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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막오르는 상임위 쟁탈전…법사위는 어디로?
입력 2020.05.14 (07:01) 여심야심
[여심야심] 막오르는 상임위 쟁탈전…법사위는 어디로?
제21대 국회는 오는 30일 공식 출범합니다. 하지만, 출발 전 물밑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원 구성 협상 얘기입니다.

국회에는 18개 상임위원회가 있습니다. 각각 소관 정부 부처와 기관이 있어 관련한 현안과 법률안, 예산 등을 심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국회를 이야기할 때 흔히들 정당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지만, '일하는 국회'의 핵심은 이 상임위입니다.


상임위 안건과 일정을 정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투표로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국회법 41조의2). 하지만, 국회는 1988년 제13대 국회 이후 여야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협상을 통해 배분해왔습니다.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해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원 구성 협상이라 부릅니다.

■새 국회 첫 줄다리기는 원 구성 협상

원 구성 협상은 2년에 한 번씩 이뤄집니다. 새 국회가 들어섰을 때, 그리고 2년 뒤 후반기 국회가 시작될 때입니다.

여야가 각각 어느 상임위를 차지할 것인지, 어떤 상임위가 '양보할 수 없는' 자리가 될 것인지는 당시 정치 상황과 현안에 따라 다릅니다. 부동산 정책이 뜨거운 현안일 때는 국토위원장 자리가, 금융개혁이 현안일 때는 정무위원장 자리가 쟁점이 되는 식입니다.

관례적으로 여야가 나눠 갖는 상임위도 있습니다. 국회 사무처와 대통령 비서실 등을 담당하는 운영위, 국가 안보와 관련된 국방위, 나라의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위는 여당이 맡고, 법안 처리의 길목인 법사위,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결위는 야당이 맡는 식입니다. 소관 기관의 역할과 책임, 여야의 상호 견제 등을 고려해 만들어진 '관례'입니다. 물론 협상이 이 관례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21대 국회의 본격적인 원 구성 협상을 앞둔 지금, 벌써부터 가장 '뜨거운' 상임위는 법사위입니다.


■'뜨거운 감자' 법사위…왜?

국회 법사위는 모든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고 있습니다(국회법 86조). 각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제정 법률안이 기존의 법이나 헌법 등과 충돌하지 않는지, 법률로서 미비한 점은 없는지를 본회의에 올리기 전 다시 한 번 살펴보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능적인 절차가 때로는 정치적인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법사위원장이 체계·자구 심사권을 활용해 정치적인 이유로 마음먹고 막으면, 다수당이라 해도 법안 처리가 쉽지 않습니다.

여야가 이견이 있는 쟁점법안을 여당 혹은 다수당이 해당 상임위에서 밀어붙여 처리하더라도, 법사위원장이 버텨 처리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일, 이미 몇 차례 있었습니다. 2013년 민주당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당시 정부가 강조하던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재벌 특혜법'이라며 본회의 상정을 거부해 본회의 처리가 상당 기간 지연됐습니다.

제17대 국회부터 야당(혹은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가 된 것도 '여당(혹은 원내 1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견제하기 위해'가 명분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법사위원장 자리가 정치적 판단을 할 수도 있는 자리라는 것, 여야 모두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법을 고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체계·자구 심사권을 무기로 (법안 처리를) 발목 잡고 지체시켰던 일이 자주 있었다. 한두 분의 이해관계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사위 문턱을 넘기가 대단히 힘들었던 일도 많은데, 이건 옳지 않다. 체계·자구 심사는 실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 운영해도 아무 하자가 없다." 김태년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부친상 중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통과 법안 중 위헌법률이 1년에 10건 넘게 나온다"면서 "체계·자구 심사까지 없애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체계·자구심사를 이유로 법안을 법사위에서 잡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는 단서는 달았습니다.

■관례와 현실·명분과 실익

민주당은 내심 야당이 관례적으로 차지해온 법사위를 가져오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국민이 여당에 180석 가까운 의석을 준 것은 '제대로 일 해보라'는 건데, 법사위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법사위가 정부 여당의 중점 개혁과제 대상인 검찰·법원행정처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위한 노력과 동시에 법사위를 차지하겠다는 것, 관례와 다르다는 점은 민주당도 인정합니다. 다만,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웁니다.

