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왜 ‘비료공장’을 선택했나?

입력 2020.05.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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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수술을 받았다. 요양 중이다. 이미 숨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둘러싼 소문들은 실로 무성했습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설(說)이 난무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공개석상에 20일 만에 등장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 바로 가기 : 사진으로 본 '20일 만에 재등장' 北 김정은의 모습은? )

잠행이 길어질수록, 김 위원장이 어떻게 재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추측도 다양했습니다. 언제, 어느 곳에 모습을 드러내야 가장 주목받을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을 거라는 뜻이죠.

그리고 김 위원장이 재등장 무대로 선택한 곳은 평안남도 순천의 인비료공장이었습니다. 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이 고심했는지는 물론 알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그리고 북한 주요 인사들을 이끌고 준공식에 참석해 인파 앞에서 직접 준공 테이프를 끊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화학공업을 한 계단 도약시킨 중요한 계기'라고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에도 이 공장을 찾았습니다. '정면돌파'라는 단어를 23차례나 사용한 지난해 말 전원회의 보고 이후, 2020년 첫 현지 지도 장소로 방문했던 곳이라 당시에도 의미가 남달랐는데요. 김 위원장은 이때도 순천인비료공장이 올해 경제 과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곳 중 하나라며, 사업을 힘있게 추진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비료 공장 준공을 중시하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쌀이란 생산보다 소비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하는 대상이니까요.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해마다 약 백만 톤의 식량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농작물을 기를 땅이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지만, 현대적인 농업 장비와 비료가 부족한 점 등이 주원인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두 달 전 펴낸 최신 자료를 보면, 북한의 비료 공급량은 2016년 85만 톤에서 2018년 63만 톤으로 오히려 25%가 줄었습니다. 종류도 충분치 않습니다. 질소·인·칼륨을 비료의 3대 요소로 꼽는데, 질소질 비료는 많고 인산과 칼륨 비료는 부족합니다. 농장에서는 옛날 방식 그대로 짚과 거름 등을 섞어 만든 비료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수확량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017년 첫 공사를 시작한 게 순천인비료공장입니다. 그해 7월 첫 삽을 떠 지난 1일에 완공됐으니, 김 위원장 입장에선 꼬박 2년 10개월을 기다린 셈이죠.

많은 언론은 김 위원장의 동선이 공개된 뒤 순천인비료공장이 '특별 무대'로 선택된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인민 생활을 신경 쓰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코로나 19로 힘든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들을 다독이기 위해 민생과 직결되는 비료 공장을 골랐다는 해석이 주로 나왔습니다.

이런 해석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이번 행보가 '극적 재등장'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부터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김 위원장의 행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경제, 특히 농업을 중심으로 한 정면 돌파전을 선언했습니다. 신년사도 거르고 내놓은 특별한 선언인 만큼,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올해 안에 성과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경기가 얼어붙은 이때, '인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연관된 비료 공장 준공은 김 위원장이 자랑하고 싶은 결실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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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왜 ‘비료공장’을 선택했나?
    • 입력 2020-05-04 17:32:56
    취재K
'아프다. 수술을 받았다. 요양 중이다. 이미 숨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둘러싼 소문들은 실로 무성했습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설(說)이 난무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일 공개석상에 20일 만에 등장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 바로 가기 : 사진으로 본 '20일 만에 재등장' 北 김정은의 모습은? )

잠행이 길어질수록, 김 위원장이 어떻게 재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추측도 다양했습니다. 언제, 어느 곳에 모습을 드러내야 가장 주목받을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을 거라는 뜻이죠.

그리고 김 위원장이 재등장 무대로 선택한 곳은 평안남도 순천의 인비료공장이었습니다. 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이 고심했는지는 물론 알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그리고 북한 주요 인사들을 이끌고 준공식에 참석해 인파 앞에서 직접 준공 테이프를 끊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화학공업을 한 계단 도약시킨 중요한 계기'라고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에도 이 공장을 찾았습니다. '정면돌파'라는 단어를 23차례나 사용한 지난해 말 전원회의 보고 이후, 2020년 첫 현지 지도 장소로 방문했던 곳이라 당시에도 의미가 남달랐는데요. 김 위원장은 이때도 순천인비료공장이 올해 경제 과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곳 중 하나라며, 사업을 힘있게 추진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비료 공장 준공을 중시하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쌀이란 생산보다 소비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하는 대상이니까요.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해마다 약 백만 톤의 식량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농작물을 기를 땅이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지만, 현대적인 농업 장비와 비료가 부족한 점 등이 주원인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두 달 전 펴낸 최신 자료를 보면, 북한의 비료 공급량은 2016년 85만 톤에서 2018년 63만 톤으로 오히려 25%가 줄었습니다. 종류도 충분치 않습니다. 질소·인·칼륨을 비료의 3대 요소로 꼽는데, 질소질 비료는 많고 인산과 칼륨 비료는 부족합니다. 농장에서는 옛날 방식 그대로 짚과 거름 등을 섞어 만든 비료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수확량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017년 첫 공사를 시작한 게 순천인비료공장입니다. 그해 7월 첫 삽을 떠 지난 1일에 완공됐으니, 김 위원장 입장에선 꼬박 2년 10개월을 기다린 셈이죠.

많은 언론은 김 위원장의 동선이 공개된 뒤 순천인비료공장이 '특별 무대'로 선택된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인민 생활을 신경 쓰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코로나 19로 힘든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들을 다독이기 위해 민생과 직결되는 비료 공장을 골랐다는 해석이 주로 나왔습니다.

이런 해석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이번 행보가 '극적 재등장'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부터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김 위원장의 행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경제, 특히 농업을 중심으로 한 정면 돌파전을 선언했습니다. 신년사도 거르고 내놓은 특별한 선언인 만큼,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올해 안에 성과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경기가 얼어붙은 이때, '인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연관된 비료 공장 준공은 김 위원장이 자랑하고 싶은 결실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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