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아파트 주민 추모 발길

입력 2020.05.11 (21:39) 수정 2020.05.1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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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민에게 친절봉사', '인사 철저히', '각종 오물 청소'..

해 지기 전 가로등 켜놓고, 해 뜨기 전 순찰을 돌았습니다.

꾹꾹 눌러 쓴, 주민들의 안전을 바랐던 경비원의 일상이었습니다.

경비원 최 씨, 주차 문제로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뒤 너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최 씨가 듣고 싶었던 말, 그저 '미안하다'는 한 마디 사과였습니다.

전국엔 이런 '경비원 아저씨', 20만 명이 넘는 걸로 추산되는데요...

최 씨가 일했던 아파트 주민들은, '미안하다'며 촛불을 들고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현장 연결합니다. 이정은 기자, 추모제 지금은 끝났나요?

[리포트]

네, 추모제는 이곳 경비실 앞에서 저녁 7시 반쯤 모두 끝났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묵념을 한 뒤 추모 글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는데요.

가까이 가서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볼까요.

"임신해서 같이 좋아해 주셨는데 안타까운 일이 생겨 슬프다", "가해자가 죗값을 받기 바란다"는 내용이 보이고요.

이 외에도 '다시 돌아오신다면 좋겠다' '억울함을 밝히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도 많았습니다.

그럼 추모제에 참석한 주민 이야기 들어보시죠.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추모 자리가) 일회성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 이게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싶고, 그래서 그런 안타까운 마음에서 왔고…."]

앞선 집회에는 많은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석해서, 숨진 최 씨를 추억하고 석별의 정을 부르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했는데요.

일부 주민은 전을 직접 부쳐 추모 공간에 가져다 두기도 했습니다.

오늘(11일) 아침엔 숨진 최 씨 사례가 더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최 씨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인데요.

이 시각 현재 3만 명 넘게 동의했습니다.

숨진 최 씨의 발인은 내일(12일)입니다.

입주민들의 제안으로 내일(12일) 오전 최 씨를 실은 운구차는 이 경비실 앞을 들렀다가 장지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서울 강북구 현장에서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앵커]

“퇴직 후 얻은 일터에서 ‘임계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 이란 말의 준말이다...”

40년 가까이 회사원으로 일하던 조정진 씨.

은퇴 뒤, 경비 일 등을 하며 겪은 일상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조 씨가 맨 처음 들은 호칭이 ‘임계장’ 이었습니다.

50대 이상 퇴직자 열에 여덟은 생계를 위해 재취업에 나선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나이는 많고, 돈이 적다는 이유로 모욕과 불합리를 감내해야 하는 임시 계약직 노인장, 임계장은 내 부모님이나 이웃의 이름일 수도 있고, 퇴직을 앞둔 많은 이들이 곧 얻게 될 이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가족에게 부탁이 있다. 책을 읽고 몰랐던 걸 알게 되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말기 바란다”

책 말미에 조정진 씨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밥벌이를 위한 모든 노동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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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아파트 주민 추모 발길
    • 입력 2020-05-11 21:41:05
    • 수정2020-05-11 22:02:41
    뉴스 9
[앵커]

'주민에게 친절봉사', '인사 철저히', '각종 오물 청소'..

해 지기 전 가로등 켜놓고, 해 뜨기 전 순찰을 돌았습니다.

꾹꾹 눌러 쓴, 주민들의 안전을 바랐던 경비원의 일상이었습니다.

경비원 최 씨, 주차 문제로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뒤 너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최 씨가 듣고 싶었던 말, 그저 '미안하다'는 한 마디 사과였습니다.

전국엔 이런 '경비원 아저씨', 20만 명이 넘는 걸로 추산되는데요...

최 씨가 일했던 아파트 주민들은, '미안하다'며 촛불을 들고 추모제를 열었습니다.

현장 연결합니다. 이정은 기자, 추모제 지금은 끝났나요?

[리포트]

네, 추모제는 이곳 경비실 앞에서 저녁 7시 반쯤 모두 끝났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묵념을 한 뒤 추모 글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는데요.

가까이 가서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볼까요.

"임신해서 같이 좋아해 주셨는데 안타까운 일이 생겨 슬프다", "가해자가 죗값을 받기 바란다"는 내용이 보이고요.

이 외에도 '다시 돌아오신다면 좋겠다' '억울함을 밝히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도 많았습니다.

그럼 추모제에 참석한 주민 이야기 들어보시죠.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추모 자리가) 일회성이 안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 이게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싶고, 그래서 그런 안타까운 마음에서 왔고…."]

앞선 집회에는 많은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석해서, 숨진 최 씨를 추억하고 석별의 정을 부르며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했는데요.

일부 주민은 전을 직접 부쳐 추모 공간에 가져다 두기도 했습니다.

오늘(11일) 아침엔 숨진 최 씨 사례가 더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최 씨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인데요.

이 시각 현재 3만 명 넘게 동의했습니다.

숨진 최 씨의 발인은 내일(12일)입니다.

입주민들의 제안으로 내일(12일) 오전 최 씨를 실은 운구차는 이 경비실 앞을 들렀다가 장지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서울 강북구 현장에서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앵커]

“퇴직 후 얻은 일터에서 ‘임계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 이란 말의 준말이다...”

40년 가까이 회사원으로 일하던 조정진 씨.

은퇴 뒤, 경비 일 등을 하며 겪은 일상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조 씨가 맨 처음 들은 호칭이 ‘임계장’ 이었습니다.

50대 이상 퇴직자 열에 여덟은 생계를 위해 재취업에 나선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나이는 많고, 돈이 적다는 이유로 모욕과 불합리를 감내해야 하는 임시 계약직 노인장, 임계장은 내 부모님이나 이웃의 이름일 수도 있고, 퇴직을 앞둔 많은 이들이 곧 얻게 될 이름일 수 있다는 겁니다.

“가족에게 부탁이 있다. 책을 읽고 몰랐던 걸 알게 되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말기 바란다”

책 말미에 조정진 씨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밥벌이를 위한 모든 노동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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