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사체 방치된 ‘불법 개농장’ 그후…“시민항의 쏟아져”
입력 2020.05.07 (07:00)
수정 2020.05.0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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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처참한 수준의 번식장이고…. 개들이 살기에 최악의 환경입니다."
취재진과 동행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가 한 말입니다.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시의 불법 개 농장을 2시간가량 둘러본 뒤 남긴 짧은 소회입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던 이곳엔 개 80여 마리가 각종 오물에 뒤엉켜 살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이곳 '공장식 개 농장'에서 취재진은 탯줄도 안 뗀 강아지를 포함해 개 사체 3구를 발견했습니다. 배가 갈라진 채 썩어가고 있던 사체 옆에 누워 취재진을 빤히 바라보던 성견 한 마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곳의 개들은 평생 인위적인 교배를 반복해가며 새끼를 낳아야 합니다. 갓 태어난 새끼들은 대부분 애완견 판매업체, 이른바 '펫샵'으로 팔려갑니다.
[연관 기사] [현장K]"오물 가득한 철창, 배 갈라진 사체"…불법 개농장 실태 (2020.05.04. KBS1TV 뉴스9)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공장식 개 농장의 처참한 실태에 공분했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개들에 대해 우려를 표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구조된 개들의 상태와 보도 이후 지자체의 대응 등 취재 뒷이야기를 '취재후'로 담아냅니다.
■입양 기다리는 아이들…"남은 개 구조 시도 중"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4일 이 농장에서 개 25마리를 긴급 구조했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현재 경기도의 한 위탁보호소에서 생활 중입니다. 이중 심장사상충 양성 판정을 받은 웰시코기 한 마리를 비롯해 모두 네 마리의 개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개들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편입니다. 치료를 마친 개들은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를 통해 새 가족을 찾게 됩니다.
구조되지 못한 개들의 건강상태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고양시는 "농장에 있던 개 중 일부는 농장주가 위탁을 받아 기르고 있던 터라 우선 소유권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소유권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개들의 실제 주인들이 이 농장에 개를 맡기게 된 경위를 파악해, 개를 기를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 동물보호단체 등에 인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 항의 5백여 건…불법 개농장 철거
관련 내용이 보도된 뒤, 고양시에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보도 이후 5백 건 이상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시장의 SNS 게시물에도 불법 개농장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항의성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이 농장은 허가를 받지 않은 명백한 무허가 농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농장 바로 옆 국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해, 개 사육장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농장주는 현장에서 만난 취재진과 동물단체 활동가들에게 "이곳이 국유지인 것은 맞지만, 개들은 내 사유물이니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도 이후, 국방부는 해당 농장을 방문해 국방시설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확인했고 철거조치 등을 취할 예정이라고 취재진에게 알려왔습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불법 개농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고양시의 고발을 접수하고, 6일 현장 조사를 끝냈습니다. 경찰은 이른 시일 내 농장주인 70대 남성을 소환해 관련 혐의를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허가로 동물을 생산할 경우 최고 5백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여기에 동물 학대 혐의까지 추가되면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펫샵 뒤 공장식 개 농장…"관련법 개정 필요"
동물단체들은 KBS가 보도한 사례 외에도, 음지로 파고든 '공장식 개 농장'이 전국에 수백 곳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개들은 '펫샵'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가면서까지 농장을 운영하는 겁니다. 현행법상 동물을 번식하고 판매하려면 '생산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예 허가를 받지 않거나, 별도의 허가 절차가 없는 '판매업'으로만 등록을 해놓고 개농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지현 법무법인 KSNP 변호사는 "현행법상 불법으로 개농장을 운영해도 최고 5백만 원의 벌금형에 그친다"면서 "벌금형을 강화하거나, 꼼수를 써 판매업으로 등록해놓고 실질적으론 생산업에 종사하다 적발될 경우 업체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서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하게 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돈을 주고 반려 동물을 사는 문화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공장식 개농장의 문제가 계속돼왔지만, 근절되지 않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펫샵 등을 이용해 반려동물을 구매하기보다는 가족을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입양'을 하는 편이 건전한 반려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장했습니다.
