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호 태풍 ‘봉퐁’ 북상 중…日 오키나와는 이미 장마

입력 2020.05.14 (11:45) 수정 2020.05.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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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태풍 '봉퐁'(VONGFONG)이 지난 12일 21시 필리핀 동쪽 바다에서 발생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지난해에 워낙 태풍 피해가 컸기 때문에 벌써 가슴이 덜컥합니다. '봉퐁'은 마카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말벌'이라는 뜻입니다. 올해 첫 태풍인데, 관측이 시작된 1951년 이후 역대 8번째로 늦게 발생했습니다.

역대 8번째 '지각' 태풍, 가장 늦은 태풍은 7월에도...

태풍 하면 보통 여름을 떠올리지만,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주는 시기가 여름일 뿐, 한겨울인 1월에도 적도 부근 바다에선 태풍이 생겨납니다. 평균적으로 연간 25.6개의 태풍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태풍은 6월부터 10월 사이(19.6개)에 집중되고 그 가운데 3.1개, 그러니까 서너 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줍니다.

올해는 첫 태풍 소식이 5월에 들려왔는데, 아주 이례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6월과 7월에 첫 태풍이 생긴 적도 지금까지 6차례나 있었고 가장 늦은 첫 태풍은 1998년 7월 9일 발생한 '니콜'이었습니다.

'1호'지만 중심 최대풍속 '시속 155km'...강한 소형급

가장 궁금한 건 태풍의 진로입니다. 1호 태풍 '봉퐁'은 현재 필리핀 북동쪽을 지나고 있습니다. 일요일(17일) 오전에 북동쪽으로 전향하면서 타이완 남동쪽 해상을 통과하겠고 이후 오키나와를 가깝게 스쳐 일본 열도로 향할 전망입니다.

올해 1호 태풍 ‘봉퐁’ 예상 진로올해 1호 태풍 ‘봉퐁’ 예상 진로

첫 태풍이라고는 하지만 발생 시기가 5월로 늦기 때문에 강도가 약하지 않습니다. '봉퐁'은 현재 중심기압 950헥토파스칼(hPa)의 강한 소형급으로 발달했고, 중심에는 시속 155km(초속 43m)의 강풍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최성기는 오늘과 내일로 북위 20도 이상 타이완 부근을 지나면서 급격히 약해지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태풍 관측 사상 5월 태풍의 영향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는데요. 다만 다음주 월요일(18일) 북쪽의 기압골이 우리나라를 통과할 때 태풍이 몰고 오는 수증기가 더해지며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고 남쪽 해상에도 간접 영향으로 높은 물결이 예상됩니다.

필리핀 부근 바다 '펄펄', 고온현상 일찍 시작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첫 태풍은 늦었지만, 태풍이 발생한 해수역을 보면 벌써 고온현상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한 붉은색으로 보이는 필리핀 부근 바다는 30도까지 수온이 높아졌는데요. 예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입니다.

최근 해수면 온도, 출처: 기상청최근 해수면 온도, 출처: 기상청

지난해의 경우 뜨거운 바다에서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가을까지도 수축하지 않으면서 한반도로 태풍의 길을 열어줬는데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영향을 줬고, 올해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평년 수준이면 3.1개 정도의 태풍이 찾아오겠지만, 지난해처럼 2배 이상 많을 수도 있고 조금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해 여름에도 평년 정도의 태풍을 예측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기상청의 공식적인 여름 기상 전망은 오는 22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6월부터 국지성 호우? 일본은 이미 장마 시작

우리나라에 피해를 줄 만한 태풍은 대부분 7월부터 집중되니, 일단 지켜보고 이제는 장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일기도를 보면 일본 남쪽 해상에 머물고 있는 장마전선이 보입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지난 11일 이미 장마가 시작됐는데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습도 높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남쪽 해상에 발달한 장마전선일본 남쪽 해상에 발달한 장마전선

장마전선은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오키나와 부근에 머물다가 6월 하순 무렵 우리나라로 서서히 북상할 전망입니다. 보통 6월 19~20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6월 23일, 중부지방은 6월 24~25일 장마가 시작되는데요. 7월 하순까지 한 달가량 장마가 이어지고 평균적으로 350mm 안팎의 비를 몰고 옵니다.

