라고 이름을 한번 붙여봤습니다. 눈으로 봐도 다 검진이 끝납니다.
[임자운] 조명 차이 아니에요, 저건?

[이상호] 이건 사실 빛의 각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최욱] 그럼요.

[홍민] 최고 지도자가 어떤 질병을 갖고 있고 어떤 상태인지 건강 상태인지를 아는 확정적인 정보는 없습니다. 정보기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추정해서 가지고 있는 자료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요. 왜냐하면 과거에 이런 예가 있었습니다. 2008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혹시 건강이 안 좋지 않냐, 굉장한 소문들이 돌았습니다. 어떤 상태냐. 그럴 때 국회 정보위에서 아마 어떤 발언들이 나왔는데 그 당시에 칫솔질을 못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칫솔질 못하는 상황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제한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렇다면 결국 국정원이나 정보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 소스를 사실상 완전히 노출시키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상호] 최측근 의료진이나 굉장히 가까운 가족 외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거죠.

[홍민] 그렇죠. 아주 북한에서 비밀 중에서도 가장 최상급의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거의 일반적으로 알려질 수 없는 사항들이죠.

[이상호] 한국과 미국 정부가 일단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다른 이들의 발언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태영호 당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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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채널A, 04.24, 뉴스TOP10
[태영호] 김평일과 함께 호위사령부도 함께하고 이런 사람들이 북한 사회에 각계에 지금 포진해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지금 김평일이가 자택 연금에 있는데, 이 세력이 김여정 가지고는 안돼. 김평일을 자택연금을 해서 우리가 풀어줘서 김평일을 옹립해서 가자 라고 한다면 이건 정말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MC] 태구민 당선인께서 김평일을 만나본 적이 있다면서요?

[태구민] 제가 총 세 번 만났을 뿐만 아니라 저녁에 장시간 같이 술도 마셨는데. 제가 세 번을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꼈어요. 내가 김평일하고 앉아서 술을 먹는 게 아니라 김일성하고 앉아있는 것 같다 그런 느낌. 김평일이 등장하는 건 김일성이 다시 살아나는 거나 같은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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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왠지 모르겠는데 저는 저 방송을 보면 굉장히 빨려 들어갑니다.

[이상호] 왜 그럴까요?

[최욱] 자꾸 듣게 되고.

[이상호] 그러네, 진짜.

[최욱] 이상하게 흡입력이 있어요. 우리 실장님 나와 계시니까 여쭤보고 싶은데 유고시에 권력 승계를 김여정은 애송이라 안 되고 김평일을 주목해야 한다고 태영호 당선인이 이야기를 했단 말이죠. 이거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까?

[홍민] 만약에 권력에 어떤 변동이 생긴다 하면 김평일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요. 낮다기보다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김평일이라는 이분은 김일성 주석의 부인이었던 김성혜의 아들입니다. 이미 거의 40년 가까이 외국을 돌면서 특히 핀란드라든가 체코라든가 돌면서 40년 가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완전히 배제된 사람입니다. 중앙정치무대의 권력 분위기를 전혀 모릅니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가질 수 없고. 이런 사람이 당장 들어와서 김정은 위원장이 유고가 된다고 해서 권력을 바로 차지할 수 있느냐,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임자운] 태영호 당선인은 북한 고위 관료였다가 탈북을 해서 지금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분인데 이 분이 지금 한국 정보기관보다 더 많은 정보를, 특히나 북한 고위 관료와 굉장히 긴밀한, 내밀한 북한 고위 관료에 대한 정보를 이 분이 실제로 가지고 있다면 그건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유정] 언론사들은 단지 북한의 일종의 고위 관료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말에 계속해서 권위를 쌓아주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방금 리포트에서 보시면 알 수 있지만 느낌입니다라는 말을 굉장히 여러 번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 당선인께서. 그런데 거기에 권위를 부여해주는 건 앞에 있는 언론인, 다시 말해서 진행자께서 맞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죠라고 해석하고 있는 거거든요.

[홍성일] 태영호 가라사대, 이게 민언련 논평 제목인데요. 작년 4월 논평 제목입니다. 지금이 아니라. 작년 이맘때에서도 종편에서 태영호 당선인이 나와서 많은 예측들을 했습니다. 일부 맞은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진핑과 김정은이 만났다는 건 맞혔는데 이건 사실 누구나 다 맞을 수 있는 그런 부분이고요. 또 확인이 불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지금 굉장히 급하기 때문에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서 무슨 짓이들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거는 검증이 불가능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태영호 당선인의 가라사대를 검증해 보면 대체적으로 많이 부실해 보이거나 심증에 그치거나 자기 느낌을 이야기하거나 이런 것에 머무르는 게 많습니다.

[이상호] 거듭 말씀드리지만 한국,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다수의 북한 전문가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입장을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 기사들이 계속 나오거든요. 그런데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를 어떻게들 보세요?

[임자운] 매일경제 <北은 일언반구 없는데… 정부 “南北 철도 연결” 일방적 선언> 이런 기사를 보면 “정작 경협 당사자인 김 위원장이 보름 가까이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아 일방적으로 구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재정 투입이 이곳저곳 필요한 가운데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북한을 향해 일방적 구애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니까 이게 위중설이 커질수록 정부가 북한과 함께 뭔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건 맞잖아요. 이거는 충분히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데 어쩌면 언론이 그렇기 때문에 위중설을 키우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하나의 큰 걸림돌을 심어두고자 하는거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홍민] 특정 언론들이 봤을 때는 이런 전체적인 어떤 이 정부가 대북정책 남북정책을 통해서 얻고 있는 지지나 어떤 성과로 얘기되고 있는 부분을 다소 불편해 했을 수 있다는 거죠. 직접적으로 남북관계나 대북정책을 공격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을 흔들어서 어떻게 보면 대북정책이 갖고 있는 성과나 이런 것을 사실상 유야무야하는 부분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총선 압승이 있었지 않겠습니까? 여당과 정부가. 어떻게 보면 압승의 분위기가 상당 부분 시선을 돌려보고 싶은 욕구, 이런 것도 있지 않았을까? 이게 왜냐하면 결국 총선과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사실상 거의 맞물리면서 나왔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추론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상호] 앞서 보신 것처럼 국내 언론들이 외신인 CNN의 보도를 굉장히 많이 인용했는데 이게 사실은 역수입 기사였거든요. CNN의 해당 기사를 보니까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최근 심혈관계 수술을 받았다”는 데일리NK의 기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최초 보도한 곳이 데일리NK인데 어떤 매체인지 좀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강유정] 2004년에 창간한 세계 최초의 북한전문 인터넷 뉴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언론사도 북한 관련 보도를 할 때 굉장히 많이 인용하는 곳인데요. 아마 여기에서 인용한 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CNN에서 인용을 해서 굉장히 문제가 커진 거죠. 왜냐하면 CNN은 사실만 이야기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제가 찾아보니까 CNN도 오보 경력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특히 사망 기사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펠레 사망 소식 기억나시나요? 2014년에 펠레가 죽었다고 속보를 바로 CNN이 내보냈는데 펠레가 직접 말했죠. 나 살아있다고, 그런 기사도 있었고 심지어 김경희‧장성택 처형설 역시도 CNN 방송에서 방송을 타면서 암암리에 있었던 이야기가 굉장히 정설로 확장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홍민] 데일리NK, 여러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은 장점을 먼저 이야기를 드릴 필요가 있어요. 상당히 성과와 기여를 하고 있는 부분이 하나가 뭐냐 하면 굉장히 오랫동안 우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한의 소비자 물가 소위 쌀값, 옥수수값, 환율이라든가 이런 상황을 아주 정기적으로 체크합니다, 도시별로. 그래서 이것을 데이터로 축적해 놔서 어떻게 보면 우리 한국에서 북한 경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상당히 많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부분이라든가 사실상 소식통이 접근하기 힘든 부분을 검증 없이 내보내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강유정] 이 데일리NK 보도를 우리가 조심해서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잘 모르는 정보, 게다가 일종의 삼각취재 내지는 일종의 더블 크로스 체킹이 불가능한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정확한 고유 명사를 썼을 때 이게 사실이라는 일종의 진실 효과를 발휘한다는 거죠. 현송월이 김정은의 연상 애인이라고 2012년에 기사를 쓴 게 데일리NK이기도 했고 그리고 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리설주 음란물 유포자, 이 기사들이 실렸던 곳이 이곳이기도 해서 말하자면 굉장히 밀폐되어 있는 국가에 대한 신비주의적인 이미지와 고유명사를 확인할 수 있는 여기에 가설이 보태질 때 굉장히 위험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건 여러 번 우리가 접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최욱] 데일리NK를 비롯해서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는 언론을 보면 내부 소식통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여기서 말하는 내부 소식통이 과연 누구인지 이것이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홍민] 소식통 자체는 한계가 있습니다. 굉장히 어떻게 보면 표현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서민, 주민, 이쪽에 가까운 네트워크들이 가깝고 특히 장사하시는 분들이라든가 이런 계통에 있는 업종 분들, 이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위 정보 그다음에 상당히 뭐랄까요, 권력 핵심부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건 극히 제한되어 있거나 거의 알 수 없다. 그래서 제한적인 소식통이라고 봐야겠죠.

[최욱] 그러면 한국으로 보면 저 같은 사람한테 청와대 내밀한 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는 겁니까?

[홍민]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런데 최욱 씨는 상당한 고급 정보를 많이 알고 계신 분 아닌가요?

[최욱] 저희 아버지 건강도 모르는데요.

[홍민] 아마 최욱 씨보다는 더 모를 수도 있어요. 생계에 바쁘신 분들, 생계 활동의 현장의 정보를 전하는 수준에 가깝다고 봐요.

[이상호] 예를 든다면 최욱 씨는 보통 사람을 지칭하고 있으니까 보통 사람한테 정부의 고위 내밀한 정보를 캐내는 것과 비슷한 거죠.

[홍민] 그렇죠.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야기하면 정부 부처에 계신 실국장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분들이 고위 관료는 맞죠. 그러나 그 분들도 청와대의 내밀한 흐름이라든가 알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최욱] 알기는 어렵죠. 그렇죠.

