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어린이날 청와대 영상 주인공이 北 소년단?

입력 2020.05.09 (09:02) 수정 2020.05.11 (10: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충격] 청와대 어린이날 영상! 시커먼 북한의 그림자!!

어제(7일)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에 올라온 영상의 제목입니다.

진행자는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해 청와대가 공개한 '청와대 마인크래프트 맵' 영상에 "북한의 (붉은색) 소년단 넥타이를 맨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며 "어린이날에 우리나라 어린이가 아닌 북한 소년단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탈북자가 SNS에 쓴 글이라며 청와대 해명을 촉구하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는 "(청와대가) 깨알같이 저걸 (영상에) 집어넣었다.", "소름 돋는다.", "끔찍하다."고도 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 세계적인 게임입니다. 청와대가 매년 어린이날마다 청와대 초청 행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게임 형식을 빌려 온라인 초청행사를 마련한 겁니다. 청와대가 공개한 맵을 설치하면 누구나 청와대를 둘러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상에 스리슬쩍 북한 소년단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는 주장입니다. 가세연 영상에는 "주사파 대통령", "북에 약점 잡힌 정권", "좌파들의 문화전쟁" 등 이른바 '종북 정권' 프레임으로 연결되는 댓글이 다수 달렸습니다.

위 주장은 사실일까요?

청와대 영상 대문사진. 빨간 원 속 캐릭터가 北 소년단으로 언급된 주인공이다. 청와대 영상 대문사진. 빨간 원 속 캐릭터가 北 소년단으로 언급된 주인공이다.

북한 소년단 모습. (연합뉴스 사진)북한 소년단 모습. (연합뉴스 사진)

'북 소년단'은 '초통령' 도티의 캐릭터

빨간 스카프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소년단으로 지목된 캐릭터는 '초통령'(초등학생 사이에서 대통령급의 인기를 누린다는 뜻)으로 불리는 유명 유튜버 도티의 게임 캐릭터입니다. 도티는 2014년부터 빨간 스카프를 두른 위 캐릭터를 사용했습니다. 이번 청와대 영상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게 아닌 거죠.

과거부터 사용해 온 도티 캐릭터 이미지. 모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과거부터 사용해 온 도티 캐릭터 이미지. 모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진행된 가세연 영상에서 일부 시청자들이 이런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소년단"이라는 진행자의 주장에 대해 몇몇 시청자가 실시간 채팅창에서 도티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렸지만, 도티를 몰랐던 진행자는 "도티 아니죠. 이건 북한 애죠"라고 반복해 주장했습니다.

도티 캐릭터는 정치적으로 기획된 산물인가?

도티는 왜, 언제부터 이런 캐릭터를 사용하게 된 걸까요?

도티는 과거 '소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화제가 됐던) 북한 어린이의 '감자 노래 영상'을 방송 중 시청자와 함께 보는데 누군가 스킨(게임 캐릭터에 입히는 옷)을 보내줬다. 감사해서 계속 끼고 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생겼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도티 캐릭터를 북한 소년단 이미지와 엮어 비판하는 일부 개인들의 목소리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사화될 만큼 논란이 된 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번 행사 직후 미래통합당에서도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정원석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상근대변인과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청와대의 시도를 참신하게 평가하면서 "보수가 배울 점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014년에 누군가 북한 소년단 이미지를 도티 캐릭터에 의도적으로 입혔다고도 상상해볼 수도 있지만, 지난 수년 간 특별히 논란이 된 적이 없고, 본인도 인터뷰 과정에서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도티가 소년단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KBS 취재진에 "영상에서 도티 캐릭터를 활용한 것은 도티가 샌드박스의 창업자이자 가장 유명한 마인크래프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기 때문이지 그 외 다른 이유는 없다."면서 "샌드박스의 의도와 전혀 무관하게 정치적 아젠다로 확장해석될 수 있는 여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북한 소년단 이미지를 입힌 것이라고 가정을 해봐도, 위 영상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린이날 영상에서 청와대가 음흉한 의도를 가지고 도티 캐릭터를 골라 사용했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어린이날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는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가 제안해 이뤄졌는데요.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초등학생이 가장 좋아할 만한 수단을 고민한 끝에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날에 초등학생이 대체로 좋아하는 게임을 배경으로 삼았고, 그 게임 배경에 가장 잘 어울리고 가장 인기가 있는 도티의 캐릭터를 사용한 것을 정치적 의도와 연결짓는 건 지나친 비약 아닐까요?

그래서 "어린이날 청와대 마인크래프트 영상의 주인공이 북한 소년단이다."라는 주장은 사실로 보기 힘듭니다.

해당 영상에는 "대세 캐릭터라서 (문제 삼을 경우) 역공당할 수 있다."라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라 뭐라 하기도 곤란하다."는 등의 조심스러운 댓글도 달렸는데요. 그럼에도 [충격] 청와대 어린이날 영상! 시커먼 북한의 그림자!! 라는 제목의 영상은 그대로 서비스되고 있고, 댓글 수와 조회 수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취재지원: 노수아 / 팩트체크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똑똑한 팩트체크 이야기 [팩톡 보러 가기]
◆ 영상 버전으로 보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팩트체크K] 어린이날 청와대 영상 주인공이 北 소년단?
    • 입력 2020-05-09 09:02:13
    • 수정2020-05-11 10:36:20
    팩트체크K
[충격] 청와대 어린이날 영상! 시커먼 북한의 그림자!!

