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폭염특보? 체감온도 반영한 새로운 폭염특보 내용보니…

입력 2020.05.08 (14:14) 수정 2020.05.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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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들어서 공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입하' 절기였던 어린이날(5일)을 기점으로 낮 기온도 30도 안팎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는데요. 여름이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맘때쯤 되면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또 태풍이 많이 찾아올지 궁금해집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멈췄는데, 전 지구 기온은 최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전 지구 기온 분포를 보면 일단 1월부터 3월까지는 우리나라와 일본, 러시아 시베리아 등지에서 붉은색으로 보이는 '기록적인 고온'이 계속됐습니다. 여기에 올해가 관측 이후 가장 기온이 높은 한 해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전 세계 기온 분포, 출처: NOAA올 1월부터 3월까지 전 세계 기온 분포, 출처: NOAA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 활동이 거의 멈추다시피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일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줄긴 했지만, 현재의 기후위기는 과거에 배출된 온실가스의 시간 지연 효과에 의해 상당 부분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가 한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100~300년이나 체류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멈추더라도 그 효과는 적어도 백 년 뒤에나 실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반도 폭염 일수, 2010년대 들어 1.5배

올해 전 지구가 기록적으로 더울 거라고 해서 반드시 그해 여름이 더운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의 폭염과 직접 연관 짓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최근 국내 폭염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2019년 이상기후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평균 10회 정도였던 폭염 일수는 2010년대에 15.5회로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2018년 여름엔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31.4일로 기상 관측 이후 가장 길었습니다. 온열질환자 4,526명, 사망자 48명으로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는 상대적으로 폭염의 강도가 약했는데 전국 폭염 일수 13.3일, 온열질환자는 1,841명 발생했고 11명이 사망했습니다.


올여름 '폭염특보', 최고기온에 '습도' 추가

폭염의 '뉴노멀'이라고 할 수 있는 2018년 여름을 계기로 기상청의 폭염특보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당시 한 달 이상 폭염특보가 거의 전국에 계속되다 보니,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경고나 예방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111년 만의 폭염이 찾아온 2018년 8월 1일에는 거의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었다111년 만의 폭염이 찾아온 2018년 8월 1일에는 거의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었다

기상청은 폭염특보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 여름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합니다. 최고기온뿐만 아니라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를 도입하는 건데, 폭염특보 발표 기준도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 이틀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되면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가 내려지게 됩니다.


기온은 같더라도 습도가 높아지면 더 견디기 힘듭니다. 습도 50%를 기준으로 습도가 10% 증가하면 체감온도가 약 1도 정도 높아지는데요. 기온이 33도라면 습도가 40%일 때는 체감온도가 31.9도로 원래보다 낮아지지만, 습도 50%에서는 33도, 습도 60%에서는 34도가 됩니다.

기상청은 폭염특보제가 개선되면 내륙지역에서는 폭염특보 발표 횟수가 평균 0.3일 감소하는 반면 습도가 높은 해안지역은 평균 8.6일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국적으로는 과거보다 3.7일 정도 늘어날 전망인데요.

월별로는 습도가 낮은 5, 6월에는 1.3일 줄고 한여름인 7, 8월에는 4.8일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체감온도 기준으로 폭염특보제가 바뀌면 온열질환 피해를 사전에 예상해 줄일 수 있을 거라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서울은 '4개' 구역으로 상세 특보 발표

특히 인구가 밀집돼있고 열섬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서울의 경우 폭염을 비롯한 모든 특보의 발표 구역을 4개(동남권, 서남권, 동북권, 서북권)로 세분화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숲을 끼고 있는 곳과 콘크리트로 덮여있는 도심의 기상 현상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인데요.

서울에서는 4개 구역으로 세분화된 특보가 발표될 예정이다서울에서는 4개 구역으로 세분화된 특보가 발표될 예정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서울 동남권에서는 폭염주의보에 이르는 최고기온이 최대 134회 나타난 반면 서울 서북권에서는 최소 105회로 29회나 차이가 났습니다. 세분화된 특보를 통해 국지적인 폭염이나 폭우 등에 더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거라고 기상청은 말했습니다.

달라지는 태풍 등급, '매우강' 위에 '초강력' 태풍

여름 하면 폭염뿐만 아니라 태풍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후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지난해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당시 태풍 '링링'과 '미탁'으로 2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재산 피해도 2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태풍으로 발달이 예상되는 '열대저압부'(중심풍속 17㎧ 이하)의 예보기간을 기존 1일에서 5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태풍 강도의 최고 등급인 '초강력' 등급을 새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태풍 강도는 <중-강-매우강-초강력> 4등급으로 발표됩니다. 초강력 등급은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상위 10% 수준으로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54m'(시속 194km)를 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서울에서는 4개 구역으로 세분화된 특보가 발표될 예정이다서울에서는 4개 구역으로 세분화된 특보가 발표될 예정이다

