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살지마] 가계약부터 하라는 공인중개사의 치명적 유혹

입력 2020.05.13 (17:00) 수정 2020.05.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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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유튜버 양팡(23·본명 양은지)의 부동산 계약 미이행과 관련된 논란이 유튜브상에서 뜨겁습니다. 구독자가 250만 명이나 되는 양팡은 주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소재로 한 영상을 올려 인기를 끌고 있는 메가 유튜버입니다. (속고살지마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2UGOJIN )

그런데 한 유튜버가 양팡에 대해 아파트 매수 계약을 체결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많은 유튜브 채널들이 양팡을 질책하는 영상을 연이어 올리고 있습니다. 이에 양팡도 몇 차례 해명 영상을 올려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갈등은 이미 법원으로 간 상태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민사 소송에서 사실관계 확정과 그에 따른 법적 판단으로 종결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곱씹어 볼수록 일반인들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속고살지마>에서는 양팡의 아파트 계약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영상으로 보시면 훨씬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 버튼 누르고 꼭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다음은 기사로 요약한 것입니다.

1. 모친이 대신 서명한 계약서

지난해 5월 양팡과 그의 부모님은 부산의 한 아파트를 10억 1,000만 원에 사기로 계약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집을 돌아본 양팡과 부친은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갔고, 이후 양팡 모친과 매도자, 공인중개사가 함께 식사한 뒤, 양팡 모친이 매도자와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계약서 서명란에는 모친이 '양은지'라고 적어넣었습니다.


이 계약서에는 계약금과 잔금 일정 등이 적혀 있는데, 일단 500만 원을 가계약금으로 집에 돌아가 넣기로 했다고 매도자는 주장합니다. 양팡 모친이 모바일 뱅킹을 위해 필요한 OTP 카드를 가져오지 않아 부득이 집에 가서 넣기로 했다는 겁니다.

반면 양팡 측은 돈을 넣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을 굳히면 돈을 넣겠다고 했는데, 집에 돌아가 판단해본 결과 비싸다고 생각해 계약하지 않기로 했고, 따라서 500만 원을 입금하지 않은 만큼 계약은 해제됐다는 입장입니다.

2. 다른 집을 계약한 양팡

이후 양팡 가족들은 이 공인중개사와 함께 다른 집을 보러 다닙니다. 실제로 이후 다른 집과 매수 계약도 맺습니다. 한 달 뒤쯤 매도인 측이 계약금을 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까지 양팡 측은 이 계약 건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합니다.

양팡의 해명 영상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바도 아닙니다.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는 양팡 모친을 채근했다고 합니다. 흔히 공인중개사들이 쓰는 방법입니다. "이 집에 관심 있는 다른 예비 매수자가 있다. 매물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일단 계약서부터 쓰고 가계약금 500만 원을 우선 입금하라"고 재촉한 겁니다. '혹시 안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모친의 걱정에 이 공인중개사는 "계약서 쓴 당일에 가계약금 안 넣으면 계약 자체는 무효가 된다.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유튜버 양팡씨가 올린 해명 영상 캡처유튜버 양팡씨가 올린 해명 영상 캡처

3. 계약금 입금 여부와는 무관한 계약서 효력

그런데 양팡 가족들의 해명은, 법적인 관점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처분 문서인 계약서는, 유효하게 작성되는 순간 법적인 효력이 발생합니다. 계약서 작성이라는 요건 사실만 있으면 계약은 성립하는 거고, 이후 매수인인 계약금을 보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겁니다. 계약금을 넣지 않았으니 계약은 성립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법적인 관점에서는 타당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만일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은 계약금(대개 매매 대금의 10%)을 물어줘야 하고, 만일 매도인이 변심해 계약을 해제하려면 계약금의 배를 물어줘야 합니다.


흔히 일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계약서 작성 후 24시간 이내 취소하면 계약금을 돌려준다'거나, 아니면 '계약금 안 받았으면 조건 없는 계약 해제 가능하다'는 등의 안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입니다.

