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이 사람을 어쩌나?…중국의 두 가지 고민

입력 2020.05.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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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노동절 연휴 최소 1억 명 이동

예상을 넘어섰다.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Trip.com)은 기차표와 호텔 예매 자료 등으로 닷새간의 노동절 연휴 때 9천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1~3일 사흘 동안 벌써 8,500만 명이 중국 유명 관광지를 다녀갔다. 오늘 연휴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최소 1억 명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위 사진은 우리가 흔히 태산이라고 부르는 중국 산둥성 타이산(泰山)과 저장성 항저우 시후(西湖)에 몰린 관광객 모습이다. 타이산 관리사무소는 하루 최대 입산객을 평소의 30% 수준, 3만 4천 명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1일 첫날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타이산 정상과 옥황정, 일관봉 구간은 폐쇄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다는 항저우 시후(西湖)도 마찬가지다. 2일 16시까지 유료 입장객 5만여 명을 비롯해 23만 6천여 명이 시후를 다녀갔다. 연휴 동안 줄잡아 50만 명은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노동절 연휴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가장 긴 연휴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 내수 경기도 끝 모를 추락을 해왔다. 사람이 몰려 소비가 살아나니, 중국 처지에선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마냥 그럴 수만은 없다.

지금 중국은 두 가지 시험대에 서 있다. 안으로는 참을성 잃은 중국 인민들이 '또 전염병 재확산을 부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고, 밖으로는 점점 노골화되는 전 세계적인 반중 정서다. 반중 감정에 불을 붙인 건 알다시피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중국 앞에 선 두 가지 고민

① 코로나19 다시 확산? .. '방역 초비상'

중국의 최근 발생 환자는 많게는 10여 명, 적게는 수 명 수준이다. 그것도 대부분 해외 유입 환자들로 본토 발생 환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중국 전역에서 이동에 제한을 받는 '고위험 지역'은 한 곳도 없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난강취, 무단장시 린코우시엔 등 몇 곳만 '중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환자가 불쑥불쑥 생겨나고 있다. 헤이룽장성에선 해외 유입 환자 1명이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졌다. 무증상 감염 환자도 계속 생겨난다. 국경을 맞댄 러시아에선 하루 1만 명 넘는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연휴를 맞았다.

중국 방역 당국은 유명 관광지 입장객을 30%로 제한하고, 온라인 예매를 시행했다. 성수기 하루 10만 명이 입장했던 베이징 자금성에는 5천 명만 입장할 수 있다. 공안을 배치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광객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벌였다.

닷새간의 연휴가 어떤 결과를 부르게 될까? 22일로 예정된 전인대에서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싶은 중국 지도부는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될까? 중국의 코로나 운명은 지금부터 2주일 잠복기에 달렸다.


② "중국이 책임져라!" 反중국 확산

코로나 재확산이 당장 10여 일 사이 판가름 날 문제라면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은 두고두고 중국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기원설'에 대해 "증거를 봤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걸핏하면 꺼내는 '추가 관세'도 언급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일 미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더 구체적으로 짚었다.

'중국 책임론'은 미 국가정보국(DNI)이 30일 성명에서 "정보기관들은 바이러스가 사람이 만들거나 유전자적으로 변형시킨 것이 아니라는 광범위한 과학적 합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고의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중국이 사태 초기 바이러스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가 커진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은폐와 통계 조작을 대표적인 근거로 꼽는다.


중국은 말만 말고 증거를 대라는 태도다.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4일 사평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 번도 증거를 보여준 적이 없다"면서 미국 일부 정객들의 발언은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여론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달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시작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09년 신종플루(H1N1) 때 미국에 배상을 요구한 나라가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이른바 '마스크 원조'와 영화 '전랑(戰狼·늑대 전사)에서 유래한 공격적인 선전 선동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을 향해 날을 세울 줄 만 알았지, 수백만 명이 신음하는 고통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서방사회의 중국에 대한 배상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중국의 전략이 국제사회에 먹혀들 가능성도 크지 않다. 코로나 사태라는 전 지구적인 위기는 중국엔 경제성장에 걸맞은 위상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국제사회의 신뢰가 출발선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그 신뢰를 얻지 못했다.

