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NO 마스크’, 속내는?

입력 2020.05.13 (08:15) 수정 2020.05.13 (08: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미 백악관 기자회견장 모습입니다.

당국자부터 취재진까지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습니다.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 선임보좌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통령 경호원을 포함해 백악관 내부 확진자가 쏟아지자 뒤늦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딱 한 사람만 안 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기자들 바로 물어봤겠죠.

왜 혼자만 안 쓰냐고요.

트럼프 이렇게 답변합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 "서로 붙어있거나 제 가까이 일하는 직원은 마스크를 씁니다. 저는 누구와도 가까이 있지 않잖아요."]

기자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 직원까지 백악관 출입자 모두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한 건 트럼프 본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 "(대통령께서 쓰라고 한 겁니까?) 네, 제가 그랬습니다."]

어색한 표정은 잠시, 곧바로 미국 검진 능력이 최고라는 트럼프 특유의 자화자찬이 이어졌습니다.

듣다 못해 한 기자가 문제를 제기합니다.

미 CBS 방송사의 '웨이자 장' 기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웨이자 장/美 CBS방송 기자 : "매일 미국인이 죽어가는데, 왜 이걸(코로나19 검사) 경쟁하듯 다른 나라와 비교합니까?"]

트럼프는 신경질적으로 응수합니다. 이렇게요.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 "그건 저한테 물을 게 아니라 중국에 물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중국계인 기자에게 '중국에 물어보라'고 쏘아붙인 겁니다.

갑작스런 '중국' 언급에 두 사람간 설전이 벌어집니다.

["(왜 저를 콕 집어 말을 하죠?) 그런 못된 질문을 하는 누구에게도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못된 질문이 아닌데요.) 다른 사람 없나요? 질문하세요."]

이 날의 해프닝,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와중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달 3일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을 때, 트럼프는 국민들에게 이런 권고를 전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 "(마스크 착용은) 자발적 공중 보건 조치입니다. 저는 할 것 같지는 않군요."]

그 이유에 대해선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타국의) 대통령, 총리, 여왕을 맞이하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정상 외교가 중단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입니다.

지난 6일 트럼프가 애리조나의 마스크 공장을 방문한 자리도 논란이 됐죠.

정작 써야 할 마스크는 안 쓰고 이렇게 고글만 착용하고 나타났습니다.

백악관마저 코로나에 뚫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건 왜일까.

이에 대해, 그의 '정치적 선택'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AP통신과 CNN은 백악관과 재선 캠프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최근 "내가 마스크를 쓰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미국에선 코로나로 8만여 명이 사망했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방역은 성공했고 경제 활동을 재개해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면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고 국민에게는 위기감을 조성해 재선을 망칠 수 있다는 걸 트럼프가 우려한다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강한 남자' 이미지에 집착하는 트럼프 성격 탓이라는 분석도 내놓습니다.

바이러스를 겁내는 듯한, 전문가 명령에 굴복하는 듯한 다시 말해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손상시킬 것을 우려한다는 것입니다.

"마스크를 쓰면 TV에 우스꽝스럽게 나올 것"을 걱정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마스크 쓴 내 모습을 야당이 악용할 것"을 걱정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CNN은 트럼프가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땐 마스크를 썼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의 진실’이란 책을 쓴 퓰리처상 수상자 마이클 단토니오도 CNN 기고에서 트럼프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로, 그의 자아도취적 성격 '나르시시즘'을 제시했습니다.

트럼프가 "나의 직감은 다른 이들의 두뇌보다 더 뛰어나다"고 했던 발언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트럼프의 마스크 거부로 인해 최근까지 참모진도 트럼프 눈치를 보느라 마스크를 못 썼다고 합니다.

백악관에서 확진자가 나오며 이 불문율은 깨졌지만, 트럼프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끝까지 '노(No) 마스크'에 동참 중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록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됐습니다.