태풍의 크기를 <소형-중형-대형-초대형>으로 구분하던 것도 중단됩니다. 소형 태풍이라고 방심했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미국은 태풍 크기 정보를 아예 제공하지 않고 일본은 <대형-초대형>으로만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태풍의 크기 대신 초속 15m(시속 54km) 이상 '강풍 반경', 그리고 초속 25m(시속 90km) 이상 '폭풍 반경'만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초속 15m 이상 강풍 반경에서는 사람이 바람을 안고 걸을 수 없고 초속 25m 이상 폭풍 반경에선 나무가 뽑히거나 가옥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18년의 기나긴 폭염, 지난해 끝이 보이지 않던 태풍의 기억도 지금은 조금 희미해졌습니다. 아마도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올여름은 폭염도, 태풍도, 새로운 특보와 예보제 도입으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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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잡는 폭염특보? 체감온도 반영한 새로운 폭염특보 내용보니…
    • 입력 2020-05-08 14:14:48
    • 수정2020-05-08 14:16:31
    취재K
5월 들어서 공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입하' 절기였던 어린이날(5일)을 기점으로 낮 기온도 30도 안팎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는데요. 여름이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맘때쯤 되면 올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또 태풍이 많이 찾아올지 궁금해집니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 멈췄는데, 전 지구 기온은 최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전 지구 기온 분포를 보면 일단 1월부터 3월까지는 우리나라와 일본, 러시아 시베리아 등지에서 붉은색으로 보이는 '기록적인 고온'이 계속됐습니다. 여기에 올해가 관측 이후 가장 기온이 높은 한 해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전 세계 기온 분포, 출처: NOAA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 활동이 거의 멈추다시피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요? 일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줄긴 했지만, 현재의 기후위기는 과거에 배출된 온실가스의 시간 지연 효과에 의해 상당 부분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가 한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100~300년이나 체류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멈추더라도 그 효과는 적어도 백 년 뒤에나 실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반도 폭염 일수, 2010년대 들어 1.5배

올해 전 지구가 기록적으로 더울 거라고 해서 반드시 그해 여름이 더운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의 폭염과 직접 연관 짓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최근 국내 폭염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2019년 이상기후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평균 10회 정도였던 폭염 일수는 2010년대에 15.5회로 50%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2018년 여름엔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31.4일로 기상 관측 이후 가장 길었습니다. 온열질환자 4,526명, 사망자 48명으로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는 상대적으로 폭염의 강도가 약했는데 전국 폭염 일수 13.3일, 온열질환자는 1,841명 발생했고 11명이 사망했습니다.


올여름 '폭염특보', 최고기온에 '습도' 추가

폭염의 '뉴노멀'이라고 할 수 있는 2018년 여름을 계기로 기상청의 폭염특보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당시 한 달 이상 폭염특보가 거의 전국에 계속되다 보니,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경고나 예방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111년 만의 폭염이 찾아온 2018년 8월 1일에는 거의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었다
기상청은 폭염특보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 여름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합니다. 최고기온뿐만 아니라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를 도입하는 건데, 폭염특보 발표 기준도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 이틀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되면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가 내려지게 됩니다.


기온은 같더라도 습도가 높아지면 더 견디기 힘듭니다. 습도 50%를 기준으로 습도가 10% 증가하면 체감온도가 약 1도 정도 높아지는데요. 기온이 33도라면 습도가 40%일 때는 체감온도가 31.9도로 원래보다 낮아지지만, 습도 50%에서는 33도, 습도 60%에서는 34도가 됩니다.

기상청은 폭염특보제가 개선되면 내륙지역에서는 폭염특보 발표 횟수가 평균 0.3일 감소하는 반면 습도가 높은 해안지역은 평균 8.6일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국적으로는 과거보다 3.7일 정도 늘어날 전망인데요.

월별로는 습도가 낮은 5, 6월에는 1.3일 줄고 한여름인 7, 8월에는 4.8일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체감온도 기준으로 폭염특보제가 바뀌면 온열질환 피해를 사전에 예상해 줄일 수 있을 거라고 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서울은 '4개' 구역으로 상세 특보 발표

특히 인구가 밀집돼있고 열섬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서울의 경우 폭염을 비롯한 모든 특보의 발표 구역을 4개(동남권, 서남권, 동북권, 서북권)로 세분화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숲을 끼고 있는 곳과 콘크리트로 덮여있는 도심의 기상 현상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인데요.

서울에서는 4개 구역으로 세분화된 특보가 발표될 예정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서울 동남권에서는 폭염주의보에 이르는 최고기온이 최대 134회 나타난 반면 서울 서북권에서는 최소 105회로 29회나 차이가 났습니다. 세분화된 특보를 통해 국지적인 폭염이나 폭우 등에 더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거라고 기상청은 말했습니다.

달라지는 태풍 등급, '매우강' 위에 '초강력' 태풍

여름 하면 폭염뿐만 아니라 태풍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후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지난해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당시 태풍 '링링'과 '미탁'으로 2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재산 피해도 2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태풍으로 발달이 예상되는 '열대저압부'(중심풍속 17㎧ 이하)의 예보기간을 기존 1일에서 5일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태풍 강도의 최고 등급인 '초강력' 등급을 새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태풍 강도는 <중-강-매우강-초강력> 4등급으로 발표됩니다. 초강력 등급은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 상위 10% 수준으로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54m'(시속 194km)를 넘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서울에서는 4개 구역으로 세분화된 특보가 발표될 예정이다
태풍의 크기를 <소형-중형-대형-초대형>으로 구분하던 것도 중단됩니다. 소형 태풍이라고 방심했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미국은 태풍 크기 정보를 아예 제공하지 않고 일본은 <대형-초대형>으로만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태풍의 크기 대신 초속 15m(시속 54km) 이상 '강풍 반경', 그리고 초속 25m(시속 90km) 이상 '폭풍 반경'만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초속 15m 이상 강풍 반경에서는 사람이 바람을 안고 걸을 수 없고 초속 25m 이상 폭풍 반경에선 나무가 뽑히거나 가옥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18년의 기나긴 폭염, 지난해 끝이 보이지 않던 태풍의 기억도 지금은 조금 희미해졌습니다. 아마도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올여름은 폭염도, 태풍도, 새로운 특보와 예보제 도입으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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