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다발 들고 찾아온 VIP…굳게 닫힌 병원 문이 열렸다!

입력 2020.05.13 (10:47) 수정 2020.05.1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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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괜찮으세요? 술 취하신 거 아니에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원장의 모습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안해했습니다. 원장의 이상행동에 대해 묻는 환자들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급기야 병원에 발길을 끊기 시작했습니다.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 채 5명도 오지 않는 날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건재했습니다. 원장은 경리 직원에게 매월 1억 6천만 원 가량을 꼬박꼬박 건넸습니다. 모두 현금이었습니다. 카드 결제 대금과 현금 수납부 등을 합쳐도 수익은 월 3천만 원 남짓으로 보이는데, 대체 이 돈이 다 어디서 나온 건지 경리 직원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가져다준 돈은 병원 운영비는 물론 원장의 고급 외제차 리스비와 원장 어머니의 신용카드 대금 등에 골고루 쓰였습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 병원에서 '수상한 거래'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소위 '급이 되는 재력가들'이 찾아와 고액의 현금다발을 건네며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왔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제대로 된 시술에는 관심이 없었고, 병원 원장마저 프로포폴에 심각하게 중독된 상태였다는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어제(12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성형외과 원장 김 모 씨와 총괄실장인 간호조무사 신 모 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과거 이 병원에서 일했던 직원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충격적인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 프로포폴에 중독된 원장…간호조무사가 의사 행세

경리 직원 A 씨는 2014년 5월 병원 입사 당시 전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 병원은 무서운 곳이니 너도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피부관리실이 있는 3층에 올라갔다가 원장 김 씨가 홀로 누워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있는 것을 본 겁니다.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지나칠 때도, 퇴근하러 내려갈 때도 침대에 누워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있는 원장과 번번이 마주쳤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검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병원에 들이닥쳤을 때도 김 씨는 프로포폴을 맞고 있었습니다. 팔에는 이미 주삿바늘을 너무 많이 꽂은 탓에 혈관을 찾을 수 없어, 발에 바늘을 꽂고 있었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A 씨는 원장이 '프로포폴 중독자'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제대로 된 시술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여러 환자가 이를 눈치채고 이상하게 여겼다고도 말했습니다. 투약 도중 함께 일하던 간호조무사가 원장을 응급처치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호인 측은 원장의 '구글 맵' 동선을 분석해봤을 때 평소 멀쩡하게 운전을 하고 헬스장도 다니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했다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A 씨 생각은 달랐습니다.

결국, 이 병원 대부분의 시술을 도맡은 건 병원의 총괄실장으로 일했던 간호조무사 신 씨라고 A 씨는 주장했습니다. 신 씨는 프로포폴에 취한 원장 대신 의사 행세를 하며 시술과 투약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왔습니다. A 씨는 이것이 위험천만한 불법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생계를 위해 이 병원에 계속 다녔던 것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이 제기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건물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이 제기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건물

■ 굳게 잠긴 병원 문…비밀리에 병원 찾은 '재벌 2세'

A 씨 등 직원들이 밝힌 병원 운영상의 특이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병원의 문은 평소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보안 시스템을 동원해 잠겨있던 문은 미리 예약한 환자가 도착했을 때만 열렸습니다. 환자가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은 직원이 1층으로 나와 문을 열어주고 맞이하는 식이었죠. 일반 환자의 방문은 완전히 통제됐던 셈입니다. 속칭 '급이 되는' VIP 환자만 받아, 예약제로 운영됐다는 겁니다.

병원을 찾은 환자 중엔 재력가, 심지어는 재벌 2세도 있었다고 직원들은 증언했습니다. A 씨는 환자 가운데 3명을 꼽으며 '프로포폴 중독자'라고 표현습니다.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와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사업가인 김 모 씨의 이름도 법정에서 제시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대기업 부회장과 유명 영화배우 등도 해당 병원에서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 병원의 비밀스러운 운영 방침은 프로포폴만을 맞기 위해 병원을 찾는 유력 인사들에게 안성맞춤이었을 겁니다.

강남구 보건소 역시 프로포폴 과다 처방 등 불법 의심 정황이 나타난 이 병원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지난해 초, 실제로 병원 현장 감독에 나서기도 했지만 역시나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깜깜하게 불이 꺼져있는 상태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보건소 직원들은 원장조차 만나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 직원·지인 동원된 '차명 진료기록부'…기록 안 남기는 VIP도

직원들은 이 병원의 기본 마취제로 '프로포폴'이 사용됐다고 말했습니다. 피부 미용시술 후 진정 단계에서 추가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기도 했고, 일부 환자들을 상대로는 아예 별다른 시술 없이 프로포폴만 주사하는 '생투약'도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프로포폴 처방량이 과도하게 많아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마약류 사용을 관리·단속하는 보건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힘들어진 병원은 다른 수를 냈습니다. 바로 '차명 진료기록부'입니다.

