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텃밭에 찾아온 ‘통일’…“함께 가꿔요”

입력 2020.05.09 (08:18) 수정 2020.05.09 (08: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혹시 탈북민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시진 않으십니까?

정착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편견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정착을 돕지는 못할지라도 방해는 되지 말아야겠죠?

같은 민족, 이웃이라는 생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러한 편견을 없애고 남북 주민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는데요.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아끼고 챙기는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모습을 채유나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평택의 한 농장.

토마토, 상추, 오이, 고추... 파릇파릇한 각종 모종들이 가득합니다.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 센터장 :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예. (뭐하고 계셨어요?) 오늘 모종 심어야 해서 모종 고르는 중이에요."]

여름에 수확하는 작물을 심기에는 지금이 적기라는데요, 하나센터 직원들이 어떤 모종이 더 건강한가 꼼꼼하게 살핍니다.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 센터장 : "뿌리도 이렇게 좀 왕성하게 잘 있고, 이 대도 사실 이제 튼튼해야 이게 우리가 심을 때 땅에서도 잘 자라거든요.

["(괜찮죠. 이거?) 건강하죠. 아주 풍성하네요. (예, 이거로 가져갑시다. 그러면.)"]

[김영남 : "예. 오늘 너무 좋아요. 날씨도 좋고. 솎아서 비빔밥도 하고 (모종) 심기도 하고 합시다."]

잘 고른 모종을 들고 이제 밭으로 이동할 차롑니다.

["밭으로 가겠습니다. 우리 하나만 들어주세요."]

모종 천 개를 사 들고 이곳 텃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인근에 사는 주민들과 탈북민들이 함께 땀 흘려 일군 이웃사랑 텃밭인데요. 오늘은 모종을 수확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두 모인다고 합니다.

인근의 한 텃밭. 모종을 심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로 북적입니다.

다들 익숙한 듯고랑을 파고 비닐을 덮고 모종을 넣은 뒤 물을 줍니다. 하지만 텃밭 한쪽에서는 한 어린이가 서툰 솜씨로 삽질을 하는데요.

["(친구 삽질해 본 적 있어요?) 아니요. (해보니까 어때요?) 힘들어요. 영권이네 텃밭은 어떤 모종 심을 거예요? (고추랑 배추랑 상추요.)"]

탈북민 가족인 영권이네입니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 익숙하게 일을 돕기 시작합니다.

[신동구/경기도 평택시 : "(여기 사장님 텃밭이세요?) 아니요. 저희 밭은 아니에요. (아니신데 왜 이렇게 일하고 계세요?) 일손이 모자라니까 같이 하는 거죠. 뭐."]

영권이네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옆에서 일을 하던 한 가족이 팔을 걷어붙인 겁니다.

힘을 모으다 보면 힘든 밭일도 어느새 끝나 있습니다.

[구연서/탈북민 : "너무 감사하죠. 저 혼자 했으면 하루 종일 걸렸을 텐데 이렇게 많이 도와주신 게 많이 감사하고 제가 더 잘해드려야 할 거 같아요."]

이곳의 이름은 착한 이웃사랑 텃밭. 인근 마을에 사는 탈북민들과 남측 가족 등 28가구들이 서로 도우며 땀 흘려 일구고 있습니다.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 센터장 : "착한은 정착할 착, 한나라 한 뭐 이래서 북한 이탈주민과 남한 주민들이 같이 어울려서 텃밭을 이루기 때문에 착한 이웃사랑텃밭이라고 지었어요."]

일반 가족들은 5만원, 탈북민들에게는 무료로 텃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텃밭 운영 4년 째. 남측 북측 상관없이 스스럼없이 어울립니다.

[허애란/경기도 평택시 : "(텃밭으로 친해지신 (탈북민)분 있으세요?) 네. 성일이 아저씨고요. 그 아저씨가 생일 때 부르셔서 갔다 왔어요."]

[(텃밭을 같이 일구고 도와주는 사이였어요?) 네. 많이 도와주셨어요. 우리가 초보라서 작년에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러다보면 결국 서로 다를 것 없는 이웃이라는 점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답니다.

[허애란/경기도 평택시 : "남측이나 뭐 북한이나 다 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고 그러니까 같이 모여서 서로 다니고 뭐 김치 해서 농사지은 것도 김치해서 갖다 주고 그랬어요."]

혼자 텃밭을 일구던 이 탈북민 여성은 좋은 꼬마 친구도 만났습니다. 가족 따라 텃밭에 왔던 지혜 양입니다.