[임자운] 한국 정부가 북한 관련 정보를 국내 정치에 악용할 때 소식통이라는 말을 쓴 적도 있는데요. 2016년 2월에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발표해서 한창 술렁이던 상황에서 3시간 뒤에 통일부가 북한이 군 참모총장 리영길을 전격 숙청했다는 문건을 이례적으로 기자들한테 통일부가 배포를 합니다. 이때도 통일부는 보도를 할 때 대북 소식통으로 인용하라는 조건까지 달았는데 여기서 말한 대북 소식통은 사실상 국정원을 의미했던 것이고 당시 언론은 리영길 숙청 사건을 대북 소식통을 이용해서 알리면서 김정은의 어떤 포악한 공포 정치를 조명을 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여론 악화를 잠재우는 효과를 가져왔는데 문제는 석 달 뒤에 노동신문을 통해서 리영길이라는 사람은 여전히 살아있고 심지어 그 권력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된 거죠. 당시 정세나 정부의 어떤 평소의 태도를 비춰보면 이러한 정보, 특히 통일부가 직접 전하는 문서의 신뢰성을 의심해 볼 법했다고 저는 보는데 당시 언론들은 별로 그런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욱] 계속해서 뭔가 크로스 체크를 하지 않음에 대해서 비판을 하시는데 사실 북한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현장 취재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거 같은데요.

[홍성일] 관련해서 AP통신의 초대 평양 지국장이었던 이진희 기자가 자기가 평양에 주재하면서 수많은 소식통, 익명 소식통을 만나게 됐고 그걸 보도할 수밖에 없었는데 보도하면서 나는 이런 저런 원칙을 지켰다고 세 가지 정도를 밝혔는데요. 첫 번째는 “취재원이 익명을 요구할 경우에 더 철저하게 해당 취재원의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 맞는 말이죠. 그다음에 두 번째로 “익명을 요구하는 취재원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다른 독립적 취재원들에 의해서 크로스 체킹돼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기사에서 왜 해당 취재원이 익명 취재를 요청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거예요. 성급하게 터뜨리기보다는 이러한 원칙들을 지켜가면서 북한 관련 보도를 한다면 우리가 해당 뉴스를 꽤 신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역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과연 기사가 써졌는지 독자들이 평가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익명 취재원이 자기가 익명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기사에서 밝혔나? 이런 것들을 확인해 보면서 대북 관련 뉴스의 퀄리티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임자운] 소식통 보도의 좋은 예로 기억되는 것이 2009년 연합뉴스 보도인데요. 당시 최선영, 장원영 기자가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일의 후계자가 3남 김정은이라는 소식을 세계 최초로 보도를 했는데 그것이 한국 정보 당국보다도 앞선 보도였고 북한 당국이 그거보다 8개월 뒤에 공식 발표를 한 것으로 보아 사실이었던 거죠. 정말 특종 보도였는데 두 기자는 2011년에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으면서 취재 후기를 남겼는데요. 북한 관련 첩보나 신빙성 문제, 그리고 20대 중반에 불과한 정운이라는 의외성 때문에 기사화하는 것을 미루고 미국과 일본, 중국의 신뢰할 만한 곳을 총동원해서 변화를 추적했다. 취재는 신원을 밝히는 게 원칙이지만 북한 관련 취재원의 경우 신변 안전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취재원을 보호해줄 필요성이 커서 소식통으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사실 이런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소식통, 익명, 관계자에 따르면 이라는 소스를 그런 식으로밖에 밝힐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고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걸 기자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상호] 북한 관련 보도는 특종 아니면 오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부활의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북한 유력 인사들의 신변에 대한 오보가 많았는데요.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영상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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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북한 주요 인사들의 연이은 부활의 기적(?)
1986.11.17., 조선일보, 김일성 총 맞아 피살
1986.11.18., 조선중앙통신, 김일성 평양공항에 나가 몽고 국가주석 잠빈 바트문흐를 영접
피살됐다는 보도 다음날 김일성, 공식석상 참석 – 오보로 판명

2013.08.29. 조선일보,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
2018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예술단 합동 공연 위해 서울 방문 – 오보로 판명

2013.12, 일본 마이니치 신문, 김정일 금고지기 였던 리수용 당 부부장 처형
2018년 6월 처형 보도 5년 뒤 북미 정상회담에 등장 – 오보로 판명
CNN, 2015.04, 김정은이 고모인 김경희를 독살했다
2020년 1월 올해 설맞이 신년음악회 참석, 8년 만에 재등장 –오보로 판명

2019.05.31., 조선일보, “김영철은 노역行, 김혁철은 총살”
김혁철 처형‧김영철 노역‧김여정 근신설

2019년 6월 2일 보도 이틀 뒤 김영철 등장 김정은과 함께 공연 관람 –오보로 판명
2019년 6월 3일 김여정, 52일만에 모습 공개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관람 –오보로 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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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일] 이번에도 예외 없이 최악의 보도들이 넘쳐났고요. NBC의 케이티 터 기자가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 뇌사 상태라고 올려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고요. 바로 삭제하고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데일리 익스프레스 같은 경우에도 26일에 지난 주말 김정은이 사망했다, 이런 기사를 써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강유정] 저는 영화와 구분되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영화 <월드워Z> 같은 좀비 영화에서도 북한이 나와요. ‘왜 바이러스가 안 번지느냐, 거기는 독재 국가니까 이빨 다 뽑아버려서 물지 못하게 좀비를 못 만든다’,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언론사가 정보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해서 폐쇄적으로 정보원을 약간 남용해서 마치 이것이 책임 전가의 가능성도 다룬다거나 혹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마음껏 상상력을 펼친다면 영화와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언론이라면 최대한 책임을 지고 그리고 사실 확인에 대해서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여러 번 더블 체크를 비롯해서 사실 확인을 한 다음에 거기에 책임지는 모습까지 보여야만 영화와 다른 기사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북한 관련 오보는 단순히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죠. 국내외 정세에 치명타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좀 신중하게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최욱] 안보뿐만이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실제 우리 현실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리나라 주가에 실제 영향을 미쳤거든요. 코스피에 악영향 끼쳤습니다. 이런 상황을 풍자하는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데.

[이상호] 보셨을 거예요.

[최욱]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나라 주가 차트를 보면서 웃고 있는 그런 모습인데 사실 이게 웃을 일만이 아닌 게 이제 모두가 봤잖아요. 이런 뉴스가 주식에 영향을 미치는구나. 그렇다면 앞으로 의도된 가짜 뉴스가 생산될 수 있다는 겁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인 거죠.

[홍민] 2018년에 텔레그래프지가 보도한 내용인데 ‘북한의 방첩 총괄을 책임지고 있는 고위 간부가 탈북을 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것을 암살하기 위해서 암살조를 보냈다.’ 이런 기사가 났는데, 사실 이건 국내 매체를 그대로 사실상 받아서 쓴 보도였는데 이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는 것만으로 다시 역수입을 해서 국내 언론들이 다 받아쓰기하면서 증폭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안만 보더라도 매커니즘이 존재해요. 일종의 변형된 북풍이죠, 사실상 어떤 면에서는. 어떤 작은 그냥 오보성의 기사, 내용들이 나오면 그걸 가지고 계속 해외 언론매체가 그것을 다뤘다는 권위 하나만을 가지고 국내 언론 매체가 받아쓰고 계속 역수입하는 방식, 계속 증폭시키는 방식, 그리고 나중에 전혀 책임지지 않는 방식. 이게 오랜 관행처럼 북한 보도에서 남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거를 같습니다.

[임자운] 저는 바라건대 북한에서 어떤 이상 징후가 포착이 됐을 때 외신들이 ‘이게 어떤 상황인지 체크해보려면 한국 언론을 봐야 해’라는 인식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국제사회 전체에서. 그리고 실제로 한반도 평화와 직접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외교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언론에 있어서도 북한 소식을 국제사회에 전할 때 한국 언론이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위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외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으로 한국 언론을 꼽았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거꾸로 돼 있잖아요. 오히려 한국 언론이 외신을 통해서 접하는 그 소식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홍민] 전체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반북적인 시각을 갖도록 한다든가 남북 관계나 이런 전반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위기를 갖게 한다든가 냉소적인 분위기를 갖게 하는 것, 통일에 대한 상당히 부정적 여론들이 젊은 세대에 형성되어 있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이런 증폭 매커니즘과도 결부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죠.

[이상호] 오늘 함께해 주신 홍민 실장님, 고맙습니다.

[이상호] 이번에는 주목할 만한 기사를 소개하는 J PICK 시간입니다. 칠판 저널리즘의 창시자죠, 최욱 씨가 준비하셨어요.

[최욱] 네. 기자들이 기사를 썼다가 지우고 몰래 고치는 행태를 칠판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제가 비판한 바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변화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최욱] 본인이 쓴 기사에 수정을 하면서 기사 말미에 수정 이유를 달아서 정말 많은 칭찬을 받고 있는 기자가 있는데요. 그 자체도 용기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용기를 또 냈습니다. 대단한 분입니다. 오늘 저희가 그 기자를 모셨습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님 환영합니다.

[남형도] 안녕하세요? 남형도 기자입니다.

[최욱] 현직 기자이신데 저희가 어쩌다 보니까 현직 기자 분들을 비판을 많이 하는 프로 아니겠습니까? 우리 프로그램을 평소에 보십니까?

[남형도] 저는 사실 채널을 돌리다가 저널리즘 토크쇼가 나오면 이게 굉장히 제 민낯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채널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 정도로 정말 직설적으로 제대로 된 비판을 해주시고 그게 또 언론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자운] 그럼 스스로 찾아서 보시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네요.

[이상호] 먼저 남형도 기자가 쓴 기사, 텔레그램 내에서 성착취물 영상을 판매한 ‘박사방’의 공범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의 처음 제목이 <개발자 꿈꾸던 모범생 ‘부따’ 강훈의 이중 생활, “로리콘이었다”>고요. 이후에 <‘부따’ 강훈 동창 증언. “음담패설에 체육복 탈의 훔쳐보려해”>라고 제목을 수정하면서 기사 본문에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떤 이유로 기사를 수정하시게 된 거예요?

[남형도] 기사가 나간 걸 보니까 개발자 꿈꾸던 모범생이라는, 모범생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댓글을 보니까 역시나 많은 독자 분이 우려를 해주시는 게 가해자의 서사를 만들지 마라, 뒤늦게라도 좀 기사를 수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사를 수정하면서 제가 어떤 고민을 했었고 왜 고쳤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다시 좀 같은 이슈를 다루게 될 때 어떤 부분을 좀 신중하게 더 접근하겠습니다, 이렇게.

[홍성일] 한국 언론에서 이렇게 수용자하고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는 기사, 언론사들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한국의 언론사들은 광고주와 정치권과는 아주 활발하게 상호작용했죠. 그런 면에서 굉장히 보기 드문 예를 남 기자님께서 보여주셨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이런 식의 독자하고 언론사 혹은 기자가 같이 참여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기사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들이 좀 더 잘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욱] 실제로 칭찬하는 댓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좀 힘이 되지 않습니까?

