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독일, 감염자 17만 명에 치명률 4%…“살려야 한다”

입력 2020.05.12 (14:12) 수정 2020.05.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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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용 병동 출처: taz

코로나19 전용 병동 출처: taz

독일 베를린의 대형 박람회장인 '메세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와 국제관광박람회(ITB) 등 세계적인 대형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여기에 병상 5백 개를 갖춘 코로나 전용 병동이 들어섰다. 베를린시는 코로나19 환자 수 증가에 대비해 천 개까지 병상 수를 늘릴 계획이다.

독일이 병상 수가 부족해서일까? 독일은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도 집중치료 병상과 일반 병상 수가 가장 많은 국가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독일의 의료시스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확진자 17만여 명, 치명률은 4%대

현지시간 11일 기준 독일의 누적 확진 자수는 17만 2천 명이다. 영국을 포함해 EU 국가 중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5번째로 많다.


그런데 사망자 수와 치명률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다른 국가들의 치명률이 10~14%대를 보이는 반면, 독일은 4%대에 머무르고 있다.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를 보면 스페인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가 각각 4백~5백 명대인 데 비해 독일은 90명이다. 무엇이 이 차이를 갈랐을까?

독일 집중치료 병상, 다른 국가의 2~4배

국가별 집중치료 병상 수를 비교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인구 10만 명당 독일의 집중치료 병상은 33.9개로, 그래프에서 보듯 다른 유럽 주요 국가들의 2배~4배 수준이고 미국보다 많다.


집중치료 병상은 산소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 상태가 위중한 환자를 치료할 장비를 갖추고 있다. 집중치료 병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중증 환자를 살릴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영국과 이탈리아 등 주변 유럽 국가들이 밀려드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해 3만 명 안팎의 사망자를 낸 반면, 독일은 7천 명 수준에서 막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사망자 7천여 명이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감염자가 17만 명 이상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14만 5천여 명을 회복시키고, 치명률을 4%대로 유지하고 있는 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의료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출처: rbb24출처: rbb24

이에 대해 우베 얀센스 독일 집중치료·응급의학 협회장은 "독일 의료시스템에 있어 수십 년 동안 이뤄진 발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얀센스 협회장은 "병원들이 수술 등을 지시하고 이행하기 위해 집중 병동의 수용력을 키워 왔다"고 말했다.

독일의 집중치료 병상 수는 3만 2천 개. 최근 독일 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서 현재 만 2천 개 병상이 비어 있다고 한다. 현재 중환자 수도 천 5백여 명 정도여서 병상에 여유가 있다.

의료비·의사 수·일반 병상 수도 최고 수준

다른 보건 관련 지표들을 봐도 독일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보건비 지출 비율, 인구 1명당 보건비 지출액, 인구 천 명당 일반 병상 수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맨 앞자리에 있다. 인구 천 명당 의사수도 27개국 중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에 이어 4번째다.


진단검사 일찍 많이…바이러스 통제

독일은 또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진단 검사를 비교적 빨리, 그리고 많이 실시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바이러스 연구소장은 독일에 코로나19 환자가 막 나오기 시작한 1월부터 이미 새로운 바이러스 진단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 독일 전역에 분포한 개별 연구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진단 방법과 결과를 공유했다고 했다. 이러한 발 빠른 조치 덕분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감염 의심자들이 진단 검사를 받기가 비교적 쉬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우베 얀센스 독일 집중치료·응급의학 협회장은 "독일은 일찍 감염자를 확인해 격리하고 치료한 결과 바이러스의 비극적인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은 현재 매주 35만 건 안팎의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정부는 최대 70만 건까지 검사할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독일의 현재 인구 백만 명당 검사 수는 3만 2천여 건이다.

출처: BILD출처: BILD

예산 낭비였을까? 국가의 역할은?

베를린 박람회장에 코로나19 전용 병동이 11일 문을 열었지만, 아직 환자는 들어오지 않았다. 3월 하순 하루에 신규 확진자가 5천 명 이상씩 나오며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점, 베를린시에 있는 응급병원 50곳이 초과될 경우에 대비해 병상을 갖췄지만, 현재까지는 기존 병원들에서 환자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상이 남는 상황이 되자 일부 베를린 시민들은 세금 낭비 아니냐는 비판을 하는 것으로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런데 과연 과잉 행정이고 예산 낭비였을까?