일본 장마는 2차 방정식, 우리는 5차 방정식?

최근 마른장마니, 반쪽 장마니 하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장마전선의 움직임이 변칙적입니다. 장마라는 용어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마 하면 오랜 기간 줄곧 내리는 비를 떠올리지만, 장마 기간에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마른장마, 지각장마...'돌연변이' 장마, 이유는?(2019.07.04)

일본 남쪽 해상에 머물고 있는 지금의 장마전선은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 건조한 고기압의 경계면에서 형성됐습니다. 1호 태풍 '봉퐁'이 타이완을 지나 일본 열도로 향하는 것도 저기압인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시작될 우리나라의 장마는 좀 더 복잡합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모두 받기 때문에 중국에서 발달한 티베트 고기압, 남서쪽 열대 몬순, 여기에 북쪽 극 기단의 영향까지 더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장마가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으로 풀 수 있는 2차 방정식이라면 우리는 5차 방정식인 셈인데 기후변화로 난이도마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여름 장마가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많은 비를 몰고 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 장마는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6월부터 국지성 호우? 상층의 찬 공기가 '변수'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걱정거리도 있습니다. 올해는 1월부터 3월까지는 따뜻했지만, 유난히 4월은 쌀쌀한 날이 많았습니다. 또 여름으로 가는 5월인데도 최근 찬 북서풍이 불어와 아침, 저녁으로 외투를 입어야 했는데요. 상층 찬 공기 세력이 유난히 강했기 때문입니다.

6월 초까지도 찬 공기가 이대로 세력을 유지할 경우 남쪽의 더운 공기와 만나 국지적으로 강한 비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진규 예보관은 말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집중호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제주 등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호우경보 수준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미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축적돼있어 본격적인 여름비가 시작됐다는 뜻인데요. 내일도 새벽에 전남 해안과 제주부터 비가 시작돼 낮에는 전국에 비가 내리겠습니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와 전남 남해안에 최고 120mm 이상으로 많겠는데요. 코로나19와 함께 올여름 집중호우와 장마, 태풍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비를 서둘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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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1호 태풍 ‘봉퐁’ 북상 중…日 오키나와는 이미 장마
    • 입력 2020-05-14 11:45:32
    • 수정2020-05-14 11:45:54
    취재K
1호 태풍 '봉퐁'(VONGFONG)이 지난 12일 21시 필리핀 동쪽 바다에서 발생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지난해에 워낙 태풍 피해가 컸기 때문에 벌써 가슴이 덜컥합니다. '봉퐁'은 마카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말벌'이라는 뜻입니다. 올해 첫 태풍인데, 관측이 시작된 1951년 이후 역대 8번째로 늦게 발생했습니다.

역대 8번째 '지각' 태풍, 가장 늦은 태풍은 7월에도...

태풍 하면 보통 여름을 떠올리지만,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주는 시기가 여름일 뿐, 한겨울인 1월에도 적도 부근 바다에선 태풍이 생겨납니다. 평균적으로 연간 25.6개의 태풍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태풍은 6월부터 10월 사이(19.6개)에 집중되고 그 가운데 3.1개, 그러니까 서너 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줍니다.

올해는 첫 태풍 소식이 5월에 들려왔는데, 아주 이례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6월과 7월에 첫 태풍이 생긴 적도 지금까지 6차례나 있었고 가장 늦은 첫 태풍은 1998년 7월 9일 발생한 '니콜'이었습니다.

'1호'지만 중심 최대풍속 '시속 155km'...강한 소형급

가장 궁금한 건 태풍의 진로입니다. 1호 태풍 '봉퐁'은 현재 필리핀 북동쪽을 지나고 있습니다. 일요일(17일) 오전에 북동쪽으로 전향하면서 타이완 남동쪽 해상을 통과하겠고 이후 오키나와를 가깝게 스쳐 일본 열도로 향할 전망입니다.