[남형도] 진짜 밤잠이 안 올 정도로 좀 굉장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냥 솔직히 막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바로 수정했던 것도 아니고 밤늦게까지 고민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수정했는데 의외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서 어떻게 보면 좀 부끄럽더라고요, 그동안 기자들이 얼마나 수정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인색했는지 그리고 독자들이 얼마나 이게 좀 목말랐는지? 이런 것들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강유정] 예전에 모래시계 명대사 중 ‘용서는 힘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언론에서 특히 사과는 자의식 있는 기자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많은 언론 소비자들이 이번에 제기한 문제는 이를테면 태도의 문제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 사실이 잘못된 것에 대한 수정은 생각보다 쉬워요. ‘고칩니다’라고 고치면 되니까. 하지만 태도에 대해서 뭔가 요구를 했을 때 대부분의 기자 그리고 언론사들은 이게 뭐 태도고 팩트가 아니니까 여유 있게 아주 이유를 들이밀면서 버티기가 대부분이거든요.

[임자운] 제목이 전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저도 생각은 하지만, 수정 과정을 남긴 것은 정말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가 여전히 좋은 기사냐 라는 생각이 저는 의문이 있다, 주동자 조주빈이 자서전에 관심을 갖는다는 거예요. 할 말을 잃었는데 왜 그렇게 됐을까요? 언론이 거기에 대해서 한 80~90%는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그렇게 한 번 털어볼 만하다, 대중이 관심 가질 만하다, 내가 뭔가 된 것 같다는 사실 위상은 언론이 줬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거든요.

[남형도] 가해자의 서사를 이야기하고 그리고 조주빈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독자들이 또 관심을 갖고 이러니까 그게 그냥 관행처럼 나간 기사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이 크게 없이 좀 계속 이루어져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것에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상호] 기존의 보도와 기자들에 대한 불만이 참 많았다는 이야기일 텐데, 설명 없이 기사를 수차례 고치는 행태 때문에 독자들이 분노한 일들이 참 많았죠. 좀 짚어주세요.

[강유정] 가장 유명해서 좀 지금까지도 거듭 고통 받고 있는 기사 중 하나입니다. 뭐냐 하면 중앙일보였죠. <‘명절 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팩트에서 오류가 생깁니다. 자라고 했는데 3대 독자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숙모와 형수님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촌이 있는 겁니다. 독자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이후에는 숙모와 형수님을 이게 문제 제기가 되니까 고모와 외숙모로 바꿨는데 그러면 외가, 친가가 같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게 되는 겁니다. 되게 독특한 사례가 되는 거죠.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수정을 했는데 이렇게 되니까 이번에는 더 주목을 끌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역반응을 일으킨 거죠. 너무 웃긴다. 우리를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기사나 똑바로 써라는 말을 갖게 된 건 이건 팩트에서 어긋났기는 때문에 그 집안 한번 가서 구경해보자는 심리로 굉장히 많은 분이 가서 댓글을 여전히 남기고 있더라고요.

[이상호] 댓글 많이 달렸죠?

[최욱] 실제로 성지 순례처럼 1년이 지났는데도 정말 많은 분이 가서 댓글 놀이를 하고 있어요. 보면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구독자 맞춤 소설 기사 쓴다는 그곳임?” 그리고 “재미있는 코미디 소설이네요. 번외편으로 해명하신 것도 너무 재미있어서 오랜만에 배꼽 빠지게 웃고 갑니다.” 이런 식으로 조롱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습니다.

[임자운] <알려드립니다>라고 해서 결국에는 해명을 하고 수정을 했는데 여기서 남형도 기자님의 태도와 가장 다른 게 뭐냐 하면 어떤 기사를 어떻게 고쳤나는 이력이 없어요. 그냥 해명이에요. 그러니까 모든 사과는 사실 잘못을 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자기 입으로 고백을 하는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중앙일보가 논란이 되고 나서 나름의 조치를 취한다고 하면서도 그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이 굉장히 아쉽게 느껴졌어요.

[남형도] 요즘에는 사실 생각보다 독자들이 기사를 굉장히 꼼꼼하게 보고, 그거에 대한 논리를 상당히 많이 따지고 팩트가 하나라도 잘못되었거나, 그게 오탈자가 있거나 혹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 기사의 신뢰도 자체가 그 때부터 예전과는 무관하게 다 떨어지게 생각이 되거든요. 최대한 그 잘못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홍성일] 이 기사가 워낙 파급력이 커서 그 뒤에 중앙일보 자사 온라인 기사 수정 매뉴얼을 재발의 방지책으로 마련했다고 해요. “기본적으로 취재기자와 데스크가 논의해서 오탈자 등의 단순 실수는 고쳐서 재출고하지만 일부 팩트가 틀린 경우는 독자들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법무팀과 협의 하에 기사를 고친 뒤 수정한 이유를 ‘바로잡습니다’의 형태로 기사에 첨부하고 있다.” 이런 답변을 중앙일보에서 내놨습니다.

[임자운] 조선일보도 최근에 4월 18일 <팩트 체크/ 여야 사전투표 득표 비율이 서울, 인천, 경기 모두 같다...‘거짓’>이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게 4월 20일자 <팩트체크/ 여야 사전투표 득표 비율 인천 63%대 36%> 이런 식으로 수정이 됐어요. 그러면서 수정 사유를 설명을 했는데 “수차례에 걸쳐 다시 계산해 본 결과 민주당 득표소 계산에 오류가 있었다. 수백 곳 투표소의 사전투표소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잘못 계산됐다.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기사 본문에 사과문을 올렸거든요. 그러면서 수정 이유까지 설명했는데 좀처럼 수정 이유를 밝히지 않는 한국 언론 그리고 우리 방송에서도 많은 문제 제기를 했었던 조선일보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저는 봅니다.

[홍성일] 조선일보가 100주년 맞이했잖아요. 그래서 자기네들이 오보한 것들 참회하고 고백하면서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으니까 혹시 뭐 거기에서 참회했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이런 수정, 정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또 이렇게 더 이상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 100년에 한 번 사과할 수 없어요.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네티즌들이 찾아내고 이러는데 끊임없이 오류를 찾아내는 환경이 구축되었기 때문에요.

[최욱] 저 또한 수정이유를 다는 언론사들이 눈에 띈다는 것,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정정보도에 있어서만큼은 매우 인색한 거로 알고 있거든요.

[이상호] 정정보도가 이루어지기까지 기간도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조선일보가 지난 2012년 9월 18일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 6조 원 넘는 손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당시 터널 공사 반대에 앞장서서 조선일보가 터널 공사 지연의 이유로 지목한 지율 스님이 기사 제목에 손해가 6조 원이 넘는다고 기재한 것은 허위라고 지적을 하면서 정정보도를 했는데 정정보도가 이루어지기까지 6년이 걸렸습니다.

[이상호] 최욱 씨는 기억하세요, 이 사건을?

[최욱] 이거 기억합니다. 그런데 첫 보도만 기억하고 있어요. 뒤에 정정보도는 모르는 분들이 더 많죠.

[임자운] 제가 이 사실관계를 쭉 따라가 봤는데 2005년 4월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나온 보고서에서 시작이 돼요. 그런데 보고서 내용 중 천성산 터널 지연 손실이 2조 5000억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언론사들이 그걸 대대적으로 보도합니다, 2005년에. 그러자 이 지율스님이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서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고 그런 식의 엄청난 손실이 나올 수 없다는 거죠. 2008년 4월에 지율스님이 조선일보한테 정정보도 요구 및 불이행 시 하루 10원 지급하라는 나 홀로 소송을 합니다. 2009년 9월에 서울중앙지법이 지율스님의 손을 들어줍니다. 그래서 2009년 9월 26일에 조선일보가 정정보도를 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2012년 9월이니까요. 이때가 대선으로 한창 이슈가 됐을 때인데 문재인 후보 검증 기사에 어떤 기사를 내냐 하면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 6조 원 넘는 손해>라는 기사를 냅니다. 앞서 법원이 정정보도하라고 한 그 문구가 그대로 들어갔던 거죠. 그래서 2013년 4월에 지율스님이 다시 한 번 정정보도 및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이번에는 1원 지급하라는 역시 나홀로 소송을 걸고 그러자 2018년 10월 17일에 대법원이 역시 지율스님의 손을 들어줍니다. 스님이 나홀로 소송을 통해서 법원에서 조선일보라는 언론사로부터 정정보도를 이끌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우리나라 법원이 언론 자유를 대하는 행태를 보면 정정정보 정말 쉽게 안 하거든요. 가만히 놔뒀을 때는 문제가 크다는 판단이 섰을 때 정정보도를 내는데 그러한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거를 또 썼고 또다시 정정보도를 해야 했던 그런 상황이 굉장히 오래 기억해야 할 조선일보의 하나의 흑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유정] 그러니까 이 지면을 보세요. 지면이 지금 어떻게 실려 있냐면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 6조원 넘는 손해’ 관련 정정보도문>은 우측 하단에 정말 조그맣게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 딱 띄는 헤드라인은 <지율이 “말라붙는다”며 단식한 천성산 습지, 살아 숨쉰다>. 당신 말 틀렸어라는 걸 정말 대문짝만 하게 실어놓고 거기에서 정말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끝에 줄 조그맣게 정정보도를 싣는다는 건.

[최욱] 조롱이죠.

[강유정] 조롱이고 안 싣고 싶었는데 판결이 났으니까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싣는다. 저는 이거 전혀 진심이 있는 정정보도문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최욱] 이렇게 언론사들이 정정 하나 하는 게 뭐 이렇게 어려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게 사실 댓글 하나 달아도 댓글 이력이 쫙 남아요. 댓글 하나에도 책임을 지고 함부로 달지 말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기자들은 기사 이력, 이런 것도 따로 없지 않습니까?

[남형도] 기자 입장에서는 사실 뭐가 잘못 되었음에도 수정을 하기 위해서 데스크에 보고를 해야하고 그러면 저희가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니까 그게 또 부담스럽고, 데스크가 뭐라고 할까봐 또 신경쓰이기도 하고 그렇거나 혹은 이 기자는 팩트가 잘못된 기사를 쓰는구나 하는 것이 알려질까 두렵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마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홍성일] 언론사가 변화가 많이 늦어요. 많이 늦습니다. 중앙일보가 차례상 기사가 문제되면서 사과할 때 굉장히 재미있는 문구가 있는데 독자들은 기사를 한 번만 볼 것이라 생각해 왔는데 이번 사안같이 외부에서 기사 수정 단계마다 캡처를 해서 비판하는 것을 처음 겪다 보니 대응에 미비했다“고 사과문에서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2019년 이야기예요. 자기에게 유리한 것들은 재빨리 받아들이지만 자기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더디게 받아들이는 어떤 언론사의 문제점이 이 사례에서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호] 다른 나라에서는 정정보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 빈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홍성일] 저도 그래서 이번 기회에 찾아봤는데요. 뉴욕타임스 한 해에 정정보도 건수가 최욱 씨 몇 건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욱] 뉴욕타임스 정정보도, 한 해. 한 12건 정도? 한 달에 한 건 정도.

[이상호] 아 그것 밖에 안돼요?