민법상 계약은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로 성립하는 것으로 일단 유효하게 성립하는 순간 계약서에 나온 의무를 이행해야 할 법적인 책임이 생기는 것입니다.

4. 가계약은 가짜 계약일까?

흔히 부동산 현장에서는 가계약은 계약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계약금은 돌려주는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합니다. 양팡이나 공인중개사도 가계약으로 생각한 듯합니다.

그런데 가계약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계약도, 중요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계약의 성립으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의 일관된 판결입니다. 즉 매매 목적물, 매매가, 지급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 합의가 있다면 그건 가계약이 아니라 진짜 계약입니다.

파기할 수 있다는, '가짜 계약'이라는 의미의 가계약이기 위해서는 중요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는, 즉 '며칠 더 생각해보고 매매가 등을 정하자'는 정도의 막연한 합의에 그쳐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건 계약의 아직 이뤄지기 전, 즉 계약의 준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5. 모친이 자의적으로 했다면?

현재 매도자가 제기한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아마도 원고는 1억 1,000만 원의 계약금을 청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양팡은 계약 자체의 효력을 다투고 있습니다.

즉 양팡 이름으로 서명된 계약서는 양팡의 동의 없이 모친이 임의로 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부모님과 함께 집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 한 상태에서 어머니가 양팡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의적으로 서명한 것인 만큼 민법상 무권대리에 해당해 양팡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겁이다.


그런데 만일 이 계약이 무권대리에 해당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한, 즉 양팡의 모친이 계약금을 물어줘야 합니다.

6. 공인중개사 책임

만일 모친이 자의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해도 양팡이 책임을 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법상 표현대리 문제입니다.


표현대리란 권한 위임은 없었지만, 꼭 권한 위임을 받은 것처럼 보이고, 그러한 외관의 발생이 본인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경우 권한을 넘은 대리 행위의 효과를 본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으로 말합니다. 선량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양팡 모친이 계약서 작성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채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 해도. 제삼자인 매도인으로서는 권한의 위임이 있었다고 믿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양팡은 부모님과 함께 집을 둘러봤다고 합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매도인이 모친에게 계약서 작성 권한이 있다고 믿었고, 또 그런 믿음에 대해 양팡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표현대리에 해당해 양팡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참 아쉬운 게 공인중개사의 실수입니다.

앞서 이 공인중개사고 했던 조언, 즉 "당일날 가계약금 안 넣으면 계약은 성립 안 한다" 는 말이 법적으로 엉터리라는 설명은 이미 드렸습니다. 그런데 대리권 문제에 관해서도 공인중개사는 확인해야 합니다. 즉 양팡이 부재중인 상태에서 양팡 서명으로 계약서 작성이 이뤄진다면, 당연히 양팡에게 전화를 해서 대리권을 수여했는지를 확인했어야 했고, 그랬다면 이런 대리권 유무를 놓고 법적인 분쟁은 없었을 것입니다.

매매가의 최고 0.9%에 달하는 작지 않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주고서 부동산 계약을 맺는 이유는, 부동산 계약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인데 공인중개사가 이런 기본적인 임무조차 하지 않았다면 법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설명입니다.

7. 법원 판결은?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효녀 유튜버 양팡 관련 논란과 관련해서는 일부 유튜브 방송들이 사기니 먹튀라며 올리고 있는 영상들은 지나친 느낌입니다. 부동산 계약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범하기 쉬운 실수가 안타깝게도 당사자 간에 소송으로까지 연결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무권대리나 표현대리가 인정돼도, 양팡 모녀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인정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공인중개사의 과실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양팡 모녀에 대한 법적 책임이 인정된다 해도 1억 원이 넘는 위약금이 과다하고 판단될 경우 재판부가 이를 감액할 수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인사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어디까지 예상일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져서 법원이 무권대리 여부 등을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정보만 있는 저희가 섣불리 재판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이 던져주는 교훈, 즉 계약서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일상 속 사기와 속임수를 파헤치고 해법도 제시합니다. KBS의 대국민 사기방지 프로젝트 〈속고살지마〉입니다.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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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3 17:00:08
    • 수정2020-05-13 17:31:06
    속고살지마
유명 유튜버 양팡(23·본명 양은지)의 부동산 계약 미이행과 관련된 논란이 유튜브상에서 뜨겁습니다. 구독자가 250만 명이나 되는 양팡은 주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소재로 한 영상을 올려 인기를 끌고 있는 메가 유튜버입니다. (속고살지마 구독하러가기: https://bit.ly/2UGOJIN )

