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죽이고 시민군 탓?…카빈 총상의 진실

입력 2020.05.13 (21:24) 수정 2020.05.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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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1일 저녁.

광주에서 전남 담양 집으로 돌아가던 고규석 씨 일행은 광주교도소 옆을 지나다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을 받았습니다.

탑승자 4명 중 고규석 씨 등 두 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계엄군에게 붙잡힌 두 명도 폭행당했습니다.

숨진 두 사람의 검시 기록에는 계엄군이 사용한 'M16' 대신 '카빈' 총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당시 교도소에 주둔했던 공수부대의 군기록에서도 고규석 씨 일행의 피격이 확인되는데도 정작 검시 기록에는 시민군에 의해 숨진 것으로 돼 있습니다.

[정수만/전 5·18유족회장 : "광주에서 일어난 일들에 자기들의 정당성, 합리적인 거 이런 것들을 주장하기 위해서 (조작하지 않았나 봅니다.)"]

KBS 취재팀이 카빈 총상 사망자 30여 명을 모두 분석해보니, 비슷한 사례가 더 나왔습니다.

5월 20일 밤 계엄군의 광주역 앞에서 희생된 김재화 씨와 김만두 씨.

두 사람 모두 카빈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튿날 전남도청 앞에서 숨진 윤형근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빈 총상으로 볼 수 없는 큰 상처가 몸에 남아있었지만 카빈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쓰여 있습니다.

21일 계엄군의 집단발포 후에야 시민들이 무장한 사실에 비춰보면 모두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김성봉/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외과과장 : "(사입구가) 6~7㎝ 됐다는 건 그런 소총으로 당한 게 아닙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들어가는 입구가 그럴 수는없는 거죠."]

계엄군의 M16 총에 맞아 희생된 것이 분명한데도 시민군에 의해 숨진 것으로 호도되는 5.18 역사.

진상 규명마저 더디면서 40년이 지난 지금도 '시민군들이 쏜 총에 시민들이 희생됐다’는 왜곡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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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이 죽이고 시민군 탓?…카빈 총상의 진실
    • 입력 2020-05-13 21:25:10
    • 수정2020-05-13 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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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1일 저녁.

광주에서 전남 담양 집으로 돌아가던 고규석 씨 일행은 광주교도소 옆을 지나다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을 받았습니다.

탑승자 4명 중 고규석 씨 등 두 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계엄군에게 붙잡힌 두 명도 폭행당했습니다.

숨진 두 사람의 검시 기록에는 계엄군이 사용한 'M16' 대신 '카빈' 총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당시 교도소에 주둔했던 공수부대의 군기록에서도 고규석 씨 일행의 피격이 확인되는데도 정작 검시 기록에는 시민군에 의해 숨진 것으로 돼 있습니다.

[정수만/전 5·18유족회장 : "광주에서 일어난 일들에 자기들의 정당성, 합리적인 거 이런 것들을 주장하기 위해서 (조작하지 않았나 봅니다.)"]

KBS 취재팀이 카빈 총상 사망자 30여 명을 모두 분석해보니, 비슷한 사례가 더 나왔습니다.

5월 20일 밤 계엄군의 광주역 앞에서 희생된 김재화 씨와 김만두 씨.

두 사람 모두 카빈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튿날 전남도청 앞에서 숨진 윤형근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빈 총상으로 볼 수 없는 큰 상처가 몸에 남아있었지만 카빈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쓰여 있습니다.

21일 계엄군의 집단발포 후에야 시민들이 무장한 사실에 비춰보면 모두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김성봉/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외과과장 : "(사입구가) 6~7㎝ 됐다는 건 그런 소총으로 당한 게 아닙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들어가는 입구가 그럴 수는없는 거죠."]

계엄군의 M16 총에 맞아 희생된 것이 분명한데도 시민군에 의해 숨진 것으로 호도되는 5.18 역사.

진상 규명마저 더디면서 40년이 지난 지금도 '시민군들이 쏜 총에 시민들이 희생됐다’는 왜곡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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