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끝?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입력 2020.05.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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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체제가 끝나고 '생활 속 거리두기' 시작 첫날입니다. 4월 말부터 시작된 황금연휴가 끝나고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고요. 다음 주 수요일부터는 등교를 미뤄왔던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이 고3을 시작으로 등교 수업을 차례로 시작합니다.

뭔가 끝난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벗어도 될 거 같고요. 손 소독제의 독한 냄새도 이젠 지겹습니다. 사람 간 거리를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대규모 집단 감염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지역 사회 환자 발생이 없다는 속보도 인터넷에 뜹니다. 실제로 밖이나 사무실 안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거 같습니다. 기분 탓일까요?

여기에서 머릿속을 맴도는 야구 명언이 하나 있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선수였고 감독이었던 요기 베라가 했다는 말입니다. 1973년, 요기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을 맡던 시절에 팀 성적이 죽을 쑤고 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베라가 감독직에서 쫓겨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을 때 기자가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했을 때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난 뒤 팀 성적이 180도 바뀌어 지구 우승을 차지해 포스트 시즌까지 진출했습니다.

■ 방역당국의 일관된 메시지 "기존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다"
2월 18일 대구 신천지교회 관련 31번째 환자가 나온 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방역당국과 국민은 총력을 다했습니다. 많은 것을 희생했고 힘들지만 방역 수칙을 지켰습니다. 가고 싶은 곳에 못 가고 손님이 줄어도 방역 수칙들 지켜가며 영업을 했습니다. 일부 업종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 발표된 신규 확진자는 2명입니다. 대규모 발병 사태 뒤로는 가장 적은 수의 신규 발생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방역당국은 오전, 오후 모두 2번 대국민 브리핑을 이어갔습니다. 브리핑을 한 번으로 줄인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을 포함해서 방역당국 책임자들은 고민이 컸을 겁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첫날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줘야 하나? 가장 큰 우려는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것으로 오인하고 개인위생과 방역 수칙 준수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방역당국의 메시지는 딱 하나였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정은경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늘부터 실시되는 생활 속 거리두기는 방역과 일상생활을 양립하자는 취지로 추진하는 것으로 기존과 같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여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감염병 발생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는 언제든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계속 유지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그리고 ▲두 팔 간격의 건강한 거리두기, ▲ 꼼꼼히 손 씻기, 기침예절 준수 ▲매일 2번 이상의 환기와 주기적인 소독 그리고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개인방역 5대 기본수칙을 준수해 주실 것을 당부를 드립니다."

■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생활 방역? or 생활 속 거리두기?
사실 방역당국은 오늘부터 바뀌는 방역 체계를 어떻게 명명할지 고민이 컸습니다. 가장 많이 쓰고 써오던 용어는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 입니다. 하지만 감역내과와 방역 전문가들이 참여한 '생활방역위원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우려가 나왔습니다.

아직까지 개인과 집단의 위생관리와 기본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함에도 '생활방역'이란 명칭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계속되는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거리두기 3단계를 따지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현재)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하는 것은 결코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방역당국의 일관된 메시지입니다.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에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해왔고, 무엇을 희생하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돌이켜볼 때입니다. 방역당국은 엄중한 대규모 집단 발병이 생기면 언제라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하지만 맹렬하게 전파되는 신종 바이러스의 특성, 하지만 아직도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현실적 한계... 그 밖에도 우리가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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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 끝?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 입력 2020-05-06 16:48:58
    취재K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체제가 끝나고 '생활 속 거리두기' 시작 첫날입니다. 4월 말부터 시작된 황금연휴가 끝나고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고요. 다음 주 수요일부터는 등교를 미뤄왔던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이 고3을 시작으로 등교 수업을 차례로 시작합니다.

뭔가 끝난 것 같습니다. 마스크를 벗어도 될 거 같고요. 손 소독제의 독한 냄새도 이젠 지겹습니다. 사람 간 거리를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대규모 집단 감염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지역 사회 환자 발생이 없다는 속보도 인터넷에 뜹니다. 실제로 밖이나 사무실 안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거 같습니다. 기분 탓일까요?

여기에서 머릿속을 맴도는 야구 명언이 하나 있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선수였고 감독이었던 요기 베라가 했다는 말입니다. 1973년, 요기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을 맡던 시절에 팀 성적이 죽을 쑤고 있을 때였다고 합니다. 베라가 감독직에서 쫓겨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을 때 기자가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했을 때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난 뒤 팀 성적이 180도 바뀌어 지구 우승을 차지해 포스트 시즌까지 진출했습니다.

■ 방역당국의 일관된 메시지 "기존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다"
2월 18일 대구 신천지교회 관련 31번째 환자가 나온 뒤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방역당국과 국민은 총력을 다했습니다. 많은 것을 희생했고 힘들지만 방역 수칙을 지켰습니다. 가고 싶은 곳에 못 가고 손님이 줄어도 방역 수칙들 지켜가며 영업을 했습니다. 일부 업종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그 결과 오늘 발표된 신규 확진자는 2명입니다. 대규모 발병 사태 뒤로는 가장 적은 수의 신규 발생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방역당국은 오전, 오후 모두 2번 대국민 브리핑을 이어갔습니다. 브리핑을 한 번으로 줄인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을 포함해서 방역당국 책임자들은 고민이 컸을 겁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첫날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줘야 하나? 가장 큰 우려는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것으로 오인하고 개인위생과 방역 수칙 준수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방역당국의 메시지는 딱 하나였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정은경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오늘부터 실시되는 생활 속 거리두기는 방역과 일상생활을 양립하자는 취지로 추진하는 것으로 기존과 같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여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감염병 발생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는 언제든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계속 유지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그리고 ▲두 팔 간격의 건강한 거리두기, ▲ 꼼꼼히 손 씻기, 기침예절 준수 ▲매일 2번 이상의 환기와 주기적인 소독 그리고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개인방역 5대 기본수칙을 준수해 주실 것을 당부를 드립니다."

■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생활 방역? or 생활 속 거리두기?
사실 방역당국은 오늘부터 바뀌는 방역 체계를 어떻게 명명할지 고민이 컸습니다. 가장 많이 쓰고 써오던 용어는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 입니다. 하지만 감역내과와 방역 전문가들이 참여한 '생활방역위원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우려가 나왔습니다.

아직까지 개인과 집단의 위생관리와 기본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함에도 '생활방역'이란 명칭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계속되는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거리두기 3단계를 따지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현재)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하는 것은 결코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방역당국의 일관된 메시지입니다.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에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해왔고, 무엇을 희생하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돌이켜볼 때입니다. 방역당국은 엄중한 대규모 집단 발병이 생기면 언제라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하지만 맹렬하게 전파되는 신종 바이러스의 특성, 하지만 아직도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현실적 한계... 그 밖에도 우리가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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