병원은 직원 9명에 더해 원장 지인들의 명의까지 도용한 차명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프로포폴 투약량을 나눠 적었습니다. 하지도 않은 시술까지 넣어 프로포폴 투약량을 실제보다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실제 투약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직접 가져와 분산 진료기록부를 만드는 데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모든 정황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프로포폴 투약량을 감당하기 위해서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병원은 일부 VIP 환자들에 대해서는 아예 진료 기록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방문, 시술, 투약 그 어떤 것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특별하게' 관리되는, 또는 '숨겨야 할' 환자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검찰은 바로 이 비밀스러운 환자들이 병원 운영을 유지하게 한 핵심 고객이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도 병원 운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재력가들이 고액의 현금을 주면서 프로포폴을 투약하러 와서 가능했지 않으냐"고 묻자, 직원 A 씨는 "맞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월, 사실상 운영을 중단하고 굳게 닫힌 병원 모습지난 2월, 사실상 운영을 중단하고 굳게 닫힌 병원 모습

■ 수사 이후 직원들에게 현금 전달…해결되면 '포상금' 제안도

병원의 수상한 행적은 더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사실상 병원은 문을 닫고 직원들은 모두 퇴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원장은 직원 6명에게 매달 현금으로 2천4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돈은 바로 지난달까지도 지급됐습니다.

퇴직한 직원들에게 고액을 건넨 것을 두고, 검찰은 명백한 '회유 정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수사와 재판에서 유리한 진술을 해달라는 요청이라는 겁니다. 원장은 이후 직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직접 선임해주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또 원장 측으로부터 '이 사건이 잘 마무리 되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도 말했습니다. 다만 누구를 통해 뜻을 전달받았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원장 측 변호인은 사건 이후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직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원장이 돈을 준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신문을 펼쳤지만, 증언대에 선 직원들은 이 돈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김 원장이 주는 돈을 더 받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았고, 원장이 선임해준 변호인도 같은 이유로 사임시켰다고 밝혔습니다.

■ 수상한 그 병원, 수사는 계속된다

이 병원에 대한 수사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검찰은 이미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는 물론, 의혹이 제기된 기업 관계자, 배우 등에 대해 프로포폴 투약량과 상습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문제가 심각한 병원이고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여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내일(14일) 다음 재판을 열고 채승석 전 대표와 병원 직원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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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3 10:47:37
    • 수정2020-05-13 13: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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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괜찮으세요? 술 취하신 거 아니에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원장의 모습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안해했습니다. 원장의 이상행동에 대해 묻는 환자들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급기야 병원에 발길을 끊기 시작했습니다.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 채 5명도 오지 않는 날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건재했습니다. 원장은 경리 직원에게 매월 1억 6천만 원 가량을 꼬박꼬박 건넸습니다. 모두 현금이었습니다. 카드 결제 대금과 현금 수납부 등을 합쳐도 수익은 월 3천만 원 남짓으로 보이는데, 대체 이 돈이 다 어디서 나온 건지 경리 직원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가져다준 돈은 병원 운영비는 물론 원장의 고급 외제차 리스비와 원장 어머니의 신용카드 대금 등에 골고루 쓰였습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 병원에서 '수상한 거래'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소위 '급이 되는 재력가들'이 찾아와 고액의 현금다발을 건네며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왔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제대로 된 시술에는 관심이 없었고, 병원 원장마저 프로포폴에 심각하게 중독된 상태였다는 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어제(12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성형외과 원장 김 모 씨와 총괄실장인 간호조무사 신 모 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과거 이 병원에서 일했던 직원 3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충격적인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 프로포폴에 중독된 원장…간호조무사가 의사 행세

경리 직원 A 씨는 2014년 5월 병원 입사 당시 전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 병원은 무서운 곳이니 너도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피부관리실이 있는 3층에 올라갔다가 원장 김 씨가 홀로 누워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있는 것을 본 겁니다.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지나칠 때도, 퇴근하러 내려갈 때도 침대에 누워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있는 원장과 번번이 마주쳤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검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병원에 들이닥쳤을 때도 김 씨는 프로포폴을 맞고 있었습니다. 팔에는 이미 주삿바늘을 너무 많이 꽂은 탓에 혈관을 찾을 수 없어, 발에 바늘을 꽂고 있었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A 씨는 원장이 '프로포폴 중독자'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제대로 된 시술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여러 환자가 이를 눈치채고 이상하게 여겼다고도 말했습니다. 투약 도중 함께 일하던 간호조무사가 원장을 응급처치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호인 측은 원장의 '구글 맵' 동선을 분석해봤을 때 평소 멀쩡하게 운전을 하고 헬스장도 다니는 등 일상생활이 가능했다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A 씨 생각은 달랐습니다.

