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문화유산 강조…남북교류 방향은?

입력 2020.05.09 (08:07) 수정 2020.05.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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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리랑, 김장, 씨름.

모두 한민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입니다.

북한 당국도 최근 들어 무형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분단이 길어지면서 문화유산의 형식과 내용이 남북 간에 조금씩 달라지는 게 현실입니다.

문화유산의 이질감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남북 교류와 협력 시급해 보입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의 문화유산,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악기를 불어,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아이.

[조선중앙TV : "‘민족 악기 저대’고거 저대로 새소리 내는 것이 정말 신통합니다."]

아이가 연주하는 악기는 우리의 대금에 해당하는 저대. 그중에서도 고음을 내도록 개량한 고음저대다.

북한 방송매체는 저대에 관한 특집프로그램을 제작해 저대가 민족의 역사적 유산임을 강조했고,

[조선중앙TV : "‘민족 악기 저대’여기(고구려 고분벽화) 저대를 부는 신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날개 옷을 입은 신선은 연한 보랏빛의 포동포동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저대를 불면서 날고 있습니다."]

전통 저대 연주법을 배우고 익히는 북한 음대생들의 모습도 부각시켰다.

["소리 색깔이 처량한 것 같습니다."]

["나는 속 시원하고 갈리는 소리가 납니다."]

["선생님 그럼 농음(즉흥적 꾸밈음) 연주는 어떻게 했습니까?"]

[박성일/김원균명칭음악종합대학 교원 : "농음(즉흥적 꾸밈음) 연주는 지금과 같습니다. 어깨와 팔꿈치를 이용해서 이렇게."]

여기에 음역대를 넓히고 주법도 수월하게 바꾼 개량 저대까지 선보이며 전통 악기의 현대화와 다양한 활용법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 저대를 만드는 제작기술은 2017년 북한의 국가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됐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최근 북한은 방송이나 신문기사를 통해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소개와 선전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북한이 무형문화유산 보호정책을 시행한 지는 10년 남짓. 선진국들에 비해 출발은 다소 늦었다.

그러나 적극적인 문화유산 등록과 선전 활동은 지금이라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2008년에 유네스코에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북한에서도 무형문화유산을 정부에서 보호하고 또 보존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무형유산 보호 정책을 펴면서 북한에서도 자연스럽게 북한이 가지고 있는 무형유산에 대해서 보호하는 정책이나 제도를 마련한 거 같습니다."]

1980년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민족 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북한 당국은 일본 강점기에 훼손됐거나 유실된 문화유산들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엔 고려 태조 왕건릉에 문무 석상을 세우는 등 현대적 단장도 시도했다.

1994년 최초의 문화유산 관련 법령인‘문화유물보호법’까지 제정됐지만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극심한 경제난에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북한의 문화유산 관리 체계는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실제로 그런 민족문화를 지킨다는 것보다도 현실적으로 생존이라든가 이런 것이 더욱 절실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화재라고 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많은 훼손이나 분실 우려가 있어도 대응하기가 쉽지가 않았던 상황입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북한 문화유산에 수혈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남한이었다.

2000년,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에 10만 달러를 기탁했고, 이를 통해‘북한 문화재 보존 지원 신탁기금’을 설립했다.

민간 차원의 협력도 이어졌다.

고려 왕조와 흥망성쇠를 함께 한 고려의 왕궁, 개성 만월대 터.

남북 역사학계는 2007년부터 2015년에 걸쳐 7차례의 공동 발굴을 진행했다.

당시 발굴을 통해 고려시대 건물 배치 양식이 확인됐고, 보기 드문 형태의 청자 항아리 등 유물 수천 점이 발굴됐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13년 만월대를 포함한 개성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북한이 유형문화유산을 넘어 무형문화유산까지 적극 보호하고 나선 것은 남북 협력의 경험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서 이걸 확장할려고 하고 보호하려고 하는 기본적인 플랜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법 보존 처리와 관련된 기술 관련 장비나 인프라에 대한 부분들이 부족했었고 그 부분에서 남북 협력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북한이 남북한 간에 문화유산 발굴 사업이라든가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업이 조금 원활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실제 북한 당국은 2008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 가입했고, 2009년엔 무형문화유산을 관리하는‘비물질유산보호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에는 ‘문화유산보호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민요 아리랑과 구전설화, 장 담그기와 각종 민속요리, 그리고 도예공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들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고 있다.