통합당은 가뜩이나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도, 법사위를 민주당에 내주는 것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목잡지 않겠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할 장치는 필요하다'는 논리일 것입니다. 다만, 민주당이 다른 실익을 준다면 협상에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통상 여당이 가져가던 핵심 상임위 가운데 하나를 양보한다거나, 지역구 개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토위, 방송 산업을 관할하는 과방위, 국가 산업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산자위 등 '인기 상임위'을 야당 몫으로 제시한다면 협상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통합당 입장에서는 야당이 법사위를 갖지 못한다면 막강한 권한인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찬성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협상 시작 전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가정'일 뿐입니다.


■"꼭 가져갈 것 얻고, 나머지는 양보"

원 구성 협상의 전략은 무엇일까? 2년 전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책임졌던 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 K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야가 서로 갖고 싶은 상임위가 예결위, 법사위 이런 곳이고, 인기 상임위는 국토위, 산업위, 정무위 이런 곳이니까, 이걸 놓고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필요한 상임위를 하나 가져오면 다른 인기 상임위를 하나 주고 이런 식입니다. 당시에 공수처법, 선거법 등 때문에 안 되면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해서, 이걸 갖느라 다른 것을 많이 양보했어요. 여당이 통상 갖는 게 운영위, 국방위, 정보위 등인데 정보위도 그때 내줘서 말이 많았어요."

꼭 가져가야 하는 상임위가 있다면 관례도 바꿀 수 있고, 나머지는 양보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21대 국회 민주당의 의석은 177석,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 합쳐도 103석입니다. 의석비율을 생각하면 18개 상임위 가운데 민주당이 11~12개, 통합당이 6~7개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다음 달 5일까지 국회의장단 선출을 마치고, 8일까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합니다(국회법 15조, 41조). 21대 국회가 문을 열고 10일 이내에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13대부터 20대까지 새 국회 원 구성에는 평균 41.4일이 소요됐습니다. 원 구성 줄다리기, 이만큼이나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위기 속에 출범하는 21대 국회. 이번에는 법정 기한 내에 원 구성을 마칠 수 있을까요?

국회 입법조사처는 "반복적인 원 구성 지연은 국민들에게 '일하지 않는 국회' 이미지를 심어준다"면서 "21대 국회에서는 법정 기한 내에 원 구성이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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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4 (07:01)
    여심야심
[여심야심] 막오르는 상임위 쟁탈전…법사위는 어디로?
제21대 국회는 오는 30일 공식 출범합니다. 하지만, 출발 전 물밑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원 구성 협상 얘기입니다.

국회에는 18개 상임위원회가 있습니다. 각각 소관 정부 부처와 기관이 있어 관련한 현안과 법률안, 예산 등을 심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국회를 이야기할 때 흔히들 정당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지만, '일하는 국회'의 핵심은 이 상임위입니다.


상임위 안건과 일정을 정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투표로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국회법 41조의2). 하지만, 국회는 1988년 제13대 국회 이후 여야 교섭단체 의석수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협상을 통해 배분해왔습니다.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해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원 구성 협상이라 부릅니다.

■새 국회 첫 줄다리기는 원 구성 협상

원 구성 협상은 2년에 한 번씩 이뤄집니다. 새 국회가 들어섰을 때, 그리고 2년 뒤 후반기 국회가 시작될 때입니다.

여야가 각각 어느 상임위를 차지할 것인지, 어떤 상임위가 '양보할 수 없는' 자리가 될 것인지는 당시 정치 상황과 현안에 따라 다릅니다. 부동산 정책이 뜨거운 현안일 때는 국토위원장 자리가, 금융개혁이 현안일 때는 정무위원장 자리가 쟁점이 되는 식입니다.

관례적으로 여야가 나눠 갖는 상임위도 있습니다. 국회 사무처와 대통령 비서실 등을 담당하는 운영위, 국가 안보와 관련된 국방위, 나라의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위는 여당이 맡고, 법안 처리의 길목인 법사위,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결위는 야당이 맡는 식입니다. 소관 기관의 역할과 책임, 여야의 상호 견제 등을 고려해 만들어진 '관례'입니다. 물론 협상이 이 관례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닙니다.

21대 국회의 본격적인 원 구성 협상을 앞둔 지금, 벌써부터 가장 '뜨거운' 상임위는 법사위입니다.


■'뜨거운 감자' 법사위…왜?