올해 1호 태풍 ‘봉퐁’ 예상 진로
첫 태풍이라고는 하지만 발생 시기가 5월로 늦기 때문에 강도가 약하지 않습니다. '봉퐁'은 현재 중심기압 950헥토파스칼(hPa)의 강한 소형급으로 발달했고, 중심에는 시속 155km(초속 43m)의 강풍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최성기는 오늘과 내일로 북위 20도 이상 타이완 부근을 지나면서 급격히 약해지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태풍 관측 사상 5월 태풍의 영향을 받은 사례는 아직 없는데요. 다만 다음주 월요일(18일) 북쪽의 기압골이 우리나라를 통과할 때 태풍이 몰고 오는 수증기가 더해지며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고 남쪽 해상에도 간접 영향으로 높은 물결이 예상됩니다.

필리핀 부근 바다 '펄펄', 고온현상 일찍 시작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첫 태풍은 늦었지만, 태풍이 발생한 해수역을 보면 벌써 고온현상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한 붉은색으로 보이는 필리핀 부근 바다는 30도까지 수온이 높아졌는데요. 예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입니다.

최근 해수면 온도, 출처: 기상청
지난해의 경우 뜨거운 바다에서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가을까지도 수축하지 않으면서 한반도로 태풍의 길을 열어줬는데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영향을 줬고, 올해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평년 수준이면 3.1개 정도의 태풍이 찾아오겠지만, 지난해처럼 2배 이상 많을 수도 있고 조금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기상청은 지난해 여름에도 평년 정도의 태풍을 예측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기상청의 공식적인 여름 기상 전망은 오는 22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6월부터 국지성 호우? 일본은 이미 장마 시작

우리나라에 피해를 줄 만한 태풍은 대부분 7월부터 집중되니, 일단 지켜보고 이제는 장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일기도를 보면 일본 남쪽 해상에 머물고 있는 장마전선이 보입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지난 11일 이미 장마가 시작됐는데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습도 높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남쪽 해상에 발달한 장마전선
장마전선은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오키나와 부근에 머물다가 6월 하순 무렵 우리나라로 서서히 북상할 전망입니다. 보통 6월 19~20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6월 23일, 중부지방은 6월 24~25일 장마가 시작되는데요. 7월 하순까지 한 달가량 장마가 이어지고 평균적으로 350mm 안팎의 비를 몰고 옵니다.

일본 장마는 2차 방정식, 우리는 5차 방정식?

최근 마른장마니, 반쪽 장마니 하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장마전선의 움직임이 변칙적입니다. 장마라는 용어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마 하면 오랜 기간 줄곧 내리는 비를 떠올리지만, 장마 기간에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마른장마, 지각장마...'돌연변이' 장마, 이유는?(2019.07.04)

일본 남쪽 해상에 머물고 있는 지금의 장마전선은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 건조한 고기압의 경계면에서 형성됐습니다. 1호 태풍 '봉퐁'이 타이완을 지나 일본 열도로 향하는 것도 저기압인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시작될 우리나라의 장마는 좀 더 복잡합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의 영향을 모두 받기 때문에 중국에서 발달한 티베트 고기압, 남서쪽 열대 몬순, 여기에 북쪽 극 기단의 영향까지 더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장마가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으로 풀 수 있는 2차 방정식이라면 우리는 5차 방정식인 셈인데 기후변화로 난이도마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여름 장마가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많은 비를 몰고 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 장마는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6월부터 국지성 호우? 상층의 찬 공기가 '변수'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걱정거리도 있습니다. 올해는 1월부터 3월까지는 따뜻했지만, 유난히 4월은 쌀쌀한 날이 많았습니다. 또 여름으로 가는 5월인데도 최근 찬 북서풍이 불어와 아침, 저녁으로 외투를 입어야 했는데요. 상층 찬 공기 세력이 유난히 강했기 때문입니다.

6월 초까지도 찬 공기가 이대로 세력을 유지할 경우 남쪽의 더운 공기와 만나 국지적으로 강한 비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진규 예보관은 말했습니다. 장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집중호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제주 등 남쪽 지역을 중심으로 호우경보 수준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미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축적돼있어 본격적인 여름비가 시작됐다는 뜻인데요. 내일도 새벽에 전남 해안과 제주부터 비가 시작돼 낮에는 전국에 비가 내리겠습니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와 전남 남해안에 최고 120mm 이상으로 많겠는데요. 코로나19와 함께 올여름 집중호우와 장마, 태풍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비를 서둘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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