그러나 한민족이 공동으로 계승해야 할 문화유산이 남북 교류와 협력 없이 각자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것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동일 문화에 대한 이질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돼 있는 봉산탈춤.

실제로 봉산탈춤의 본고장은 북한 황해도다.

[조선중앙TV : "‘봉산탈춤’이야, 이게 봉산탈이구만요."]

[양광수/황해도 봉산군민 : "예, 지금 탈바가지 만들고 있습니다."]

[하대영/황해도 봉산군민 : "할아버지 여기는 꾹 눌러줬으면 좋겠습니다.그래야 좀 더 흉하게 형상될 것 같습니다."]

[양광수/황해도 봉산군민 : "네, 꾹 누를게요."]

[리금옥/황해도 봉산군민 : "아, 내가 봉산 탈은 무섭게 생겨야 된다 그랬는데. 영감은 그저 곱게만 빚어."]

[양광수/황해도 봉산군민 : "이거는 소무탈(여성 역할 탈)이요, 소무탈."]

그런데 탈춤의 원형을 보존, 계승시키는데 초점을 둔 남한과 달리 북한은 전통을 현대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백경숙/사리원역사박물관 관장 : "이 민속놀이터에서는 해마다 봉산탈춤이 진행되곤 하는데 그 내용에서는 역사주의적 원칙에 맞으면서도 형식에서는 우수한 것만 골라서 현대화함으로써 누구나 좋아하는 민속무용으로 발전되었습니다."]

북한은 기본 춤 동작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춤사위를 끊임없이 창작하고, 공연 환경에 따라 장 과 막을 추가, 삭제하기도 한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화도 변하지만, 같은 문화를 두고 커지는 괴리감은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사실은 기능 보유자들이 월남을 해서 서울이나 인천에 지금 남한의 무형문화재로 이미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상황이고요. 그런데 북한에서도 이번에 봉산탈춤이나 은율탈춤, 강령탈춤을 북한의 무형유산으로 또 등록을 했어요. 실질적으로 2개 보존 형태라든가 공연 내용을 보면 아주 차이가 나거든요. 이런 부분은 서로 교류를 하거나 만나게 되면 부딪힐 수도 있고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하는 요소가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10여 년 간 무형문화유산의 국제등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국제적 수준의 성숙한 문화유산 관리가 남북 교류와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프리트비라지싱 루펀/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의장(2018년) : "씨름(Ssirum)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합니다."]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된 씨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초의 남북 공동 등재 문화인 씨름은 남과 북에서 계승되고 있는 씨름의 원형 보다 씨름을 통해 형성되는 공동체의 사회, 문화적 의미에 공통점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평화와 화해를 위한 차원에서도 공동 등재가 결정됐다.

이를 계기로 남북 문화유산 교류의 새로운 물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씨름이라고 하는 자체보다도 씨름과 관련된 문화적 행사가 동시에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게 필요한데요. 거기에 대해서 남과 북이 공통의 문화로서 어떻게 보면 문화 무형문화재에 대한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는 측면에서도 협력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많이 마련하기 위해선 남과 북의 노력도 더욱 요구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8년, 3년 만에 재개된 개성 만월대 공동 유물 발굴 사업은 아직도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

무형문화 부분에선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교류의 윤곽도 나와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남북한의 문화유산 교류가 희망적인 이유는 한민족의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최근에 북한에서 무형유산의 가치를 높게 보면서 현대화 하는 데도 하고 있는데 민족 본래의 전통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서로 공통성이 많이 확보가 됐고요. 북한에서도 유네스코의 문화재 등록 인류무형유산 등록에 적극적인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아마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좋아지면 늦지 않은 시기 내에 무형유산 분야에서 남북 교류 협력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한민족의 뿌리이자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문화유산.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어지는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남과 북이 머지않아 함께 가꾸고 보존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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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문화유산 강조…남북교류 방향은?
    • 입력 2020-05-09 08:34:10
    • 수정2020-05-09 09: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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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리랑, 김장, 씨름.