[이하니/탈북민 : "제가 혼자 하는 게 안쓰러웠나 제가 도와줄까요? 그러고 뛰어온 거예요. 근데 너무 저한테는 고마운 거죠. 말도 걸어주고 혼자서 지금 하고 있는데 그래서 친구가 된 거죠. 그때. 나이를 초월해서 친구가 돼서 둘이 막 수다도 떨고 그랬던 거 같아요."]

[박지해/초4 : "그냥 심심할 때마다 와서 도와드렸어요. 여기 온 지 별로 안돼서 별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을 텐데 그런 사람을 만들어줬으니까 뿌듯해요."]

한 해 농사를 지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는 남북의 이웃 주민들,

어느새 텃밭을 가꾸며 남북의 이웃 주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편견을 없애고 가족 같은 마음으로 챙기기 시작했다는데요.

이 시간이 이들에게 더 의미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밭을 일구던 가족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신들 텃밭의 이름을 짓기 위해섭니다. 남편 이름이나 고향 등 이름도 각양각색입니다.

[김영임/경기도 평택시 : "(팻말에 뭐라고 쓰신 거예요?) 저요? 동구 밭이요. (동구 밭?) 네. 남편 이름이 신동구라서"]

[박흥석/실향민 2세 : "(이름은) 황해도 금천입니다. 아버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어요."]

이렇게 개성이 다양해도 서로에게 텃밭이 소중하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고 하네요.

[김영임 : "고구마도 캐고 감자도 심고 하면서 서로 얘기를 나누고 하다 보니 너무 친해졌고, 소통하니까 너무 순수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같이할 계획입니다."]

[구연서/탈북민 : "(남측 혹은 이웃 주민들에게 서로 바라는 점이 혹시 있으세요?) 지금처럼만 해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만. (지금처럼만) 네. 너무 따뜻하거든요. 가족이잖아요."]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 센터장 : "관계를 이렇게 형성하는데 서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것이 우리가 나중에 미래에 통일이 됐을 때 우리 살아가는 모습 아닐까..."]

처음엔 전혀 다른 듯했지만, 부대끼고 만나다 보니 우리는 정겨운 이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통일된 한반도도 결국 이 텃밭과 같은 모습일 거라고 이들은 믿고 꿈꾸고 있습니다.

["파이팅"]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텃밭에 찾아온 ‘통일’…“함께 가꿔요”
    • 입력 2020-05-09 08:36:35
    • 수정2020-05-09 08:49:51
    남북의 창
[앵커]

혹시 탈북민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시진 않으십니까?

정착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편견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정착을 돕지는 못할지라도 방해는 되지 말아야겠죠?

같은 민족, 이웃이라는 생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러한 편견을 없애고 남북 주민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는데요.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아끼고 챙기는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모습을 채유나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평택의 한 농장.

토마토, 상추, 오이, 고추... 파릇파릇한 각종 모종들이 가득합니다.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 센터장 :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예. (뭐하고 계셨어요?) 오늘 모종 심어야 해서 모종 고르는 중이에요."]

여름에 수확하는 작물을 심기에는 지금이 적기라는데요, 하나센터 직원들이 어떤 모종이 더 건강한가 꼼꼼하게 살핍니다.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 센터장 : "뿌리도 이렇게 좀 왕성하게 잘 있고, 이 대도 사실 이제 튼튼해야 이게 우리가 심을 때 땅에서도 잘 자라거든요.

["(괜찮죠. 이거?) 건강하죠. 아주 풍성하네요. (예, 이거로 가져갑시다. 그러면.)"]

[김영남 : "예. 오늘 너무 좋아요. 날씨도 좋고. 솎아서 비빔밥도 하고 (모종) 심기도 하고 합시다."]

잘 고른 모종을 들고 이제 밭으로 이동할 차롑니다.

["밭으로 가겠습니다. 우리 하나만 들어주세요."]

모종 천 개를 사 들고 이곳 텃밭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인근에 사는 주민들과 탈북민들이 함께 땀 흘려 일군 이웃사랑 텃밭인데요. 오늘은 모종을 수확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두 모인다고 합니다.

인근의 한 텃밭. 모종을 심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로 북적입니다.

다들 익숙한 듯고랑을 파고 비닐을 덮고 모종을 넣은 뒤 물을 줍니다. 하지만 텃밭 한쪽에서는 한 어린이가 서툰 솜씨로 삽질을 하는데요.

["(친구 삽질해 본 적 있어요?) 아니요. (해보니까 어때요?) 힘들어요. 영권이네 텃밭은 어떤 모종 심을 거예요? (고추랑 배추랑 상추요.)"]