그런데 한 유튜버가 양팡에 대해 아파트 매수 계약을 체결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많은 유튜브 채널들이 양팡을 질책하는 영상을 연이어 올리고 있습니다. 이에 양팡도 몇 차례 해명 영상을 올려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갈등은 이미 법원으로 간 상태입니다. 앞으로 진행될 민사 소송에서 사실관계 확정과 그에 따른 법적 판단으로 종결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곱씹어 볼수록 일반인들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속고살지마>에서는 양팡의 아파트 계약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다룰 내용은 영상으로 보시면 훨씬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 버튼 누르고 꼭 영상으로 시청해주세요. 다음은 기사로 요약한 것입니다.

1. 모친이 대신 서명한 계약서

지난해 5월 양팡과 그의 부모님은 부산의 한 아파트를 10억 1,000만 원에 사기로 계약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집을 돌아본 양팡과 부친은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갔고, 이후 양팡 모친과 매도자, 공인중개사가 함께 식사한 뒤, 양팡 모친이 매도자와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계약서 서명란에는 모친이 '양은지'라고 적어넣었습니다.


이 계약서에는 계약금과 잔금 일정 등이 적혀 있는데, 일단 500만 원을 가계약금으로 집에 돌아가 넣기로 했다고 매도자는 주장합니다. 양팡 모친이 모바일 뱅킹을 위해 필요한 OTP 카드를 가져오지 않아 부득이 집에 가서 넣기로 했다는 겁니다.

반면 양팡 측은 돈을 넣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을 굳히면 돈을 넣겠다고 했는데, 집에 돌아가 판단해본 결과 비싸다고 생각해 계약하지 않기로 했고, 따라서 500만 원을 입금하지 않은 만큼 계약은 해제됐다는 입장입니다.

2. 다른 집을 계약한 양팡

이후 양팡 가족들은 이 공인중개사와 함께 다른 집을 보러 다닙니다. 실제로 이후 다른 집과 매수 계약도 맺습니다. 한 달 뒤쯤 매도인 측이 계약금을 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까지 양팡 측은 이 계약 건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합니다.

양팡의 해명 영상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바도 아닙니다.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는 양팡 모친을 채근했다고 합니다. 흔히 공인중개사들이 쓰는 방법입니다. "이 집에 관심 있는 다른 예비 매수자가 있다. 매물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일단 계약서부터 쓰고 가계약금 500만 원을 우선 입금하라"고 재촉한 겁니다. '혹시 안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모친의 걱정에 이 공인중개사는 "계약서 쓴 당일에 가계약금 안 넣으면 계약 자체는 무효가 된다.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유튜버 양팡씨가 올린 해명 영상 캡처
3. 계약금 입금 여부와는 무관한 계약서 효력

그런데 양팡 가족들의 해명은, 법적인 관점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처분 문서인 계약서는, 유효하게 작성되는 순간 법적인 효력이 발생합니다. 계약서 작성이라는 요건 사실만 있으면 계약은 성립하는 거고, 이후 매수인인 계약금을 보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겁니다. 계약금을 넣지 않았으니 계약은 성립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법적인 관점에서는 타당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만일 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은 계약금(대개 매매 대금의 10%)을 물어줘야 하고, 만일 매도인이 변심해 계약을 해제하려면 계약금의 배를 물어줘야 합니다.


흔히 일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계약서 작성 후 24시간 이내 취소하면 계약금을 돌려준다'거나, 아니면 '계약금 안 받았으면 조건 없는 계약 해제 가능하다'는 등의 안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입니다.

민법상 계약은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로 성립하는 것으로 일단 유효하게 성립하는 순간 계약서에 나온 의무를 이행해야 할 법적인 책임이 생기는 것입니다.