모두 한민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입니다.

북한 당국도 최근 들어 무형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분단이 길어지면서 문화유산의 형식과 내용이 남북 간에 조금씩 달라지는 게 현실입니다.

문화유산의 이질감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남북 교류와 협력 시급해 보입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북한의 문화유산,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악기를 불어,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아이.

[조선중앙TV : "‘민족 악기 저대’고거 저대로 새소리 내는 것이 정말 신통합니다."]

아이가 연주하는 악기는 우리의 대금에 해당하는 저대. 그중에서도 고음을 내도록 개량한 고음저대다.

북한 방송매체는 저대에 관한 특집프로그램을 제작해 저대가 민족의 역사적 유산임을 강조했고,

[조선중앙TV : "‘민족 악기 저대’여기(고구려 고분벽화) 저대를 부는 신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날개 옷을 입은 신선은 연한 보랏빛의 포동포동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저대를 불면서 날고 있습니다."]

전통 저대 연주법을 배우고 익히는 북한 음대생들의 모습도 부각시켰다.

["소리 색깔이 처량한 것 같습니다."]

["나는 속 시원하고 갈리는 소리가 납니다."]

["선생님 그럼 농음(즉흥적 꾸밈음) 연주는 어떻게 했습니까?"]

[박성일/김원균명칭음악종합대학 교원 : "농음(즉흥적 꾸밈음) 연주는 지금과 같습니다. 어깨와 팔꿈치를 이용해서 이렇게."]

여기에 음역대를 넓히고 주법도 수월하게 바꾼 개량 저대까지 선보이며 전통 악기의 현대화와 다양한 활용법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 저대를 만드는 제작기술은 2017년 북한의 국가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됐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최근 북한은 방송이나 신문기사를 통해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소개와 선전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북한이 무형문화유산 보호정책을 시행한 지는 10년 남짓. 선진국들에 비해 출발은 다소 늦었다.

그러나 적극적인 문화유산 등록과 선전 활동은 지금이라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2008년에 유네스코에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북한에서도 무형문화유산을 정부에서 보호하고 또 보존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무형유산 보호 정책을 펴면서 북한에서도 자연스럽게 북한이 가지고 있는 무형유산에 대해서 보호하는 정책이나 제도를 마련한 거 같습니다."]

1980년대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민족 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북한 당국은 일본 강점기에 훼손됐거나 유실된 문화유산들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엔 고려 태조 왕건릉에 문무 석상을 세우는 등 현대적 단장도 시도했다.

1994년 최초의 문화유산 관련 법령인‘문화유물보호법’까지 제정됐지만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극심한 경제난에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북한의 문화유산 관리 체계는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실제로 그런 민족문화를 지킨다는 것보다도 현실적으로 생존이라든가 이런 것이 더욱 절실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화재라고 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많은 훼손이나 분실 우려가 있어도 대응하기가 쉽지가 않았던 상황입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북한 문화유산에 수혈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남한이었다.

2000년,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에 10만 달러를 기탁했고, 이를 통해‘북한 문화재 보존 지원 신탁기금’을 설립했다.

민간 차원의 협력도 이어졌다.

고려 왕조와 흥망성쇠를 함께 한 고려의 왕궁, 개성 만월대 터.

남북 역사학계는 2007년부터 2015년에 걸쳐 7차례의 공동 발굴을 진행했다.

당시 발굴을 통해 고려시대 건물 배치 양식이 확인됐고, 보기 드문 형태의 청자 항아리 등 유물 수천 점이 발굴됐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13년 만월대를 포함한 개성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북한이 유형문화유산을 넘어 무형문화유산까지 적극 보호하고 나선 것은 남북 협력의 경험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서 이걸 확장할려고 하고 보호하려고 하는 기본적인 플랜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법 보존 처리와 관련된 기술 관련 장비나 인프라에 대한 부분들이 부족했었고 그 부분에서 남북 협력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북한이 남북한 간에 문화유산 발굴 사업이라든가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업이 조금 원활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실제 북한 당국은 2008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 가입했고, 2009년엔 무형문화유산을 관리하는‘비물질유산보호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직후인 2012년에는 ‘문화유산보호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민요 아리랑과 구전설화, 장 담그기와 각종 민속요리, 그리고 도예공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들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고 있다.