국회 법사위는 모든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고 있습니다(국회법 86조). 각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제정 법률안이 기존의 법이나 헌법 등과 충돌하지 않는지, 법률로서 미비한 점은 없는지를 본회의에 올리기 전 다시 한 번 살펴보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능적인 절차가 때로는 정치적인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법사위원장이 체계·자구 심사권을 활용해 정치적인 이유로 마음먹고 막으면, 다수당이라 해도 법안 처리가 쉽지 않습니다.

여야가 이견이 있는 쟁점법안을 여당 혹은 다수당이 해당 상임위에서 밀어붙여 처리하더라도, 법사위원장이 버텨 처리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일, 이미 몇 차례 있었습니다. 2013년 민주당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당시 정부가 강조하던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재벌 특혜법'이라며 본회의 상정을 거부해 본회의 처리가 상당 기간 지연됐습니다.

제17대 국회부터 야당(혹은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가 된 것도 '여당(혹은 원내 1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견제하기 위해'가 명분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법사위원장 자리가 정치적 판단을 할 수도 있는 자리라는 것, 여야 모두 인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법을 고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체계·자구 심사권을 무기로 (법안 처리를) 발목 잡고 지체시켰던 일이 자주 있었다. 한두 분의 이해관계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사위 문턱을 넘기가 대단히 힘들었던 일도 많은데, 이건 옳지 않다. 체계·자구 심사는 실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 운영해도 아무 하자가 없다." 김태년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부친상 중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통과 법안 중 위헌법률이 1년에 10건 넘게 나온다"면서 "체계·자구 심사까지 없애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체계·자구심사를 이유로 법안을 법사위에서 잡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는 단서는 달았습니다.

■관례와 현실·명분과 실익

민주당은 내심 야당이 관례적으로 차지해온 법사위를 가져오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국민이 여당에 180석 가까운 의석을 준 것은 '제대로 일 해보라'는 건데, 법사위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법사위가 정부 여당의 중점 개혁과제 대상인 검찰·법원행정처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위한 노력과 동시에 법사위를 차지하겠다는 것, 관례와 다르다는 점은 민주당도 인정합니다. 다만,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웁니다.

통합당은 가뜩이나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도, 법사위를 민주당에 내주는 것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목잡지 않겠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할 장치는 필요하다'는 논리일 것입니다. 다만, 민주당이 다른 실익을 준다면 협상에 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통상 여당이 가져가던 핵심 상임위 가운데 하나를 양보한다거나, 지역구 개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토위, 방송 산업을 관할하는 과방위, 국가 산업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산자위 등 '인기 상임위'을 야당 몫으로 제시한다면 협상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통합당 입장에서는 야당이 법사위를 갖지 못한다면 막강한 권한인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찬성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협상 시작 전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은 '가정'일 뿐입니다.


■"꼭 가져갈 것 얻고, 나머지는 양보"

원 구성 협상의 전략은 무엇일까? 2년 전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책임졌던 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 K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야가 서로 갖고 싶은 상임위가 예결위, 법사위 이런 곳이고, 인기 상임위는 국토위, 산업위, 정무위 이런 곳이니까, 이걸 놓고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필요한 상임위를 하나 가져오면 다른 인기 상임위를 하나 주고 이런 식입니다. 당시에 공수처법, 선거법 등 때문에 안 되면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해서, 이걸 갖느라 다른 것을 많이 양보했어요. 여당이 통상 갖는 게 운영위, 국방위, 정보위 등인데 정보위도 그때 내줘서 말이 많았어요."

꼭 가져가야 하는 상임위가 있다면 관례도 바꿀 수 있고, 나머지는 양보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21대 국회 민주당의 의석은 177석,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과 합쳐도 103석입니다. 의석비율을 생각하면 18개 상임위 가운데 민주당이 11~12개, 통합당이 6~7개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다음 달 5일까지 국회의장단 선출을 마치고, 8일까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합니다(국회법 15조, 41조). 21대 국회가 문을 열고 10일 이내에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13대부터 20대까지 새 국회 원 구성에는 평균 41.4일이 소요됐습니다. 원 구성 줄다리기, 이만큼이나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위기 속에 출범하는 21대 국회. 이번에는 법정 기한 내에 원 구성을 마칠 수 있을까요?

국회 입법조사처는 "반복적인 원 구성 지연은 국민들에게 '일하지 않는 국회' 이미지를 심어준다"면서 "21대 국회에서는 법정 기한 내에 원 구성이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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