4. 가계약은 가짜 계약일까?

흔히 부동산 현장에서는 가계약은 계약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계약금은 돌려주는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합니다. 양팡이나 공인중개사도 가계약으로 생각한 듯합니다.

그런데 가계약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계약도, 중요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면 계약의 성립으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의 일관된 판결입니다. 즉 매매 목적물, 매매가, 지급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 합의가 있다면 그건 가계약이 아니라 진짜 계약입니다.

파기할 수 있다는, '가짜 계약'이라는 의미의 가계약이기 위해서는 중요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는, 즉 '며칠 더 생각해보고 매매가 등을 정하자'는 정도의 막연한 합의에 그쳐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건 계약의 아직 이뤄지기 전, 즉 계약의 준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5. 모친이 자의적으로 했다면?

현재 매도자가 제기한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아마도 원고는 1억 1,000만 원의 계약금을 청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양팡은 계약 자체의 효력을 다투고 있습니다.

즉 양팡 이름으로 서명된 계약서는 양팡의 동의 없이 모친이 임의로 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부모님과 함께 집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 한 상태에서 어머니가 양팡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의적으로 서명한 것인 만큼 민법상 무권대리에 해당해 양팡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겁이다.


그런데 만일 이 계약이 무권대리에 해당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한, 즉 양팡의 모친이 계약금을 물어줘야 합니다.

6. 공인중개사 책임

만일 모친이 자의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해도 양팡이 책임을 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법상 표현대리 문제입니다.


표현대리란 권한 위임은 없었지만, 꼭 권한 위임을 받은 것처럼 보이고, 그러한 외관의 발생이 본인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경우 권한을 넘은 대리 행위의 효과를 본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으로 말합니다. 선량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양팡 모친이 계약서 작성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채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된다 해도. 제삼자인 매도인으로서는 권한의 위임이 있었다고 믿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양팡은 부모님과 함께 집을 둘러봤다고 합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매도인이 모친에게 계약서 작성 권한이 있다고 믿었고, 또 그런 믿음에 대해 양팡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표현대리에 해당해 양팡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참 아쉬운 게 공인중개사의 실수입니다.

앞서 이 공인중개사고 했던 조언, 즉 "당일날 가계약금 안 넣으면 계약은 성립 안 한다" 는 말이 법적으로 엉터리라는 설명은 이미 드렸습니다. 그런데 대리권 문제에 관해서도 공인중개사는 확인해야 합니다. 즉 양팡이 부재중인 상태에서 양팡 서명으로 계약서 작성이 이뤄진다면, 당연히 양팡에게 전화를 해서 대리권을 수여했는지를 확인했어야 했고, 그랬다면 이런 대리권 유무를 놓고 법적인 분쟁은 없었을 것입니다.

매매가의 최고 0.9%에 달하는 작지 않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주고서 부동산 계약을 맺는 이유는, 부동산 계약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인데 공인중개사가 이런 기본적인 임무조차 하지 않았다면 법적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설명입니다.

7. 법원 판결은?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효녀 유튜버 양팡 관련 논란과 관련해서는 일부 유튜브 방송들이 사기니 먹튀라며 올리고 있는 영상들은 지나친 느낌입니다. 부동산 계약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범하기 쉬운 실수가 안타깝게도 당사자 간에 소송으로까지 연결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무권대리나 표현대리가 인정돼도, 양팡 모녀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인정될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공인중개사의 과실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가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양팡 모녀에 대한 법적 책임이 인정된다 해도 1억 원이 넘는 위약금이 과다하고 판단될 경우 재판부가 이를 감액할 수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인사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어디까지 예상일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져서 법원이 무권대리 여부 등을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정보만 있는 저희가 섣불리 재판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이 던져주는 교훈, 즉 계약서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일상 속 사기와 속임수를 파헤치고 해법도 제시합니다. KBS의 대국민 사기방지 프로젝트 〈속고살지마〉입니다. (유튜브 채널 https://bit.ly/2UG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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