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동생이 바란 건 미안하단 한 마디”…경비원 죽음, 그 후

입력 2020.05.11 (11:24) 수정 2020.05.11 (11: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어제(10일) 새벽 2시쯤 아파트 경비원 최 모 씨가 서울 강북구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최 씨는 지난주부터 입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한 병원에 입원해 부러진 코뼈 등을 치료받아 왔는데요.

어제 새벽 최 씨는 돌연 병원을 나서 차로는 10분, 걸어선 40분 가까이 걸리는 자신의 집으로 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최근 친형에게 "입주민에게 폭행당한 일이 억울하다"고 말해왔고, 숨진 뒤 발견된 그의 유서에도 '억울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유족과 입주민들은 지난달 21일이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말합니다. 경비원 최 씨가 아파트 주차 관리를 하던 중, 이중 주차된 입주민 심 모 씨의 승용차를 밀었던 게 화근이었다는 겁니다. 심 씨가 이후 격일로 일하는 경비원 최 씨의 근무 시간에 경비실 등으로 찾아와 폭언·폭행을 해왔다는 게 유족과 다른 입주민들의 증언입니다.

[연관기사] 아파트 경비원 극단 선택…“입주민 폭언·폭행 시달려”

■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지요"…이어진 추모글

어제 오후부터 최 씨가 근무했던 경비실에는 입주민들의 추모글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경비원 최 씨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글들인데요. 가슴이 아프다, 너무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죄송하다'고 적힌 내용도 많았습니다.

한 입주민은 "경비 아저씨가 억울했겠다"며 "(아저씨께서)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휘말린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았다"고 자책했습니다. 또 다른 입주민은 "폭행당한 사실을 조금 더 먼저 알았다면 도와드렸을 텐데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입주민들은 입을 모아 경비원 최 씨가 '너무도 좋은 분'이었다고 말합니다. 10년 넘게 이 아파트에 살아온 한 주민은 "최 씨는 냄새가 진동하는 음식물 쓰레기장도 매번 반질반질하게 닦아놓았다"며 "그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분이라, 지금껏 만난 경비원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생전 경비원 최 씨가 일했던 곳생전 경비원 최 씨가 일했던 곳

■ 유족 "동생이 바란 건 미안하단 한마디"

밤사이 경비원 최 씨 빈소엔 입주민들이 다녀갔습니다. 조문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경비원 최 씨 형에게 직접 연락해 조의금을 보내고 싶다고 알려오기도 했습니다. 최 씨의 형은 "입주민들이 함께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마음이 아픕니다. 최 씨가 새벽에 깁스한 다리를 이끌고 돌연 병원을 나서 집까지 갔을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길을 혼자 이동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저리다"고 최 씨의 형은 말했습니다. 과연 경비원 최 씨는 새벽에 혼자 집으로 향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최 씨의 형은 "동생이 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뒤, 내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경비원 최 씨는 숨지기 전 형에게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때린 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입주민 심 씨가 단 한 번이라도 사과의 말을 전했다면,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 취재진에게 날아온 문자…"오보에 대한 수정과 사과 촉구"

어제 취재진은 경비원을 폭행한 것으로 지목된 입주민 심 씨와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는데요. 심 씨는 취재진에게 "쌍방 폭행이며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소송 중이니 섣불리 기사를 다루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직후에는 문자를 통해 "오보에 대한 수정 내지는 사과 보도를 최대한 빨리 내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재 경찰은 CCTV 화면과 입주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실제 폭행이 있었는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후엔 입주민 심 씨를 불러 피고소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경찰 관계자는 "기초 조사와 피고소인 조사 등을 마쳐야 상해인지 폭행인지, 아니면 다른 죄를 적용할지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신속한 수사로 경비원 최 씨가 왜 안타까운 죽음을 택했는지, 또 입주민 심 씨가 주장하는 본인의 억울함은 무엇인지 모두 풀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동생이 바란 건 미안하단 한 마디”…경비원 죽음, 그 후
    • 입력 2020-05-11 11:24:09
    • 수정2020-05-11 11:28:49
    취재후·사건후
어제(10일) 새벽 2시쯤 아파트 경비원 최 모 씨가 서울 강북구에 있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최 씨는 지난주부터 입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한 병원에 입원해 부러진 코뼈 등을 치료받아 왔는데요.

