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주민 주도’ 마을사업, 애물단지 전락

입력 2020.05.04 (20:31) 수정 2020.05.0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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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재 경남지역에서 주민들이 정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 중인 마을사업은 경상남도 지원까지 합쳐 모두 1조 천억 원 규모입니다.

마을사업은 주민 주도적인 참여로 지속가능한 마을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적이지만, 실상은 사업 계획을 컨설팅하고 시설을 건축하는 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결국에는 주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조미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주민 공모사업에 선정돼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해온 거제시 연담마을.

당시 정부로부터 받은 사업비 2억 원으로 새로 고친 마을회관 천장은 곳곳에 누수로 곰팡이가 피고, 체험교실 공간은 너저분합니다.

천만 원을 들여 만든 마을 홈페이지는 이용 문의나 후기 한 줄 없이 썰렁합니다.

10년 전부터 줄곧 하던 감자 캐기나 떡 만들기에 그치다 보니 찾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2013년 2천969명이었던 방문객 수는 지난해 천239명으로 절반 더 줄었습니다.

매출액도 덩달아 줄어 참여 농가에 임대료를 주고 나면 남는 수익이 없습니다.

추진위원장은 무보수에다, 임기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습니다.

[원장일/거제시 연담마을 이장 : "세월이 지나면서 주민들은 열기가 식습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지만 임기가 있으니까 추진위원장들은 임기 끝나면 떠나야되고."]

연담마을은 지난해 경상남도 평가에서 프로그램 개발과 마을회관 관리 등 현장평가 점수가 57점에 그쳐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동안 도비로 지원되는 월급 150만 원을 받고 일하던 1년제 사무장도 그만둘 처집니다.

[김민순/거제 연담체험마을 사무장 : "업무 파악하는 것만 해도 1년이 걸리거든요. 채용 기간 1년 단위로 하다 보니까 내년도 보장이 안 되니까 전문적으로 깊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난해 국비 17억여 원 규모의 해양수산부의 마을단위 특화개발 사업을 따낸 거제시 소랑마을.

20여 차례의 회의와 답사 끝에 굴과 귤의 시배지를 알리기 위한 바다체험관과 특산물 활성화 센터를 만들 계획이지만, 주민들의 걱정이 큽니다.

모두 생업이 있다 보니 마을사업에만 매달릴 수도 없고, 주도적으로 뛸 젊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승국/거제 소랑마을사업추진위원장 : "다 농사일이 있다 보니까 상당히 어려움이 있어요. 사회를 보는 눈들이 우리는 나이가 많은 연로한 사람들이잖아요. 젊은 사람들 시각에서 봐야 하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고요."]

가장 큰 관건은 주민들의 고령화.

지속적인 마을 사업 추진을 위한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관광객 모집과 색다른 콘텐츠 제작 등 아이디어와 홍보마케팅이 중요하지만 접근이 어렵습니다.

거제시도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행정 절차를 돕는 일 말고는 세세한 분야까지 떠안긴 힘든 상황입니다.

[강병국/거제시 농업정책과 : "최신 추세를 맞춰서 마을 홍보라든가, SNS 이런 부분들을 홍보를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지난 2018년 국비 176억여 원 규모의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을 유치한 거제시 장승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애초 계획했던 대형 사업 6개를 절반으로 추려내고, 마을 관리와 판매 사업을 위한 사회적협동조합과 사업자등록증 등 사전 준비에만 2년이 꼬박 걸렸습니다.

주민들의 힘만으로 역부족이었습니다.

[김상민/거제 장승포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선정되고 보자에 집중이 됐습니다. 막상 되고 나니까 이 돈을 어떻게 써야 되지 어떻게 해야 되지, 막연했죠. 행정도 이런 경험이 없었고."]

외부에서 초청된 마을활동가의 역할이 컸습니다.

[김상민/거제 장승포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그 사고를 깰 수 있는 사람들이 재생 민간 전문센터. 이분들의 도움이 피부에 안 와닿았죠. 막상 2년 지나고 보니까 이분들이 도움 있었기에 오늘이 되었구나."]

경상남도 마을사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된 것은 지난해 11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맨 마지막입니다.

이마저도 마을활동가 지원사업은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인 인력 지원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옥은숙/경남도의원 : "마을사업 예산을 기반으로 해서 지속적인 주민들 소득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게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 안 하니만 못합니다. 마을활동가 그분들을 양성을 더 많이 단계별로 시켜서 마을 단위 적절하게 지원해야."]

낙후된 마을 발전을 위해 주민 주도적인 참여를 이끄는 마을사업.

현재 경남에서 추진 중인 마을사업은 도시재생뉴딜 26곳에 5천100억 원, 어촌뉴딜300 38곳 4천억 원, 농산어촌개발사업 900억 원 등 국비와 도비, 시비까지 합쳐 모두 1조 천억 원대에 이릅니다.

