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년 만에 또 일어났지만…고성 산불, 올해는 달랐다

입력 2020.05.06 (08:32) 수정 2020.05.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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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일 밤, 강원도 고성 산불 소식 듣고 놀란 가슴 쓸어내리신 분들 많으셨죠?

지난해 4월 고성에서 시작돼 속초, 강릉 등 동해안 일대에 큰 피해를 냈던 고성 산불과 발화 장소나 시기 등이 판박이여서 더 걱정이 컸었는데요.

하지만 발생 12시간 만에 불길은 다행히 잡혔고 피해규모도 지난해의 15분의 1 정도에 그쳤습니다.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빠른 진화가 가능했던 요인이 뭘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산불 진화 이튿날인 지난 3일, 강원도 고성군의 한 마을.

불길은 모두 잡혔지만 땅 속 숨은 작은 불씨 하나까지 모두 꺼트리기 위한 잔불 정리 작업은 야산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송흥남/고성군청 산불진화대 팀장 : "잔불 정리할 때는 나무 그루터기 밑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요. 흙 속에도 불이 붙어서 꺼지지 않고 있다가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면 이것이 날아가서 다른 곳에서 다시 화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산자락 아래 마을은 매캐한 냄새가 여전했는데요.

대피소에서 돌아온 주민들, 산불이 완전 진화됐다는 소식에도 마음 한 켠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김유심/고성군 토성면 : "모두가 혼비백산했던 것 같아요. 연기만 봐도 지금은 겁이 나고 너무 불안하고 과연 여기서 살 수 있을까..."]

하룻밤 새 축구장 120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이번 산불.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주민 : "여기까지 불이 넘어와서 개집하고 닭집이 탈 때 나는 우리 집이 타는 줄 알았어요. 아침에 오니까 그래도 잘 지켜주셔서 우리 집은 살아있었어요."]

이번 산불의 발화점. 바로 이 전원주택인데요.

이 집의 화목보일러에서 튄 불꽃이 거센 바람을 타고 산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을 몰고 온다고 해서 ‘화풍’으로도 불리는 ‘양간지풍’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불씨를 실어나르며 큰 산불을 만들었습니다.

["소방대원 저쪽에서 잡아줘야 돼! 더 번지지 않게!"]

[한영배/고성군 산불진화대 조장 : "강풍이 불고 이런 여건 안에서 우리 진화대원들이 정말 필사적으로 지금 진화에 임하고 있거든요."]

불이 난 지역도, 시기도, 발화 원인까지.. 지난해 산불과 꼭 닮았던 이번 산불이었는데요.

하지만 산림 피해 면적은 지난해의 15분에 1에 불과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안재필/고성군청 산림과장 : "2019년도 4월에 난 산불은 바람이 한 쪽으로 집중적으로 불었었고 이 지역만큼은 특별히 돌풍이 불었어요. 그래서 (바람이) 좀 잦아드는 시기를 이용해서 진화를 할 수 있었던 게 도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1년 전 산불 당시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바싹 마른 낙엽들이 올해는 적었던 것도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했습니다.

[김동욱/산림청 산불방지과 : "5월쯤 되면 풀들이 다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아무래도 봄철에 완전히 건조할 때보다는 덜 건조하단 말이에요. 또 이번에 거기가 활엽수림이에요. 저번 같은 경우는 거의 다 침엽수림이라서 송진도 있고 그래서 확실히 활엽수보다 훨씬 많이 타거든요."]

산불 진화 인력의 신속한 대처도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힙니다.

지난해 비해 전국 소방 인력의 투입이 40분이나 빨리 이뤄진 건데요.

[조선호/소방청 대변인 : "작년 산불 겪고 나서 (전국) 동원령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출동해야 될 소방 인력을 미리 정해놓고 명령만 떨어지면 편성 절차를 간소화해서 미리 다 짜놨기 때문에 출동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됐습니다."]

지난달 소방공무원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시도지사들의 지휘없이 소방청장의 지휘만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출동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호/소방청 대변인 : "국가직이 되고 나서 전국이 내 관할구역이다, 명령만 있으면 어디든지 우리는 가야 된다는 그런 개념이 정착이 되고 있고요. 소방청장에게 지휘권이 생겼습니다. 옛날에는 '이제 좀 도와주세요' 하는 요청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출동하세요'라고 바로 명령하는, 그렇게 돼서 훨씬 더 이제 국가적인 효과가 나온 겁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들, 바로 산림청 특수진화대원들입니다.