취재진과 동행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가 한 말입니다.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시의 불법 개 농장을 2시간가량 둘러본 뒤 남긴 짧은 소회입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던 이곳엔 개 80여 마리가 각종 오물에 뒤엉켜 살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이곳 '공장식 개 농장'에서 취재진은 탯줄도 안 뗀 강아지를 포함해 개 사체 3구를 발견했습니다. 배가 갈라진 채 썩어가고 있던 사체 옆에 누워 취재진을 빤히 바라보던 성견 한 마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곳의 개들은 평생 인위적인 교배를 반복해가며 새끼를 낳아야 합니다. 갓 태어난 새끼들은 대부분 애완견 판매업체, 이른바 '펫샵'으로 팔려갑니다.
[연관 기사] [현장K]"오물 가득한 철창, 배 갈라진 사체"…불법 개농장 실태 (2020.05.04. KBS1TV 뉴스9)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공장식 개 농장의 처참한 실태에 공분했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개들에 대해 우려를 표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구조된 개들의 상태와 보도 이후 지자체의 대응 등 취재 뒷이야기를 '취재후'로 담아냅니다.
■입양 기다리는 아이들…"남은 개 구조 시도 중"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4일 이 농장에서 개 25마리를 긴급 구조했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현재 경기도의 한 위탁보호소에서 생활 중입니다. 이중 심장사상충 양성 판정을 받은 웰시코기 한 마리를 비롯해 모두 네 마리의 개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개들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편입니다. 치료를 마친 개들은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를 통해 새 가족을 찾게 됩니다.
구조된 개 중 한 마리가 털을 깎은 뒤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 동물자유연대]
구조되지 못한 개들의 건강상태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고양시는 "농장에 있던 개 중 일부는 농장주가 위탁을 받아 기르고 있던 터라 우선 소유권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소유권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개들의 실제 주인들이 이 농장에 개를 맡기게 된 경위를 파악해, 개를 기를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 동물보호단체 등에 인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 항의 5백여 건…불법 개농장 철거
관련 내용이 보도된 뒤, 고양시에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보도 이후 5백 건 이상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시장의 SNS 게시물에도 불법 개농장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항의성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준 고양시장의 SNS 게시물에 달린 댓글. [사진 : 이재준 시장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문제의 이 농장은 허가를 받지 않은 명백한 무허가 농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농장 바로 옆 국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해, 개 사육장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농장주는 현장에서 만난 취재진과 동물단체 활동가들에게 "이곳이 국유지인 것은 맞지만, 개들은 내 사유물이니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도 이후, 국방부는 해당 농장을 방문해 국방시설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확인했고 철거조치 등을 취할 예정이라고 취재진에게 알려왔습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불법 개농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고양시의 고발을 접수하고, 6일 현장 조사를 끝냈습니다. 경찰은 이른 시일 내 농장주인 70대 남성을 소환해 관련 혐의를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허가로 동물을 생산할 경우 최고 5백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여기에 동물 학대 혐의까지 추가되면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펫샵 뒤 공장식 개 농장…"관련법 개정 필요"
동물단체들은 KBS가 보도한 사례 외에도, 음지로 파고든 '공장식 개 농장'이 전국에 수백 곳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개들은 '펫샵'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가면서까지 농장을 운영하는 겁니다. 현행법상 동물을 번식하고 판매하려면 '생산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예 허가를 받지 않거나, 별도의 허가 절차가 없는 '판매업'으로만 등록을 해놓고 개농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펫샵에서 판매되는 개들. (자료화면)
정지현 법무법인 KSNP 변호사는 "현행법상 불법으로 개농장을 운영해도 최고 5백만 원의 벌금형에 그친다"면서 "벌금형을 강화하거나, 꼼수를 써 판매업으로 등록해놓고 실질적으론 생산업에 종사하다 적발될 경우 업체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서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하게 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돈을 주고 반려 동물을 사는 문화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공장식 개농장의 문제가 계속돼왔지만, 근절되지 않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펫샵 등을 이용해 반려동물을 구매하기보다는 가족을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입양'을 하는 편이 건전한 반려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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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후] 사체 방치된 ‘불법 개농장’ 그후…“시민항의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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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5-07 07:00:21
- 수정2020-05-07 07:01:38
"정말 처참한 수준의 번식장이고…. 개들이 살기에 최악의 환경입니다."