어제 새벽 최 씨는 돌연 병원을 나서 차로는 10분, 걸어선 40분 가까이 걸리는 자신의 집으로 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는 최근 친형에게 "입주민에게 폭행당한 일이 억울하다"고 말해왔고, 숨진 뒤 발견된 그의 유서에도 '억울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유족과 입주민들은 지난달 21일이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말합니다. 경비원 최 씨가 아파트 주차 관리를 하던 중, 이중 주차된 입주민 심 모 씨의 승용차를 밀었던 게 화근이었다는 겁니다. 심 씨가 이후 격일로 일하는 경비원 최 씨의 근무 시간에 경비실 등으로 찾아와 폭언·폭행을 해왔다는 게 유족과 다른 입주민들의 증언입니다.

[연관기사] 아파트 경비원 극단 선택…“입주민 폭언·폭행 시달려”

■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지요"…이어진 추모글

어제 오후부터 최 씨가 근무했던 경비실에는 입주민들의 추모글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경비원 최 씨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글들인데요. 가슴이 아프다, 너무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죄송하다'고 적힌 내용도 많았습니다.

한 입주민은 "경비 아저씨가 억울했겠다"며 "(아저씨께서)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휘말린 것을 너무 뒤늦게 알았다"고 자책했습니다. 또 다른 입주민은 "폭행당한 사실을 조금 더 먼저 알았다면 도와드렸을 텐데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입주민들은 입을 모아 경비원 최 씨가 '너무도 좋은 분'이었다고 말합니다. 10년 넘게 이 아파트에 살아온 한 주민은 "최 씨는 냄새가 진동하는 음식물 쓰레기장도 매번 반질반질하게 닦아놓았다"며 "그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분이라, 지금껏 만난 경비원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생전 경비원 최 씨가 일했던 곳
■ 유족 "동생이 바란 건 미안하단 한마디"

밤사이 경비원 최 씨 빈소엔 입주민들이 다녀갔습니다. 조문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경비원 최 씨 형에게 직접 연락해 조의금을 보내고 싶다고 알려오기도 했습니다. 최 씨의 형은 "입주민들이 함께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족들은 마음이 아픕니다. 최 씨가 새벽에 깁스한 다리를 이끌고 돌연 병원을 나서 집까지 갔을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 길을 혼자 이동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저리다"고 최 씨의 형은 말했습니다. 과연 경비원 최 씨는 새벽에 혼자 집으로 향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최 씨의 형은 "동생이 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뒤, 내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경비원 최 씨는 숨지기 전 형에게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라, 때린 게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입주민 심 씨가 단 한 번이라도 사과의 말을 전했다면,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 취재진에게 날아온 문자…"오보에 대한 수정과 사과 촉구"

어제 취재진은 경비원을 폭행한 것으로 지목된 입주민 심 씨와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는데요. 심 씨는 취재진에게 "쌍방 폭행이며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소송 중이니 섣불리 기사를 다루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기사가 보도된 직후에는 문자를 통해 "오보에 대한 수정 내지는 사과 보도를 최대한 빨리 내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재 경찰은 CCTV 화면과 입주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실제 폭행이 있었는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후엔 입주민 심 씨를 불러 피고소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경찰 관계자는 "기초 조사와 피고소인 조사 등을 마쳐야 상해인지 폭행인지, 아니면 다른 죄를 적용할지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신속한 수사로 경비원 최 씨가 왜 안타까운 죽음을 택했는지, 또 입주민 심 씨가 주장하는 본인의 억울함은 무엇인지 모두 풀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