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악을 행한 사람들을 용서”…5·18 40주년, 김대중 옥중수필 공개

입력 2020.05.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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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정희 정권 아래서 가장 가혹한 박해를 받은 사람이지만, 나에 대한 모든 악을 행한 사람들을 사랑과 용서의 뜻에 따라 일체 용서 할 것을 선언했다. (1980. 12.3 김대중 전 대통령 옥중수필)

■"나에 대한 악을 행한 사람들을 일체 용서하겠다"… 5.18 40주년, 김대중 옥중수필 공개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관련 사료를 새롭게 공개했습니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강탈하기 위해 벌인 조작 사건입니다.

전두환 신군부는 당시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며 김대중, 문익환, 예춘호, 이문영, 한완상, 조성우, 이해동, 이해찬 등 민주화 운동 인사들을 군사재판에 넘기고, 고문 끝에 이들에 대해 사형과 무기징역 등을 선고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17일부터 1981년 1월 23일까지 사형수로 있었는데, 이번에 공개된 옥중 수필은 당시 작성된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보냈던 옥중 서신과는 다른 자료입니다. 모두 14편으로 사형수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거라, 당시의 생각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자료로 평가됩니다.

1980년 자신에 대한 재판의 최후진술에서 '내가 죽더라도 다시는 이러한 정치 보복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던 김 전 대통령. 사형수 신분이 되었던 김 전 대통령은 이번에 공개된 사료에서도 친필로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해 그들의 가족과 측근에게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고, 법적 차원에서의 인적 청산을 중시하는 '정의 모델' 대신 화해와 용서를 강조하는 '진실화해 모델'로 과거사 청산 작업에 나섰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관철했던 '화해와 통합 그리고 평화의 정신'은 최초의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동북아지역 평화체제 구축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고, 그 결과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넬슨 만델라, 빌리 브란트 등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실현한 세계적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구차한 목숨 바치겠다" "징역 구걸하지 않겠다." 가족들이 외워 남겨둔 최후 진술

김대중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말고도 문익환, 이해찬, 설훈 등 23명의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법정 최후 진술 내용도 공개했습니다.




이 진술 내용은 당시 재판을 방청한 민주인사들의 가족들이 내용을 외워 글로 작성해 놓은 것입니다. 당시 법정에는 녹음기나 필기도구 등을 들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청석에 있던 가족들이 민주 인사들의 진술 내용을 외웠고 재판이 끝난 후에는 함께 모여 기억을 되살리면서 진술한 내용을 글로 작성했습니다.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의근, 문성근이 주로 글을 작성했는데, 문 씨는 "김 전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서 한 줄이라도 더 외우기 위해서 혼신을 다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료들은 당시의 엄혹한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 인사 가족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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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악을 행한 사람들을 용서”…5·18 40주년, 김대중 옥중수필 공개
    • 입력 2020-05-14 14:37:48
    취재K
나는 박정희 정권 아래서 가장 가혹한 박해를 받은 사람이지만, 나에 대한 모든 악을 행한 사람들을 사랑과 용서의 뜻에 따라 일체 용서 할 것을 선언했다. (1980. 12.3 김대중 전 대통령 옥중수필)

■"나에 대한 악을 행한 사람들을 일체 용서하겠다"… 5.18 40주년, 김대중 옥중수필 공개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관련 사료를 새롭게 공개했습니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강탈하기 위해 벌인 조작 사건입니다.

전두환 신군부는 당시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며 김대중, 문익환, 예춘호, 이문영, 한완상, 조성우, 이해동, 이해찬 등 민주화 운동 인사들을 군사재판에 넘기고, 고문 끝에 이들에 대해 사형과 무기징역 등을 선고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17일부터 1981년 1월 23일까지 사형수로 있었는데, 이번에 공개된 옥중 수필은 당시 작성된 것입니다. 가족들에게 보냈던 옥중 서신과는 다른 자료입니다. 모두 14편으로 사형수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거라, 당시의 생각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자료로 평가됩니다.

1980년 자신에 대한 재판의 최후진술에서 '내가 죽더라도 다시는 이러한 정치 보복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던 김 전 대통령. 사형수 신분이 되었던 김 전 대통령은 이번에 공개된 사료에서도 친필로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해 그들의 가족과 측근에게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고, 법적 차원에서의 인적 청산을 중시하는 '정의 모델' 대신 화해와 용서를 강조하는 '진실화해 모델'로 과거사 청산 작업에 나섰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관철했던 '화해와 통합 그리고 평화의 정신'은 최초의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동북아지역 평화체제 구축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고, 그 결과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넬슨 만델라, 빌리 브란트 등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실현한 세계적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구차한 목숨 바치겠다" "징역 구걸하지 않겠다." 가족들이 외워 남겨둔 최후 진술

김대중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말고도 문익환, 이해찬, 설훈 등 23명의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법정 최후 진술 내용도 공개했습니다.




이 진술 내용은 당시 재판을 방청한 민주인사들의 가족들이 내용을 외워 글로 작성해 놓은 것입니다. 당시 법정에는 녹음기나 필기도구 등을 들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청석에 있던 가족들이 민주 인사들의 진술 내용을 외웠고 재판이 끝난 후에는 함께 모여 기억을 되살리면서 진술한 내용을 글로 작성했습니다.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의근, 문성근이 주로 글을 작성했는데, 문 씨는 "김 전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서 한 줄이라도 더 외우기 위해서 혼신을 다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료들은 당시의 엄혹한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 인사 가족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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