KBS 뉴스 조미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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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주민 주도’ 마을사업, 애물단지 전락
    • 입력 2020-05-04 20:31:44
    • 수정2020-05-04 20:31:51
    뉴스7(창원)
[앵커] 현재 경남지역에서 주민들이 정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 중인 마을사업은 경상남도 지원까지 합쳐 모두 1조 천억 원 규모입니다. 마을사업은 주민 주도적인 참여로 지속가능한 마을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적이지만, 실상은 사업 계획을 컨설팅하고 시설을 건축하는 업체들의 배만 불리고 결국에는 주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조미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주민 공모사업에 선정돼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해온 거제시 연담마을. 당시 정부로부터 받은 사업비 2억 원으로 새로 고친 마을회관 천장은 곳곳에 누수로 곰팡이가 피고, 체험교실 공간은 너저분합니다. 천만 원을 들여 만든 마을 홈페이지는 이용 문의나 후기 한 줄 없이 썰렁합니다. 10년 전부터 줄곧 하던 감자 캐기나 떡 만들기에 그치다 보니 찾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2013년 2천969명이었던 방문객 수는 지난해 천239명으로 절반 더 줄었습니다. 매출액도 덩달아 줄어 참여 농가에 임대료를 주고 나면 남는 수익이 없습니다. 추진위원장은 무보수에다, 임기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습니다. [원장일/거제시 연담마을 이장 : "세월이 지나면서 주민들은 열기가 식습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지만 임기가 있으니까 추진위원장들은 임기 끝나면 떠나야되고."] 연담마을은 지난해 경상남도 평가에서 프로그램 개발과 마을회관 관리 등 현장평가 점수가 57점에 그쳐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동안 도비로 지원되는 월급 150만 원을 받고 일하던 1년제 사무장도 그만둘 처집니다. [김민순/거제 연담체험마을 사무장 : "업무 파악하는 것만 해도 1년이 걸리거든요. 채용 기간 1년 단위로 하다 보니까 내년도 보장이 안 되니까 전문적으로 깊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난해 국비 17억여 원 규모의 해양수산부의 마을단위 특화개발 사업을 따낸 거제시 소랑마을. 20여 차례의 회의와 답사 끝에 굴과 귤의 시배지를 알리기 위한 바다체험관과 특산물 활성화 센터를 만들 계획이지만, 주민들의 걱정이 큽니다. 모두 생업이 있다 보니 마을사업에만 매달릴 수도 없고, 주도적으로 뛸 젊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승국/거제 소랑마을사업추진위원장 : "다 농사일이 있다 보니까 상당히 어려움이 있어요. 사회를 보는 눈들이 우리는 나이가 많은 연로한 사람들이잖아요. 젊은 사람들 시각에서 봐야 하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고요."] 가장 큰 관건은 주민들의 고령화. 지속적인 마을 사업 추진을 위한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관광객 모집과 색다른 콘텐츠 제작 등 아이디어와 홍보마케팅이 중요하지만 접근이 어렵습니다. 거제시도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행정 절차를 돕는 일 말고는 세세한 분야까지 떠안긴 힘든 상황입니다. [강병국/거제시 농업정책과 : "최신 추세를 맞춰서 마을 홍보라든가, SNS 이런 부분들을 홍보를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지난 2018년 국비 176억여 원 규모의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을 유치한 거제시 장승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애초 계획했던 대형 사업 6개를 절반으로 추려내고, 마을 관리와 판매 사업을 위한 사회적협동조합과 사업자등록증 등 사전 준비에만 2년이 꼬박 걸렸습니다. 주민들의 힘만으로 역부족이었습니다. [김상민/거제 장승포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선정되고 보자에 집중이 됐습니다. 막상 되고 나니까 이 돈을 어떻게 써야 되지 어떻게 해야 되지, 막연했죠. 행정도 이런 경험이 없었고."] 외부에서 초청된 마을활동가의 역할이 컸습니다. [김상민/거제 장승포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그 사고를 깰 수 있는 사람들이 재생 민간 전문센터. 이분들의 도움이 피부에 안 와닿았죠. 막상 2년 지나고 보니까 이분들이 도움 있었기에 오늘이 되었구나."] 경상남도 마을사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된 것은 지난해 11월.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맨 마지막입니다. 이마저도 마을활동가 지원사업은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인 인력 지원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옥은숙/경남도의원 : "마을사업 예산을 기반으로 해서 지속적인 주민들 소득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게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 안 하니만 못합니다. 마을활동가 그분들을 양성을 더 많이 단계별로 시켜서 마을 단위 적절하게 지원해야."] 낙후된 마을 발전을 위해 주민 주도적인 참여를 이끄는 마을사업. 현재 경남에서 추진 중인 마을사업은 도시재생뉴딜 26곳에 5천100억 원, 어촌뉴딜300 38곳 4천억 원, 농산어촌개발사업 900억 원 등 국비와 도비, 시비까지 합쳐 모두 1조 천억 원대에 이릅니다. KBS 뉴스 조미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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