취재진과 동행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가 한 말입니다.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시의 불법 개 농장을 2시간가량 둘러본 뒤 남긴 짧은 소회입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던 이곳엔 개 80여 마리가 각종 오물에 뒤엉켜 살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이곳 '공장식 개 농장'에서 취재진은 탯줄도 안 뗀 강아지를 포함해 개 사체 3구를 발견했습니다. 배가 갈라진 채 썩어가고 있던 사체 옆에 누워 취재진을 빤히 바라보던 성견 한 마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곳의 개들은 평생 인위적인 교배를 반복해가며 새끼를 낳아야 합니다. 갓 태어난 새끼들은 대부분 애완견 판매업체, 이른바 '펫샵'으로 팔려갑니다.
[연관 기사] [현장K]"오물 가득한 철창, 배 갈라진 사체"…불법 개농장 실태 (2020.05.04. KBS1TV 뉴스9)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공장식 개 농장의 처참한 실태에 공분했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개들에 대해 우려를 표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구조된 개들의 상태와 보도 이후 지자체의 대응 등 취재 뒷이야기를 '취재후'로 담아냅니다.
■입양 기다리는 아이들…"남은 개 구조 시도 중"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4일 이 농장에서 개 25마리를 긴급 구조했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현재 경기도의 한 위탁보호소에서 생활 중입니다. 이중 심장사상충 양성 판정을 받은 웰시코기 한 마리를 비롯해 모두 네 마리의 개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개들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편입니다. 치료를 마친 개들은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를 통해 새 가족을 찾게 됩니다.
구조되지 못한 개들의 건강상태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고양시는 "농장에 있던 개 중 일부는 농장주가 위탁을 받아 기르고 있던 터라 우선 소유권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소유권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개들의 실제 주인들이 이 농장에 개를 맡기게 된 경위를 파악해, 개를 기를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 동물보호단체 등에 인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 항의 5백여 건…불법 개농장 철거
관련 내용이 보도된 뒤, 고양시에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보도 이후 5백 건 이상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시장의 SNS 게시물에도 불법 개농장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항의성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이 농장은 허가를 받지 않은 명백한 무허가 농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농장 바로 옆 국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해, 개 사육장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농장주는 현장에서 만난 취재진과 동물단체 활동가들에게 "이곳이 국유지인 것은 맞지만, 개들은 내 사유물이니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도 이후, 국방부는 해당 농장을 방문해 국방시설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확인했고 철거조치 등을 취할 예정이라고 취재진에게 알려왔습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불법 개농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고양시의 고발을 접수하고, 6일 현장 조사를 끝냈습니다. 경찰은 이른 시일 내 농장주인 70대 남성을 소환해 관련 혐의를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허가로 동물을 생산할 경우 최고 5백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여기에 동물 학대 혐의까지 추가되면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펫샵 뒤 공장식 개 농장…"관련법 개정 필요"
동물단체들은 KBS가 보도한 사례 외에도, 음지로 파고든 '공장식 개 농장'이 전국에 수백 곳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개들은 '펫샵'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가면서까지 농장을 운영하는 겁니다. 현행법상 동물을 번식하고 판매하려면 '생산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예 허가를 받지 않거나, 별도의 허가 절차가 없는 '판매업'으로만 등록을 해놓고 개농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지현 법무법인 KSNP 변호사는 "현행법상 불법으로 개농장을 운영해도 최고 5백만 원의 벌금형에 그친다"면서 "벌금형을 강화하거나, 꼼수를 써 판매업으로 등록해놓고 실질적으론 생산업에 종사하다 적발될 경우 업체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서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하게 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돈을 주고 반려 동물을 사는 문화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공장식 개농장의 문제가 계속돼왔지만, 근절되지 않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펫샵 등을 이용해 반려동물을 구매하기보다는 가족을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입양'을 하는 편이 건전한 반려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장했습니다.