[홍성일] 제가 찾아보니까 5000건입니다, 5000건.

[최욱] 5000건이요?

[홍성일] 이건 작은 오탈자까지 포함하는 건데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5000건이라는 카운팅을 알 수 있다는 건 홈페이지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며칠에는 몇 개를 했고 며칠에는 몇 개를 했고 그러면서 뉴욕타임스가 뭐라고 하냐면 우리는 이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전혀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잘못된 기사를 놔두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부끄럽다. 그래서 더 많은 제보를 해달라고 하면서 독자와 굉장히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고 있거든요. 우리 언론도 좀 이렇게 인식의 전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호] 다른 데는 어떻습니까?

[임자운] 영국 신문 가디언도 마찬가지인데요.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모두 정정보도 명령을 받지 않더라도, 그러니까 누가 고치라고 안 해도요. 자체적으로 잘못을 발견하면 그 사실도 지면에 알리고 있더라고요. 가령 가디언 홈페이지를 보면 정정정보 섹션이라는 걸 따로 만들어서 그날 그날 수정사항을 모두 기록하는데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건 팩트가 잘못된 문제뿐만 아니라 명확하지 않았던 표현까지도 정정보도를 하고 또 그것을 남기더라고요.

[최욱] 그동안에 저는 외신 사대주의, 항상 비판해 왔던 입장이었는데 오늘 이런 걸 보니까 이건 정말 배울 만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호] 그러네요.

[최욱] 기사 수정 이력제, 이런 걸 한번 캠페인성으로 밀고 나가보면 어떨까? 우리 머니투데이 기자 나오셨으니까 우리 손잡고 한번 좋은 거 한번 키워 나가보시죠.

[남형도] 좋습니다. 저부터 시작해서 이 문화가 좀 제가 아는 기자들부터 해서 주위로 퍼져나갈 수 있게끔 제가 자극을 주는 역할을 기꺼이 해보겠습니다.

[최욱] 이 분 참 선하신 분이네, 이 분 참 선하시네.

[홍성일] 그런데 제가 초를 치는 것 같아서 대단히 죄송한데요. 이거는 기자 개인이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조직적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서포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같이 가야 할 거 같은데 어떤 조직적인 움직임들이 각 언론사 내부에서 함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임자운] 저는 굉장히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 사회에 언론이라는 집단이 하나의 거대한 동일한 집단으로 뭉뚱그려져서 비판받는 거, 되게 문제가 크다고 봐요. 그러면서 정말 그 안에서 정말 고민하고 노력하는 기자들이 굉장히 무기력해지고 오히려 되게 무책임하게 발언하는 팟캐스트나 유튜브에서의 발언에 대한 신뢰가 더 쌓이면서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나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보거든요. 자기가 쓴 기사에 책임지는 기자들도 있다. 자꾸 보여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언론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강유정] 기사 수정 이력제만 해도 언론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겠다는 언론 소비자들의 반응입니다. 기자의 어떤 개인 기사에 관해서 수정 이력을 이렇게 붙이게 되면 데스킹이라는 과정 자체가 억압적인 과정이 아니라 더 대화적인 과정을 갈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죠. 정말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이런 문제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최후의 자정능력을 갖출 수 있는 제일 마지막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남형도 기자 오늘 나오셨는데 어떠셨어요?

[남형도] 기록을 남기고 나중에 이런 걸 잊지 않고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좀 이 캠페인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어서 굉장히 좀 아프고 쓰리지만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초심을 잃으실 때면 저희 방송을 다시.

[남형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호] 감사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다시 찾아뵙죠.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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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토크쇼J] 변형된 북풍이 분다, 언론이 말하는 김정은 위중설
    • 입력 2020-05-03 21:47:54
    • 수정2020-05-03 22:44:19
    저널리즘 토크쇼 J
[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J>입니다. 오늘 함께해 주실 분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비평 끝판왕 강유정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입니다. 어서 오세요.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이상호]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최욱] 세상 귀여운 최욱입니다.

[이상호] 타협 없는 비평가죠. 임자운 변호사입니다.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전문가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홍성일 연구원도 오늘 함께하십시오. 어서 오세요.

[홍성일] 안녕하세요? 홍성일입니다.

[이상호] 그리고 오늘 주제를 위해서 특별히 모셨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홍민] 안녕하세요?

[이상호] 펑소 저희 프로그램 즐겨 보세요?

[홍민] 네, 굉장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고요. 가급적이면 많이 챙겨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욱] 저희가 오늘 북한 전문가를 모셨는데 어떤 사람이 북한 전문가입니까?

[홍민] 북한을 들여다보기 위한 전문적인 과정들을 거치고 나름대로 거기에 대한 학위, 논문, 학술적인 이런 것들을 쓰신 분들, 그걸 토대로 같이 겸비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겠죠.

[최욱] 아무리 전문가라도 북한을 왔다 갔다 할 수는 없는 거죠.

[홍민] 과거에는 전문가라 하면 북한을 갈 기회도 상당히 있었는데 최근에는 좀 힘든 편이죠.

[최욱] 알겠습니다.

[이상호] 초반부터 검증하시느라고.

[최욱] 검증해야 합니다.

[이상호] 본격적인 이야기는 잠시 후에 나누도록 하고요. 그전에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꾸준히 주목하고 있는 주제죠.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관련 소식,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MBC 현직 기자가 성착취물이 공유된 박사방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이 충격에 빠졌는데 이 소식은 어떻게 좀 보셨습니까?

[강유정] 이유는 취재 목적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MBC가 일단 조치를 취했죠. 외부 인사 2명이 포함된 일종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맞고요. 사실은 한국일보에도 기자 단톡방 안에 있었던 기자가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정직 3개월을 줬는데 그리고 조선일보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죠. 제일 중요한 건 언론 소비자들이 그냥 묵시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과연 어떻게 결정이 날 것인가까지 굉장히 주목하고 있는 그런 사태라는 겁니다.

[홍성일] 진상조사위에서 실질적인 내용들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사실은요. 왜냐하면 강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여기에서는 MBC가 뭘 하겠다는 것보다는 형식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널A에서도 진상조사위가 굴러가고 있잖아요. 다만 채널A와 달랐다는 건 외부 위원을 위촉했다는 거고 바로 이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이상호] 진정성 있는 조사, 결과 기다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언론사 내부의 후속 조치,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끝까지 감시하겠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 K, wavve,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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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CNN이 쏘아올린 ‘김정은 위중설’
4월 21일 CNN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어

곧바로 이어진 국내 인용 보도

위중설을 한결같이 부인하는 한‧미 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나는 그 보도가 부정확한 방송사(CNN)에 의해 쓰여졌다고 봅니다. 그들은 오래된 문서를 활용했다고 들었습니다.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들었어요.

서울신문, 김정은 위중설... 靑 “특이동향 없다”
헤럴드경제, 靑 “北, 특이동향 없다” 재차 확인... ‘김정은 중태설’ 서둘러 차단
YTN, 통일‧외교 장관 “김정은 신변 이상 없다”... 한미도 정보 공유

굴하지 않고 제기되는 설‧설‧설
[윤상현 /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 위원장이) 심혈관 질환 수술했다고 말해준 사람이, 가장 정통한 사람이 이야기한 것입니다. 정부 소스는 아니고….

‘김정은 사망’ 발표하는 가짜 영상까지

의도된 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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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월 20일이죠. CNN이 김정은 위중설을 보도했습니다. 그 직후에 국내 지상파 3사, 종편 4사의 저녁 메인뉴스, 그리고 5대 일간지 모두 관련 소식을 실었습니다. 언론사마다 이 사안을 다루는 무게와 방향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강유정] TV조선이나 채널A, MBN 같은 경우에는 앞 꼭지에 특이동향이 없다는 정부 입장을 반영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의 흐름을 보자면 김정은 고도비만에 성인병, 김일성, 김정은 심근경색 사망이라고 이런 어떤 개연성을 만들어낸다거나, 나 윤리 지키기는 했지만 사실은 건강 이상설이 하고 싶은 말이야 것처럼 보이고요. 또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주목받는 김여정’하면서 영국 가디언즈가 ‘김정은의 북한 정권의 심장이 김여정’이라고 이야기했다거나 이런 식으로 후계 구도까지 훌쩍 뛰어넘어서 사실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 확인도 안 한 마당에 그다음에 누가 후계 구도를 가지게 돼? 아마 김여정일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아마도 기사를 대개 종편 채널에서 거의 매일 몇 시간씩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는 거로 보자면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건강 이상설이고 결국 김여정 구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욱] 조‧중‧동 3사가 1면에 기사를 실었는데 제목만 보면 조선일보가 가장 뭔가 좀 자극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北의 심장이 이상하다>, 이렇게 딱 단정적으로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상호] 느낌이 어떻습니까?

[최욱] 김정은 위원장의 실제 신체적 심장이 문제가 있다는 느낌도 있고 뭔가 체제가 변화한다. 그런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느낌이 오잖아요.

[이상호] 그런 걸 의도했을 수도 있겠네요.

[홍민] CNN 보도가 나간 직후에 청와대가 상당 부분 신속하게 움직였어요. 그래서 공식 입장을 밝혔죠. 그래서 지금 내부의 특이동향이 발견되지 않고 있고 이상 동향이 없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는데 언론에서 물론 정부의 설명에 의혹은 제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지적을 해주면서 뭐가 설명되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근거 없는 이야기를 계속 언론이 양산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맥락이나 정황, 패턴이나 구도에 대한 어떤 정확한 이런 객관적인 추이를 전혀 분석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객관적인 거리 두기를 하지 못한 거죠.

[이상호] 홍민 실장께서 말씀하신 객관적 거리 두기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관련 기사를 가장 많이 작성한 중앙일보, 조선일보 보도 흐름을 저희가 분석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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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오락가락 언론 보도
[4월 21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CNN ‘김정은 수술 후 위중’
조선일보, CNN ‘김정은 수술 뒤 상태 위중’
[4월 21일 이상없음]
중앙일보, 정부당국자 ‘김정은 위중? 그런 징후 없다…’
조선일보, 靑‧정부 “북한, 특이 동향은 없었다”
[4월 21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김일성‧김정일도 심장마비…‘심혈관 가족력’
조선일보, 숨 헐떡이던 36세 김정은, 지방간에 고혈압 등 지병
[4월 21일 이상없음]
중앙일보, 김정은 위중설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조선일보, 中공산당 ‘김정은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4월 21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태영호“김정은 신변이상설, 北 일주일째 무반응 이례적”
조선일보, 태구민 “김정은 위중설에도 반응없는 北”
[4월 22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日언론 “北, 긴급시 모든 권력 김여정에 집중키로…”
조선일보, 요미우리 “북한 유사시 김여정이 최고지도자 대행 준비”
[4월 23일 이상없음]
중앙일보, 日신문 ‘김정은, 경호원 코로나 감염… 원산서 격리 중’
조선일보, 김정은 경호원 코로나 감염? 日언론들 “원산 별장行”
[4월 26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김정은 엄청난 위중상태일 것”
조선일보, 윤상현 “김정은, 엄청난 위중 상태로 추정”
[4월 26일 이상없음]
중앙일보, 문정인 “김정은 살아있으며 건강하다”
조선일보, 문정인 “김정은 건강히 살아있다…”
[4월 27일 건강이상]
중앙일보, WP “김정은 사망설에 北도 뒤숭숭…”
조선일보, WP “김정은 없는 평양, 생필품 사재기 등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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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보도 내용이 하루에도 사실 몇 번씩 달라지고 있거든요. 최욱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욱] 한국 언론에 쓴소리를 자주 하는 영국 출신의 라파엘 라시드, 프리랜서 기자가 이런 보도 행태에 대해서 약간 풍자성? 조롱성, 글을 남긴 게 있습니다. 그걸 보면 기사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죽었다, 살았다, 죽었다, 살았다 한다.” 이렇게 올려놨습니다. 이거를 제가 네이밍해보자면.