["뛰어 뛰어 뛰어!"]

119 소방호스가 닿지 않는 깊은 산 속.

이 특수진화대원들이 땅을 파 방화선을 구축하고 물 펌프를 이용해 불을 끄는데요.

그냥 올라가기도 힘든 산길인데, 장비까지 짊어지고 올라가 사투를 벌입니다.

[김동환/동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조장 : "시야 확보가 많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손전등을 켠 상태에서 불이 넘어오는 방향을 등지고 갈퀴로 땅을 파서 더 이상 불이 넘어오지 않게끔 그렇게 했었습니다."]

이번 고성 산불 진화 현장에도 94명의 특수진화대원들이 지역과 소속에 상관없이 달려왔는데요.

지난해 고성 산불 경험이 있는 대원들이 많았던 것도 빠른 진화에 한 몫했습니다.

[서동열/동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 "작년에 큰 대형 산불을 진화하면서 많이 배운 점도 있고 느낀 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이제 불을 끄면서 방화선 구축도 수월했고, 그러고 저희가 진입하는데도 수월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대처도 인명 피해를 막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주민 : "불이 이쪽 저희 (마을) 건너편으로 옮기는 바람에 저희도 불길 따라서 다 오셔서 서로 물도 틀어주시고 남자분들은 진화를 시작하셨고 여자분들 같은 경우는 모여서 빨리 대피해야겠다고 말하고 이분 괜찮냐 저분 괜찮냐 서로 챙기면서 연락해 주고 그런 상황이었어요."]

특히 마을 입구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쪽으로 불길이 향하자 주민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는데요.

덕분에 홀로 걷는 것조차 힘든 30여 명의 원생들,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 : "이 불길이 원 쪽으로 지금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적 장애인 거주 시설로 불길이 내려가니까 그때 비상 연락망을 동원을 하게 된 거죠. 작년에 너무 놀라서 그 이후부터는 여기 대피 훈련을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신속하게 진화된 이번 고성 산불.

지난해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모두가 지켜낸 값진 성과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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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년 만에 또 일어났지만…고성 산불, 올해는 달랐다
    • 입력 2020-05-06 08:34:40
    • 수정2020-05-06 09: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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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일 밤, 강원도 고성 산불 소식 듣고 놀란 가슴 쓸어내리신 분들 많으셨죠?

지난해 4월 고성에서 시작돼 속초, 강릉 등 동해안 일대에 큰 피해를 냈던 고성 산불과 발화 장소나 시기 등이 판박이여서 더 걱정이 컸었는데요.

하지만 발생 12시간 만에 불길은 다행히 잡혔고 피해규모도 지난해의 15분의 1 정도에 그쳤습니다.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빠른 진화가 가능했던 요인이 뭘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산불 진화 이튿날인 지난 3일, 강원도 고성군의 한 마을.

불길은 모두 잡혔지만 땅 속 숨은 작은 불씨 하나까지 모두 꺼트리기 위한 잔불 정리 작업은 야산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송흥남/고성군청 산불진화대 팀장 : "잔불 정리할 때는 나무 그루터기 밑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요. 흙 속에도 불이 붙어서 꺼지지 않고 있다가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면 이것이 날아가서 다른 곳에서 다시 화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산자락 아래 마을은 매캐한 냄새가 여전했는데요.

대피소에서 돌아온 주민들, 산불이 완전 진화됐다는 소식에도 마음 한 켠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김유심/고성군 토성면 : "모두가 혼비백산했던 것 같아요. 연기만 봐도 지금은 겁이 나고 너무 불안하고 과연 여기서 살 수 있을까..."]

하룻밤 새 축구장 120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이번 산불.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주민 : "여기까지 불이 넘어와서 개집하고 닭집이 탈 때 나는 우리 집이 타는 줄 알았어요. 아침에 오니까 그래도 잘 지켜주셔서 우리 집은 살아있었어요."]

이번 산불의 발화점. 바로 이 전원주택인데요.

이 집의 화목보일러에서 튄 불꽃이 거센 바람을 타고 산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을 몰고 온다고 해서 ‘화풍’으로도 불리는 ‘양간지풍’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불씨를 실어나르며 큰 산불을 만들었습니다.

["소방대원 저쪽에서 잡아줘야 돼! 더 번지지 않게!"]