취재진과 동행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가 한 말입니다.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시의 불법 개 농장을 2시간가량 둘러본 뒤 남긴 짧은 소회입니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겼던 이곳엔 개 80여 마리가 각종 오물에 뒤엉켜 살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이곳 '공장식 개 농장'에서 취재진은 탯줄도 안 뗀 강아지를 포함해 개 사체 3구를 발견했습니다. 배가 갈라진 채 썩어가고 있던 사체 옆에 누워 취재진을 빤히 바라보던 성견 한 마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곳의 개들은 평생 인위적인 교배를 반복해가며 새끼를 낳아야 합니다. 갓 태어난 새끼들은 대부분 애완견 판매업체, 이른바 '펫샵'으로 팔려갑니다.
[연관 기사] [현장K]"오물 가득한 철창, 배 갈라진 사체"…불법 개농장 실태 (2020.05.04. KBS1TV 뉴스9)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공장식 개 농장의 처참한 실태에 공분했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개들에 대해 우려를 표한 분들도 계셨습니다. 구조된 개들의 상태와 보도 이후 지자체의 대응 등 취재 뒷이야기를 '취재후'로 담아냅니다.
■입양 기다리는 아이들…"남은 개 구조 시도 중"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4일 이 농장에서 개 25마리를 긴급 구조했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현재 경기도의 한 위탁보호소에서 생활 중입니다. 이중 심장사상충 양성 판정을 받은 웰시코기 한 마리를 비롯해 모두 네 마리의 개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개들은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편입니다. 치료를 마친 개들은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를 통해 새 가족을 찾게 됩니다.
구조되지 못한 개들의 건강상태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고양시는 "농장에 있던 개 중 일부는 농장주가 위탁을 받아 기르고 있던 터라 우선 소유권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소유권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개들의 실제 주인들이 이 농장에 개를 맡기게 된 경위를 파악해, 개를 기를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아 동물보호단체 등에 인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 항의 5백여 건…불법 개농장 철거
관련 내용이 보도된 뒤, 고양시에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보도 이후 5백 건 이상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시장의 SNS 게시물에도 불법 개농장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항의성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이 농장은 허가를 받지 않은 명백한 무허가 농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농장 바로 옆 국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해, 개 사육장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농장주는 현장에서 만난 취재진과 동물단체 활동가들에게 "이곳이 국유지인 것은 맞지만, 개들은 내 사유물이니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도 이후, 국방부는 해당 농장을 방문해 국방시설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확인했고 철거조치 등을 취할 예정이라고 취재진에게 알려왔습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불법 개농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고양시의 고발을 접수하고, 6일 현장 조사를 끝냈습니다. 경찰은 이른 시일 내 농장주인 70대 남성을 소환해 관련 혐의를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허가로 동물을 생산할 경우 최고 5백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여기에 동물 학대 혐의까지 추가되면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펫샵 뒤 공장식 개 농장…"관련법 개정 필요"
동물단체들은 KBS가 보도한 사례 외에도, 음지로 파고든 '공장식 개 농장'이 전국에 수백 곳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개들은 '펫샵'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가면서까지 농장을 운영하는 겁니다. 현행법상 동물을 번식하고 판매하려면 '생산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아예 허가를 받지 않거나, 별도의 허가 절차가 없는 '판매업'으로만 등록을 해놓고 개농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지현 법무법인 KSNP 변호사는 "현행법상 불법으로 개농장을 운영해도 최고 5백만 원의 벌금형에 그친다"면서 "벌금형을 강화하거나, 꼼수를 써 판매업으로 등록해놓고 실질적으론 생산업에 종사하다 적발될 경우 업체 등록을 취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서 동물의 소유권을 박탈하게 하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돈을 주고 반려 동물을 사는 문화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공장식 개농장의 문제가 계속돼왔지만, 근절되지 않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펫샵 등을 이용해 반려동물을 구매하기보다는 가족을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입양'을 하는 편이 건전한 반려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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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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