[이상호] 들어갑니까?

[최욱] 조금 자신은 없는데요.

[이상호] 하지 마세요. 자신 있는 것만 하세요.

[최욱] 청기백기 저널리즘?

[이상호] 청기백기, 그렇구나. 진짜 그러네요..

[최욱] 급기야 중앙일보에서 사망 보도가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이상호] 이런 보도들 왔다 갔다 하는 보도들을 계속 보실 텐데, 현장에 계시면서 굉장히 답답하실 거 같아요. 이게 아닌데 말이죠.

[홍민] 답답함을 느끼기 이전에 기자 분들이 굉장히 많이 전화를 하잖아요. 그런데 기자 분들이 혼돈 상황이다. 굉장히 이거 어떻게 방향을 잡고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그건 역시 해당 언론사의 데스크도 역시 그런 상황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저도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혼돈 속에서는 중심을 잡고 어떤 면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드리는데 대체적으로 대형 신문들이 어떤 방향으로 기사를 쏟아내면 상당 부분 거기에 흘러가는 듯이 같이 가는, 묻어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상호]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계속해서 나오는 근거들을 하나씩 팩트 체크해 보겠습니다. 먼저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유가 4월 15일 태양절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정말 큰 문제인가요, 홍민 실장님?

[홍민] 4.15, 태양절이라고 소위 이야기하는 김일성 생일이죠. 이날은 거의 금수산태양궁전,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를 하러 갔었습니다. 한 번도 빠짐없이. 그런데 올해 생략한 거죠. 나타나지 않은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지금까지 패턴으로 봤을 때는 이례적이기는 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큰 맥락의 흐름을 봐야 해요. 거의 그것도 절반으로 준 거죠. 미식별기한이라고 보통 이야기하는데 공개활동을 한 다음에 다음 공개 활동까지의 간격이 얼마나 기냐, 이걸 전부 다 카운트를 하거든요. 그런데 2014년에 최장 40일이 있었고 그 이후에는 23일, 27일는 해서 매년 보이지 않는 시기가 꽤 있었어요. 그런데 이 언론들이 신변 이상설을 쏟아내는 시점들이 채 열흘 정도도 안 됐을 때부터 쏟아내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은 너무 지나치게 경솔하게 신변 이상 쪽으로 뭔가 몰아가기 위한 그런 것으로 봐야 하고요.

[최욱] 그런데 실장님, 어떻게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 횟수를 다 세셨고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홍민] 너무나 쉽게 우리가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일부, 정부 부처죠. 통일부 홈페이지에 가시면 거기에 김정은 위원장 공개 활동 동향이 다 상세하게 목록화돼서 누가 수행했는지까지 다 올라오는데. 그거는 북한에서 발행하는 노동신문에서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1호 행사라고 해서 노동신문 항상 1면에 전면에 싣게 되어있습니다, 사진과 함께. 그것을 그대로 기록만해서 올리는 것이 있고.

[최욱] 그래요?

[최욱] 왜 여쭤봤냐 하면 지금 댓글에 혹시 고정 간첩 아니냐, 그런 댓글이 올라와요.

[임자운]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것은 4월 22일자 조선일보 기사인데요. 김정은 위원장의 웃고 있는 전신 사진을 크게 실은 다음에 해부하듯이 질병들을 신체 부위별로 나열하면서 ‘종합병동’이라는 타이틀까지 걸었는데 개인의 건강 문제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다뤘다는 생각이 일단 들고, 같은 지면 하단에 보면 확인되지 않은 건강 이상설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청와대가 우려하고 있다, 그런 말까지 나와요. 본인들이 그 이상설을 퍼뜨리고 있잖아요. 그에 따라 청와대 우려까지 같이 전달하고 있는 거죠. 한때 유행했던 유체이탈 화법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최욱] 사진 보면요. 4차 산업 혁명을 도입한 것 같아요. 사진 단 하나로 종합검진이 끝납니다.

[홍성일] 스캔이 다 됐죠.

[최욱] 스캔이 다 됐어요.

[강유정] 심장병도 3대 세습, 김정은 몸은 종합병동이라는 조선일보 기사를 쓴 기자가 누구냐 하면 외교안보란에 있지만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예요. 원래 의학에 관련된 기사를 쓰시는 분이 잘 읽어보시면요. 다 개연성이에요. 이러이러한 체중에 이러이러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 심혈관 질환이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지 이게 인과관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홍성일] 일종의 가십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다만 저런 가십성 보도를 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와 같은 권위지가 해야 하느냐, 그거는 좀 따지고 싶은 거고 자신이 권위지라고 한다면 저런 건 타블로이드 신문에 양보를 할 필요가 있고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 따지고 보니까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저런 이야기들을 늘 해왔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종합편성채널에서 탈북자 관련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많았지 않습니까? 북한의 어떤 일상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북한을 우리와 한결 가깝게 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북한을 지나치게 희화화함으로써 연성으로 다루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무력화한 것은 단점이다. 제가 보기에는 종합편성채널에서 우리가 봤던 희화화된 북한의 이미지가 일종의 간섭 효과를 일으키면서 저런 기사들을 계속 양산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욱] 그중에 가장 압권은 세계일보 기사였습니다. 4월 23일에 <김정은, 위 축소수술 뒤에도 음주‧ 흡연‧폭식... 확연히 검어진 혈색>이라는 기사를 쓰면서 동영상을 또 하나 만듭니다. <검게 변한 얼굴 김씨 일가의 저주 시작되나> 간단하게 이야기하면요. 얼굴 사진 4개를 나열을 합니다. 그리고 얼굴 피부색으로 검진이 들어가요. 과거에 비해서 지금 좀 어둡다. 그래서 뭔가 건강이 좋지 않다. 이거거든요. 이거는 MRI 저널리즘이라고 이름을 한번 붙여봤습니다. 눈으로 봐도 다 검진이 끝납니다.
[임자운] 조명 차이 아니에요, 저건?

[이상호] 이건 사실 빛의 각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최욱] 그럼요.

[홍민] 최고 지도자가 어떤 질병을 갖고 있고 어떤 상태인지 건강 상태인지를 아는 확정적인 정보는 없습니다. 정보기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추정해서 가지고 있는 자료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요. 왜냐하면 과거에 이런 예가 있었습니다. 2008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혹시 건강이 안 좋지 않냐, 굉장한 소문들이 돌았습니다. 어떤 상태냐. 그럴 때 국회 정보위에서 아마 어떤 발언들이 나왔는데 그 당시에 칫솔질을 못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칫솔질 못하는 상황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제한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렇다면 결국 국정원이나 정보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 소스를 사실상 완전히 노출시키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이상호] 최측근 의료진이나 굉장히 가까운 가족 외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거죠.

[홍민] 그렇죠. 아주 북한에서 비밀 중에서도 가장 최상급의 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거의 일반적으로 알려질 수 없는 사항들이죠.

[이상호] 한국과 미국 정부가 일단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다른 이들의 발언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태영호 당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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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채널A, 04.24, 뉴스TOP10
[태영호] 김평일과 함께 호위사령부도 함께하고 이런 사람들이 북한 사회에 각계에 지금 포진해 있습니다. 그래서 만일 지금 김평일이가 자택 연금에 있는데, 이 세력이 김여정 가지고는 안돼. 김평일을 자택연금을 해서 우리가 풀어줘서 김평일을 옹립해서 가자 라고 한다면 이건 정말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MC] 태구민 당선인께서 김평일을 만나본 적이 있다면서요?

[태구민] 제가 총 세 번 만났을 뿐만 아니라 저녁에 장시간 같이 술도 마셨는데. 제가 세 번을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꼈어요. 내가 김평일하고 앉아서 술을 먹는 게 아니라 김일성하고 앉아있는 것 같다 그런 느낌. 김평일이 등장하는 건 김일성이 다시 살아나는 거나 같은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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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왠지 모르겠는데 저는 저 방송을 보면 굉장히 빨려 들어갑니다.

[이상호] 왜 그럴까요?

[최욱] 자꾸 듣게 되고.

[이상호] 그러네, 진짜.

[최욱] 이상하게 흡입력이 있어요. 우리 실장님 나와 계시니까 여쭤보고 싶은데 유고시에 권력 승계를 김여정은 애송이라 안 되고 김평일을 주목해야 한다고 태영호 당선인이 이야기를 했단 말이죠. 이거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까?

[홍민] 만약에 권력에 어떤 변동이 생긴다 하면 김평일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요. 낮다기보다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김평일이라는 이분은 김일성 주석의 부인이었던 김성혜의 아들입니다. 이미 거의 40년 가까이 외국을 돌면서 특히 핀란드라든가 체코라든가 돌면서 40년 가까이 중앙정치무대에서 완전히 배제된 사람입니다. 중앙정치무대의 권력 분위기를 전혀 모릅니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가질 수 없고. 이런 사람이 당장 들어와서 김정은 위원장이 유고가 된다고 해서 권력을 바로 차지할 수 있느냐,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임자운] 태영호 당선인은 북한 고위 관료였다가 탈북을 해서 지금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분인데 이 분이 지금 한국 정보기관보다 더 많은 정보를, 특히나 북한 고위 관료와 굉장히 긴밀한, 내밀한 북한 고위 관료에 대한 정보를 이 분이 실제로 가지고 있다면 그건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유정] 언론사들은 단지 북한의 일종의 고위 관료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말에 계속해서 권위를 쌓아주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방금 리포트에서 보시면 알 수 있지만 느낌입니다라는 말을 굉장히 여러 번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 당선인께서. 그런데 거기에 권위를 부여해주는 건 앞에 있는 언론인, 다시 말해서 진행자께서 맞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죠라고 해석하고 있는 거거든요.