정체불명의 감염병에 걸린 환자들이 쏟아질 때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미리 대비하는 게 국가의 역할 아닐까? 전용 병동에 설치된 병상과 호흡기 등 의료장비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면 다른 병원에서 재활용도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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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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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5-12 14: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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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용 병동 출처: taz

독일 베를린의 대형 박람회장인 '메세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와 국제관광박람회(ITB) 등 세계적인 대형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여기에 병상 5백 개를 갖춘 코로나 전용 병동이 들어섰다. 베를린시는 코로나19 환자 수 증가에 대비해 천 개까지 병상 수를 늘릴 계획이다.

독일이 병상 수가 부족해서일까? 독일은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도 집중치료 병상과 일반 병상 수가 가장 많은 국가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독일의 의료시스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확진자 17만여 명, 치명률은 4%대

현지시간 11일 기준 독일의 누적 확진 자수는 17만 2천 명이다. 영국을 포함해 EU 국가 중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5번째로 많다.


그런데 사망자 수와 치명률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다른 국가들의 치명률이 10~14%대를 보이는 반면, 독일은 4%대에 머무르고 있다.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를 보면 스페인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가 각각 4백~5백 명대인 데 비해 독일은 90명이다. 무엇이 이 차이를 갈랐을까?

독일 집중치료 병상, 다른 국가의 2~4배

국가별 집중치료 병상 수를 비교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인구 10만 명당 독일의 집중치료 병상은 33.9개로, 그래프에서 보듯 다른 유럽 주요 국가들의 2배~4배 수준이고 미국보다 많다.


집중치료 병상은 산소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 상태가 위중한 환자를 치료할 장비를 갖추고 있다. 집중치료 병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중증 환자를 살릴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영국과 이탈리아 등 주변 유럽 국가들이 밀려드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해 3만 명 안팎의 사망자를 낸 반면, 독일은 7천 명 수준에서 막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사망자 7천여 명이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감염자가 17만 명 이상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14만 5천여 명을 회복시키고, 치명률을 4%대로 유지하고 있는 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의료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출처: rbb24
이에 대해 우베 얀센스 독일 집중치료·응급의학 협회장은 "독일 의료시스템에 있어 수십 년 동안 이뤄진 발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얀센스 협회장은 "병원들이 수술 등을 지시하고 이행하기 위해 집중 병동의 수용력을 키워 왔다"고 말했다.

독일의 집중치료 병상 수는 3만 2천 개. 최근 독일 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면서 현재 만 2천 개 병상이 비어 있다고 한다. 현재 중환자 수도 천 5백여 명 정도여서 병상에 여유가 있다.

의료비·의사 수·일반 병상 수도 최고 수준

다른 보건 관련 지표들을 봐도 독일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보건비 지출 비율, 인구 1명당 보건비 지출액, 인구 천 명당 일반 병상 수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맨 앞자리에 있다. 인구 천 명당 의사수도 27개국 중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에 이어 4번째다.


진단검사 일찍 많이…바이러스 통제

독일은 또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진단 검사를 비교적 빨리, 그리고 많이 실시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바이러스 연구소장은 독일에 코로나19 환자가 막 나오기 시작한 1월부터 이미 새로운 바이러스 진단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 독일 전역에 분포한 개별 연구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진단 방법과 결과를 공유했다고 했다. 이러한 발 빠른 조치 덕분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감염 의심자들이 진단 검사를 받기가 비교적 쉬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우베 얀센스 독일 집중치료·응급의학 협회장은 "독일은 일찍 감염자를 확인해 격리하고 치료한 결과 바이러스의 비극적인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은 현재 매주 35만 건 안팎의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정부는 최대 70만 건까지 검사할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독일의 현재 인구 백만 명당 검사 수는 3만 2천여 건이다.

출처: BILD
예산 낭비였을까? 국가의 역할은?

베를린 박람회장에 코로나19 전용 병동이 11일 문을 열었지만, 아직 환자는 들어오지 않았다. 3월 하순 하루에 신규 확진자가 5천 명 이상씩 나오며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점, 베를린시에 있는 응급병원 50곳이 초과될 경우에 대비해 병상을 갖췄지만, 현재까지는 기존 병원들에서 환자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상이 남는 상황이 되자 일부 베를린 시민들은 세금 낭비 아니냐는 비판을 하는 것으로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런데 과연 과잉 행정이고 예산 낭비였을까?

정체불명의 감염병에 걸린 환자들이 쏟아질 때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미리 대비하는 게 국가의 역할 아닐까? 전용 병동에 설치된 병상과 호흡기 등 의료장비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면 다른 병원에서 재활용도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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