코로나 19가 미 전역에 확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노 마스크, 돌출 행동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트럼프의 ‘NO 마스크’, 속내는?
    • 입력 2020-05-13 08:17:03
    • 수정2020-05-13 08:56:37
    아침뉴스타임
지난 11일, 미 백악관 기자회견장 모습입니다.

당국자부터 취재진까지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습니다.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 선임보좌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통령 경호원을 포함해 백악관 내부 확진자가 쏟아지자 뒤늦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딱 한 사람만 안 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기자들 바로 물어봤겠죠.

왜 혼자만 안 쓰냐고요.

트럼프 이렇게 답변합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 "서로 붙어있거나 제 가까이 일하는 직원은 마스크를 씁니다. 저는 누구와도 가까이 있지 않잖아요."]

기자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 직원까지 백악관 출입자 모두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한 건 트럼프 본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 "(대통령께서 쓰라고 한 겁니까?) 네, 제가 그랬습니다."]

어색한 표정은 잠시, 곧바로 미국 검진 능력이 최고라는 트럼프 특유의 자화자찬이 이어졌습니다.

듣다 못해 한 기자가 문제를 제기합니다.

미 CBS 방송사의 '웨이자 장' 기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중국계 미국인입니다.

[웨이자 장/美 CBS방송 기자 : "매일 미국인이 죽어가는데, 왜 이걸(코로나19 검사) 경쟁하듯 다른 나라와 비교합니까?"]

트럼프는 신경질적으로 응수합니다. 이렇게요.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 "그건 저한테 물을 게 아니라 중국에 물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중국계인 기자에게 '중국에 물어보라'고 쏘아붙인 겁니다.

갑작스런 '중국' 언급에 두 사람간 설전이 벌어집니다.

["(왜 저를 콕 집어 말을 하죠?) 그런 못된 질문을 하는 누구에게도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못된 질문이 아닌데요.) 다른 사람 없나요? 질문하세요."]

이 날의 해프닝,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와중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달 3일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을 때, 트럼프는 국민들에게 이런 권고를 전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 "(마스크 착용은) 자발적 공중 보건 조치입니다. 저는 할 것 같지는 않군요."]

그 이유에 대해선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타국의) 대통령, 총리, 여왕을 맞이하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정상 외교가 중단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입니다.

지난 6일 트럼프가 애리조나의 마스크 공장을 방문한 자리도 논란이 됐죠.

정작 써야 할 마스크는 안 쓰고 이렇게 고글만 착용하고 나타났습니다.

백악관마저 코로나에 뚫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건 왜일까.

이에 대해, 그의 '정치적 선택'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AP통신과 CNN은 백악관과 재선 캠프 관계자들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최근 "내가 마스크를 쓰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미국에선 코로나로 8만여 명이 사망했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방역은 성공했고 경제 활동을 재개해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면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고 국민에게는 위기감을 조성해 재선을 망칠 수 있다는 걸 트럼프가 우려한다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강한 남자' 이미지에 집착하는 트럼프 성격 탓이라는 분석도 내놓습니다.

바이러스를 겁내는 듯한, 전문가 명령에 굴복하는 듯한 다시 말해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손상시킬 것을 우려한다는 것입니다.

"마스크를 쓰면 TV에 우스꽝스럽게 나올 것"을 걱정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마스크 쓴 내 모습을 야당이 악용할 것"을 걱정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CNN은 트럼프가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땐 마스크를 썼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의 진실’이란 책을 쓴 퓰리처상 수상자 마이클 단토니오도 CNN 기고에서 트럼프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로, 그의 자아도취적 성격 '나르시시즘'을 제시했습니다.

트럼프가 "나의 직감은 다른 이들의 두뇌보다 더 뛰어나다"고 했던 발언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트럼프의 마스크 거부로 인해 최근까지 참모진도 트럼프 눈치를 보느라 마스크를 못 썼다고 합니다.

백악관에서 확진자가 나오며 이 불문율은 깨졌지만, 트럼프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끝까지 '노(No) 마스크'에 동참 중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록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됐습니다.

코로나 19가 미 전역에 확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노 마스크, 돌출 행동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