[홍성일] 태영호 가라사대, 이게 민언련 논평 제목인데요. 작년 4월 논평 제목입니다. 지금이 아니라. 작년 이맘때에서도 종편에서 태영호 당선인이 나와서 많은 예측들을 했습니다. 일부 맞은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진핑과 김정은이 만났다는 건 맞혔는데 이건 사실 누구나 다 맞을 수 있는 그런 부분이고요. 또 확인이 불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지금 굉장히 급하기 때문에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서 무슨 짓이들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거는 검증이 불가능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태영호 당선인의 가라사대를 검증해 보면 대체적으로 많이 부실해 보이거나 심증에 그치거나 자기 느낌을 이야기하거나 이런 것에 머무르는 게 많습니다.

[이상호] 거듭 말씀드리지만 한국,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다수의 북한 전문가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런 입장을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 기사들이 계속 나오거든요. 그런데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를 어떻게들 보세요?

[임자운] 매일경제 <北은 일언반구 없는데… 정부 “南北 철도 연결” 일방적 선언> 이런 기사를 보면 “정작 경협 당사자인 김 위원장이 보름 가까이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아 일방적으로 구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재정 투입이 이곳저곳 필요한 가운데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북한을 향해 일방적 구애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니까 이게 위중설이 커질수록 정부가 북한과 함께 뭔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인 건 맞잖아요. 이거는 충분히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데 어쩌면 언론이 그렇기 때문에 위중설을 키우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하나의 큰 걸림돌을 심어두고자 하는거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홍민] 특정 언론들이 봤을 때는 이런 전체적인 어떤 이 정부가 대북정책 남북정책을 통해서 얻고 있는 지지나 어떤 성과로 얘기되고 있는 부분을 다소 불편해 했을 수 있다는 거죠. 직접적으로 남북관계나 대북정책을 공격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을 흔들어서 어떻게 보면 대북정책이 갖고 있는 성과나 이런 것을 사실상 유야무야하는 부분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총선 압승이 있었지 않겠습니까? 여당과 정부가. 어떻게 보면 압승의 분위기가 상당 부분 시선을 돌려보고 싶은 욕구, 이런 것도 있지 않았을까? 이게 왜냐하면 결국 총선과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사실상 거의 맞물리면서 나왔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추론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상호] 앞서 보신 것처럼 국내 언론들이 외신인 CNN의 보도를 굉장히 많이 인용했는데 이게 사실은 역수입 기사였거든요. CNN의 해당 기사를 보니까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최근 심혈관계 수술을 받았다”는 데일리NK의 기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최초 보도한 곳이 데일리NK인데 어떤 매체인지 좀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강유정] 2004년에 창간한 세계 최초의 북한전문 인터넷 뉴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언론사도 북한 관련 보도를 할 때 굉장히 많이 인용하는 곳인데요. 아마 여기에서 인용한 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CNN에서 인용을 해서 굉장히 문제가 커진 거죠. 왜냐하면 CNN은 사실만 이야기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제가 찾아보니까 CNN도 오보 경력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특히 사망 기사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펠레 사망 소식 기억나시나요? 2014년에 펠레가 죽었다고 속보를 바로 CNN이 내보냈는데 펠레가 직접 말했죠. 나 살아있다고, 그런 기사도 있었고 심지어 김경희‧장성택 처형설 역시도 CNN 방송에서 방송을 타면서 암암리에 있었던 이야기가 굉장히 정설로 확장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홍민] 데일리NK, 여러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은 장점을 먼저 이야기를 드릴 필요가 있어요. 상당히 성과와 기여를 하고 있는 부분이 하나가 뭐냐 하면 굉장히 오랫동안 우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한의 소비자 물가 소위 쌀값, 옥수수값, 환율이라든가 이런 상황을 아주 정기적으로 체크합니다, 도시별로. 그래서 이것을 데이터로 축적해 놔서 어떻게 보면 우리 한국에서 북한 경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상당히 많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부분이라든가 사실상 소식통이 접근하기 힘든 부분을 검증 없이 내보내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강유정] 이 데일리NK 보도를 우리가 조심해서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잘 모르는 정보, 게다가 일종의 삼각취재 내지는 일종의 더블 크로스 체킹이 불가능한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정확한 고유 명사를 썼을 때 이게 사실이라는 일종의 진실 효과를 발휘한다는 거죠. 현송월이 김정은의 연상 애인이라고 2012년에 기사를 쓴 게 데일리NK이기도 했고 그리고 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리설주 음란물 유포자, 이 기사들이 실렸던 곳이 이곳이기도 해서 말하자면 굉장히 밀폐되어 있는 국가에 대한 신비주의적인 이미지와 고유명사를 확인할 수 있는 여기에 가설이 보태질 때 굉장히 위험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건 여러 번 우리가 접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최욱] 데일리NK를 비롯해서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는 언론을 보면 내부 소식통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여기서 말하는 내부 소식통이 과연 누구인지 이것이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홍민] 소식통 자체는 한계가 있습니다. 굉장히 어떻게 보면 표현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 서민, 주민, 이쪽에 가까운 네트워크들이 가깝고 특히 장사하시는 분들이라든가 이런 계통에 있는 업종 분들, 이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위 정보 그다음에 상당히 뭐랄까요, 권력 핵심부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건 극히 제한되어 있거나 거의 알 수 없다. 그래서 제한적인 소식통이라고 봐야겠죠.

[최욱] 그러면 한국으로 보면 저 같은 사람한테 청와대 내밀한 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는 겁니까?

[홍민]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런데 최욱 씨는 상당한 고급 정보를 많이 알고 계신 분 아닌가요?

[최욱] 저희 아버지 건강도 모르는데요.

[홍민] 아마 최욱 씨보다는 더 모를 수도 있어요. 생계에 바쁘신 분들, 생계 활동의 현장의 정보를 전하는 수준에 가깝다고 봐요.

[이상호] 예를 든다면 최욱 씨는 보통 사람을 지칭하고 있으니까 보통 사람한테 정부의 고위 내밀한 정보를 캐내는 것과 비슷한 거죠.

[홍민] 그렇죠.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야기하면 정부 부처에 계신 실국장 분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분들이 고위 관료는 맞죠. 그러나 그 분들도 청와대의 내밀한 흐름이라든가 알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최욱] 알기는 어렵죠. 그렇죠.

[임자운] 한국 정부가 북한 관련 정보를 국내 정치에 악용할 때 소식통이라는 말을 쓴 적도 있는데요. 2016년 2월에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발표해서 한창 술렁이던 상황에서 3시간 뒤에 통일부가 북한이 군 참모총장 리영길을 전격 숙청했다는 문건을 이례적으로 기자들한테 통일부가 배포를 합니다. 이때도 통일부는 보도를 할 때 대북 소식통으로 인용하라는 조건까지 달았는데 여기서 말한 대북 소식통은 사실상 국정원을 의미했던 것이고 당시 언론은 리영길 숙청 사건을 대북 소식통을 이용해서 알리면서 김정은의 어떤 포악한 공포 정치를 조명을 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여론 악화를 잠재우는 효과를 가져왔는데 문제는 석 달 뒤에 노동신문을 통해서 리영길이라는 사람은 여전히 살아있고 심지어 그 권력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된 거죠. 당시 정세나 정부의 어떤 평소의 태도를 비춰보면 이러한 정보, 특히 통일부가 직접 전하는 문서의 신뢰성을 의심해 볼 법했다고 저는 보는데 당시 언론들은 별로 그런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욱] 계속해서 뭔가 크로스 체크를 하지 않음에 대해서 비판을 하시는데 사실 북한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현장 취재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거 같은데요.

[홍성일] 관련해서 AP통신의 초대 평양 지국장이었던 이진희 기자가 자기가 평양에 주재하면서 수많은 소식통, 익명 소식통을 만나게 됐고 그걸 보도할 수밖에 없었는데 보도하면서 나는 이런 저런 원칙을 지켰다고 세 가지 정도를 밝혔는데요. 첫 번째는 “취재원이 익명을 요구할 경우에 더 철저하게 해당 취재원의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 맞는 말이죠. 그다음에 두 번째로 “익명을 요구하는 취재원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다른 독립적 취재원들에 의해서 크로스 체킹돼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기사에서 왜 해당 취재원이 익명 취재를 요청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거예요. 성급하게 터뜨리기보다는 이러한 원칙들을 지켜가면서 북한 관련 보도를 한다면 우리가 해당 뉴스를 꽤 신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역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과연 기사가 써졌는지 독자들이 평가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익명 취재원이 자기가 익명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기사에서 밝혔나? 이런 것들을 확인해 보면서 대북 관련 뉴스의 퀄리티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임자운] 소식통 보도의 좋은 예로 기억되는 것이 2009년 연합뉴스 보도인데요. 당시 최선영, 장원영 기자가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일의 후계자가 3남 김정은이라는 소식을 세계 최초로 보도를 했는데 그것이 한국 정보 당국보다도 앞선 보도였고 북한 당국이 그거보다 8개월 뒤에 공식 발표를 한 것으로 보아 사실이었던 거죠. 정말 특종 보도였는데 두 기자는 2011년에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으면서 취재 후기를 남겼는데요. 북한 관련 첩보나 신빙성 문제, 그리고 20대 중반에 불과한 정운이라는 의외성 때문에 기사화하는 것을 미루고 미국과 일본, 중국의 신뢰할 만한 곳을 총동원해서 변화를 추적했다. 취재는 신원을 밝히는 게 원칙이지만 북한 관련 취재원의 경우 신변 안전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취재원을 보호해줄 필요성이 커서 소식통으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사실 이런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소식통, 익명, 관계자에 따르면 이라는 소스를 그런 식으로밖에 밝힐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고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걸 기자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상호] 북한 관련 보도는 특종 아니면 오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부활의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북한 유력 인사들의 신변에 대한 오보가 많았는데요.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영상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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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북한 주요 인사들의 연이은 부활의 기적(?)
1986.11.17., 조선일보, 김일성 총 맞아 피살
1986.11.18., 조선중앙통신, 김일성 평양공항에 나가 몽고 국가주석 잠빈 바트문흐를 영접
피살됐다는 보도 다음날 김일성, 공식석상 참석 – 오보로 판명

2013.08.29. 조선일보,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
2018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예술단 합동 공연 위해 서울 방문 – 오보로 판명

2013.12, 일본 마이니치 신문, 김정일 금고지기 였던 리수용 당 부부장 처형
2018년 6월 처형 보도 5년 뒤 북미 정상회담에 등장 – 오보로 판명
CNN, 2015.04, 김정은이 고모인 김경희를 독살했다
2020년 1월 올해 설맞이 신년음악회 참석, 8년 만에 재등장 –오보로 판명

2019.05.31., 조선일보, “김영철은 노역行, 김혁철은 총살”
김혁철 처형‧김영철 노역‧김여정 근신설

2019년 6월 2일 보도 이틀 뒤 김영철 등장 김정은과 함께 공연 관람 –오보로 판명
2019년 6월 3일 김여정, 52일만에 모습 공개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관람 –오보로 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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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일] 이번에도 예외 없이 최악의 보도들이 넘쳐났고요. NBC의 케이티 터 기자가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 뇌사 상태라고 올려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고요. 바로 삭제하고 사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데일리 익스프레스 같은 경우에도 26일에 지난 주말 김정은이 사망했다, 이런 기사를 써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강유정] 저는 영화와 구분되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영화 <월드워Z> 같은 좀비 영화에서도 북한이 나와요. ‘왜 바이러스가 안 번지느냐, 거기는 독재 국가니까 이빨 다 뽑아버려서 물지 못하게 좀비를 못 만든다’,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언론사가 정보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해서 폐쇄적으로 정보원을 약간 남용해서 마치 이것이 책임 전가의 가능성도 다룬다거나 혹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마음껏 상상력을 펼친다면 영화와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언론이라면 최대한 책임을 지고 그리고 사실 확인에 대해서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여러 번 더블 체크를 비롯해서 사실 확인을 한 다음에 거기에 책임지는 모습까지 보여야만 영화와 다른 기사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북한 관련 오보는 단순히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죠. 국내외 정세에 치명타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좀 신중하게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최욱] 안보뿐만이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실제 우리 현실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리나라 주가에 실제 영향을 미쳤거든요. 코스피에 악영향 끼쳤습니다. 이런 상황을 풍자하는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데.