[한영배/고성군 산불진화대 조장 : "강풍이 불고 이런 여건 안에서 우리 진화대원들이 정말 필사적으로 지금 진화에 임하고 있거든요."]

불이 난 지역도, 시기도, 발화 원인까지.. 지난해 산불과 꼭 닮았던 이번 산불이었는데요.

하지만 산림 피해 면적은 지난해의 15분에 1에 불과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안재필/고성군청 산림과장 : "2019년도 4월에 난 산불은 바람이 한 쪽으로 집중적으로 불었었고 이 지역만큼은 특별히 돌풍이 불었어요. 그래서 (바람이) 좀 잦아드는 시기를 이용해서 진화를 할 수 있었던 게 도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1년 전 산불 당시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바싹 마른 낙엽들이 올해는 적었던 것도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했습니다.

[김동욱/산림청 산불방지과 : "5월쯤 되면 풀들이 다 수분을 머금고 있어서 아무래도 봄철에 완전히 건조할 때보다는 덜 건조하단 말이에요. 또 이번에 거기가 활엽수림이에요. 저번 같은 경우는 거의 다 침엽수림이라서 송진도 있고 그래서 확실히 활엽수보다 훨씬 많이 타거든요."]

산불 진화 인력의 신속한 대처도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힙니다.

지난해 비해 전국 소방 인력의 투입이 40분이나 빨리 이뤄진 건데요.

[조선호/소방청 대변인 : "작년 산불 겪고 나서 (전국) 동원령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출동해야 될 소방 인력을 미리 정해놓고 명령만 떨어지면 편성 절차를 간소화해서 미리 다 짜놨기 때문에 출동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됐습니다."]

지난달 소방공무원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시도지사들의 지휘없이 소방청장의 지휘만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출동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호/소방청 대변인 : "국가직이 되고 나서 전국이 내 관할구역이다, 명령만 있으면 어디든지 우리는 가야 된다는 그런 개념이 정착이 되고 있고요. 소방청장에게 지휘권이 생겼습니다. 옛날에는 '이제 좀 도와주세요' 하는 요청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출동하세요'라고 바로 명령하는, 그렇게 돼서 훨씬 더 이제 국가적인 효과가 나온 겁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들, 바로 산림청 특수진화대원들입니다.

["뛰어 뛰어 뛰어!"]

119 소방호스가 닿지 않는 깊은 산 속.

이 특수진화대원들이 땅을 파 방화선을 구축하고 물 펌프를 이용해 불을 끄는데요.

그냥 올라가기도 힘든 산길인데, 장비까지 짊어지고 올라가 사투를 벌입니다.

[김동환/동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조장 : "시야 확보가 많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손전등을 켠 상태에서 불이 넘어오는 방향을 등지고 갈퀴로 땅을 파서 더 이상 불이 넘어오지 않게끔 그렇게 했었습니다."]

이번 고성 산불 진화 현장에도 94명의 특수진화대원들이 지역과 소속에 상관없이 달려왔는데요.

지난해 고성 산불 경험이 있는 대원들이 많았던 것도 빠른 진화에 한 몫했습니다.

[서동열/동부지방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 "작년에 큰 대형 산불을 진화하면서 많이 배운 점도 있고 느낀 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이제 불을 끄면서 방화선 구축도 수월했고, 그러고 저희가 진입하는데도 수월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대처도 인명 피해를 막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주민 : "불이 이쪽 저희 (마을) 건너편으로 옮기는 바람에 저희도 불길 따라서 다 오셔서 서로 물도 틀어주시고 남자분들은 진화를 시작하셨고 여자분들 같은 경우는 모여서 빨리 대피해야겠다고 말하고 이분 괜찮냐 저분 괜찮냐 서로 챙기면서 연락해 주고 그런 상황이었어요."]

특히 마을 입구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쪽으로 불길이 향하자 주민들이 발빠르게 움직였는데요.

덕분에 홀로 걷는 것조차 힘든 30여 명의 원생들,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 : "이 불길이 원 쪽으로 지금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적 장애인 거주 시설로 불길이 내려가니까 그때 비상 연락망을 동원을 하게 된 거죠. 작년에 너무 놀라서 그 이후부터는 여기 대피 훈련을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습니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신속하게 진화된 이번 고성 산불.

지난해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모두가 지켜낸 값진 성과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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