탈북민 가족인 영권이네입니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 익숙하게 일을 돕기 시작합니다.

[신동구/경기도 평택시 : "(여기 사장님 텃밭이세요?) 아니요. 저희 밭은 아니에요. (아니신데 왜 이렇게 일하고 계세요?) 일손이 모자라니까 같이 하는 거죠. 뭐."]

영권이네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고 옆에서 일을 하던 한 가족이 팔을 걷어붙인 겁니다.

힘을 모으다 보면 힘든 밭일도 어느새 끝나 있습니다.

[구연서/탈북민 : "너무 감사하죠. 저 혼자 했으면 하루 종일 걸렸을 텐데 이렇게 많이 도와주신 게 많이 감사하고 제가 더 잘해드려야 할 거 같아요."]

이곳의 이름은 착한 이웃사랑 텃밭. 인근 마을에 사는 탈북민들과 남측 가족 등 28가구들이 서로 도우며 땀 흘려 일구고 있습니다.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 센터장 : "착한은 정착할 착, 한나라 한 뭐 이래서 북한 이탈주민과 남한 주민들이 같이 어울려서 텃밭을 이루기 때문에 착한 이웃사랑텃밭이라고 지었어요."]

일반 가족들은 5만원, 탈북민들에게는 무료로 텃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텃밭 운영 4년 째. 남측 북측 상관없이 스스럼없이 어울립니다.

[허애란/경기도 평택시 : "(텃밭으로 친해지신 (탈북민)분 있으세요?) 네. 성일이 아저씨고요. 그 아저씨가 생일 때 부르셔서 갔다 왔어요."]

[(텃밭을 같이 일구고 도와주는 사이였어요?) 네. 많이 도와주셨어요. 우리가 초보라서 작년에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러다보면 결국 서로 다를 것 없는 이웃이라는 점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답니다.

[허애란/경기도 평택시 : "남측이나 뭐 북한이나 다 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고 그러니까 같이 모여서 서로 다니고 뭐 김치 해서 농사지은 것도 김치해서 갖다 주고 그랬어요."]

혼자 텃밭을 일구던 이 탈북민 여성은 좋은 꼬마 친구도 만났습니다. 가족 따라 텃밭에 왔던 지혜 양입니다.

[이하니/탈북민 : "제가 혼자 하는 게 안쓰러웠나 제가 도와줄까요? 그러고 뛰어온 거예요. 근데 너무 저한테는 고마운 거죠. 말도 걸어주고 혼자서 지금 하고 있는데 그래서 친구가 된 거죠. 그때. 나이를 초월해서 친구가 돼서 둘이 막 수다도 떨고 그랬던 거 같아요."]

[박지해/초4 : "그냥 심심할 때마다 와서 도와드렸어요. 여기 온 지 별로 안돼서 별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을 텐데 그런 사람을 만들어줬으니까 뿌듯해요."]

한 해 농사를 지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는 남북의 이웃 주민들,

어느새 텃밭을 가꾸며 남북의 이웃 주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편견을 없애고 가족 같은 마음으로 챙기기 시작했다는데요.

이 시간이 이들에게 더 의미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밭을 일구던 가족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신들 텃밭의 이름을 짓기 위해섭니다. 남편 이름이나 고향 등 이름도 각양각색입니다.

[김영임/경기도 평택시 : "(팻말에 뭐라고 쓰신 거예요?) 저요? 동구 밭이요. (동구 밭?) 네. 남편 이름이 신동구라서"]

[박흥석/실향민 2세 : "(이름은) 황해도 금천입니다. 아버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서 이렇게 이름을 지었어요."]

이렇게 개성이 다양해도 서로에게 텃밭이 소중하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고 하네요.

[김영임 : "고구마도 캐고 감자도 심고 하면서 서로 얘기를 나누고 하다 보니 너무 친해졌고, 소통하니까 너무 순수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같이할 계획입니다."]

[구연서/탈북민 : "(남측 혹은 이웃 주민들에게 서로 바라는 점이 혹시 있으세요?) 지금처럼만 해주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만. (지금처럼만) 네. 너무 따뜻하거든요. 가족이잖아요."]

[소태영/경기남부 하나센터 센터장 : "관계를 이렇게 형성하는데 서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것이 우리가 나중에 미래에 통일이 됐을 때 우리 살아가는 모습 아닐까..."]

처음엔 전혀 다른 듯했지만, 부대끼고 만나다 보니 우리는 정겨운 이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통일된 한반도도 결국 이 텃밭과 같은 모습일 거라고 이들은 믿고 꿈꾸고 있습니다.

["파이팅"]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