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축제 그 후…외래어종 ‘펄떡’

입력 2020.05.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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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축제 그 후…외래어종 '무지개송어' 유출

2020년 2월 2일. 강원도 평창군 오대천에서 열린 '평창송어축제'가 폐막했습니다. 하천 주변에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핵심은 단연 송어낚시였습니다. 두껍게 언 얼음에 구멍을 뚫고 '송어'를 낚는 겁니다.

축제위원회 측은 축제 기간 '무지개송어' 40톤, 약 5만여 마리를 방류했습니다. 한 해 수십만 명이 찾는 만큼, 축제는 겨울철 별다른 소득이 없는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송어축제가 끝난 지 석 달째, 축제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폐막 축제장에 ‘송어’폐막 축제장에 ‘송어’

석 달 전 끝났는데...축제장엔 '송어' 펄떡

2020년 5월 6일. 얼음은 없었지만, 낚시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연신 입질이 오더니, 어른 팔뚝만 한 물고기가 펄떡대며 올라왔습니다.

무슨 고기인지 물었더니 '무지개송어'라고 합니다. 미국이 원산지인 외래어종. 지난 겨울축제 때 방류한 개체로 추정됩니다. 축제가 끝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축제장에 외래종인 '송어' 서식이 확인된 겁니다.

축제장에서 잡힌 ‘무지개송어’축제장에서 잡힌 ‘무지개송어’

송어 '유출'…"얼마 나갔는지 확인 안 돼"

더 큰 문제는 송어가 축제장뿐만 아니라 하류에까지 유출됐다는 점입니다. 축제장을 벗어나 오대천 하류에서도 '무지개송어' 서식이 파악됐습니다.

알고 보니, 축제 당시 송어 일부가 하천 하류에 유실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축제위원회 측은 지난 1월, 60㎜ 가까운 겨울비가 쏟아지면서, 송어를 가둬두고 있던 축제장 물이 범람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일부 송어가 하류로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얼마나 많이 유출됐는지 확인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유출된 송어는 하천을 따라 이동하며, 토종 어류를 먹어치우는 등 생태계 균형을 깨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강원대 어류연구센터 ‘송어 해부’ 모습강원대 어류연구센터 ‘송어 해부’ 모습

송어 위장에서 '물고기 뼈'…토종어종 '꿀꺽'

오대천에서 잡힌 송어를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에 의뢰해 분석해 봤습니다. 길이 43㎝에 무게는 약 1㎏ 정도였습니다.

배를 갈라 위장을 확인해 보니, 작은 물고기 뼈가 확인됐습니다. 송어가 잡힌 물속에서는 '참마자'와 '피라미' 등 우리 토종 어류들이 포착됐는데, 이런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강원대 최재석 교수(어류연구센터장)는 "송어가 섭식 활동을 한다는 얘기고 토속 어종을 잡아먹는다는 얘기"라며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송어 위장에서 발견된 ‘물고기 뼈’송어 위장에서 발견된 ‘물고기 뼈’

물고기 축제 20여 개…모니터링·실태조사 시급

축제에 쓰인 무지개송어는 번식 활동을 할 수 없는 이른바 '삼배체' 송어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길게는 3년 이상 사는 송어 특성상, 생태계 악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관계기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하천 하류에 얼마나 많은 '송어'가 유출됐는지 파악도 안 되는 상황이어서, 전문적인 모니터링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해 국내에서 열리는 물고기 관련 축제는 전국적으로 20여 개에 이릅니다.

물고기 축제 후 우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 건지, 한 번쯤 면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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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축제 그 후…외래어종 ‘펄떡’
    • 입력 2020-05-10 07:00:11
    취재K
물고기축제 그 후…외래어종 '무지개송어' 유출

2020년 2월 2일. 강원도 평창군 오대천에서 열린 '평창송어축제'가 폐막했습니다. 하천 주변에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핵심은 단연 송어낚시였습니다. 두껍게 언 얼음에 구멍을 뚫고 '송어'를 낚는 겁니다.

축제위원회 측은 축제 기간 '무지개송어' 40톤, 약 5만여 마리를 방류했습니다. 한 해 수십만 명이 찾는 만큼, 축제는 겨울철 별다른 소득이 없는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송어축제가 끝난 지 석 달째, 축제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폐막 축제장에 ‘송어’
석 달 전 끝났는데...축제장엔 '송어' 펄떡

2020년 5월 6일. 얼음은 없었지만, 낚시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연신 입질이 오더니, 어른 팔뚝만 한 물고기가 펄떡대며 올라왔습니다.

무슨 고기인지 물었더니 '무지개송어'라고 합니다. 미국이 원산지인 외래어종. 지난 겨울축제 때 방류한 개체로 추정됩니다. 축제가 끝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축제장에 외래종인 '송어' 서식이 확인된 겁니다.

축제장에서 잡힌 ‘무지개송어’
송어 '유출'…"얼마 나갔는지 확인 안 돼"

더 큰 문제는 송어가 축제장뿐만 아니라 하류에까지 유출됐다는 점입니다. 축제장을 벗어나 오대천 하류에서도 '무지개송어' 서식이 파악됐습니다.

알고 보니, 축제 당시 송어 일부가 하천 하류에 유실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축제위원회 측은 지난 1월, 60㎜ 가까운 겨울비가 쏟아지면서, 송어를 가둬두고 있던 축제장 물이 범람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일부 송어가 하류로 떠내려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얼마나 많이 유출됐는지 확인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유출된 송어는 하천을 따라 이동하며, 토종 어류를 먹어치우는 등 생태계 균형을 깨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강원대 어류연구센터 ‘송어 해부’ 모습
송어 위장에서 '물고기 뼈'…토종어종 '꿀꺽'

오대천에서 잡힌 송어를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에 의뢰해 분석해 봤습니다. 길이 43㎝에 무게는 약 1㎏ 정도였습니다.

배를 갈라 위장을 확인해 보니, 작은 물고기 뼈가 확인됐습니다. 송어가 잡힌 물속에서는 '참마자'와 '피라미' 등 우리 토종 어류들이 포착됐는데, 이런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강원대 최재석 교수(어류연구센터장)는 "송어가 섭식 활동을 한다는 얘기고 토속 어종을 잡아먹는다는 얘기"라며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송어 위장에서 발견된 ‘물고기 뼈’
물고기 축제 20여 개…모니터링·실태조사 시급

축제에 쓰인 무지개송어는 번식 활동을 할 수 없는 이른바 '삼배체' 송어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길게는 3년 이상 사는 송어 특성상, 생태계 악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관계기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하천 하류에 얼마나 많은 '송어'가 유출됐는지 파악도 안 되는 상황이어서, 전문적인 모니터링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해 국내에서 열리는 물고기 관련 축제는 전국적으로 20여 개에 이릅니다.

물고기 축제 후 우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있는 건지, 한 번쯤 면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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