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아가씨 길들이기가 쉬워?”…‘스쿨 미투’ 1심 판단은

입력 2020.05.08 (14:46) 수정 2020.05.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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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3월 'A 여고 공론화'라는 SNS 계정을 통해 이른바 '스쿨 미투'가 있었습니다. 익명 SNS 계정에는 교사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이후 학생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 교사 강 모 씨와 성희롱 발언을 한 교사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재판부 "강제 추행은 무죄…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손주철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모 씨에 대해 오늘(8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강 씨가 피해자를 끌어안았다는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물은 피해자 진술이 유일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3자 진술이나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강 씨가 피해자의 주장과 같은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어깨에 손을 댄 경위, 주위 학생들이 웃은 상황을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라고는 보기 어려워 추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강 씨는 지난 2017년 7월에서 9월 사이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을 훈계하던 중 학생의 어깨를 여러 차례 잡고 몸을 밀착시켜 끌어안은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강 씨에게 징역 2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1년 이수, 7년간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 제한을 구형했고, 강 씨는 "사건 당시 학생들은 물론 학교 전체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학생을 추행했다는 일로 모함을 받고 있어 억울하고 황당하다"라며 무죄를 호소했습니다.

■ 함께 기소된 교사 2명 성희롱 발언 벌금 700만 원…"문학 작품 설명 중 이뤄져"

재판부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모 씨와 하 모 씨에게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각각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학생들은 김 씨 등이 고전시가 수업 중 기생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술집 가서 아가씨들 길들이기가 쉬워? 처음부터 웰컴(환영)하기는 어려운 거야"라고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또 학생에게 "먹을 거 먹고 싶으면 은밀하게 와라. 혹시 모르잖아, 윙크라도 하면 내가 사줄지. 나 돈 많아"라고 했다는 폭로도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의 발언으로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의 인격 발달이 저해됐을 것"이라며 "여성을 비하하는 저속한 성적 표현으로 고등학생 피해자에게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 판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범행 상당 부분이 수업 도중 문학 작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들이 범죄 전력이 없으며 교사로서 30년가량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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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집 아가씨 길들이기가 쉬워?”…‘스쿨 미투’ 1심 판단은
    • 입력 2020-05-08 14:46:09
    • 수정2020-05-08 16:35:00
    취재K
지난 2018년 3월 'A 여고 공론화'라는 SNS 계정을 통해 이른바 '스쿨 미투'가 있었습니다. 익명 SNS 계정에는 교사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이후 학생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 교사 강 모 씨와 성희롱 발언을 한 교사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 재판부 "강제 추행은 무죄…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손주철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 모 씨에 대해 오늘(8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강 씨가 피해자를 끌어안았다는 공소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물은 피해자 진술이 유일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3자 진술이나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강 씨가 피해자의 주장과 같은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어깨에 손을 댄 경위, 주위 학생들이 웃은 상황을 보면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에게 불쾌감을 줄 수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라고는 보기 어려워 추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강 씨는 지난 2017년 7월에서 9월 사이 서울 송파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을 훈계하던 중 학생의 어깨를 여러 차례 잡고 몸을 밀착시켜 끌어안은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강 씨에게 징역 2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1년 이수, 7년간 아동·청소년과 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 제한을 구형했고, 강 씨는 "사건 당시 학생들은 물론 학교 전체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학생을 추행했다는 일로 모함을 받고 있어 억울하고 황당하다"라며 무죄를 호소했습니다.

■ 함께 기소된 교사 2명 성희롱 발언 벌금 700만 원…"문학 작품 설명 중 이뤄져"

재판부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모 씨와 하 모 씨에게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각각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학생들은 김 씨 등이 고전시가 수업 중 기생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술집 가서 아가씨들 길들이기가 쉬워? 처음부터 웰컴(환영)하기는 어려운 거야"라고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또 학생에게 "먹을 거 먹고 싶으면 은밀하게 와라. 혹시 모르잖아, 윙크라도 하면 내가 사줄지. 나 돈 많아"라고 했다는 폭로도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의 발언으로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의 인격 발달이 저해됐을 것"이라며 "여성을 비하하는 저속한 성적 표현으로 고등학생 피해자에게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 판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범행 상당 부분이 수업 도중 문학 작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들이 범죄 전력이 없으며 교사로서 30년가량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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