결국, 이 병원 대부분의 시술을 도맡은 건 병원의 총괄실장으로 일했던 간호조무사 신 씨라고 A 씨는 주장했습니다. 신 씨는 프로포폴에 취한 원장 대신 의사 행세를 하며 시술과 투약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왔습니다. A 씨는 이것이 위험천만한 불법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생계를 위해 이 병원에 계속 다녔던 것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이 제기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 건물
■ 굳게 잠긴 병원 문…비밀리에 병원 찾은 '재벌 2세'

A 씨 등 직원들이 밝힌 병원 운영상의 특이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병원의 문은 평소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보안 시스템을 동원해 잠겨있던 문은 미리 예약한 환자가 도착했을 때만 열렸습니다. 환자가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은 직원이 1층으로 나와 문을 열어주고 맞이하는 식이었죠. 일반 환자의 방문은 완전히 통제됐던 셈입니다. 속칭 '급이 되는' VIP 환자만 받아, 예약제로 운영됐다는 겁니다.

병원을 찾은 환자 중엔 재력가, 심지어는 재벌 2세도 있었다고 직원들은 증언했습니다. A 씨는 환자 가운데 3명을 꼽으며 '프로포폴 중독자'라고 표현습니다.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와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사업가인 김 모 씨의 이름도 법정에서 제시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대기업 부회장과 유명 영화배우 등도 해당 병원에서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 병원의 비밀스러운 운영 방침은 프로포폴만을 맞기 위해 병원을 찾는 유력 인사들에게 안성맞춤이었을 겁니다.

강남구 보건소 역시 프로포폴 과다 처방 등 불법 의심 정황이 나타난 이 병원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지난해 초, 실제로 병원 현장 감독에 나서기도 했지만 역시나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깜깜하게 불이 꺼져있는 상태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보건소 직원들은 원장조차 만나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 직원·지인 동원된 '차명 진료기록부'…기록 안 남기는 VIP도

직원들은 이 병원의 기본 마취제로 '프로포폴'이 사용됐다고 말했습니다. 피부 미용시술 후 진정 단계에서 추가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기도 했고, 일부 환자들을 상대로는 아예 별다른 시술 없이 프로포폴만 주사하는 '생투약'도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프로포폴 처방량이 과도하게 많아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마약류 사용을 관리·단속하는 보건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힘들어진 병원은 다른 수를 냈습니다. 바로 '차명 진료기록부'입니다.

병원은 직원 9명에 더해 원장 지인들의 명의까지 도용한 차명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프로포폴 투약량을 나눠 적었습니다. 하지도 않은 시술까지 넣어 프로포폴 투약량을 실제보다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실제 투약 환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직접 가져와 분산 진료기록부를 만드는 데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모든 정황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프로포폴 투약량을 감당하기 위해서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병원은 일부 VIP 환자들에 대해서는 아예 진료 기록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방문, 시술, 투약 그 어떤 것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특별하게' 관리되는, 또는 '숨겨야 할' 환자들이 있었다는 겁니다.

검찰은 바로 이 비밀스러운 환자들이 병원 운영을 유지하게 한 핵심 고객이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도 병원 운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재력가들이 고액의 현금을 주면서 프로포폴을 투약하러 와서 가능했지 않으냐"고 묻자, 직원 A 씨는 "맞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월, 사실상 운영을 중단하고 굳게 닫힌 병원 모습
■ 수사 이후 직원들에게 현금 전달…해결되면 '포상금' 제안도

병원의 수상한 행적은 더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사실상 병원은 문을 닫고 직원들은 모두 퇴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원장은 직원 6명에게 매달 현금으로 2천4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돈은 바로 지난달까지도 지급됐습니다.

퇴직한 직원들에게 고액을 건넨 것을 두고, 검찰은 명백한 '회유 정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수사와 재판에서 유리한 진술을 해달라는 요청이라는 겁니다. 원장은 이후 직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직접 선임해주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또 원장 측으로부터 '이 사건이 잘 마무리 되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도 말했습니다. 다만 누구를 통해 뜻을 전달받았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원장 측 변호인은 사건 이후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직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원장이 돈을 준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신문을 펼쳤지만, 증언대에 선 직원들은 이 돈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김 원장이 주는 돈을 더 받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았고, 원장이 선임해준 변호인도 같은 이유로 사임시켰다고 밝혔습니다.

■ 수상한 그 병원, 수사는 계속된다

이 병원에 대한 수사는 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검찰은 이미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는 물론, 의혹이 제기된 기업 관계자, 배우 등에 대해 프로포폴 투약량과 상습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문제가 심각한 병원이고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여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내일(14일) 다음 재판을 열고 채승석 전 대표와 병원 직원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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