어제(7일) 강용석 변호사 등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에 올라온 영상의 제목입니다.

진행자는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해 청와대가 공개한 '청와대 마인크래프트 맵' 영상에 "북한의 (붉은색) 소년단 넥타이를 맨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며 "어린이날에 우리나라 어린이가 아닌 북한 소년단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탈북자가 SNS에 쓴 글이라며 청와대 해명을 촉구하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는 "(청와대가) 깨알같이 저걸 (영상에) 집어넣었다.", "소름 돋는다.", "끔찍하다."고도 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전 세계적인 게임입니다. 청와대가 매년 어린이날마다 청와대 초청 행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게임 형식을 빌려 온라인 초청행사를 마련한 겁니다. 청와대가 공개한 맵을 설치하면 누구나 청와대를 둘러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상에 스리슬쩍 북한 소년단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는 주장입니다. 가세연 영상에는 "주사파 대통령", "북에 약점 잡힌 정권", "좌파들의 문화전쟁" 등 이른바 '종북 정권' 프레임으로 연결되는 댓글이 다수 달렸습니다.

위 주장은 사실일까요?

청와대 영상 대문사진. 빨간 원 속 캐릭터가 北 소년단으로 언급된 주인공이다.
북한 소년단 모습. (연합뉴스 사진)
'북 소년단'은 '초통령' 도티의 캐릭터

빨간 스카프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소년단으로 지목된 캐릭터는 '초통령'(초등학생 사이에서 대통령급의 인기를 누린다는 뜻)으로 불리는 유명 유튜버 도티의 게임 캐릭터입니다. 도티는 2014년부터 빨간 스카프를 두른 위 캐릭터를 사용했습니다. 이번 청와대 영상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게 아닌 거죠.

과거부터 사용해 온 도티 캐릭터 이미지. 모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으로 진행된 가세연 영상에서 일부 시청자들이 이런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소년단"이라는 진행자의 주장에 대해 몇몇 시청자가 실시간 채팅창에서 도티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렸지만, 도티를 몰랐던 진행자는 "도티 아니죠. 이건 북한 애죠"라고 반복해 주장했습니다.

도티 캐릭터는 정치적으로 기획된 산물인가?

도티는 왜, 언제부터 이런 캐릭터를 사용하게 된 걸까요?

도티는 과거 '소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화제가 됐던) 북한 어린이의 '감자 노래 영상'을 방송 중 시청자와 함께 보는데 누군가 스킨(게임 캐릭터에 입히는 옷)을 보내줬다. 감사해서 계속 끼고 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생겼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도티 캐릭터를 북한 소년단 이미지와 엮어 비판하는 일부 개인들의 목소리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사화될 만큼 논란이 된 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번 행사 직후 미래통합당에서도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정원석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상근대변인과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청와대의 시도를 참신하게 평가하면서 "보수가 배울 점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014년에 누군가 북한 소년단 이미지를 도티 캐릭터에 의도적으로 입혔다고도 상상해볼 수도 있지만, 지난 수년 간 특별히 논란이 된 적이 없고, 본인도 인터뷰 과정에서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도티가 소년단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KBS 취재진에 "영상에서 도티 캐릭터를 활용한 것은 도티가 샌드박스의 창업자이자 가장 유명한 마인크래프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기 때문이지 그 외 다른 이유는 없다."면서 "샌드박스의 의도와 전혀 무관하게 정치적 아젠다로 확장해석될 수 있는 여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북한 소년단 이미지를 입힌 것이라고 가정을 해봐도, 위 영상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린이날 영상에서 청와대가 음흉한 의도를 가지고 도티 캐릭터를 골라 사용했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어린이날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는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가 제안해 이뤄졌는데요.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초등학생이 가장 좋아할 만한 수단을 고민한 끝에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날에 초등학생이 대체로 좋아하는 게임을 배경으로 삼았고, 그 게임 배경에 가장 잘 어울리고 가장 인기가 있는 도티의 캐릭터를 사용한 것을 정치적 의도와 연결짓는 건 지나친 비약 아닐까요?

그래서 "어린이날 청와대 마인크래프트 영상의 주인공이 북한 소년단이다."라는 주장은 사실로 보기 힘듭니다.

해당 영상에는 "대세 캐릭터라서 (문제 삼을 경우) 역공당할 수 있다."라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라 뭐라 하기도 곤란하다."는 등의 조심스러운 댓글도 달렸는데요. 그럼에도 [충격] 청와대 어린이날 영상! 시커먼 북한의 그림자!! 라는 제목의 영상은 그대로 서비스되고 있고, 댓글 수와 조회 수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취재지원: 노수아 / 팩트체크 인턴 기자(xooahha@gmail.com)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똑똑한 팩트체크 이야기 [팩톡 보러 가기]
◆ 영상 버전으로 보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