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물류센터 내부 사진 입수…“바닥에 산소 절단기와 호스 널려”

입력 2020.05.06 (18:28) 수정 2020.05.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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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38명이 사망한 지난달 29일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당시 밀폐된 공간에서 우레탄 폼 작업을 하다가 폭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현재까지는 추정됩니다.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금까지 두 번의 합동 감식이 있었고, 오늘(6일)은 세 번째 합동 감식이 진행됐습니다.

KBS는 앞선 첫 번째와 두 번째 합동 감식에서 촬영한 내부 사진을 처음으로 입수했습니다. 지금까지 취재진에 내부 모습이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사진 속 까맣게 타 버린 현장엔 산소 절단기와 전동 그라인더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 지하 2층서 절단기 발견…끊어진 산소절단기 호스

당시 노동자들은 지하 등 밀폐된 공간에서 우레탄 폼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레탄 폼이 마르면서 발생하는 휘발성 증기에 알 수 없는 불꽃이 튀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지하 2층 현장 감식에서 전기 작업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가 여럿 발견됐습니다.

지하 2층에서 발견된 산소 절단기.지하 2층에서 발견된 산소 절단기.

산소 절단기는 산소 용접기라고도 합니다. 산소를 이용해 용접할 수도 있고, 철판을 자를 수도 있는 도구입니다. 함께 발견된 전기 절단기와 전동 그라인더도 산소 절단기와 마찬가지로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자르는 데 쓰입니다.

지하 2층에서 발견된 전기 절단기와 전동 그라인더.지하 2층에서 발견된 전기 절단기와 전동 그라인더.

산소 절단기는 산소를 이용해 물건을 절단하기 때문에, 산소를 공급하는 호스가 필요하겠죠. 지하 1층에는 이 산소 공급용 호스도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감식 현장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산소 절단기에 연결된 호스 중간 부분이 끊어져 있는 모습.산소 절단기에 연결된 호스 중간 부분이 끊어져 있는 모습.

현장에서 산소 호스가 끊어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불이 났던 날 이 현장에서 산소 호스가 왜 끊어졌는지는 앞으로 경찰이 확인해야 할 내용입니다. 하지만 보통 산소 호스의 연결을 잘못하거나 상태가 불량한 물건을 사용하면 호스가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는 말했습니다.

윤여송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용접에 쓰이는 호스 등은 완벽하게 연결이 돼 있어야 한다"며 "호스가 끊어진다든지 해서 산소가 새어나갈 경우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화물용 엘리베이터 공간도 그을려…"화염 통로 추정"

이천 물류센터 화재에서 노동자들은 지하 2층뿐 아니라 지상층에서도 희생됐습니다. 지상 2층에서만 18명의 희생자가 나왔는데, 경찰과 소방당국은 그 원인을 유독가스로 꼽고 있습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자리였던 통로가 까맣게 그을린 모습.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자리였던 통로가 까맣게 그을린 모습.

현장 사진 속에 찍힌 엘리베이터 공간도 이런 추정대로 까맣게 그을린 모습이었습니다. 내부를 살펴본 사진을 보면 일부를 제외하고 벽이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모습이 보이는데요. 지하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이 통로를 타고 지상 4층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입니다.

다 타버린 내부.다 타버린 내부.

까맣게 발생한 유독가스는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의 시야를 가렸습니다. 현장 곳곳에선 비상계단과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와중 탈출을 시도한 희생자들의 흔적도 보였습니다.

지상 1층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흔적.지상 1층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흔적.

지하 2층은 화염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곳입니다. 사진 속에서 볼 수 있듯, 천장재가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또 일부 창문이 나 있는 지상층과 달리 사방이 막힌 모습입니다.

지하 2층의 피해 모습.지하 2층의 피해 모습.

■ 우레탄 공급 호스는 3층까지 연결…선명한 '용접 자제' 경고문

이날 노동자들이 하고 있었던 우레탄 폼 작업을 위해 건물 옆에는 우레탄을 혼합하기 위한 차량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또 이렇게 혼합한 우레탄을 작업 현장으로 보내기 위한 호스도 연결돼 있었는데요.

이천 물류센터 옆에 세워진 우레탄 혼합·펌프 차량. 공급 호스가 차량에서부터 건물 3층까지 연결돼 있었다.이천 물류센터 옆에 세워진 우레탄 혼합·펌프 차량. 공급 호스가 차량에서부터 건물 3층까지 연결돼 있었다.