[이상호] 보셨을 거예요.

[최욱]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나라 주가 차트를 보면서 웃고 있는 그런 모습인데 사실 이게 웃을 일만이 아닌 게 이제 모두가 봤잖아요. 이런 뉴스가 주식에 영향을 미치는구나. 그렇다면 앞으로 의도된 가짜 뉴스가 생산될 수 있다는 겁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인 거죠.

[홍민] 2018년에 텔레그래프지가 보도한 내용인데 ‘북한의 방첩 총괄을 책임지고 있는 고위 간부가 탈북을 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이것을 암살하기 위해서 암살조를 보냈다.’ 이런 기사가 났는데, 사실 이건 국내 매체를 그대로 사실상 받아서 쓴 보도였는데 이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는 것만으로 다시 역수입을 해서 국내 언론들이 다 받아쓰기하면서 증폭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안만 보더라도 매커니즘이 존재해요. 일종의 변형된 북풍이죠, 사실상 어떤 면에서는. 어떤 작은 그냥 오보성의 기사, 내용들이 나오면 그걸 가지고 계속 해외 언론매체가 그것을 다뤘다는 권위 하나만을 가지고 국내 언론 매체가 받아쓰고 계속 역수입하는 방식, 계속 증폭시키는 방식, 그리고 나중에 전혀 책임지지 않는 방식. 이게 오랜 관행처럼 북한 보도에서 남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거를 같습니다.

[임자운] 저는 바라건대 북한에서 어떤 이상 징후가 포착이 됐을 때 외신들이 ‘이게 어떤 상황인지 체크해보려면 한국 언론을 봐야 해’라는 인식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국제사회 전체에서. 그리고 실제로 한반도 평화와 직접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외교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언론에 있어서도 북한 소식을 국제사회에 전할 때 한국 언론이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위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외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으로 한국 언론을 꼽았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거꾸로 돼 있잖아요. 오히려 한국 언론이 외신을 통해서 접하는 그 소식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홍민] 전체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반북적인 시각을 갖도록 한다든가 남북 관계나 이런 전반에 대해서 회의적인 분위기를 갖게 한다든가 냉소적인 분위기를 갖게 하는 것, 통일에 대한 상당히 부정적 여론들이 젊은 세대에 형성되어 있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이런 증폭 매커니즘과도 결부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죠.

[이상호] 오늘 함께해 주신 홍민 실장님, 고맙습니다.

[이상호] 이번에는 주목할 만한 기사를 소개하는 J PICK 시간입니다. 칠판 저널리즘의 창시자죠, 최욱 씨가 준비하셨어요.

[최욱] 네. 기자들이 기사를 썼다가 지우고 몰래 고치는 행태를 칠판 저널리즘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제가 비판한 바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변화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최욱] 본인이 쓴 기사에 수정을 하면서 기사 말미에 수정 이유를 달아서 정말 많은 칭찬을 받고 있는 기자가 있는데요. 그 자체도 용기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용기를 또 냈습니다. 대단한 분입니다. 오늘 저희가 그 기자를 모셨습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님 환영합니다.

[남형도] 안녕하세요? 남형도 기자입니다.

[최욱] 현직 기자이신데 저희가 어쩌다 보니까 현직 기자 분들을 비판을 많이 하는 프로 아니겠습니까? 우리 프로그램을 평소에 보십니까?

[남형도] 저는 사실 채널을 돌리다가 저널리즘 토크쇼가 나오면 이게 굉장히 제 민낯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채널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 정도로 정말 직설적으로 제대로 된 비판을 해주시고 그게 또 언론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자운] 그럼 스스로 찾아서 보시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네요.

[이상호] 먼저 남형도 기자가 쓴 기사, 텔레그램 내에서 성착취물 영상을 판매한 ‘박사방’의 공범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의 처음 제목이 <개발자 꿈꾸던 모범생 ‘부따’ 강훈의 이중 생활, “로리콘이었다”>고요. 이후에 <‘부따’ 강훈 동창 증언. “음담패설에 체육복 탈의 훔쳐보려해”>라고 제목을 수정하면서 기사 본문에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떤 이유로 기사를 수정하시게 된 거예요?

[남형도] 기사가 나간 걸 보니까 개발자 꿈꾸던 모범생이라는, 모범생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댓글을 보니까 역시나 많은 독자 분이 우려를 해주시는 게 가해자의 서사를 만들지 마라, 뒤늦게라도 좀 기사를 수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사를 수정하면서 제가 어떤 고민을 했었고 왜 고쳤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다시 좀 같은 이슈를 다루게 될 때 어떤 부분을 좀 신중하게 더 접근하겠습니다, 이렇게.

[홍성일] 한국 언론에서 이렇게 수용자하고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는 기사, 언론사들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한국의 언론사들은 광고주와 정치권과는 아주 활발하게 상호작용했죠. 그런 면에서 굉장히 보기 드문 예를 남 기자님께서 보여주셨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이런 식의 독자하고 언론사 혹은 기자가 같이 참여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기사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들이 좀 더 잘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욱] 실제로 칭찬하는 댓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좀 힘이 되지 않습니까?

[남형도] 진짜 밤잠이 안 올 정도로 좀 굉장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너무 부끄럽더라고요. 그냥 솔직히 막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고는 못 하겠습니다. 바로 수정했던 것도 아니고 밤늦게까지 고민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수정했는데 의외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서 어떻게 보면 좀 부끄럽더라고요, 그동안 기자들이 얼마나 수정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인색했는지 그리고 독자들이 얼마나 이게 좀 목말랐는지? 이런 것들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강유정] 예전에 모래시계 명대사 중 ‘용서는 힘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언론에서 특히 사과는 자의식 있는 기자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많은 언론 소비자들이 이번에 제기한 문제는 이를테면 태도의 문제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 사실이 잘못된 것에 대한 수정은 생각보다 쉬워요. ‘고칩니다’라고 고치면 되니까. 하지만 태도에 대해서 뭔가 요구를 했을 때 대부분의 기자 그리고 언론사들은 이게 뭐 태도고 팩트가 아니니까 여유 있게 아주 이유를 들이밀면서 버티기가 대부분이거든요.

[임자운] 제목이 전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저도 생각은 하지만, 수정 과정을 남긴 것은 정말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기사가 여전히 좋은 기사냐 라는 생각이 저는 의문이 있다, 주동자 조주빈이 자서전에 관심을 갖는다는 거예요. 할 말을 잃었는데 왜 그렇게 됐을까요? 언론이 거기에 대해서 한 80~90%는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그렇게 한 번 털어볼 만하다, 대중이 관심 가질 만하다, 내가 뭔가 된 것 같다는 사실 위상은 언론이 줬다고 저는 생각하는 거거든요.

[남형도] 가해자의 서사를 이야기하고 그리고 조주빈에게 마이크를 쥐어 주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독자들이 또 관심을 갖고 이러니까 그게 그냥 관행처럼 나간 기사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이 크게 없이 좀 계속 이루어져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것에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상호] 기존의 보도와 기자들에 대한 불만이 참 많았다는 이야기일 텐데, 설명 없이 기사를 수차례 고치는 행태 때문에 독자들이 분노한 일들이 참 많았죠. 좀 짚어주세요.

[강유정] 가장 유명해서 좀 지금까지도 거듭 고통 받고 있는 기사 중 하나입니다. 뭐냐 하면 중앙일보였죠. <‘명절 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팩트에서 오류가 생깁니다. 자라고 했는데 3대 독자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숙모와 형수님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촌이 있는 겁니다. 독자가 아니라는 거죠. 그리고 이후에는 숙모와 형수님을 이게 문제 제기가 되니까 고모와 외숙모로 바꿨는데 그러면 외가, 친가가 같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게 되는 겁니다. 되게 독특한 사례가 되는 거죠.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수정을 했는데 이렇게 되니까 이번에는 더 주목을 끌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역반응을 일으킨 거죠. 너무 웃긴다. 우리를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기사나 똑바로 써라는 말을 갖게 된 건 이건 팩트에서 어긋났기는 때문에 그 집안 한번 가서 구경해보자는 심리로 굉장히 많은 분이 가서 댓글을 여전히 남기고 있더라고요.

[이상호] 댓글 많이 달렸죠?

[최욱] 실제로 성지 순례처럼 1년이 지났는데도 정말 많은 분이 가서 댓글 놀이를 하고 있어요. 보면 “여기가 그 유명하다는 구독자 맞춤 소설 기사 쓴다는 그곳임?” 그리고 “재미있는 코미디 소설이네요. 번외편으로 해명하신 것도 너무 재미있어서 오랜만에 배꼽 빠지게 웃고 갑니다.” 이런 식으로 조롱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습니다.

[임자운] <알려드립니다>라고 해서 결국에는 해명을 하고 수정을 했는데 여기서 남형도 기자님의 태도와 가장 다른 게 뭐냐 하면 어떤 기사를 어떻게 고쳤나는 이력이 없어요. 그냥 해명이에요. 그러니까 모든 사과는 사실 잘못을 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자기 입으로 고백을 하는 것부터 시작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중앙일보가 논란이 되고 나서 나름의 조치를 취한다고 하면서도 그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이 굉장히 아쉽게 느껴졌어요.