그러나 한민족이 공동으로 계승해야 할 문화유산이 남북 교류와 협력 없이 각자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것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동일 문화에 대한 이질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돼 있는 봉산탈춤.

실제로 봉산탈춤의 본고장은 북한 황해도다.

[조선중앙TV : "‘봉산탈춤’이야, 이게 봉산탈이구만요."]

[양광수/황해도 봉산군민 : "예, 지금 탈바가지 만들고 있습니다."]

[하대영/황해도 봉산군민 : "할아버지 여기는 꾹 눌러줬으면 좋겠습니다.그래야 좀 더 흉하게 형상될 것 같습니다."]

[양광수/황해도 봉산군민 : "네, 꾹 누를게요."]

[리금옥/황해도 봉산군민 : "아, 내가 봉산 탈은 무섭게 생겨야 된다 그랬는데. 영감은 그저 곱게만 빚어."]

[양광수/황해도 봉산군민 : "이거는 소무탈(여성 역할 탈)이요, 소무탈."]

그런데 탈춤의 원형을 보존, 계승시키는데 초점을 둔 남한과 달리 북한은 전통을 현대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백경숙/사리원역사박물관 관장 : "이 민속놀이터에서는 해마다 봉산탈춤이 진행되곤 하는데 그 내용에서는 역사주의적 원칙에 맞으면서도 형식에서는 우수한 것만 골라서 현대화함으로써 누구나 좋아하는 민속무용으로 발전되었습니다."]

북한은 기본 춤 동작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춤사위를 끊임없이 창작하고, 공연 환경에 따라 장 과 막을 추가, 삭제하기도 한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화도 변하지만, 같은 문화를 두고 커지는 괴리감은 안타까움을 낳고 있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사실은 기능 보유자들이 월남을 해서 서울이나 인천에 지금 남한의 무형문화재로 이미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상황이고요. 그런데 북한에서도 이번에 봉산탈춤이나 은율탈춤, 강령탈춤을 북한의 무형유산으로 또 등록을 했어요. 실질적으로 2개 보존 형태라든가 공연 내용을 보면 아주 차이가 나거든요. 이런 부분은 서로 교류를 하거나 만나게 되면 부딪힐 수도 있고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하는 요소가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10여 년 간 무형문화유산의 국제등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국제적 수준의 성숙한 문화유산 관리가 남북 교류와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프리트비라지싱 루펀/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 의장(2018년) : "씨름(Ssirum)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합니다."]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 등재된 씨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초의 남북 공동 등재 문화인 씨름은 남과 북에서 계승되고 있는 씨름의 원형 보다 씨름을 통해 형성되는 공동체의 사회, 문화적 의미에 공통점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평화와 화해를 위한 차원에서도 공동 등재가 결정됐다.

이를 계기로 남북 문화유산 교류의 새로운 물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씨름이라고 하는 자체보다도 씨름과 관련된 문화적 행사가 동시에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찾아가는 게 필요한데요. 거기에 대해서 남과 북이 공통의 문화로서 어떻게 보면 문화 무형문화재에 대한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는 측면에서도 협력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많이 마련하기 위해선 남과 북의 노력도 더욱 요구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8년, 3년 만에 재개된 개성 만월대 공동 유물 발굴 사업은 아직도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

무형문화 부분에선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교류의 윤곽도 나와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남북한의 문화유산 교류가 희망적인 이유는 한민족의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영정/(재)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 "최근에 북한에서 무형유산의 가치를 높게 보면서 현대화 하는 데도 하고 있는데 민족 본래의 전통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서로 공통성이 많이 확보가 됐고요. 북한에서도 유네스코의 문화재 등록 인류무형유산 등록에 적극적인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아마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좋아지면 늦지 않은 시기 내에 무형유산 분야에서 남북 교류 협력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한민족의 뿌리이자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문화유산.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어지는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남과 북이 머지않아 함께 가꾸고 보존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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