현장 인근에서는 200L 드럼통에 담긴 우레탄 원료도 여럿 발견됐습니다. 이 원료에 적힌 경고문을 볼까요. "유해한 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중략) 용접과 같은 작업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레탄 원료에 적힌 경고문. “용접과 같은 작업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우레탄 원료에 적힌 경고문. “용접과 같은 작업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아직까지 화재 원인과 지점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들을 통해 노동자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고 있었고 거기에 위험한 도구들이 여럿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정밀 감식 등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꼭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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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 물류센터 내부 사진 입수…“바닥에 산소 절단기와 호스 널려”
    • 입력 2020-05-06 18:28:01
    • 수정2020-05-06 21:32:03
    취재K
노동자 38명이 사망한 지난달 29일 이천 물류센터 화재, 당시 밀폐된 공간에서 우레탄 폼 작업을 하다가 폭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현재까지는 추정됩니다.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금까지 두 번의 합동 감식이 있었고, 오늘(6일)은 세 번째 합동 감식이 진행됐습니다.

KBS는 앞선 첫 번째와 두 번째 합동 감식에서 촬영한 내부 사진을 처음으로 입수했습니다. 지금까지 취재진에 내부 모습이 공개된 적은 없습니다. 사진 속 까맣게 타 버린 현장엔 산소 절단기와 전동 그라인더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 지하 2층서 절단기 발견…끊어진 산소절단기 호스

당시 노동자들은 지하 등 밀폐된 공간에서 우레탄 폼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레탄 폼이 마르면서 발생하는 휘발성 증기에 알 수 없는 불꽃이 튀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지하 2층 현장 감식에서 전기 작업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가 여럿 발견됐습니다.

지하 2층에서 발견된 산소 절단기.
산소 절단기는 산소 용접기라고도 합니다. 산소를 이용해 용접할 수도 있고, 철판을 자를 수도 있는 도구입니다. 함께 발견된 전기 절단기와 전동 그라인더도 산소 절단기와 마찬가지로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자르는 데 쓰입니다.

지하 2층에서 발견된 전기 절단기와 전동 그라인더.
산소 절단기는 산소를 이용해 물건을 절단하기 때문에, 산소를 공급하는 호스가 필요하겠죠. 지하 1층에는 이 산소 공급용 호스도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감식 현장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산소 절단기에 연결된 호스 중간 부분이 끊어져 있는 모습.
현장에서 산소 호스가 끊어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불이 났던 날 이 현장에서 산소 호스가 왜 끊어졌는지는 앞으로 경찰이 확인해야 할 내용입니다. 하지만 보통 산소 호스의 연결을 잘못하거나 상태가 불량한 물건을 사용하면 호스가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는 말했습니다.

윤여송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용접에 쓰이는 호스 등은 완벽하게 연결이 돼 있어야 한다"며 "호스가 끊어진다든지 해서 산소가 새어나갈 경우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화물용 엘리베이터 공간도 그을려…"화염 통로 추정"

이천 물류센터 화재에서 노동자들은 지하 2층뿐 아니라 지상층에서도 희생됐습니다. 지상 2층에서만 18명의 희생자가 나왔는데, 경찰과 소방당국은 그 원인을 유독가스로 꼽고 있습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자리였던 통로가 까맣게 그을린 모습.
현장 사진 속에 찍힌 엘리베이터 공간도 이런 추정대로 까맣게 그을린 모습이었습니다. 내부를 살펴본 사진을 보면 일부를 제외하고 벽이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모습이 보이는데요. 지하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이 통로를 타고 지상 4층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입니다.

다 타버린 내부.
까맣게 발생한 유독가스는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의 시야를 가렸습니다. 현장 곳곳에선 비상계단과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와중 탈출을 시도한 희생자들의 흔적도 보였습니다.

지상 1층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흔적.
지하 2층은 화염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곳입니다. 사진 속에서 볼 수 있듯, 천장재가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또 일부 창문이 나 있는 지상층과 달리 사방이 막힌 모습입니다.

지하 2층의 피해 모습.
■ 우레탄 공급 호스는 3층까지 연결…선명한 '용접 자제' 경고문

이날 노동자들이 하고 있었던 우레탄 폼 작업을 위해 건물 옆에는 우레탄을 혼합하기 위한 차량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또 이렇게 혼합한 우레탄을 작업 현장으로 보내기 위한 호스도 연결돼 있었는데요.

이천 물류센터 옆에 세워진 우레탄 혼합·펌프 차량. 공급 호스가 차량에서부터 건물 3층까지 연결돼 있었다.
현장 인근에서는 200L 드럼통에 담긴 우레탄 원료도 여럿 발견됐습니다. 이 원료에 적힌 경고문을 볼까요. "유해한 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중략) 용접과 같은 작업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레탄 원료에 적힌 경고문. “용접과 같은 작업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아직까지 화재 원인과 지점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들을 통해 노동자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고 있었고 거기에 위험한 도구들이 여럿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정밀 감식 등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꼭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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