신냉전으로 치닫는 대립이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많은 나라가 의료와 방역은 물론 기간 산업을 재정비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재설정하고 있다. 신중국 70년 동안 변변한 우방을 가져 본 적 없는 중국. 우방을 가진 정상 국가로 설 수 있는 중국의 흔치 않은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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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5 08:00:24
    특파원 리포트
中 노동절 연휴 최소 1억 명 이동

예상을 넘어섰다.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Trip.com)은 기차표와 호텔 예매 자료 등으로 닷새간의 노동절 연휴 때 9천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1~3일 사흘 동안 벌써 8,500만 명이 중국 유명 관광지를 다녀갔다. 오늘 연휴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최소 1억 명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위 사진은 우리가 흔히 태산이라고 부르는 중국 산둥성 타이산(泰山)과 저장성 항저우 시후(西湖)에 몰린 관광객 모습이다. 타이산 관리사무소는 하루 최대 입산객을 평소의 30% 수준, 3만 4천 명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1일 첫날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타이산 정상과 옥황정, 일관봉 구간은 폐쇄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다는 항저우 시후(西湖)도 마찬가지다. 2일 16시까지 유료 입장객 5만여 명을 비롯해 23만 6천여 명이 시후를 다녀갔다. 연휴 동안 줄잡아 50만 명은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노동절 연휴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가장 긴 연휴다. 코로나 사태로 중국 내수 경기도 끝 모를 추락을 해왔다. 사람이 몰려 소비가 살아나니, 중국 처지에선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마냥 그럴 수만은 없다.

지금 중국은 두 가지 시험대에 서 있다. 안으로는 참을성 잃은 중국 인민들이 '또 전염병 재확산을 부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고, 밖으로는 점점 노골화되는 전 세계적인 반중 정서다. 반중 감정에 불을 붙인 건 알다시피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중국 앞에 선 두 가지 고민

① 코로나19 다시 확산? .. '방역 초비상'

중국의 최근 발생 환자는 많게는 10여 명, 적게는 수 명 수준이다. 그것도 대부분 해외 유입 환자들로 본토 발생 환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중국 전역에서 이동에 제한을 받는 '고위험 지역'은 한 곳도 없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난강취, 무단장시 린코우시엔 등 몇 곳만 '중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환자가 불쑥불쑥 생겨나고 있다. 헤이룽장성에선 해외 유입 환자 1명이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졌다. 무증상 감염 환자도 계속 생겨난다. 국경을 맞댄 러시아에선 하루 1만 명 넘는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연휴를 맞았다.

중국 방역 당국은 유명 관광지 입장객을 30%로 제한하고, 온라인 예매를 시행했다. 성수기 하루 10만 명이 입장했던 베이징 자금성에는 5천 명만 입장할 수 있다. 공안을 배치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광객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벌였다.

닷새간의 연휴가 어떤 결과를 부르게 될까? 22일로 예정된 전인대에서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싶은 중국 지도부는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될까? 중국의 코로나 운명은 지금부터 2주일 잠복기에 달렸다.


② "중국이 책임져라!" 反중국 확산

코로나 재확산이 당장 10여 일 사이 판가름 날 문제라면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은 두고두고 중국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기원설'에 대해 "증거를 봤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걸핏하면 꺼내는 '추가 관세'도 언급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일 미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더 구체적으로 짚었다.

'중국 책임론'은 미 국가정보국(DNI)이 30일 성명에서 "정보기관들은 바이러스가 사람이 만들거나 유전자적으로 변형시킨 것이 아니라는 광범위한 과학적 합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고의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중국이 사태 초기 바이러스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가 커진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은폐와 통계 조작을 대표적인 근거로 꼽는다.


중국은 말만 말고 증거를 대라는 태도다.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4일 사평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 번도 증거를 보여준 적이 없다"면서 미국 일부 정객들의 발언은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여론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달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시작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09년 신종플루(H1N1) 때 미국에 배상을 요구한 나라가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이른바 '마스크 원조'와 영화 '전랑(戰狼·늑대 전사)에서 유래한 공격적인 선전 선동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을 향해 날을 세울 줄 만 알았지, 수백만 명이 신음하는 고통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서방사회의 중국에 대한 배상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중국의 전략이 국제사회에 먹혀들 가능성도 크지 않다. 코로나 사태라는 전 지구적인 위기는 중국엔 경제성장에 걸맞은 위상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다. 국제사회의 신뢰가 출발선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그 신뢰를 얻지 못했다.

신냉전으로 치닫는 대립이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많은 나라가 의료와 방역은 물론 기간 산업을 재정비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재설정하고 있다. 신중국 70년 동안 변변한 우방을 가져 본 적 없는 중국. 우방을 가진 정상 국가로 설 수 있는 중국의 흔치 않은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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