[남형도] 요즘에는 사실 생각보다 독자들이 기사를 굉장히 꼼꼼하게 보고, 그거에 대한 논리를 상당히 많이 따지고 팩트가 하나라도 잘못되었거나, 그게 오탈자가 있거나 혹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 기사의 신뢰도 자체가 그 때부터 예전과는 무관하게 다 떨어지게 생각이 되거든요. 최대한 그 잘못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홍성일] 이 기사가 워낙 파급력이 커서 그 뒤에 중앙일보 자사 온라인 기사 수정 매뉴얼을 재발의 방지책으로 마련했다고 해요. “기본적으로 취재기자와 데스크가 논의해서 오탈자 등의 단순 실수는 고쳐서 재출고하지만 일부 팩트가 틀린 경우는 독자들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법무팀과 협의 하에 기사를 고친 뒤 수정한 이유를 ‘바로잡습니다’의 형태로 기사에 첨부하고 있다.” 이런 답변을 중앙일보에서 내놨습니다.

[임자운] 조선일보도 최근에 4월 18일 <팩트 체크/ 여야 사전투표 득표 비율이 서울, 인천, 경기 모두 같다...‘거짓’>이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게 4월 20일자 <팩트체크/ 여야 사전투표 득표 비율 인천 63%대 36%> 이런 식으로 수정이 됐어요. 그러면서 수정 사유를 설명을 했는데 “수차례에 걸쳐 다시 계산해 본 결과 민주당 득표소 계산에 오류가 있었다. 수백 곳 투표소의 사전투표소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잘못 계산됐다.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기사 본문에 사과문을 올렸거든요. 그러면서 수정 이유까지 설명했는데 좀처럼 수정 이유를 밝히지 않는 한국 언론 그리고 우리 방송에서도 많은 문제 제기를 했었던 조선일보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저는 봅니다.

[홍성일] 조선일보가 100주년 맞이했잖아요. 그래서 자기네들이 오보한 것들 참회하고 고백하면서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으니까 혹시 뭐 거기에서 참회했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이런 수정, 정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또 이렇게 더 이상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 100년에 한 번 사과할 수 없어요.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네티즌들이 찾아내고 이러는데 끊임없이 오류를 찾아내는 환경이 구축되었기 때문에요.

[최욱] 저 또한 수정이유를 다는 언론사들이 눈에 띈다는 것,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정정보도에 있어서만큼은 매우 인색한 거로 알고 있거든요.

[이상호] 정정보도가 이루어지기까지 기간도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조선일보가 지난 2012년 9월 18일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 6조 원 넘는 손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당시 터널 공사 반대에 앞장서서 조선일보가 터널 공사 지연의 이유로 지목한 지율 스님이 기사 제목에 손해가 6조 원이 넘는다고 기재한 것은 허위라고 지적을 하면서 정정보도를 했는데 정정보도가 이루어지기까지 6년이 걸렸습니다.

[이상호] 최욱 씨는 기억하세요, 이 사건을?

[최욱] 이거 기억합니다. 그런데 첫 보도만 기억하고 있어요. 뒤에 정정보도는 모르는 분들이 더 많죠.

[임자운] 제가 이 사실관계를 쭉 따라가 봤는데 2005년 4월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나온 보고서에서 시작이 돼요. 그런데 보고서 내용 중 천성산 터널 지연 손실이 2조 5000억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언론사들이 그걸 대대적으로 보도합니다, 2005년에. 그러자 이 지율스님이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서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고 그런 식의 엄청난 손실이 나올 수 없다는 거죠. 2008년 4월에 지율스님이 조선일보한테 정정보도 요구 및 불이행 시 하루 10원 지급하라는 나 홀로 소송을 합니다. 2009년 9월에 서울중앙지법이 지율스님의 손을 들어줍니다. 그래서 2009년 9월 26일에 조선일보가 정정보도를 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2012년 9월이니까요. 이때가 대선으로 한창 이슈가 됐을 때인데 문재인 후보 검증 기사에 어떤 기사를 내냐 하면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 6조 원 넘는 손해>라는 기사를 냅니다. 앞서 법원이 정정보도하라고 한 그 문구가 그대로 들어갔던 거죠. 그래서 2013년 4월에 지율스님이 다시 한 번 정정보도 및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이번에는 1원 지급하라는 역시 나홀로 소송을 걸고 그러자 2018년 10월 17일에 대법원이 역시 지율스님의 손을 들어줍니다. 스님이 나홀로 소송을 통해서 법원에서 조선일보라는 언론사로부터 정정보도를 이끌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우리나라 법원이 언론 자유를 대하는 행태를 보면 정정정보 정말 쉽게 안 하거든요. 가만히 놔뒀을 때는 문제가 크다는 판단이 섰을 때 정정보도를 내는데 그러한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거를 또 썼고 또다시 정정보도를 해야 했던 그런 상황이 굉장히 오래 기억해야 할 조선일보의 하나의 흑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유정] 그러니까 이 지면을 보세요. 지면이 지금 어떻게 실려 있냐면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 6조원 넘는 손해’ 관련 정정보도문>은 우측 하단에 정말 조그맣게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 딱 띄는 헤드라인은 <지율이 “말라붙는다”며 단식한 천성산 습지, 살아 숨쉰다>. 당신 말 틀렸어라는 걸 정말 대문짝만 하게 실어놓고 거기에서 정말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끝에 줄 조그맣게 정정보도를 싣는다는 건.

[최욱] 조롱이죠.

[강유정] 조롱이고 안 싣고 싶었는데 판결이 났으니까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싣는다. 저는 이거 전혀 진심이 있는 정정보도문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최욱] 이렇게 언론사들이 정정 하나 하는 게 뭐 이렇게 어려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게 사실 댓글 하나 달아도 댓글 이력이 쫙 남아요. 댓글 하나에도 책임을 지고 함부로 달지 말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기자들은 기사 이력, 이런 것도 따로 없지 않습니까?

[남형도] 기자 입장에서는 사실 뭐가 잘못 되었음에도 수정을 하기 위해서 데스크에 보고를 해야하고 그러면 저희가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니까 그게 또 부담스럽고, 데스크가 뭐라고 할까봐 또 신경쓰이기도 하고 그렇거나 혹은 이 기자는 팩트가 잘못된 기사를 쓰는구나 하는 것이 알려질까 두렵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마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홍성일] 언론사가 변화가 많이 늦어요. 많이 늦습니다. 중앙일보가 차례상 기사가 문제되면서 사과할 때 굉장히 재미있는 문구가 있는데 독자들은 기사를 한 번만 볼 것이라 생각해 왔는데 이번 사안같이 외부에서 기사 수정 단계마다 캡처를 해서 비판하는 것을 처음 겪다 보니 대응에 미비했다“고 사과문에서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2019년 이야기예요. 자기에게 유리한 것들은 재빨리 받아들이지만 자기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더디게 받아들이는 어떤 언론사의 문제점이 이 사례에서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호] 다른 나라에서는 정정보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 빈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홍성일] 저도 그래서 이번 기회에 찾아봤는데요. 뉴욕타임스 한 해에 정정보도 건수가 최욱 씨 몇 건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욱] 뉴욕타임스 정정보도, 한 해. 한 12건 정도? 한 달에 한 건 정도.

[이상호] 아 그것 밖에 안돼요?

[홍성일] 제가 찾아보니까 5000건입니다, 5000건.

[최욱] 5000건이요?

[홍성일] 이건 작은 오탈자까지 포함하는 건데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5000건이라는 카운팅을 알 수 있다는 건 홈페이지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며칠에는 몇 개를 했고 며칠에는 몇 개를 했고 그러면서 뉴욕타임스가 뭐라고 하냐면 우리는 이게 전혀 부끄럽지 않다. 전혀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잘못된 기사를 놔두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부끄럽다. 그래서 더 많은 제보를 해달라고 하면서 독자와 굉장히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고 있거든요. 우리 언론도 좀 이렇게 인식의 전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호] 다른 데는 어떻습니까?

[임자운] 영국 신문 가디언도 마찬가지인데요.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모두 정정보도 명령을 받지 않더라도, 그러니까 누가 고치라고 안 해도요. 자체적으로 잘못을 발견하면 그 사실도 지면에 알리고 있더라고요. 가령 가디언 홈페이지를 보면 정정정보 섹션이라는 걸 따로 만들어서 그날 그날 수정사항을 모두 기록하는데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건 팩트가 잘못된 문제뿐만 아니라 명확하지 않았던 표현까지도 정정보도를 하고 또 그것을 남기더라고요.

[최욱] 그동안에 저는 외신 사대주의, 항상 비판해 왔던 입장이었는데 오늘 이런 걸 보니까 이건 정말 배울 만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호] 그러네요.

[최욱] 기사 수정 이력제, 이런 걸 한번 캠페인성으로 밀고 나가보면 어떨까? 우리 머니투데이 기자 나오셨으니까 우리 손잡고 한번 좋은 거 한번 키워 나가보시죠.

[남형도] 좋습니다. 저부터 시작해서 이 문화가 좀 제가 아는 기자들부터 해서 주위로 퍼져나갈 수 있게끔 제가 자극을 주는 역할을 기꺼이 해보겠습니다.

[최욱] 이 분 참 선하신 분이네, 이 분 참 선하시네.

[홍성일] 그런데 제가 초를 치는 것 같아서 대단히 죄송한데요. 이거는 기자 개인이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조직적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서포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같이 가야 할 거 같은데 어떤 조직적인 움직임들이 각 언론사 내부에서 함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임자운] 저는 굉장히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 사회에 언론이라는 집단이 하나의 거대한 동일한 집단으로 뭉뚱그려져서 비판받는 거, 되게 문제가 크다고 봐요. 그러면서 정말 그 안에서 정말 고민하고 노력하는 기자들이 굉장히 무기력해지고 오히려 되게 무책임하게 발언하는 팟캐스트나 유튜브에서의 발언에 대한 신뢰가 더 쌓이면서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나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보거든요. 자기가 쓴 기사에 책임지는 기자들도 있다. 자꾸 보여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언론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강유정] 기사 수정 이력제만 해도 언론의 자정 능력을 믿어주겠다는 언론 소비자들의 반응입니다. 기자의 어떤 개인 기사에 관해서 수정 이력을 이렇게 붙이게 되면 데스킹이라는 과정 자체가 억압적인 과정이 아니라 더 대화적인 과정을 갈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죠. 정말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이런 문제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최후의 자정능력을 갖출 수 있는 제일 마지막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남형도 기자 오늘 나오셨는데 어떠셨어요?

[남형도] 기록을 남기고 나중에 이런 걸 잊지 않고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좀 이 캠페인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어서 굉장히 좀 아프고 쓰리지만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초심을 잃으실 때면 저희 방송을 다시.

[남형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호] 감사합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다시 찾아뵙죠.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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